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143)
제143화
18화 : 천 년 묵은 꼰대(2)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
벽에 장식된 촛불의 불만이 오로지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음습하며 불길함이 감도는 동굴 속에 검은 로브를 입은 이들이 모여 있었다.
“상황은?”
검은 로브를 입은 남자 중 한 명이 입을 열었다.
“제가 보고드리겠습니다, 렌돌 님.”
그는 흑마법사 렌돌이다.
6서클 흑마법사로 이번 회의를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었다.
“해 봐라.”
그의 허락이 떨어지자 흑마법사 중 한 명이 가져온 서류를 꺼내 들며 말했다.
“가장 먼저 드워프 포획 작전은 실패했습니다, 거기에 누군가의 방해로 인해서 레드 문 의식도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습니다.”
레드 문 의식은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이다.
이번 일을 위해 사론톤 가문의 안주인 세실리아와도 손을 잡았다.
극비로 진행되던 일이었다.
설마 그것이 실패할 거라고는 그 누구도 생각도 못 했을 것이다.
“그리고 라바돈 영지에서 진행하던 일도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더 침울한 보고가 이어졌다.
라바돈 영지에서 진행하던 일은 레드 문과 비슷할 정도로 중요했다.
태양 신전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대주교를 이용해서 태양 신전에 타격을 주려고 했던 계획이었다.
이번 일이 성공했다면 태양 신전에 대한 믿음이 크게 흔들리고 사람들에게 불신을 심어줄 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도 실패했지.”
“……조사에 의하면 방해가 들어왔다고 합니다, 덕분에 의식 바로 직전에 실패했다고.”
“…….”
동굴 안쪽의 분위기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어둡게 변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보고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또 있습니다.”
“……또 있다고?”
“네.”
“……계속해라.”
“벨테스 영지에서 저희와 거래하기로 한 블랙아웃 길드 기억하십니까?”
그 말에 렌돌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거래를 주도하던 것이 바로 렌돌이었기 때문이다.
목적은 의식에 쓰일 제물을 보다 유용하게 모으기 위함이었다.
직접 나서면 티가 날 수 있으니 블랙아웃 길드에 의뢰해서 모을 생각이었다.
거기에 제법 공을 들였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설마?”
“실패했습니다.”
“…….”
“누군가가…….”
“방해했다고?”
“네.”
“도대체 누가?”
렌돌은 어이가 없었다.
최근 몇 달간 오랫동안 준비해서 진행하던 모든 계획이 실패했다.
이쯤 되면 세상이 자신을 억까하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지독한 악의까지 느껴졌다.
“도대체 누구냔 말이다!! 우리의 계획을 계속 방해한 이 씹어 먹어도 시원찮은 놈이!!”
“에이든 사론톤입니다.”
“에이든 사론톤?”
“네.”
“그 말은 세실리아 사론톤이 우리를 배신했다는 거냐?”
“그건 아닙니다, 세실리아 사론톤과는 전혀 관계없습니다, 에이든 사론톤은 가문에서 쫓겨났다고 합니다.”
하긴.
세실리아는 이미 자신들과 손을 잡았다.
그런 상황에서 배신할 경우 세실리아는 잃을 게 너무나도 많았다.
흑마법사와 손을 잡았다는 것만으로도 그녀의 인생은 나락으로 내려갈 수 있었다.
가문에서 퇴출은 물론이요, 작위 회수에 심할 경우 이단 재판으로 넘겨져 사형을 받을 수 있다.
그녀가 흑마법사를 배신하는 건 오로지 리스크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흑마법사는 차분히 상황을 설명했다.
렌돌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제야 알 수 있을 거 같았다.
“귀족 놈들의 더러운 집안싸움이라는 뜻이군, 그런데 에이든 사론톤이 우리를 방해한 이유는?”
“그것에 대해서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계속 알아보는 중입니다.”
“자세히 파 봐라……. 벌써 몇 번이나 우리를 방해했다, 우연일 리가 없다, 뭔가 있을 거다.”
렌돌은 에이든에게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자신들의 계획을 이런 식으로 방해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놈은 쫓겨났어도 사론톤 가문의 일원이다, 분명 우리가 상상도 못 하는 정보력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하다.”
렌돌은 진지하게 의견을 냈다.
렌돌은 에이든의 뒤에 뛰어난 정보 단체가 있다고 조용히 추측했다.
하나, 그는 알까?
