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208)
제208화
8화 : 비 오는 날
“후우…… 오늘은 이 정도인가?”
“고생하셨습니다. 공주님.”
“뭐, 이 정도 가지고.”
해밀턴 왕성.
니케 해밀턴은 조금 지친 표정을 지으면서 가볍게 움직이며 몸을 풀었다.
“조금 지치네.”
“이제 좀 쉬시죠.”
“쉬고 싶어도 일거리가 쌓여서 말이야.”
니케는 지금쯤 자신의 방에 쌓여 있을 서신을 떠올리며 골치 아프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전부 귀족들의 관심 아니겠습니까.”
“그건 알지만, 너무 많아. 그거 전부 답장해 줘야 하는 것들이잖아.”
서신이 왔으면 답장을 해야 했다.
만약 한 장이라도 빼먹으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에이든이 봤다면.
‘읽씹이냐!?’
라며 발광했을 상황이다.
그래서 서신에 대한 답장은 하나하나 해줘야만 했다.
니케는 글씨를 쓰던 손목을 풀며 하소연하듯 말했다.
“그것 때문에 내가 이 젊은 나이에 건초염이 온 거 같다니까? 이 손목의 붕대 보여?”
“……제가 도와드릴 수 있다면 도와드리는 건데…….”
“어쩔 수 없어. 론트 경…… 내 글씨체를 따라 못 쓰잖아.”
“……면목 없습니다.”
“됐어. 어차피 시킬 생각도 없었거든.”
“그래도 정말 관심이 많아졌군요.”
“그러게 말이야.”
니케는 이제 와서 태도를 바꾸는 귀족들을 떠올리며 우습다는 반응을 보였다.
“예전에는 그렇게 만나기 힘들던 귀족들이 이제는 그쪽에서 먼저 찾아온다니까?”
예전에 니케가 도움을 구하기 위해서 귀족들을 찾아다녔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하나같이 바쁘다는 이유로 그녀를 만나주지 않았었다.
늘 문전박대만을 당해야만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왕실 내에서 니케의 입지가 달라지기 시작하니 저쪽에서 먼저 접촉해 오고 있었다.
“오늘만 벌써 10명을 상대했어.”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귀족들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해야 할 일이니까.”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귀족들이 싫다고 피할 수 없는 법이었다.
이곳은 전쟁터다.
원하는 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 지나가야 하는 전쟁터.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칼과 방패가 확실히 존재하고 그 위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니케는 그런 전쟁터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패를 모으는 중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니케.”
누군가 방으로 돌아가던 니케를 불렀다.
뒤를 돌아보니 그곳에는 크라토가 서 있었다.
“크라토 오라버니. 여긴 무슨 일로 오셨나요?”
“하하하, 그거야 사랑하는 동생을 보러 온 것이지. 안 그러면 내가 굳이 여기까지 왔겠니?”
“흐음~ 그런가요?”
“물론이지.”
크라토는 힐끔, 니케의 뒤에 서 있는 론트를 바라봤다.
론트는 기사의 예를 올렸다.
“왕국의 별, 크라토 해밀턴 왕자님을 뵙습니다.”
“아아아, 그런 인사는 됐고 잠시 자리를 비켜줄 수 있는가? 동생과 둘이 할 말이 있는데.”
“그게…….”
론트는 니케의 눈치를 살폈다.
증거는 없다.
다만 심증으로 그가 지금까지 니케를 해치려고 했다는 건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자리를 비켜 달라고 하니 망설여질 수밖에 없었다.
“난 괜찮아.”
“하지만 공주님…….”
론트가 걱정스럽게 바라봤지만, 니케는 단호하게 손을 들었다.
그에 론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럼 저는 물러나겠습니다. 편안하게 대화 나누십시오.”
론트가 떠나고.
둘은 느릿한 걸음으로 복도를 걸었다.
둘 사이에는 알 수 없는 정적이 강하게 감돌고 있었다.
그러한 정적을 깬 건 크라토였다.
“충신이구나.”
“훌륭한 기사죠.”
“그래, 내가 봐도 그런 거 같구나. 저 정도의 기사는 어디 가서 다시는 못 구할 거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듣기로는 최상급의 경지를 넘어서 마스터에 발을 걸치고 있다고 하던데.”
“본인은 노력하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우연히 얻은 게 있다고.”
“하하하. 마스터급 기사라. 언제나 생각하지만, 내 동생의 인복은 대단한 거 같구나.”
“저도 그런 거 같아요.”
크라토의 말을 니케는 웃으면서 받았다.
