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71)
제71화
21화 : 내면의 어둠(2)
뚝딱뚝딱!
탁탁!
삐익-! 삐익-!
“…….”
“세상에…….”
니케와 한니발은 처음에는 에이든이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한다고 생각했다.
뭐?
라바돈 영지에, 그것도 태양 신전 아래에 흑마법사들이 모여서 의식 준비를 하고 있고.
사람들이 사라지는 이유가 그들에게 납치당했기 때문이란다.
그것만으로도 믿기 힘든데, 범인은 알고 보니, 대주교인 포토스란다.
‘말도 안 되는 소리지.’
‘포토스, 우리 조사에 의하면 선인으로 소문이 자자해, 빈민가 구제 활동에 반드시 참석하며, 직접 사람들을 만나 치료까지 해주는 그런 자가 배신을?’
포토스의 선행은 조금만 조사해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를 칭송하는 사람들까지 있을 정도였다.
그런 그가 이 모든 일의 주범이며, 흑마법사와 내통한 배신자라니.
그 누가 믿겠는가.
거기에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데, ‘요정의 가호를 받아서 요정이 알려 줬습니다.’란다.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그때, 에이든이 말했다.
‘이 영지에 낡은 집 하나 없습니까? 주인 없는 곳으로. 제가 증거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일단 한번 믿어 보기로 하고, 수소문 끝에 낡은 빈집을 찾아줬다.
일단 그가 가져온 마도구는 진짜니까.
반신반의하면서도 따랐는데.
“정말 요정이군요.”
“요정이잖아?”
요정이 나오더니, 집을 고치기 시작했다.
정말 요정이다!
저 작고 포동포동한 몸!
작고 귀여운 얼굴에 날개를 파닥이면서 날아다니는 것이 너무나도 깜찍했다.
물론.
‘왜 작업복을 입고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동화책이나 문헌으로만 보던 요정을 실제로 보다니!
심지어 수십 마리가 나와 집을 고치고 있는 신비로운 광경에 둘은 넋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요정이라니…….”
니케는 너무 신기했다.
평소라면 왕족으로서의 위엄을 지키려고 노력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신기하네…….”
찰싹!
너무 신기한 나머지 손을 뻗어 요정을 만지려고 하자, 요정이 귀찮다는 듯 니케의 손을 때렸다.
“아야!”
삐익-! 삐익-!
“바, 바쁘니까, 건들지 말라는 건가?”
삐익-!
요정들은 다시 작업에 들어갔고, 빛무리에서 재료를 꺼내 낡은 집을 고치고 사라졌다.
순식간이었다.
분명 낡은 집이었는데, 지금은 새집처럼 변했다.
“……집에서 신기한 기운이 느껴지는군요, 이게 요정의 힘인가요?”
한니발은 아직도 정신없는 듯했다.
당연했다.
지금까지 요정은 단 한 번도 목격된 적 없는 신비로운 존재다.
오래 살아온 그조차도 본 적 없는 요정이 눈앞에 나타나 집을 고치다니.
“……들은 적이 있습니다, 요정의 가호를 받은 자……. 그리고 그런 이들을 일컫는 호칭이 있죠, 그게 아마 페어리 프린…….”
“프린스.”
“프린세…….”
“프린스.”
“…….”
“프린스.”
“……프린스군요. 하긴 남자니까.”
에이든의 강렬한 눈빛에 한니발은 수긍하듯 호칭을 바꿨다.
어쨌든.
밑밥은 깔았다.
요정은 지금까지 한 번도 발견되지 않은, 어찌 보면 드래곤보다 훨씬 신비로운 존재다.
동화책, 문헌 같은 것에서 아주 조금씩 정보가 전해지기에 막연히 존재했었던 거구나……. 했을 뿐인 존재.
에이든은 그것을 이용할 생각이다.
“사실 이곳에 왔을 때, 요정들이 저에게 알려왔습니다, 위험한 존재가 있다고, 그리고 그들이 가 보라고 한 장소에 가서 땅을 파보니, 그 마도구가 나온 겁니다.”
“요정에게 말입니까?”
“요정에게 그런 능력이 있습니까?”
“요정 본 적 있으세요?”
“……오늘 처음 봅니다.”
“그럼 말을 마세요, 제가 요정 잘 아는데, 요정은 가끔 그런 식으로 저에게 조언해 줍니다.”
“대단하군요, 요정에게 미래 예지와 비슷한 능력이 있었다니…….”
“그러니, 신비로운 종족인 거죠.”
요정은 신비로운 종족이다.
거기에 알려진 정보도 극히 일부이고, 실제로 본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한마디로.
‘이걸로 사기 치기 딱 좋지, 영지에서도 그랬잖아, 어지간한 일은 전부 요정이 알려줬다고 하면 다 통하거든.’
이 얼마나 편한 핑곗거리란 말인가.
이쯤 되자, 설득이 먹힌 건지 한니발과 니케의 표정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정말 포토스 대주교께서 그런 짓을. 하지만…… 그분은……. 아니…….”
