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another world, I run a territory with my own rent RAW novel - Chapter (85)
제85화
10화 : 물귀신의 등장
“슬슬 새로운 장비를 만들어 볼까~?”
에이든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창고에 쌓여 있는 미스릴을 바라봤다.
찬란한 빛을 발하는 미스릴 원석!
“후하후하~ 냄새도 좋구나!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야!”
미스릴은 무척이나 진귀한 금속이다.
강철보다 가벼우면서 그 강도는 강철보다 단단하며, 마나를 흡수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더 놀라운 건, 마나 전도율이 다른 광석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이다.
강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마나 전도율이 높다.
강철에 마나를 흘려보냈을 경우, 10의 마나로 12의 효율을 낸다면.
미스릴은 10의 마나로 16의 효율을 낼 수 있었다.
“이야! 포토스가 부자였네, 미스릴을 이렇게 모으고.”
미스릴은 구하기 힘든 광석 중 하나다.
강철과 다르게 미스릴 광산이 발견되어도 매장량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 때문에 같은 무게라고 해도 강철의 10배가 넘는 가격으로 거래가 되고 있을 정도였다.
“원래라면 이걸 팔까도 생각을 했지만…….”
포토스와의 전투가 떠올랐다.
검이 부러지는 바람에 하마터면 죽을 뻔했던 일이 있지 않았던가.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그때, 릴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에이든도 크게 다쳤을 것이다.
‘역시 사람은 아이템이 좋아야 한다니까.’
그래서 생각을 고쳤다.
미스릴을 파는 게 아니라, 장비로 만들기로.
나중에 마수의 숲도 공략해야 했고, 앞으로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면 좋은 장비는 필수였다.
‘안 좋은 장비를 착용하고 싸우다가 죽는 헌터는 많이 봤거든.’
저쪽 세계에 있을 때, 곧잘 에이든과 대화를 나누던 헌터가 있었다.
그는 에이든과 비슷할 정도로 짠돌이였다.
돈 쓰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외식도 잘 하지 않고, 남에게 얻어먹는 걸 좋아했다.
심지어 그는 헌터이면서도 장비에 돈을 쓰는 것을 싫어했다.
에이든이 말했다.
‘형님, 장비에 돈을 좀 쓰셔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게이트 공략하다가 부러지기라도 하면…….’
‘응? 그렇긴 하지, 그래서 제대로 정비 맡겼어, 저쪽 아래에 퍼거스 대장간 있지? 거기에 맡겨 놨어.’
‘거기요!? 형님, 거기 말고, 위쪽에 있는 대장간에 맡기는 게 어때요? 퍼거스 대장간은 실력이 별로라는 소문이…….’
‘에이~ 다른 곳은 비싸! 퍼거스 대장간은 다른 곳보다 훨씬 싸거든.’
‘그래도 실력 좋은 곳에 맡기는 게…….’
‘쓸데없이 돈 들어서 싫어, 괜찮아~ 지금까지 계속 이랬는데 뭐.’
‘……그렇다면야…….’
‘그런데 이렇게 만난 김에 커피라도 한 잔 사 주라……. 나 돈이…….’
‘저도 없습니다.’
‘치사한 놈…….’
‘저보다 잘 버시는 분이 커피 얻어먹겠다고 이렇게 오는 게 더 치사한 거 아닙니까?’
‘쳇.’
‘아무튼, 공략 잘하고 오세요.’
‘오냐!’
그리고 그것이 그와 나눈 마지막 대화였다.
듣기로는 싸우는 도중에 검이 부러져서 죽었단다.
검만 멀쩡했다면 손쉽게 공략할 수 있었던 게이트였지만, 몇 번의 충돌 끝에 검이 부러졌고.
당황하는 사이에 몬스터에게 목덜미를 물렸다고.
만약 그가 장비에 돈을 조금만 썼다면 아직도 살아 있었을 것이다.
‘역시 장비는 좋은 걸 입혀야 해, 여기에 돈을 아낄 순 없잖아.’
돈은 벌 수 있다.
하지만 죽은 인간을 다시 돌아오게 만들 순 없었다.
에이든은 자신의 기사와 병사들이 허술한 장비 때문에 죽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기사와 병사들에게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는 절대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었다.
“그럼.”
에이든은 장비 제작을 맡기기 위해 대장간을 찾았다.
“그러니까, 나보고 미스릴로 장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냐?”
“네.”
“…….”
“표정이 왜 그러세요?”
“너라면 이런 표정 안 지을 거 같더냐, 지금 우리 대장간에 일거리가 얼마나 많은 줄 아느냐!”
에이든은 뒤를 힐끔 봤다.
레비를 포함한 사람들이 무미건조하게 나무를 깎으면서 쇠뇌를 만들고 있었다.
듣기로는 이번 발주량이 3,000개라고 해서 그날부터 계속 밤새워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흐음…….”
확실히.
슬슬 쇠뇌의 물량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이니, 대장간에서도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어 보였다.
대책이 필요했다.
언제까지 대장간을 쇠뇌 제작에 붙여 둘 순 없었다.