지금까지 있던 모든 일이 우연이라는 것을.
드워프는 채광 노예 구하려고 갔다가 우연히 방해하게 된 것이고.
라바돈 영지의 일도 치료 노예 영입하러 갔다가 우연히 개입하게 된 것이다.
블랙아웃 길드는 행정관 노예 구하려다가 그렇게 된 것뿐이었다.
비밀리에 키워진 정보 단체?
그딴 건 없고 그저 노예를 수집하려는 노예 수집단만 있을 뿐이었다.
하나, 그것을 모르는 렌돌은.
“우리의 계획을 알아낼 정도로 뛰어난 정보 단체다, 조심히 접근해야 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열심히 헛다리를 짚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그동안 에이든 사론톤은 그대로 내버려 둬야 하는 건가요?”
“아니.”
렌돌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놈 때문에 입은 피해가 얼마인데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순 없었다.
“헤스티아 영지가 마수의 숲 근처에 있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렌돌의 입가에 진득한 미소가 그려졌다.
아주 재미있는 방법이 떠올랐다.
“에이든 사론톤…….”
“우리를 방해한 대가를 치르게 해 주마…….”
* * *
“잘하고 있겠지?”
에이든은 기사 훈련소를 찾아가고 있었다.
몸을 단련해서 강해지는 것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 기사들에게 필요한 건, 체계적인 훈련이다.
새로운 검술과 스텝.
이것이 지금 기사들에게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퍼즐이 되어 줄 것이다.
훈련을 부탁하고 에이든은 물었다.
‘기사들, 강해질 수 있겠지?’
그 말에 알폰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확실히 말했다.
‘강해질 수 있습니다, 이 훈련법은 천 년이 넘는 유구한 역사를 가진 확실한 훈련법입니다!’
‘그 정도야?’
‘네! 이 훈련을 받으면 그게 누구라도 100% 강해지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100%!?’
그 말에 에이든은 진심으로 놀랐다.
누구라도 강해질 수 있는 훈련이라니?
그건 저쪽 세계에서도 불가능했던 일이었다.
헌터 협회에서 같은 훈련을 받아도 거기서 강해질 수 있는 헌터는 정해져 있었다.
특성, 재능, 신체 능력 등 여러 가지 요소로 인해서 그중에 강해질 수 있는 사람은 1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과학이 발전해서 훈련법이 극도로 개량된 그곳에서도 불가능했던 것을 100%로?’
저쪽 세계는 과학의 힘으로 체지방에 골격근량을 포함해서 뭘 어떻게 먹고, 섭취해야 하는지.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런 곳에서도 100%는 절대 나올 수 없는 확률이었다.
‘그런 게 가능해?’
‘가능합니다, 천 년 전에도 그런 식으로 강해졌고 저 또한 그렇게 해서 이 정도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당당하게 호언장담하는 그를 보며 에이든의 눈에는 강한 기대감이 서렸다.
도대체 어떤 방법을 쓰기에 그런 것이 가능할까?
100% 강해질 수 있다면 그 또한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는 건데?’
그렇게 묻는 에이든의 목소리에는 강한 기대감이 묻어 나왔다.
분명히 자신이 생각할 수 없는 차원이 다른 훈련법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그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굴리면 됩니다.’
‘뭐?’
‘영주님, 이런 말을 알고 있습니까? 철은 두드릴수록 강해진다는 것을…….’
‘그거야…… 알지.’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굴리면 굴릴수록 강해집니다.’
‘……그런 걸로 100%가 가능해……?’
‘가능합니다.’
‘만약 굴려도 안 강해지면?’
‘에?’
에이든의 질문에 알폰스는 선뜻 말뜻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안 강해진다는 선택지는 없습니다, 계속 굴리면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강해지게 되어 있습니다.’
‘…….’
차원이 다르긴 했지만, 상당히 저차원의 것이었다.
에이든은 기가 막혔다.
알폰스가 말한 훈련법은 한마디로 기우제식 훈련법이었다.
옛날에는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온다고 믿었다.
이게 의외로 성공률이 상당히 높다는 평가가 있었다.
‘당연하지, 올 때까지 하는데 성공률이 안 높으면 이상한 거 아닌가?’
기우제를 해서 오는 것이 아니라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하니 성공률이 높을 수밖에 없었다.
알폰스의 훈련법이 바로 그것이다.
강해질 때까지 굴린다.
