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19)
제119화
19화 : 내가 원하는 건 하나야, 알지?
에스텔.
그는 에이든이 행정관을 뽑으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올렸던 인재였다.
서류 작성, 정보 수집, 협상 능력에다가 임기응변이 뛰어나 문제 해결 능력까지 좋았다.
다방면으로 능력이 좋은 그는 행정관으로서의 모든 소양을 가지고 있었다.
‘에스텔을 행정관으로 두면 전부 떠넘기고 대충 월급이나 주면서 난 꿀 빨면 되겠지.’
전형적인 악덕 사장의 마인드였다.
카페 사장이 커피 하나 못 내리면서 알바생에게 전부 떠넘기고 자신은 돈만 챙기겠다는 악덕 마인드!
‘원작에서도 그런 식으로 부려 먹혔었지.’
원작에서도 그랬다.
주인공이 그를 도와줄 때까지 그는 사기꾼들에게 붙잡힌 채 재능을 낭비해야만 했다.
그가 사기꾼들에게 붙잡혀 있던 이유는 오로지 하나.
병에 걸린 딸이 볼모로 붙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딸을 살리기 위해 그는 자신을 속인 사기꾼들에게 충성을 맹세하며 봉사했다.
‘뭐, 사실은 딸은 오래전에 죽었고 사기꾼들은 그걸 감추고 있었지.’
사기꾼들은 에스텔을 부려 먹기 위해 딸이 살아 있고 치료받고 있다는 거짓말을 했다.
그리고 3년 만에 주인공을 통해서 딸이 오래전에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며 폐인처럼 살게 된다.
‘그건 안 되지.’
에이든은 그런 에스텔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이런 말이 있다.
국민이 잘살려면 재능 있는 자를 갈아 넣고 굴려야 한다고.
에스텔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
그런 재능을 가진 자가 폐인이 되어 은퇴하는 꼴은 절대로 볼 수 없었다.
‘내가 데리고 가서 부려 먹어야지. 몸에 좋은 것도 챙겨 주고 좋은 것만 보게 하면서 아주 건강하게 계속 부려 먹을 거야.’
뭔가 나쁜 거 같으면서도 좋은 생각을 하고 있던 에이든은 바루스의 말대로 에스텔을 찾았다.
여러 가지 단서 끝에 그가 사기꾼들에게 쫓겨 다니고 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물으면서 에스텔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너희가 블랙아웃 길드원이라는 거지?”
“눼…….”
에이든은 자신의 앞에 무릎 꿇고 서 있는 사기꾼들을 바라봤다.
엉망진창이었다.
도대체 어딜, 어떻게 맞았는지 오크가 본다면 동족이라고 할지도 모를 정도로 맞았다.
“잘 때려 놨네. 이렇게 때렸는데 죽지도 않고.”
옆에서 듣고 있던 한스는 쑥스럽다는 듯, 웃었다.
“과찬이십니다.”
“칭찬 아니거든?”
사기꾼들의 몰골을 봐라.
패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는데 그의 기술에 절로 감탄이 나와 손뼉을 칠 정도였다.
언뜻 보면 과해 보이지만 놀랍게도 죽은 사람은 없었다.
딱! 죽기 직전까지 맞았다.
한스의 절묘한 힘 조절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능력도 좋지. 거기에 심문 기술도 좋고.’
놈들을 제압하고.
어느 조직에 속해 있는지 알아내려고 했지만, 놈들은 생각보다 의리가 있었다.
‘흥! 우리를 통해서 뭔가 알아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절대 말 못 하지!’
‘암, 그렇고말고. 맞으면 맞았지, 우리는 동료를 팔아먹지 않아!’
조직을 절대 배신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충성심이라니!
참으로 감동을 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놈들이 사람을 등쳐 먹는 사기꾼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그때, 다시 한스가 나섰다.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알아낼 수 있어?’
‘물론입니다. 제가 용병이었을 때 이런 쪽 심문을 잘했습니다. 그리고 게렌 님께도 조금 배웠습니다.’
‘게렌에게?’
‘네, 게렌 님께서 드워프 일족에 내려오는 심문 기술을 알려 주셨습니다.’
드워프의 심문 기술.
불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라는 심문 기술로 그냥 불에 달군 인두로 지져서 알아내는 미친 방법이다.
‘거기서 배울 게 있어?’
‘있습니다.’
‘너도 불로 지지게?’
‘저는 그런 야만적인 방법은 쓰지 않습니다. 저에게 맞춰서 개량했습니다.’
‘그래? 뭔데?’
‘주먹은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입니다.’
한스가 한 건 간단했다.
팼다.
뒈지게 팼다.
말할 때까지 팼다.
놈들은 처음엔 버텼다.
마치 단단한 강철을 보는 것처럼 뚝심이 강했지만.
‘한스의 주먹은 강철을 부숴.’
