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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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왕이 되었다.
“군대를 두고 가라니.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아슬라미에가 눈을 부릅뜨며 되물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였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대두국은 자주국이었다.
아니, 설령 자주국이 아닌 속국이라도 군사 지휘권을 뺏기는 일은 흔치 않았다.
“그건 안 되겠네.”
“왜 안 된다는 거지?”
“자네는 우리 왕국의 사람이 아니지 않은가. 왕국의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전사들을 지휘할 수 있겠나.”
한마디로 권한이 없다는 뜻인데, 사실 이것도 최대한 완곡하게 돌려 말한 것이었다.
만약 상대가 요한만 아니었다면 아슬라미에는 자신의 나이도 잊고 전사의 기예를 뽐냈으리라.
“나를 섭정으로 삼겠다며? 섭정이 병력을 지휘하는 것에 무슨 문제가 있지?”
“그, 그건 자네가 내 손녀와 혼인했을 때를 가정하고 한 말이네.”
가족이 되고 섭정으로 임명하는 것과 가족이 되기 전에 섭정으로 임명하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
당연히 아슬라미에로선 가족이 된 이후에 섭정으로 임명하고 싶었다.
벌써 섭정 자리를 주면 결혼한 이후에 또다시 새로운 무언가를 내줘야 할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약속하지. 당장은 못하지만 언젠가 당신의 손녀와 결혼해주겠어. 그러니 나를 섭정으로 임명해.”
“우선 혼인부터 하면 그 뒤에···.”
쾅!
“지금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는 거야? 아니면 나를 기만한 거냐!”
요한이 책상을 내리치며 강하게 윽박질렀다.
아슬라미에는 우지끈거리며 반으로 쪼개진 책상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한때 그도 전사였지만, 전성기 시절의 그도 저런 괴력은 없었다.
대두국의 제일가는 전사, 카우종도 과연 흉내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아, 알겠네. 자네를 섭정으로 삼고 군을 지휘할 권한도 넘겨주지.”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요한은 마치 맡겨놓은 것을 돌려받은 것처럼 굴었다.
아슬라미에는 그런 요한을 보고 속으로 뻔뻔하다고 욕하였으나 겉으로는 그저 공손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미 요한의 실력을 직접 본 그였기에 어쩔 수 없었다.
“근데 전사들의 식사는 어떻게 해결할 생각인가? 우리 왕국의 역량으로는 3개월 이상 보급할 수가 없네.”
“식량이야 강남에서 사오면 돼.”
“그렇군. 자네에겐 다 방법이 있었어.”
대만의 이점 중 하나는 강남과 인접하다는 점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막대한 식량을 생산하는 곳이 강남이었다.
그리고 대만은 그런 강남을 빠르면 며칠, 늦어도 보름 안에 갈 수 있었다.
이는 상당한 이점으로 이 시대에 국정 운영에서 가장 중요한 식량 문제를 쉽게 해결이 가능하였다.
‘식량보단 돈이 문제지.’
요한의 재정 상태는 사실 좋다고 보기 어려웠다.
정지룡에게 받은 3만 냥의 은자는 이미 흑기군의 급여 등으로 다 써버린 상황.
대두국의 전사들을 흑기군으로 받아들이면 그들에게도 급여를 줘야 할 텐데, 그는 이번 달에 줄 급여조차 없었다.
물론 정은봉이 돌아오면 2만 냥 정도의 은자가 생기겠지만 말이다.
‘일단 돈부터 벌어야겠어.’
네덜란드를 쫓아냈으니 바로 나라를 건설하고 싶었지만, 그건 급한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대두국의 섭정 자리를 얻어냈으니, 나라를 건설하는 건 나중으로 미뤄도 괜찮았다.
지금 급한 문제는 바로 돈을 버는 것.
돈을 벌어야지만, 군대를 더 키울 수 있고 왕국을 건설할 토대를 마련할 수 있었다.
***
요한은 자국으로 떠나지 않고 항구에 남아있는 외국 상인들을 질란디아 요새로 초대하였다.
“너희가 대만에서 계속 상행위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을까 봐, 직접 설명해주기 위해 불렀다.”
상인들은 요한을 보며 하나같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각국의 언어로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빙빙 돌리지 않고 바로 얘기해주겠다. 마약을 비롯하여 무기 같은 허락하지 않은 물건이 아니라면 자유로운 상행위를 허락하겠다. 물론 세금은 내야 하겠지만 말이야.”
“휴우.”
