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37)
제37화
12화 : 가장 불쌍한 사람
흉흉한 기운이 느껴지는 거대한 마법진.
마법진 위에는 강철과 다른 무언가를 섞어서 만든 우리가 놓여 있었다.
우리 안에는 붙잡힌 드워프가 잠들어 있었다.
흑마법사는 그런 드워프를 무심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도망친 놈은?”
“놓쳤습니다.”
“이유는?”
“갑자기 알 수 없는 빛과 함께 사라졌습니다.”
“……텔레포트인가? 설마 우리의 계획을 눈치채고?”
“아무래도 그런 거 같습니다.”
흑마법사는 인상을 찡그렸다.
이번 작전은 절대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도록 엄밀히 기밀에 붙였다.
‘그런데도 새어 나갔다고?’
“하지만 이상하군. 우리의 계획을 눈치챘다면, 이놈들은 왜 붙잡힌 거지?”
“혹시 도망친 드워프 혼자만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요? 만약 그것도 아니라면.”
“작전 당일, 계획을 알게 되었고, 알릴 시간이 없었다, 라는 건가?”
“그런 거 같습니다.”
“하.”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 계획을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던가.
그런데 작전 당일 계획이 새어 나갔고, 졸지에 드워프 한 놈을 놓치고 말았다.
“추적은?”
“불가능합니다. 텔레포트 마법진의 설정을 살펴봤는데, 도착 지점이 무작위였습니다.”
“무작위라면, 추적은 불가능하겠군.”
도착 지점을 정해 놨다면 좌표를 더듬으면 되겠지만, 무작위라면 그것도 불가능했다.
가능은 하지만, 그 모든 좌표를 뒤지는 건, 사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웠다.
“쯧, 귀찮게 되었군.”
“심려 끼쳐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됐다. 일단 그날 작전에 동원되었던 놈들 전부를 심문해라. 누가 정보를 누설했는지 찾아야 한다.”
“알겠습니다.”
남자는 고개를 숙인 후, 밖으로 사라졌다.
흑마법사는 깊은숨을 토해 냈다.
“돌겠군. 도대체 어디서 정보가 새어 나간 건지. 이 일이 알려지면, 엄청나게 깨지겠어.”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정보를 누설한 이는 아무도 없다는 것을.
게렌이 도망칠 수 있었던 것도 발이 잘못 걸려서 개구멍에 빠진 것뿐이고.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탈출한 것도 은신처로 피하려다가 비밀번호를 잘못 눌러서 그렇게 된 것뿐이라는 것을.
하나, 그가 이 사실을 알게 되는 일은 영원히 없었다.
“반드시 찾아서 죽여 버리겠어.”
한마디로 헛고생이다.
* * *
“음.”
에이든은 지금 고민에 빠졌다.
드워프를 구하기 위해서?
그것도 아니라면, 원작 주인공에 대한 고찰?
아니.
“뭘 지를까.”
현질할 생각에.
양조장을 만들고, 즉시 완료권까지 남발하는 바람에 골드를 상당히 썼다.
거기에다 양조장 맥주 맛에 빠진 게렌에게 맥줏값을 빌려줬더니 29,774골드가 남았다.
남은 29,774골드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써야만, 잘 썼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건물주 상점.”
건축 즉시 완료 – ??? 골드.
임대차 계약서 – 300골드.
목책 LV. 2 – 6,000골드.
경비소 LV. 2 – 6,000골드.
약초 화원 LV. 2 – 6,000골드.
병사 훈련소 LV. 3 – 15,000골드.
…….
“흐음…….”
“뭘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고민에 잠겨 있을 때, 알프레도가 옆에서 차를 따르며 물었다.
“뭘?”
“드워프 말입니다. 어떻게 구하실 생각입니까?”
“…….”
“설마 아무 생각 없으십니까?”
“…….”
“하지만 그 드워프 앞에서는 반드시 구해 줄 테니까, 걱정 말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럼 대놓고, ‘아, 답도 없네…….’라고 할 수 없잖아.”