“그럼 새로 목공소를 만들어야겠군요.”
“목공소?”
“네, 언제까지 대장간에서 쇠뇌만 만들 수 없잖아요.”
헤스티아 영지에서 대장간은 바빴다.
영지민들이 원하는 물건도 만들어 줘야 하지, 경비대에서 들어오는 주문도 소화해야 했다.
이것저것 할 것도 많은데 쇠뇌만 주야장천 만들고 있으니, 일거리가 막힐 수밖에 없었다.
‘순환을 시켜야 해, 이대로 가면…….’
에이든은 레비를 봤다.
진한 다크서클에 기계적으로 손을 움직이면서 쇠뇌를 만들고 있었다.
과로사 직전이었다.
게렌의 경우 드워프이기 때문에 괜찮아 보이지만, 다른 이들도 레비와 비슷한 수준이었다.
‘확실히 손을 써야겠네.’
“그 목공소라는 것이 생기면, 이제 우리는 쇠뇌를 만들지 않아도 되는 건가?”
“그렇죠, 목공소 쪽으로 일거리를 돌릴 거니까, 거기서 전문적으로 쇠뇌 제작을 시작할 거예요, 그러면…….”
“영주님!”
“응?”
그때였다.
지금까지 무미건조하게 쇠뇌를 만들고 있던 레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에이든은 순간, 아차했다.
‘맞아, 생각해 보니, 목공소를 만든다는 건, 이들에게서 일을 뺏는다는 거잖아.’
일거리를 빼앗긴 레비가 기분이 나쁠 수 있었다.
생각을 해 봐라.
자신이 힘들게 하고 있던 일을 대뜸 누군가가 뺏어가면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목공소 이야기……. 정말입니까?”
“아, 그거 말이지, 일단 진정하고…….”
“어서 그 목공소를 만들어 주십시오! 제발!!”
“응?”
“제발요!”
“아니……. 일거리 뺏겨서 기분 나쁘지 않아?”
“나쁘긴요! 전혀 나쁘지 않습니다! 제가 할 수 있다면 그들에게 제 기술도 전수해 줄 수 있습니다!!”
“…….”
“영주님…….”
레비는 피곤 가득한 얼굴로 에이든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퇴근이…… 하고 싶습니다…….”
“…….”
에이든은 고개를 돌렸다.
옆을 보니 다른 이들도, 심지어 게렌조차 눈을 반짝이면서 보고 있었다.
간절히 퇴근을 바라는 눈빛이다.
그에 에이든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빨리 만들어 줄게.”
* * *
뚝딱뚝딱!
파닥파닥!
요정들이 날아다니면서 목공소를 만들고 있었다.
그런 요정들을 보며, 에이든은 생각에 잠겼다.
‘요정은 도대체 뭘까?’
요정의 정체가 궁금했다.
지금까지는 그저 특성에 묶인 존재라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예전 알프레도가 그러지 않았던가.
‘저, 저도 모릅니다, 제가 알 리가 없지 않습니까? 어어!? 이러면 안 되는데! 계약인데!? 계약이잖아! 사인했잖아!’
정령 검술관이 나왔을 때, 갑자기 나타난 요정에게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계약이라고.
그 말은 요정 또한 알프레도와 비슷하게 어떠한 계약을 맺고 있다는 뜻이다.
‘계약이라면 뭘까? 알프레도, 그 자식에게 물어봐도 알려 주지 않고.’
비밀 엄수라나?
말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요정, 신비로운 존재. 그런데…….’
“원작에는 요정이 나오지 않아……. 언급만 될 뿐이지.”
‘멸악의 기사’에서 요정은 언급만 될 뿐, 그 이상 모습을 드러내진 않았다.
틀어진 원작.
심지어 라바돈 영지에서 그런 일이 벌어질 때까지 ‘멸악의 기사’ 주인공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른 건 원작 내용대로 흘러가고 있는데, 왜 주인공은 없는 거지?’
에이든은 가설을 하나 세웠다.
만약 이 세상에 주인공이 없다면?
앞으로 다가올 몇 가지의 위기는 주인공이 없으면 해결할 수 없는 것뿐이다.
주인공이 없다면, 그 위험을 막을 사람도 없다는 뜻이 된다.
“……아니, 있겠지, 여긴 소설 속이잖아.”
최악의 가설이 떠오르긴 했지만, 에이든은 고개를 저으며 생각을 지웠다.
“드디어 완성했구나!”
“으하하하! 드디어 자유다!”
목공소가 완성되었다.
완성된 목공소를 보며, 레비를 포함한 사람들이 덩실덩실 기쁨의 춤을 추고 있었다.
…….
요정들은 그런 이들을 보며 극혐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사라졌다.
에이든은 목공소를 확인했다.
[목공소 LV. 1]요정의 축복을 받은 목공소.
특수한 목재로 만들어진 목공소에서 물건 제작 시, 제작 속도가 상승한다.
목공소에서 일하는 목수의 기술 습득 속도가 빨라지며, 손재주에 보정을 받는다.