주먹 앞에선 장사 없는 법이었다.
맞고, 또 맞고, 계속 맞다 보니 결국 강철 같은 뚝심이 주먹 앞에 부러지고 말았다.
놈들은 결국 자신들이 블랙아웃 길드 소속이라는 것을 실토할 수밖에 없었다.
“블랙아웃 길드라…….”
원작에서도 나왔던 길드다.
에스텔과 엮인 길드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벌써 엮여 있을 줄은 몰랐다.
생각해 보니 주인공 일행도 에스텔을 도울 때 블랙아웃 길드와 싸웠었던 거 같았다.
‘방해되면 치워야지. 이놈은 내가 먼저 찍었어.’
에스텔은 에이든이 찍은 훌륭한 인재다.
그딴 길드에 뺏길 생각은 없었다.
“저…….”
“아, 괜찮나?”
“저, 저는 괜찮습니다……. 그, 그런데…… 누구십니까?”
에스텔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열심히 눈동자를 굴리며 상황을 파악하려고 했지만, 그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난 헤스티아 영지의 영주, 에이든 헤스티아라고 한다.”
“에이든……? 에이든이라면…….”
에스텔은 기억을 더듬었다.
한때는 상인이었던 그였기에 에이든이라는 이름을 모를 리가 없었다.
“에이든 사론톤?”
“맞아.”
“그런데 왜 에이든 헤스티아라고…… 사론톤 가문이시지 않습니까?”
“나는 우리 가문을 싫어하거든.”
“시, 싫어하신다고요?”
“어.”
하긴.
에이든이 사론톤 가문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는지 소문만 들어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는 금방 정신을 추슬렀다.
“일단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만약 에이든 님이 안 계셨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릅니다.”
“뭘.”
“그런데 여긴 어쩐 일로? 헤스티아 영지와 벨테스 영지는 거리가 제법 될 텐데……. 이 먼 곳까지 왜……?”
그의 의문은 합당했다.
여긴 외진 골목이다.
그런 곳에 한창 떠오르는 헤스티아 영지의 영주가 우연히 찾아올 수 있을까?
답은 ‘아니오’였다.
그런 그의 경계심에 에이든은 히죽- 웃었다.
역시 머리가 좋고 상황 판단이 빨라서 그런지 대화하는 게 편했다.
“인재 영입.”
“인재 말입니까?”
“맞아.”
에이든은 몸을 일으키며 에스텔을 향해 손을 내밀면서 웃는 얼굴로 말했다.
“너 내 노예가 돼라.”
“…….”
“아, 말이 잘못 나왔다. 너 내 동료가 돼라.”
에이든을 바라보는 에스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지금…….
‘고쳐 말하면 수습이 될 거라 생각하는 건가?’
* * *
뭔가 못 미덥지만.
에스텔은 에이든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
헤스티아 영지에 새로 부임한 영주.
기존에 있던 영주 대리를 내쫓으며 엄청난 속도로 헤스티아 영지를 발전시켰다.
마수의 숲에 인접해서 더는 인간이 살 수 없는 영지를 살기 좋은 곳으로 바꿨다고 했다.
그곳을 다녀왔던 상인들은 입을 모아 그를 찬양하며 영지가 어떻게 변했는지 입이 아플 정도로 늘어놨다.
더 놀라운 건.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헤스티아 영지, 그리고 영주님께서는 요정들의 선택을 받은 페어리 프린…….”
“프린스.”
“프린세…….”
“프린스라고.”
“……이상하군요. 저는 페어리 프린세스라고 들었는데요?”
“너는 지금 내가 거짓말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야?”
“…….”
“너 내 말 안 믿어? 나 영주인데? 귀족인데?”
“크흠, 제, 제가 잘못 들은 거 같군요.”
에이든의 눈빛이 너무 살벌했다.
여기서 더 우겼다가는 사기꾼처럼 맞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언뜻 들은 소문 중 하나였다.
‘영주의 성격이 장난 아니라던데. 괴팍하고, 돈을 밝히는 이상한 영주……. 성격은 착하다던데…….’
“음…….”
“왜?”
“아닙니다.”
에스텔은 에이든과 함께 집으로 향했다.
한스는 붙잡은 사기꾼 놈들을 알아서 처리하겠다며 끌고 갔다.
어차피 경비대에 맡겨 봤자 의미 없다면서 직접 처리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말이다.
과연 어떻게 처리할지.
궁금하긴 하지만, 차마 알고 싶지는 않았다.
‘겸사겸사 블랙아웃 길드 본거지도 털어 보라고 했으니, 맡겨 두면 되겠지?’
“영주님, 여기에 계셨군요?”
“아, 트로이.”
그때였다.
한참 에스텔과 걷고 있을 때, 트로이가 에이든을 찾아왔다.
트로이도 함께 이곳을 찾아왔지만, 에스텔이 쫓긴다는 말을 듣고 그보다 먼저 움직였다.