굴리고 또 굴린다면 인간은 어떻게든 강해지게 되어 있었다.
‘살고 싶다면 강해져야 하는 건가?’
참으로 단순무식한 방법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데 왜일까?
에이든은 알폰스의 방식에서 묘한 친밀감 같은 것이 느껴졌다.
익숙하다고 해야 할까?
어디서 많이 보던 방식인 거 같았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걷고 있던 에이든은 기사 훈련소에 도착했다.
‘소리는 안 들리네.’
소음 방지 마법이 걸려 있어서 그런지 안쪽의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았다.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으아아아악!”
“사, 살려줘!”
“허억……. 허억……. 주, 죽는다…….”
고통스러운 신음과 비명이 난무하고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니 기사들은 갑옷을 입은 상태로 훈련장을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기사들의 뒤를 알폰스가 작은 날개를 파닥이면서 따라 날아가고 있었다.
“기사의 생명은 체력이다! 체력이 없으면 검술도 스텝도 아무런 의미도 없는 법이다!”
“체력이 강해야 적과 싸울 수 있고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다!”
“끄아아악! 알폰스 님! 그런데 갑옷이 너무 무거워서 힘듭니다!”
“힘들어도 참아라! 너희는 싸울 때, 갑옷 벗고 싸울 생각이냐? 당연히 입고 싸워야지! 그럼 익숙해져라! 갑옷이 자신의 몸이 된 것처럼 일체감을 느껴야 한다!”
“아악!”
기사들은 달렸다.
벌써 몇 바퀴째인지 모른다.
다리가 후들거리며 입 안에서는 단내가 날 정도로 달렸지만, 저 미친 요정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다.
릴은 그나마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다른 기사들은 다리를 질질 끌면서 간신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창 달리고 있을 때 알폰스는 훈련장으로 들어온 에이든을 발견했다.
“멈춰라!”
“커헉……. 헉헉…….”
“우웩…….”
“우웁…….”
알폰스의 외침에 기사들은 멈추며 자리에 주저앉으며 헛구역질을 했다.
그러든 말든 알폰스는 에이든에게 날아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영주님,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창 훈련 중이라 아직 제대로 된 대접을 하지 못해서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아니, 괜찮아.”
이제 알폰스의 주접에도 어느 정도 익숙하다는 듯 대응하는 에이든.
“상태는 어때?”
“흠,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너무 약해 빠졌습니다.”
알폰스는 어딘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구역질하는 기사들을 노려봤다.
“고작 훈련장 60바퀴 돌았다고 저렇게 구역질이나 하다니…….”
“60바퀴? 갑옷을 입고?”
“네.”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심하다뇨, 으하하하, 영주님께서 재미있는 말씀을 하시는군요, 이건 가벼운 운동 정도입니다.”
“…….”
“저 때는 말입니다, 갑옷 입고 100바퀴를 돌고도 검술 훈련에 스텝 훈련, 몬스터 사냥도 했습니다, 그 정도는 가볍게 소화해야지, 아~ 운동 좀 열심히 했네~ 라며 땀을 닦죠.”
알폰스는 아직도 구역질하는 아니, 토하고 있는 기사들을 한심하다는 듯이 쯧쯧거리며 바라봤다.
“요즘 놈들은 너무 허약합니다, 고작 저 정도 달렸다고 벌써 앓는 소리에 힘들다는 말을 입에 달고……. 제가 있던 시대였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왜일까.
에이든은 알폰스의 모습에서 알 수 없는 익숙함이 느껴졌다.
저쪽 세계에서 택배 상하차 알바했을 때 만났던 반장이 딱 저랬던 거 같았다.
전신에서 느껴지는 진상과 꼰대의 냄새.
‘이놈…….’
알폰스.
그는 요정의 모습을 한 천 년 묵은 꼰대였다.
* * *
그리고 며칠이라는 시간이 지나.
헤스티아 영지를 찾아오는 손님이 있었다.
“영주님,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 누군데?”
“그게…….”
벌컥!
그때였다.
에이든이 앉아 있는 집무실의 문이 거칠게 열리면서 한 남자가 에이든을 향해 달려왔다.
그 남자는 에이든의 책상을 탁! 하고 내리치며 날카로운 시선으로 노려보며 말했다.
“에이든 님…….”
“다, 당신은…….”
“징표! 얼른 돌려주시죠!!”
한니발이 법카 회수하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