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81
081화
처음 자신의 형, 쇼켄으로부터 대두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쇼시쓰는 이렇게 생각했다.
‘속으셨군. 그들이 아무리 강해 봤자 사쓰마 번을 어떻게 무찌른단 말인가.’
쇼시쓰의 나이는 이제 겨우 17살에 불과하였다.
하지만 그는 어린 나이치고 세상 물정에 밝았다.
사실 유구 왕실의 일원으로 태어났다면, 이 나이까지 철부지로 지내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그리고 철이 일찍 든 그가 생각하기로, 대두국의 제안은 현실성이 없었다.
대구국을 동맹으로써 신뢰할 수 있고, 없고를 떠나 두 세력이 동맹한다고 해서 사쓰마 번을 무찌르는 건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쇼켄과 달리 사쓰마 번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으나, 그 역시 사쓰마 번에 대해 아는 것이 많았다.
그가 아는 사쓰마 번은 일개 영지라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세력이었다.
반면에 대두국이란 나라는 어떨까?
비록 자세한 정보를 아는 것은 아니었으나, 바로 인접한 세력인데도 지금껏 정보가 전해지지 않는 것만 봐도 그 수준을 알 수 있었다.
애초에 얼마 전까지 네덜란드의 지배를 받던 국가였다지 않은가.
쇼시쓰가 판단하기에 대두국은 유구 왕국의 전성기 시절보다 못한 나라였다.
당연히 그런 나라를 믿고 사쓰마 번에 대항하는 것은 어림도 없는 일.
하여 그는 쇼켄을 말리려 하였다.
“그렇다면 네가 직접 가서 확인해보도록 해라.”
“소제가 직접 말입니까?”
“책봉을 요구하는 사절이라고 한다면 사쓰마 번에서도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
쇼켄은 내심 사쓰마 번이 신경질을 내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이미 그는 대두국과 동맹하여 사쓰마 번에 대항하기로 반쯤 결심을 내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소제가 직접 가서 저들의 실체를 낱낱이 파악하고 오겠습니다.”
그렇게 쇼시쓰는 대만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대만에 온 쇼시쓰는 큰 충격을 느꼈다.
‘이 나라가 대만 토인들이 건설하였다는 대두국이라고?’
사실 800톤급 범선을 끌고 다닌 것만 봐도 대두국의 역량이 범상치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대만이 한때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다는 걸 생각하면 마냥 대단하게 볼 것도 아니었다.
네덜란드의 함선을 한 척 운 좋게 얻은 것일 수도 있으니까.
그런데 막상 대만에 오자 범선만 여덟 척에, 범선만큼은 아니어도 상당한 크기를 자랑하는 복선도 수십 척이나 보였다.
이것만 봐도 대두국의 해군력은 사쓰마 번의 해군력을 능가하였다.
하지만 쇼시쓰는 대두국의 수도로 알려진 안평에 도착하자, 대두국이 해군력뿐만이 아니라 다른 부문에서도 상당한 수준을 갖추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가쿠인,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왕제 저하, 너무 흥분하신 거 같습니다.”
“흥분할 수밖에요. 저들을 보세요. 흑기군이라 불리는 대두국의 군대를.”
가장 크게 충격을 느낀 순간은 흑기군의 출정식을 봤을 때였다.
흑기군이 질서정연한 행렬로 널찍한 광장을 걸어왔다.
갑주를 입은 기병이 선두에 섰고 그 뒤로 총을 든 병사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나란히 걸어왔다.
대포의 수도 꽤 많이 보였는데, 유구가 보유한 모든 대포보다 훨씬 많았다.
“특히 놀라운 것은 이 군대가 백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는 사실입니다.”
흑기군을 향해 엄청난 함성을 보내던 안평 시민의 모습은 쇼시쓰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금껏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없었던 그다.
유구 왕국의 왕실 경비대조차 백성에게 좋은 소리를 듣는 일이 없었을 정도니까.
“철갑을 두른 거 같은 강인한 저들의 눈빛은 바로 백성의 지지에서 비롯된 거 같습니다.”
“어떻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사쓰마 번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을 거 같은데.”
쇼시쓰의 물음에 그와 동행하여 대만에 함께 온 가쿠인, 세나가 케메지로가 턱 끝을 쓰다듬었다.
“저들의 역량이 범상치 않은 건 사실입니다. 손에 든 무기를 보십시오. 하나같이 철포를 들고 있지 않습니까?”
세나가 케메지로가 가장 눈여겨본 것은 흑기군의 무장 상태였다.
‘사쓰마 번에서도 고작 수백 명만이 철포를 사용하였었지.’