알프레도는 어이없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그냥 공수표를 날렸다는 말이다.
하지만 답이 없는 건, 진짜였다.
“흑마법사는 강해. 원작에서도 주인공이 구하긴 했지만, 그들도 죽을 뻔했어.”
“주인공이 했던 방법을 쓰면 되지 않을까요?”
“불가능해.”
“왜죠?”
“주인공은 신에게 선택받은 존재로 용사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거든.”
“용사의 권능이요?”
“어.”
용사의 권능.
‘멸악의 기사’에서 주인공이 받은 능력 중 하나다.
악을 멸하기 위한 권능으로 흑마법사가 사용하는 암흑 마나에 간섭하는 것이 가능했다.
흑마법사와 대치 중, 권능을 각성한 주인공은 아슬아슬하게 승리를 거둔다.
“권능이 없으면 안 되는군요.”
“나는 그런 게 없거든.”
에이든은 주인공이 사용했던 방법은 사용할 수 없다.
그는 ‘멸악의 기사’에서 주인공이 아니니까.
권능이 없다.
심지어 주인공은 그 권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적의 보스까지 놓쳤다.
권능이 없는 에이든이 당장 간다고 뭘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럼 포기할 생각입니까?”
“아니, 절대 포기 못 하지.”
에이든은 포기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마운틴 드워프는 뛰어난 광부잖아. 안 그래도 광산 하나 찾으려고 했었거든.”
광산을 찾는다고 끝인가?
아니다.
광산에서 광석을 캐기 위해서는 광부가 필요했다.
마운틴 드워프는 굴착 기술이 뛰어나다.
그들의 기술이라면 훌륭한 광부가 될 수 있을 터.
“그들을 전부 구한다면, 우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어?”
“그렇기야 하겠죠?”
“마운틴 드워프는 은인 관계는 확실히 하는 종족이야. 생명의 은인 부탁 정도는 깔끔하게 들어주겠지.”
“그거야…….”
“그럼 공짜로 부려 먹어도 군소리 못 하겠지? 막 조금 늦을 때까지 굴려도 상관없지 않겠어?”
“…….”
“투자한 만큼, 팍팍 굴리는 거야. 괜찮아, 마운틴 드워프는 튼튼하다는 설정이거든. 며칠 밤새운다고…….”
음침한 계획을 세우는 그를 보며, 알프레도는 싱긋 웃었다.
‘드워프의 신은 없는 게 분명해.’
신은 죽었다. 그는 그렇게 느꼈다.
* * *
현실이 막막한 건, 사실이다.
원작에 나온 내용대로라면, 그곳은 이미 흑마법사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터.
‘어떻게 뚫어야 하나.’
시간은 많지 않다.
원작 내용을 생각하면 흑마법사는 강하다.
원작에서 레벨이라는 것이 표현되지 않았기에 그 강함을 수치화할 순 없지만.
‘전투 내용을 보면, 최소한 50?’
흑마법사의 마법은 무엇 하나 파괴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다.
‘지금 병사와 기사의 수준으로 흑마법사와 싸우는 것이 가능할까?’
병사 훈련소 레벨을 더 올리고, 굴린다면 대항하는 것이 가능할까?
아니.
마수와 달리 흑마법사는 고작 며칠 구른다고 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니면 포탑 레벨을 올릴까? 내 무장 지대가 있으면……. 아니면 레벨을 더…….’
“영주님?”
“응?”
“갑자기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시는 겁니까?”
바루스의 목소리에 생각에 잠겨 있던 에이든은 정신 차렸다.
깜빡했다.
바루스의 요청을 받고, 함께 대장간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아니, 생각할 게 있어서.”
“그렇습니까? 아, 영주님. 여쭈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응?”
“이 수노기라는 거 말입니다.”
“안 팔아.”
“왜요!? 이거 팔립니다! 지금 쇠뇌도 팔리고 있는데, 이 수노기는…….”