“그러고 보니…….”
그때였다.
한참 생각에 잠겨 있던 니케가 고개를 들었다.
“사람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 한 달 전이라고 했었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대주교가 빈민 구제하겠다고 활동을 시작한 것도…….”
“한 달 전……. 끄응…….”
한니발은 신음을 미처 다 삼키지 못했다.
시기가 절묘했다.
모든 의심의 화살이 대주교, 포토스를 향하고 있었다.
대주교가 그러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한니발의 마음은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태양은 언제나 하늘 위에서 모두에게 공평하게 빛을 나눠 주고 있죠, 신은 공평합니다, 하지만 그 빛을 받는 사람도 같을 수 있을까요?”
“…….”
“쏟아지는 빛 위에 사람이 서 있을 경우, 그 뒤로 그림자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고, 그 누구라도 어둠을 품고 있다는 말씀입니까?”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누구나 내면에 어둠을 품고 있기 마련이지, 에이든 경의 말도 맞네요.”
니케도 그러한 사람은 많이 봤다.
겉으로는 한없이 선량한 선인이면서, 뒤에서는 음습한 짓을 저지르는 사람.
“……알겠습니다, 그럼 신전으로 돌아가서 이 일에 대해서 자세히…….”
“아, 그런데 시간이 없습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내일 의식이 시작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납치당한 사람들은 전부 그곳에서 죽게 될 겁니다.”
“그런……! 그걸 어떻게…….”
“요정이 말해 줬습니다.”
“…….”
한니발은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솔라시여…….’
과연 이 말을 믿어도 될까?
시간이라도 있다면 천천히 뜯어볼 텐데, 그 시간조차 없었다.
“일단 들이받죠.”
“들이받다니……. 그게 무슨…….”
“일단 들이받은 다음에 생각하자는 겁니다. 시간도 없는데 고민할 여유가 있습니까?”
“하지만 그랬는데, 아니라면…….”
“아니면 말고.”
“그게 무슨!”
“만약 들이받고 아니라면, 그냥 요정이 잘못 알려줬다고 깔끔하게 사과하고 끝내죠.”
니케도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네요, 때로는 신중하면 기회를 놓치기 마련이죠, 가끔은 무식하게 들이받을 때도 필요한 법이죠.”
“그렇죠, 아니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진짜라면…….”
“사람들을 구할 수 있고.”
“아니면.”
“어쩔 수 없고.”
에이든과 니케는 생각보다 쿵짝이 맞았다.
“뭘 좀 아시네요.”
“에이든 경도.”
“끄응……. 알겠습니다.”
한니발도 고민을 끝냈다.
“돌아가는 즉시, 성기사들을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 밤이 되었을 때.
“움직인다.”
결전의 시간이 왔다.
* * *
“드디어 내일이면…….”
마법진을 보고 있는 포토스는 감격에 젖은 듯, 눈을 감았다.
내일이면 이 모든 것이 끝난다.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의식.
누군가 마도구를 훔쳐 갔을 때, 조금 막막하긴 했지만, 대체할 방법은 있었다.
의식의 질이 떨어지긴 하지만, 흑마법사들을 이용하면 마도구를 대신할 수 있었다.
‘만전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의식의 준비는?”
“곧 끝납니다.”
“좋군.”
인자한 가면을 벗은 포토스의 입가에는 비틀린 미소가 자리했다.
내일이다.
내일이면 자신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을 손에 넣는다.
그걸로 자신에게 이따위 모욕을 준 태양 신전에 복수하며,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 것이다.
‘나야말로 위대한 존재, 교황보다, 평민 성녀보다 훨씬 위대한 존재가 될 수 있다!’
“조금만 더…….”
그때였다.
“포토스 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가장 중요한 순간인데.”
“그, 그게……. 서, 성기사들이 쳐들어왔습니다!!”
그 말에 포토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성기사들이?
“그게 무슨! 성기사가 움직였다면 내가 모를 리가 없는데!!”
성기사를 움직이려면 대주교의 승인이 필요했다.
성기사가 움직였다면 대주교인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누가 독단으로……. 설마 한니발이? 아니, 그럴 리는 없는데…….”
한니발은 한없이 순종적인 솔라의 신하.
그런 그가 자신의 권한으로 독단적으로 움직였을 리가 없었다.
‘도대체 누가? 그것보다 어떻게 여길 알았지?’
쿠웅!!
지하가 흔들리며, 폭음 소리와 더불어 성기사와 흑마법사가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포토스는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뭔가 일이 잘못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것도 제대로.
* * *
“정말 신전 지하에 이런 장소가 있을 줄이야.”
“흑마법사다, 죽여라!”
“짐승은 죽여라, 살릴 필요 없다!”
성기사들은 검을 들었다.
신성한 기운이 감도는 검을 휘두를 때마다 사악한 흑마법사의 육체가 베여 나가기 시작했다.
“다크 파이어 볼!”
“아이스 스피어!”