둘은 몇 번이나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가볍게 안부를 물었다.
언뜻 보면 평범한 일상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니케는 느낄 수 있었다.
대화 속에 숨겨진 싸늘한 비수를.
“그나저나 이번에도 큰일이 있었던 모양이던데. 흑마법사에게 공격을 받았다지?”
“네.”
“듣기로는 흑마법사들이 마족까지 소환했다고 하던데 몸은 괜찮니?”
“보시다시피 상처 하나 없이 괜찮아요.”
“그런 거 같구나. 다치지 않은 모습을 보니까 정말 좋구나.”
인사치레는 여기까지.
크라토는 슬슬 본론을 꺼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이번에도 에이든 사론톤의 활약이 컸다지? 마족도 쓰러트리고. 마족의 뿔까지 회수했다지?”
“맞아요! 에이든 경의 활약이 대단했죠. 만약 그가 없었다면 저는 아마 여기에 없었을 거예요.”
“이거 참, 이게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구나. 이렇게 된 이상, 그냥 넘어갈 수 없겠구나.”
“네?”
“사랑하는 동생을 구해 준 은인이 아니냐. 그러니 내가 개인적으로 감사도 할 겸, 만나 보고 싶구나.”
“…….”
‘이거구나.’
왜 쓸데없이 말이 많은가 했더니 크라토의 목적은 에이든이었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크라토는 몇 번이나 니케를 죽이려고 계획을 세웠지만 하나같이 에이든에게 방해받았다.
그러니 이번엔 순서를 바꾸려는 것이다.
‘에이든 경을 노리는 건가?’
에이든을 먼저 처리하기로.
다만 밖에서는 죽이기 힘드니 따로 자리를 내서 다른 장소에서 에이든을 죽이려는 것이었다.
자신이 직접 말해도 상대가 응하지 않을 거 같으니 니케를 통하려는 것이었다.
“한번 말을 전해 주겠니?”
“뭐, 만나는 건 에이든 경의 자유니까요. 말은 전해 줄게요.”
“하하하, 그렇게 해 준다면 고맙겠구나.”
우뚝.
같이 걷던 니케가 걸음을 멈췄다.
그에 의아하듯 크라토가 뒤를 돌아보자 니케는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거 아시나요? 제가 이번에 칼리바이 숲에 간다는 건, 갑자기 결정된 일이라서요. 아는 사람은 극히 일부밖에 없었죠.”
“그랬니? 그랬구나.”
“네. 제가 가는 걸 아는 건, 아버지와 론트 경 그리고 저와 함께 간 기사를 제외하고 몇 명의 귀족밖에 없었죠.”
“…….”
“그런데 제가 도착하니까. 보기 좋게 흑마법사들이 저를 공격했죠.”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냐?”
“그 흑마법사들은 제가 거기에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 들은 걸까요?”
그 말을 하고 고개를 들자, 니케는 볼 수 있었다.
크라토의 얼굴이 지금까지 봤던 것과는 달라져 있다는 걸 말이다.
잘 감춰졌던 그의 진짜 표정이 일부지만 작게 드러났다.
그도 눈치챈 것이다.
니케가 칼리바이 숲으로 갑자기 떠나기로 한 이유가 자신을 꾀어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그녀는 스스로를 미끼로 던진 것이다.
물 수밖에 없는 미끼를.
니케를 처리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를 크라토가 놓치지 않을 거라는 것을 니케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 결과였다.
니케는 크라토가 흑마법사와 관련 있다는 작은 단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아직 엮기에는 부족하지만, 작은 단서를 시작으로 파고들어 갈 틈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냐.”
“제가 이전에 말씀드렸죠? 저는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다고요.”
크라토를 바라보는 니케의 눈빛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힘이 느껴졌다.
그녀는 크라토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더는 당하고만 있을 생각은 없거든요. 각오하시는 게 좋을 거예요.”
그녀의 말을 받은 크라토의 입가에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스산한 미소가 그려졌다.
처음으로 최측근에게만 보여주던 그의 진짜 얼굴이 드러난 순간이었다.
음산하면서도 스산한 미소를 지은 크라토는 그녀의 말을 받아치듯 말했다.
“한번 해 보아라. 할 수 있다면 말이지.”
* * *
“후우…….”
늦은 시각.
해가 떨어지고 달이 떠오르는 밤이 되고 나서야 자유가 된 에이든은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에이든은 창밖을 바라봤다.
촤아아악…….
“비가 오네.”
밖에는 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일단 바루스에게 말해 놨고.’