요한이 단도직입적으로 자유로운 상행위를 허가한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이 벌어지는 와중에도 타이오완을 떠나지 않고 남아있던 그들이었다.
대만에 애착이 있거나, 다른 무역로를 갖지 못한 상인이라는 의미였다.
아니면 둘 다일 수도 있고.
그런 그들이었으니, 요한의 확답에 안심할 수밖에 없었다.
“각하? 그러면 혹시 세금은 어느 정도인지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일반적으로 관세는 2할이다.”
“헉!”
“관세가 20%라고?”
보통 관세가 5%에서 20% 정도니, 20%면 가장 높은 비율이 아닐 수 없었다.
VOC가 관리하던 때는 관세가 10%로, 2배나 높아진 셈이니 체감상 더 크게 느껴졌다.
“단 예외가 있다. 대두국의 시민증을 소지한 자는 관세를 단 1할만 내도 된다.”
요한은 아슬라미에로부터 대두국 섭정의 자리를 얻어냈다.
그리고 요한은 섭정이 된 김에 대두국을 적극 활용하기로 하였다.
외국과 교섭할 때도 대두국의 이름으로, 지금처럼 외국 상인들을 설득할 때도 대두국을 이용한 것이다.
“대두국의 시민이 되면 기존의 관세와 똑같이 내면 된다는 말이로군.”
“그럼 시민증은 일종의 무역 허가증인 건가?”
“근데 그 대두국 시민증이란 건 어떻게 얻는 거야?”
상인들은 작게 소곤거리며 자기들끼리 그와 같은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그들이 어떤 언어로 소곤거렸든 요한은 다 알아들었다.
그래서 요한은 그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바로 설명해주었다.
“시민증은 은자 50냥이다. 1년에 단 50냥만 내면 세금을 1할이나 절약할 수 있는 셈이지.”
이것이 단기간에 돈을 뽑아내기 위해 요한이 고안한 전략이었다.
“장군, 50냥은 너무 비쌉니다. 저 같은 소상인은 50냥을 내면 남는 것이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이건 너무 서역의 상인들에게 유리한 정책입니다.”
카락, 갤리온처럼 유럽의 상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상선들은 최소 500톤에서 최대 2,000톤 정도의 크기를 자랑하였다.
크기가 큰 만큼 당연히 적재량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반면 중국이나 동남아, 일본의 상선들은?
가장 큰 배가 500톤을 간신히 웃돌았다.
그리고 대부분은 100톤 정도였다.
적재량이 적다 보니, 시민증의 가치가 낮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관세로 50냥을 더 내나, 시민증을 50냥 주고 사나, 그게 그거이기 때문이다.
“관세를 1할이나 줄이는데 비싸다고? 그러면 관세를 그만큼 내면 되는 일이다.”
“······.”
“대두국 시민의 권리를 하나 더 이야기해주지. 몇 달 뒤에 네덜란드 자산을 불하할 것이다. 농지든, 각종 건물이든 말이야. 그리고 이 네덜란드의 자산은 오직 대두국 시민만이 불하받을 수 있게 할 거야.”
그러면서 요한은 네덜란드의 자산 목록을 하나 꺼내서 보여주었다.
요한이 밤을 새워 각국의 언어로 번역한 문서였는데 그 정도로 네덜란드의 자산은 상당하였다.
‘아무리 낮게 잡아도 100만 냥, 아니 200만 냥은 되겠지.’
물론 지금 여건에서는 정확한 가치 평가가 불가능하였다.
그 자산의 소유자들이 모두 바타비아로 떠났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지금으로선 짐작만 할 뿐이었다.
명나라 은자로 수백만 냥이 넘을 것이라고.
그리고 이 같은 요한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는지, 요한이 건네준 문서를 살피는 상인들의 눈에 탐욕이 넘실댔다.
조금 전에 50냥이 비싸다고 했던 이는 침을 꿀꺽 삼키는 모습이, 아마 시민증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다.
‘가장 비싼 자산들은 정지룡에게 보여주려고 안 꺼냈는데도 이 정도라. 네덜란드가 나에게 많은 걸 주긴 했나 보네.’
요한은 속으로 픽 웃고는 상인들이 더 놀랄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안평(타이오완)으로 가장 많은 상인을 데려온 자에게 네덜란드의 자산을 경매 없이 값싸게 불하받을 기회를 주겠다. 이 목록에 있는 어떤 자산이든 말이야.”
“헉!”
“가, 값싸게라면 어느 정도입니까?”