흑기군은 거의 모든 병사가 철포 즉, 조선 소총을 들고 있었다.
소총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너무도 잘 아는 그였기에 더 놀랍게만 느껴졌다.
“그렇다면 국왕 전하에게는 이렇게 전하면 되겠습니다. 이들과 동맹을 맺는 것이 손해는 아닐 거라고.”
“흠.”
“가쿠인, 왜 그렇게 표정이 안 좋으십니까?”
대두국의 국력이 예상보다 훨씬 출중하다는 건 유구 왕국에게 대단히 긍정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세나가 케메지로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저들의 역량을 알게 되자 오히려 이런 걱정이 듭니다. 저들이 사쓰마 번보다 더 위협적인 세력일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그가 위기감을 느낀 건 외부로 원정을 떠나는 인원이 2,000명이나 된다는 사실이었다.
총원이 2,000명이어도 무시할 수 없는데, 원정군만 2,000명을 꾸린 걸 봤으니 흑기군의 역량이 엄청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사탕(설탕)의 가격이 낮은 것도 신경이 쓰인다. 이들도 사탕을 생산하고 있다는 말일 터.’
쌀을 생산하기에 그리 좋은 토양을 갖지 못한 유구였다.
하지만 사탕수수는 달랐다.
유구에서는 일본 전체의 수요를 감당할 정도로 엄청난 양의 사탕을 생산하고 있었다.
사쓰마 번에 바치는 공미도 절반 가까이 사탕으로 낼 정도였다.
그렇다 보니 유구의 경제에서 사탕이 차지하는 지분은 상당한 편이었다.
하지만 대두국은 유구와 마찬가지로 사탕을 생산할 수 있는 나라였다.
사실상 유구의 무역 경쟁국이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세나가 케메지로가 걱정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들 때문이었다.
“그런 걱정은 이곳의 국왕과 직접 만나 그의 속내를 알아낸 이후에 해도 늦지 않을 거 같습니다.”
“···역시! 저하께서는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세나가 케메지로의 칭찬에 쇼시쓰는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
“식충이들이 떠나서 다행입니다.”
진정이 안평을 떠나는 1대대와 2대대의 뒷모습을 보며 그렇게 말하였다.
“대두국을 지키는 용사들에게 식충이라니, 너무 심한 말 아니야?”
“저들을 먹이고 재우는 데 쓰이는 돈을 생각하면 이보다 험한 말을 내뱉지 않는 소신의 인내심이 대단하게만 느껴집니다.”
요한은 픽 웃었다.
아마 그로서는 흑기군의 존재가 스트레스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대두국은 현재 재정 적자의 규모가 엄청난 수준이었으니.
‘대두국의 조세 수입을 생각했을 때, 상비군의 규모는 지나칠 정도로 큰 편이지.’
흑기군을 유지하는 데 쓰이는 비용은 은자로 1년에 30만 냥이 넘었다.
여기에 해군까지 생각하면 사실상 60만 냥 이상의 예산을 국방비로 쓰고 있다고 봐야 했다.
반면 대두국의 조세 수입은?
9월이 된 지금 이제 겨우 25만 냥을 넘겨 올해 대략 30만 냥을 벌 것으로 추산되었다.
국방비만 따져도 30만 냥 이상의 적자를 보고 있다는 뜻이었다.
당연히 나라를 운영하는 데 쓰이는 돈이 국방비만 있지 않았다.
관리들에게 줄 급료(월급)부터 항구나 도로 같은 주요 시설을 관리하는 비용, 그리고 학교까지 대거 만들고 있어 이때 들이는 돈도 상당하였다.
사실 지금의 대두국은 요한의 개인 자산으로 운영되고 있는 거나 다름이 없었다.
‘정부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을 다원화하긴 해야 하는데 말이야.’
올해만 70만 냥, 어쩌면 80만 냥 이상의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컸다.
그래도 요한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가 개인적으로 보유한 자산은 실로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정지룡으로부터 받은 50만 냥이야 양위식까지 하면서 다 써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청나라에게 받은 50만 냥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그것뿐이냐?
사실 이 50만 냥의 은자는 그가 가진 자산 중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하였다.
정은봉이 만든 상단은 지금도 각국을 오가며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었다.
여기에 도자기를 팔고 얻는 수익도 천문학적이었고.
물론 대만이나 필리핀에서 얻은 전리품도 무시할 수 없었다.
대만을 처음 점령했을 때, VOC 소유였던 여러 농지와 상업용 건물을 전리품 삼아 제 것으로 만든 그였다.