“쇠뇌보다 훨씬 좋지.”
“맞습니다! 이거 돈이 될 게 분명합니다.”
바루스의 눈에 강한 이채가 서렸다.
상인의 감이 말한다.
이 수노기라는 건, 반드시 팔린다는 것을.
“쇠뇌도 확실히 좋습니다. 조금만 배우면, 초보자도 다룰 수 있고, 위력도, 사거리도 나쁘지 않습니다.”
“단점이라고 한다면, 장전이 어렵다는 것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수노기는 아닙니다.”
“통에 화살을 넣고, 여기에 있는 레버를 뒤로 당기면 장전과 동시에 사격까지 가능합니다. 이거라면 힘이 약한 여자들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는 침을 튀겨 가며 수노기의 훌륭한 점에 대해서 찬사를 보내기 시작했다.
뭐, 그렇다고 해도.
“안 팔아.”
“왜요! 돈이 됩니다!”
“돈은 되지만,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 건 없어.”
“돈이 되는데요?”
“말했잖아, 우리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다고. 그러니 지금은 안 팔아.”
“그게 무슨…….”
에이든은 물끄러미 바루스를 쳐다봤다.
그 시선에 바루스는 눈동자를 굴리더니, 뚝, 하고 멈췄다.
“……그렇군요. 영주님은 나중을 생각하고 있으시군요.”
에이든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에 바루스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얼마나 깊은 심계란 말인가!
지금 당장 수노기를 팔지 않는 건, 나중을 위한 일이었다.
“수노기는 쇠뇌의 상위 호환의 물건. 만약 지금 수노기를 푼다면, 쇠뇌를 사려고 하지 않겠군요.”
그는 흩어진 퍼즐을 하나씩 주워 맞추기 시작했다.
“일단 쇠뇌가 자리 잡는 것을 기다릴 생각이시군요. 쇠뇌는 시작인 거예요. 쇠뇌를 쓰면 이전의 활로 돌아갈 수 없겠죠.”
“맞아.”
“영주님은 그걸 기다리시는군요? 쇠뇌가 깊숙하게 자리 잡는 것을.”
역시 머리가 좋았다.
주인공의 조력자답게 머리 굴러가는 것이 범상치 않을 정도였다.
거기에 눈치도 빨랐다.
몇 마디 했을 뿐인데, 에이든이 그리는 그림을 보고 있었다.
“2년……. 아니, 1년 동안 쇠뇌로 단물을 쭈욱, 빨아먹으신 다음에 수노기를 풀 생각이시군요.”
“……단물을 빨아먹다니, 내가 무슨 모기도 아니고.”
“귀족의 고혈을 빨아먹을 생각이시잖아요.”
“…….”
“표정이 왜 그러세요?”
“이래서 눈치 빠른 상인은 싫다니까.”
“원래 상인은 눈치로 먹고사는 거 아니겠습니까?”
“……분위기가 많이 변했네.”
“예?”
“아니야.”
바루스의 분위기는 많이 변했다.
예전에는 자신이 없고, 어딘가 어두웠는데, 최근엔 좀 밝아졌다.
보기는 좋았다.
“영주님께서는 그렇게 쇠뇌가 귀족들 사이에 스며들 때, 다시 수노기를 풀 생각이시겠죠.”
“맞아. 이미 쇠뇌에 맛 들인 귀족들은 이렇게 생각하겠지? 쇠뇌보다 좋은 수노기? 이건 사야 해! 라고 말이야.”
“참을 수 없겠죠. 그때쯤이면 쇠뇌의 위력은 검증되었을 테니까. 그것보다 좋은 수노기를 가지고 싶어 하겠죠.”
“그러면 자연스럽게 귀족 놈들은 돈주머니를 열 수밖에 없지. 그럼 그때 다시 탈탈 털어 버릴 수 있지. 쇠뇌로 1차, 수노기로 2차.”
“…….”