흑마법사들은 이대로 당할 수 없다는 듯, 성기사들을 향해 마법을 날렸다.
“방패를 들어라!”
“막아라!”
“솔라시여!”
“빛이 있으리!!”
날아오는 마법을 보며 성기사들이 방패를 들었다.
신성력이 깃든 방패는 강력한 방어력을 자랑하며, 날아오는 마법을 손쉽게 막았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흑마법사를 바라보는 성기사들의 눈에는 짙은 살기가 감돌고 있었다.
“일단 전부 죽여라, 어떻게 된 일인지는, 그 후에 생각한다.”
“솔라의 가호가 있길!!”
“빛이 함께한다!!”
“빛이여! 저들의 머리를 쪼개 주십시오!”
* * *
“진짜잖아?”
지하에 들어온 니케는 끝없이 펼쳐진 통로를 보며, 할 말을 잃었다.
반신반의하긴 했지만, 정말 태양 신전 지하에 이런 통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
거기에 흑마법사라니.
“정말 에이든 님의 말씀이 맞았군요.”
“그러게 말이야.”
“그런데 요정이라니……. 저는 실제로 못 봐서 못 믿었는데, 이러니 믿을 수밖에 없겠군요.”
“그러니까, 에이든 사론톤, 마탑에서 움직였던 이유가 설마 요정 때문인가?”
그때였다.
“침입자! 죽어라!”
흑마법사가 니케를 발견하고는 그녀를 향해 마법을 사용했다.
그것을 확인한 기사는 검집에서 검을 뽑았다.
우우웅.
그의 검에 선명한 마나가 씌워졌다.
마나 블레이드.
익스퍼트 최상급에 오른 기사의 손이 움직이는 순간 마법이 잘려 나갔다.
그리고 그 너머에 있는 흑마법사도 기사의 검격을 피하지 못했다.
서걱!
“커억…….”
“공주님, 여긴 너무 위험합니다, 흑마법사들이 제법 많습니다.”
“알고 있어, 그래도 론트 경, 자네가 나를 지켜줄 거 아닌가?”
“끄응……. 그렇긴 합니다만…….”
“그럼 됐지, 아무튼…….”
니케는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웃었다.
“생각보다 일이 재미있게 돌아가는군, 만약 이 일을 해결한다면…….”
이 실적을 가지고 돌아갔을 때, 과연 크라토와 젤로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재미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페어리 프린세스, 에이든 사론톤……. 그에게도 흥미가 생겼어.”
니케는 음침한 미소를 흘렸다.
오랫동안 그녀를 보필해 왔던 론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또 시작이시군.’
에이든 사론톤.
과연 그녀의 관심이 해가 될지 득이 될지는 그의 행동에 따라 정해진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는 어디에 있는 겁니까?”
“응?”
“에이든 사론톤 말입니다, 듣기로는 이 일에 가장 앞장섰다고 했는데…….”
주변을 둘러봤지만, 에이든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애당초 신전에 오지 않았다.
“글쎄? 나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마지막에…….”
마지막으로 그를 봤을 때, 니케는 그가 들고 있던 도구가 묘하게 신경 쓰였다.
“삽을 들고 있었는데……?”
* * *
흑마법사와 성기사의 격렬한 전투가 치러지는 동안.
의식이 펼쳐지는 넓은 공동에서 포토스는 이빨로 손톱을 물어뜯고 있었다.
“빌어먹을! 한니발! 그놈이 도대체 어떻게 이 장소를 안 거지? 언제부터!!”
한니발은 어제까지만 해도 자신에게 살갑게 인사하며, 실종자에 대해 걱정을 털어놨었다.
혹시 그때부터 알았나?
아니, 그럴 리는 없었다.
그의 성격을 생각하면, 이 일을 알았다면 그런 식으로 말했을 리가 없었다.
‘그럼 언제…….’
“포토스 님! 큰일 났습니다! 성기사들이 너무 강해서, 흑마법사들이 당하고 있습니다!!”
“…….”
“포토스 님!!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이대로 가면 전부 죽습니다!!”
흑마법사의 외침에 포토스는 이를 악물었다.
“……조금 이르지만, 의식을 시작한다.”
불안정하긴 하지만, 의식을 한시라도 빨리 당겨서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말에 흑마법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놈들이 여기까지 쳐들어오려면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바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나도 바로 준비를…….”
그때였다.
쿠궁!
공동의 천장 부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무언가 부수는 소리가 들려왔다.
쿠궁! 쿠구궁!!!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공동의 천장 부분에 금이 가더니, 천장이 박살이 나며 공동 안쪽으로 세 명의 남자가 떨어졌다.
“너……. 너는…….”
황당무계한 방법으로 침입한 침입자들은 두 명은 삽을 들고 있었고, 한 명은 이상한 마도구를 들고 있었다.
드릴 비슷한 마도구였다.
그중, 한 명을 발견한 포토스의 눈이 커졌다.
“……에이든 사론톤!!!”
그에 에이든은 히죽-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