그중 일부는 정지룡과 나누어 먹었지만, 대부분은 그가 홀로 독차지하였다.
이때 얻은 건물들을 통해 얻는 임대료 수익만 1년에 수만 냥이었다.
농지 역시도 소작농에게 임대하여 1년에 10만 냥 이상의 이익을 거두고 있었고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루손 섬 북부의 이권까지 추가되었으니 그의 자산은 100만 냥을 넘어 수백만 냥이라고 봐도 무방하였다.
‘하지만 언제까지 내 돈으로 정부를 먹여 살릴 수는 없지.’
그렇기에 정부가 벌어들이는 수입을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었다.
그리고 정부 수입을 늘릴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유구를 장악하는 것이었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유구국을 점령하면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길 테니.”
유구와 대만이 합쳐지면 그 시너지 효과는 절대 작지 않을 것이다.
사탕을 독점하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말이다.
‘여기에 조공 무역도 빠질 수 없지.’
유구는 여전히 책봉을 받지 못하고 있었다.
남명 조정에 마땅한 인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한의 인맥이라면 책봉을 받는 것은 전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물론 대두국 역시 남명의 신하국을 자처하여 조공 무역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이러면 이중으로 조공 무역을 하게 되는 건데, 실로 엄청난 수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유구국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전쟁을 해야 하죠. 사쓰마 번이라는 일본 세력과 말입니다.”
“이럴 때 쓰려고 키워둔 군사력 아니겠어?”
“···부디 일본 전체와 싸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전쟁이 확산한다면 이 나라는 정말 파산하게 될 겁니다.”
그럴 일은 웬만해서는 없지 않을까 싶었다.
에도 막부는 사쓰마 번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으니까.
사쓰마 번 또한 에도 막부를 증오하는 터라, 유구를 포기하면 포기했지, 에도 막부에 도움을 요청할 일은 웬만해서는 없을 것이다.
***
“출정식을 지켜본 소감이 어떻지?”
“마치 천병을 보는 거 같았습니다. 그들의 기세, 무장 상태, 그리고 훈련도까지 모든 게 완벽했습니다.”
요한의 질문을 들은 쇼시쓰가 그와 같이 답변하였다.
천병에 비유할 정도니 그야말로 극찬 중의 극찬이었다.
“저들은 내가 보유한 군대 중에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내가 직접 지휘하는 본부 대대는 그 어떤 부대보다 강력하지.”
“오오! 저들보다 강력한 부대라니! 엄청납니다!”
쇼시쓰가 크게 감탄하였다.
하지만 요한의 자랑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왜 저들이 명나라로 출정한 줄 아나?”
“마침 궁금했었는데,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명나라의 조정에서 직접 지원을 요청했었지. 청나라와 싸우기 위해 흑기군의 도움이 필요하다면서 말이야.”
“오오, 명나라에도 흑기군의 명성이 널리 퍼져 있는 모양입니다.”
요한은 당연한 소리를 한다는 식으로 대꾸하였다.
“흑기군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다. 네덜란드를 상대로든, 청나라를 상대로든. 그러니 명나라도 비싼 돈을 내고 흑기군의 지원을 요청하는 거지.”
흑기군을 보낸 일로 남명에서 요한에게 직접적으로 돈을 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정지룡이 흑기군을 얻겠다고 수십만 냥에 달하는 루손 섬의 이권을 포기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하여 요한은 당당하게 그와 같은 말을 하였다.
“대륙의 절반을 차지한 청나라를 상대로 단 한 번도 패배를 경험하지 않은 군대라니···. 허어! 사쓰마 번쯤은 두려울 것도 없겠습니다.”
“물론이다.”
쇼시쓰는 이미 요한에게 흠뻑 빠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구가 수백 년 동안 신하국을 자처하며 공물을 바친 나라가 명나라였다.
비록 그 명나라는 이미 멸망한 상태였지만, 유구에 있어 남명은 명나라의 후신 국가가 맞았다.
그런데 명나라의 후신 국가인 남명에서 흑기군의 도움을 바랄 정도이니 흑기군의 위용이 더 대단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쇼시쓰는 내심 대두국과의 동맹을 기정사실하고 흑기군을 몇 명 정도 지원받으면 좋을지를 생각하였다.
“전하,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는데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가쿠인이라고 했지?”
“그렇사옵니다. 전하.”
“그래, 무엇이든 물어봐라.”
조용히 대화를 엿듣던 유구의 가쿠인(불교 지도자), 세나가 케메지로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대두국에서 사쓰마 번과 적대하면서까지 우리 유구를 도우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