“후우, 정말 찾느라 고생했습니다. 그런데 찾는 분은 찾으셨습니까?”
“아, 여기에 있어. 에스텔이라고 해.”
“만나서 반갑습니다.”
트로이의 인사에 에스텔은 슬그머니 눈치를 살폈다.
“저는 에, 에스텔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아, 저는 헤스티아 영지의 의원, 트로이라고 합니다. 영주님께서 아프신 분이 있다고 해서 동행했습니다.”
“의, 의원이요?”
“네.”
에이든은 바루스에게 에스텔의 딸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희귀병에 걸렸다고 했다.
그에 혹시나 해서 이번 여행에 트로이를 동참시킨 것이다.
만약을 대비한 것이다.
혹여 그 딸의 상태가 안 좋으면 좀 봐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딸이 아프다며? 트로이의 실력이 뛰어나거든. 그러니까 믿어도 좋아.”
“아하하, 과찬이십니다.”
에이든의 공치사에 쑥스러운 듯, 트로이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에 에스텔은 고개를 숙였다.
“의, 의원이시라니. 저, 정말 감사합니다!”
“됐고, 얼른 가자.”
“알겠습니다!”
에스텔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이곳입니다. 여기가 제집입니다.”
영지 외곽에 있는 허름한 집이다.
예전에 재능을 살려 상인으로서 어느 정도 부를 축적했었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딸이 병에 걸린 이후, 치료제를 구하기 위해 전 재산을 썼다.
살고 있던 집도 팔았고 그래도 부족해서 빚까지 져야만 했었다.
뭐, 마지막에는 결국 사기를 당했지만.
“그런데…….”
“문이 왜? 나는 분명히 닫고 나왔는데?”
문이 열려 있었다.
뭔가 이상했다.
영지 외곽은 치안이 좋은 편은 아니기에 문단속은 반드시 하는 편이었다.
그런 문이 열려 있다.
“설마…….”
에스텔은 황급히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집 안을 찾아봤지만, 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 안 돼!”
“납치인가?”
“설마……. 그놈들이!?”
“뻔하지. 딱 봐도 각이 나오잖아. 잡아 오는 게 안 되니까, 네 딸로 협박하려는 거겠지.”
에스텔을 붙잡는 데 실패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놈들이 먼저 움직였다.
그것도 아니면.
‘이쪽이 먼저였을 수도 있지.’
원작에서는 에스텔이 어떤 식으로 블랙아웃 길드에 잡혀 들어갔는지 자세히 묘사되지 않았다.
대충 상황만 나와 있을 뿐이었다.
“아, 안 돼……. 리오야! 안 된다! 내 딸은!!”
에스텔은 절규했다.
아내가 남긴 하나뿐인 소중한 딸이 납치당했다.
놈들이 도대체 자신에게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중요한 건, 딸을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당장 딸을 구하러 가야겠습니다!”
“어떻게 하려고?”
“당연히 놈들을 찾아가야죠!”
“위험할 텐데? 알고 있잖아, 함정이라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 딸입니다!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저는 제 딸을 구해야만 합니다.”
조금 전만 해도 힘없던 그의 눈빛에 불꽃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저는 아내의 무덤 앞에서 맹세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딸을 지키겠다고……. 저는 제 딸을 지킬 수 있다면 설사 그곳이 지옥이라고 해도 웃으면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딸을 지키고 말겠다는 결심과 각오.
깊이를 알 수 없는 부성애(父性愛)에 에이든은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에이든은 안다.
저런 눈빛을 한 사람은 절대로 꺾이지 않는다는 걸 말이다.
저쪽 세계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다.
아들을 구하겠다면서 공략 불가능한 게이트를 향해 달려가던 한 헌터를.
사람 사는 곳은 늘 똑같았다.
저쪽 세계든.
이쪽 세계든, 어딜 가나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한없이 자애롭고, 따뜻했다.
토닥토닥.
옆에서 트로이는 이해한다는 듯,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진정시켰다.
“도와주지.”
“네?”
“도와주겠다고. 내가 말했잖아? 너를 영입하려고 찾아왔다고.”
에이든이 이곳까지 온 목적은 에스텔을 영입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그의 딸을 구해 준다면, 영입도 쉬울 터.
“정말 도와주실 겁니까?”
“맞아.”
“도와주신다니……. 거절하진 않겠습니다. 만약 제 딸을 구해 주신다면……. 돈이든, 뭐든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런 건 필요 없어.”
“네? 하지만…… 저는 드릴 게 없습니다.”
“아니야. 너는 의외로 줄 게 많거든.”
“제가 뭘…….”
“돈이나 그런 건 필요 없어. 내가 원하는 건 하나야.”
에이든은 보란 듯이 웃으며 계약서를 꺼내며 말했다.
“네 사인.”
네 노동력이면 충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