헤스티아 영지에 도착하자마자 에이든은 할 일이 무척이나 많았다.
가장 먼저 아이언 드워프의 일이 있었다.
이 부분은 혼자 생각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바루스와 회의를 해야만 했다.
‘이 일은 바루스에게 맡겨 놨으니까.’
바루스에게 그쪽 사정은 잘 설명했다.
한참 설명을 들은 바루스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방법을 찾겠다고 말했다.
‘잘하겠지.’
바루스는 원작에서도 중요한 인물로 나올 정도였고 그 재능은 이미 입증되어 있었다.
그런 그라면 드워프와의 거래도 알아서 잘할 것이다.
‘선은 잘 지키니까. 들키지 않게 거래하는 방법도 알아서 찾아내겠지.’
그 외로도 발광석을 구매할 사람을 찾았고, 곧 거래가 성사될 거라는 말도 있었다.
거기에 마나석, 비누, 커피에 관련된 이야기도 한참 나눠야만 했다.
“돈 벌기 힘들다~ 그래도 얼마 남지 않았어.”
조금만 더 하면 된다.
조금만 더 하면…….
똑똑똑…….
“누구세요?”
“아들.”
“어머니?”
비앙카의 목소리에 깜짝 놀란 에이든은 일어나서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 비앙카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녀는 두 개의 술잔과 술병을 들고 있었다.
“들어가도 되지?”
“네, 물론이죠.”
에이든은 비앙카에게 술병과 잔을 받은 후 함께 안으로 들어왔다.
방 안으로 들어온 비앙카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들 방은 오랜만에 들어오는 거 같네.”
“그런가요?”
그런 거 같았다.
하긴.
비앙카를 만날 때는 대부분 밖이거나 아니면 집무실이나 식당이었다.
방에서 만날 일은 없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비도 오고…… 오랜만에 아들이랑 술 한잔하려고.”
비앙카는 술병의 뚜껑을 열었다.
영지에서 만드는 술 냄새가 아닌 다른 강한 알코올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바루스가 구해 줬단다.”
“바루스가요?”
“그래, 다른 영지에서 만든 술인데 맛이 썩 괜찮다고 하더구나.”
확실히 냄새가 나쁘진 않았다.
비앙카는 비어 있는 잔에 술을 채우면서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그러곤 잔 하나는 에이든에게 내밀었다.
그에 에이든은 웃으며 잔을 받았다.
“같이 해 드려야죠.”
그런 에이든을 보며 비앙카는 웃었다.
둘은 도란도란 잡다한 이야기를 하면서 술병을 비워나갔다.
술이 좋아서 그런가?
빗소리를 안주 삼자 술병은 빠르게 비워져 가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와중에 비앙카의 뒷목을 잡게 하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데마크 백작가의 사람을 죽도록 패놨다고?”
“네.”
“그리고 그걸 흑마법사가 한 것처럼 만들어 놨다고?”
“네. 아마 제가 했다는 건 절대 모를 거예요. 지금쯤 흑마법사 죽이겠다고 난리 치고 있을걸요? 으하하!”
“…….”
비앙카는 껄껄 웃고 있는 에이든을 보며 잠시 빈 술병을 바라봤다.
한 대 치면 조금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까?
도대체 누가 흑마법사인 척하고 백작 가문의 사람을 건드린단 말인가.
들키는 순간 이단 심판을 받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확실하게 뒤처리는 했으니까요.”
에이든은 의기양양하게 엄지를 들었다.
비앙카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저 당당하게 솟은 엄지를 꺾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이제 술병이 비었네요?”
“그러게.”
“그래도 좋네요. 이렇게 빗소리 들으면서 어머니와 술을 마시다뇨.”
비앙카는 더는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는 에이든의 말에 조금 씁쓸함을 느꼈다.
‘이제 더는 엄마라고 불러주지 않는구나…….’
술은 달콤했지만, 뒷맛이 썼다.
* * *
비앙카와 술 한잔 마시면서 대화를 나눈 에이든.
술병을 비우고 몇 마디 잡담을 더 나누고 비앙카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그녀가 돌아가고 나서 에이든은 혼자서 빗소리를 듣고 있었다.
“자, 그럼.”
혼자 남게 된 에이든은 건물주 상점을 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앙카와 마시는 동안 메시지 창이 날아왔기 때문이다.
[영약 연구가 완료되었습니다.] [발광석 연구가 완료되었습니다.] [건물주 상점에 새로운 건물이 추가되었습니다.]현질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