“글쎄. 1년에 100냥을 거두는 농지라면 대략 500냥 정도로 아주 값싸게 팔 생각이다. 물론 상인들, 그것도 시민증을 구매할 상인을 가장 많이 데려온 자에 한해서.”
누가 봐도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이었다.
1년에 천만 원의 수입이 나오는 건물을 오천만 원에 파는 셈이었으니.
당연히 상인들의 눈빛은 더욱 탐욕으로 짙어질 수밖에 없었다.
‘현대에도 잘 먹히는 게 다단계지. 하물며 17세기라면···.’
아니나 다를까.
“사겠습니다. 시민증.”
“50냥 말고 100냥 드릴 테니, 시민증 두 장 주시면 안 됩니까? 제가 동료 상인을 데려오겠습니다.”
“전 아예 10장을 주십시오! 제가 열 명 정도는 반드시 데려오겠습니다.”
더는 시민증이 비싸다고 여기는 상인은 없었다.
시민증만 있으면 세금을 절약할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의 자산을 얻을 기회까지 주어지기 때문이었다.
***
타이오완은 그 어느 때보다 한산해졌다.
요한을 접견했던 상인들이 대거 타이오완을 떠났기 때문이었다.
“젠장. 그 요한이라는 야만인이 무슨 말을 했길래 상인들이 다 떠난 거지?”
“뻔하지 뭐! 돈을 강탈하려고 한 거 아니야? 아니면 여자를 바치라고 했을지도 모르고!”
“빌어먹을 야만인 같으니! 상인들이 다 없어지면 나는 뭐 먹고 살라고!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바타비아로 돌아가는 것인데!”
“예상은 했었잖아. 그냥 돈이 없어서 못 돌아간 것이면서.”
상황을 모르는 타이오완의 거주민들은 요한이 무슨 잘못을 저지른 것으로 지레짐작하였다.
그들에게 요한이란 존재는 13세기, 유럽을 침공하였던 타타르(몽골)와 다를 게 없었다.
몽골이 도시를 점령하면 그 도시는 반드시 망하였다.
적어도 유럽에서는 그랬었다.
네덜란드 지역은 정작 몽골의 침공을 받은 적이 없었지만, 네덜란드인은 다른 유럽인들이 그러하듯 몽골에 대해 막연한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당연히 VOC를 쫓아내고 대만 전 지역을 장악한 요한에 대한 인식도 안 좋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과 달리, 상인들은 타이오완이 싫증 나서, 또는 요한이 싫어서 도망치듯 떠난 것이 아니었다.
그와 정반대로 타이오완을 홍보하여 더 많은 상인을 데려오기 위해 자국으로 돌아간 것이었다.
“나를 찾은 이유가 뭐지? 이전처럼 유녀를 소개하려는 목적이라면 아주 불쾌할 거야.”
다만 모든 상인이 타이오완을 떠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경쟁자가 사라진 순간을 노린 상인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바로 무토 헤이가쿠였다.
헤이가쿠는 다른 상인을 끌어들이는 것보다 요한의 마음을 얻어내는 게 더 남는 장사라고 생각하였다.
어차피 상인의 숫자로는 중국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말이다.
꿀꺽.
요한을 접견한 헤이가쿠는 마른침을 삼켰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는 요한에게서 강렬한 존재감을 느꼈다.
‘이 작은 섬 하나로 만족할 자가 아니다. 심지어 나이도 겨우 스무 살에 불과하다지?’
헤이가쿠는 요한의 미래를 높게 평가하였다.
누가 봐도 범상치 않은 인물이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각하께서는 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요한의 공식 직책은 대두국 섭정이었다.
그래서 헤이가쿠도 요한을 각하라고 칭하였다.
“내가 무장 출신이니 당연히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혹, 새로운 영토를 원하시는 것은 아니십니까?”
“그건 왜 묻지?”
“새로운 영토를 정복하실 때, 용병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강인한 일본 사무라이 용병을 말입니다!”
헤이가쿠는 일본 다이묘 가문 중 한 곳인 도다 가문과의 인맥이 있었다.
현재 일본엔 일거리가 사라진 사무라이가 넘쳐나는 상황.
도다 가문의 인맥을 이용한다면 사무라이를 쉽게 끌어들일 수 있으리라.
“그래? 그럼, 사무라이가 필요할 때, 가장 먼저 너를 부르도록 하지.”
요한의 말에 헤이가쿠는 반색하였다.
아직 용병 계약을 체결한 것은 아니었으나, 요한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으면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이득이었다.
“그런데 혹시 너, 조선으로 가는 항로도 알고 있나?”
“조선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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