사유지 내에 존재하는 모든 목재로 만들어진 물건의 내구력이 상승한다.
언제나 그렇지만, 건물주 상점에서 산 건물은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다.
제작 속도 상승 옵션과 기술 습득 속도의 상승.
이는 배움이 빠르며, 더 빨리 물건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인데.
안 그래도 쇠뇌 주문이 밀린 지금 꼭 필요한 옵션이라고 할 수 있었다.
“으하하! 드디어 자유다!”
“퇴근할 수 있어!!”
에이든은 뛸 듯이 기뻐하는 레비를 바라봤다.
얼마나 기쁜지 눈물까지 흘리고 있었다.
“레비, 축하해.”
“네? 아하하,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너에게 전해 줄 좋은 소식이 있는데, 들어 볼래?”
“좋은 소식이요? 뭡니까?”
“뭐긴.”
에이든은 의아한 듯 자신을 바라보는 레비를 향해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축하해, 너는 이제 목공소에서 관리소장이다.”
“에……? 영주님, 그게 무슨 소리세요?”
“관리소장으로 승진했다고.”
“저는 대장장이인데요?”
“네가 아까 말했잖아, 기술도 전수해 줄 수 있다고 말이야.”
“그건!”
하긴 했지만.
그건 그때의 기세 때문에 홧김에 말했을 뿐이었다.
“쇠뇌 제작을 알려 줄 사람도 필요할 거 아니야, 안 그래?”
“그, 그렇긴 하지만…….”
소리가 들린다.
퇴근이 멀어져 가는 소리가!
“그럼 대장간은요!”
“그건 내가 맡으마, 걱정하지 말아라.”
“게, 게렌 님!?”
“마운틴 드워프가 다른 드워프보다 손재주는 약한 편이지만, 어지간한 인간보다는 쓸 만할 거다.”
“그런……!”
“괜찮아, 목공소에 사람 많이 넣어 줄 테니까, 사람들에게 기술 알려 주면 금방 편해질 거야.”
“…….”
“할 수 있지?”
“……끄응……. 네, 알겠습니다.”
레비는 어쩔 수 없이 대답했다.
그때, 그는 보았다.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줬던 이들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는 것을!
이별을 슬퍼하는 것이 아니라, 좋다면서 웃고 있는 그 모습을 말이다.
‘나 혼자 죽을 순 없다.’
다른 건 몰라도 저들이 편하게 일하는 건, 절대로 두고 볼 순 없었다.
‘나는 혼자 죽도록 고생하는데, 너희는 편하게 일하겠다고? 절대 안 되지!’
“영주님!”
“응? 왜?”
“아무리 생각해도 목공소에서 저 혼자 기술을 전수하는 건 힘듭니다.”
“그래?”
“네! 저 혼자 일일이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일을 하면 작업 진척이 느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그렇지.”
“그래서 말입니다, 이왕이면 저들도 목공소에서 저와 함께 일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레비 님!?”
“엣!?”
“그게 무슨 개…… 아니, 미친 소리세요!”
갑작스러운 레비의 발언에 도우미들은 깜짝 놀랐다.
이제 드디어 쇠뇌에서 해방되는 건가 싶었는데, 이젠 목공소로 따라오라고!?
“저들을?”
“네! 생각을 해 보십시오, 저들은 저를 도와 줄곧 쇠뇌를 만들어 왔습니다, 저들은 이제 쇠뇌 마스터! 쇠뇌의 신이라고 해도 될 정도입니다.”
“아니……. 레비 님!”
“저 혼자서는 힘들겠지만, 저들과 함께라면 가르치기도 쉽지 않겠습니까?”
뒤에서 도우미들이 무어라 외치고 있지만, 레비의 매끄러운 말에 묻혔다.
에이든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맞네, 좋아, 그럼 저들도 함께 들어가고, 대장간은 새로 사람을 뽑아.”
“으하하, 알겠습니다~!!”
레비는 웃으며 도우미들을 바라봤다.
“허허허, 그렇게 보지 말아라! 우리는 가족 아니더냐!”
“가 족! 이겠죠!”
“으하하하!”
“죽을 거면 혼자 죽지!! 왜 저희를 끌어들이시는 거예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니냐.”
레비는 뭘 그런 당연한 질문을 하냐는 식으로 대답했다.
“혼자 죽을 순 없지.”
죽어도 같이 죽는다.
그는 그렇게 물귀신이 되어, 도우미들의 발을 잡아끌었다.
* * *
그리고 며칠이 지났을 때.
“영주님! 큰일 났습니다!”
“릴? 무슨 일이야?”
“지금 저희 영지를 향해 오고 있던 이주민들이 산적들에게 붙잡혔다고 합니다!”
“이주민?”
“네! 간신히 도망친 이주민에게 들었는데, 오는 도중에 산적들에게 잡혀서……. 어떻게 할까요?”
“어떻게 하긴! 당연히 구해야지!”
에이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런 그의 눈에는 짙은 분노가 서려 있었다.
‘감히 내 임대료를 건드려?’
다른 건 다 참아도, 임대료는 못 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