바루스는 크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도 나름의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어느 정도 인정까지 해 줬다.
하지만 에이든을 보고 있자면, 자신의 재능 따위는 티끌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와, 어떻게 하면 사람이 이렇게 사악할 수 있지? 나는 아직 멀었구나.’
하늘 위에는 또 다른 하늘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바루스는 앞으로 그에게 털릴 귀족들이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렇게 한참 어떻게 돈을 벌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둘은 대장간에 도착했다.
“레비.”
“아, 영주님 오셨습니까? 무슨 일로 여기에…….”
“요즘은 어때? 한가해?”
“비교적 한가합니다만, 그것은 왜……. 설마?”
에이든은 웃었다.
레비는 이를 악물었다.
플라워 상단이 왔다는 소리를 듣고, 이미 각오하고 있었던 일이었다.
예전에는 플라워 상단이 오면 가슴이 뛰었다.
과연 이번엔 어떤 물건을 가져왔는지, 이런 변방까지 찾아와 줘서 고맙기까지 했다.
영지민 대부분이 플라워 상단이 오는 것을 오매불망 설렘을 안고 기다렸을 것이다.
하나, 최근 그 설렘의 종류가 바뀌었다.
최근 들어 플라워 상단이 오면, 불안감에 가슴이 뛴다.
이번엔 어떤 발주서를 가지고 왔고, 수량은 얼마나 되는지……. 걱정이 앞섰다.
‘후우, 각오하고 있던 일이다. 그래도 괜찮아. 아직 할 수 있어.’
그는 각오를 다졌다.
“이번엔 얼마나 됩니까?”
“아아, 저번과 비슷해.”
“저번과 비슷하다고요?”
그 말은 500개라는 건가?
조금 안심은 되었다.
500개가 쉬운 건 아니지만, 이미 한 번 해 봤기에 그 정도는 충분히 가능했다.
괜히 긴장했다는 생각에 맥이 좀 풀렸다.
“그 정도면 할 수 있겠군요.”
“할 수 있다고?”
“물론이죠. 저번과 비슷하다면, 이번엔 조금 여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숙달되었거든요.”
“그게 벌써 숙달돼?”
“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렇게 굴렸는데, 숙달이 안 될 리가 있나.
이제는 눈을 감고도 쇠뇌를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제 자신이 대장장이인지, 목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단련되었다.
“주십시오.”
“오, 여기.”
에이든은 웃으며 발주 서류를 넘겼다.
서류를 보던 레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뭔가 이상했다.
“여, 영주님……. 여기 발주에……. 1,000개라고 적혀 있는데, 뭐가 잘못된 거 아닙니까?”
“아니야, 제대로 봤어.”
“하지만 분명 저번과 비슷하다고…….”
“비슷하잖아.”
“어디가 말입니까!?”
500과 1,000이 어디가 비슷한데!?
단위도! 00이 붙은 거 빼고는 무엇 하나 비슷한 점은 일절 없었다.
“에이, 비슷하잖아. 2배라는 점이.”
“…….”
“그래도 할 수 있다니, 다행이네. 그럼 플라워 상단이 떠나기 전까지 부탁해~”
“여, 영주님!? 영주님!!”
에이든은 바루스의 등을 밀면서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이래도 되는 겁니까?”
“괜찮아. 말은 저렇게 해도, 시키면 다 하거든.”
“…….”
솔직히 에이든에게 걸린 귀족들이 불쌍하긴 했지만.
‘……레비 님이 가장 불쌍한 거 같아…….’
“영주님!!! 도움!!!”
바루스는 차마 저 외침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순 없었다.
그도 살고 싶으니까.
* * *
“후우, 정말 어떻게 할까? 그냥 눈 감고 병사 훈련소의 레벨을 올리고, 애들을 굴릴까?”
에이든은 아직도 흑마법사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에 잠겨 있었다.
바로 그때였다.
[특별한 존재가 당신을 초대합니다.]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Y/N]“……이게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