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the 17th century, he became the king of Taiwan RAW novel - Chapter 99
099화
“오랑캐 놈들이 야쿠시마 섬을 포기한 거 같습니다.”
“정면 대결은 승산이 없다는 사실을 놈들도 알아차린 모양이군.”
시마즈 미츠히사는 요한이 야쿠시마 섬을 포기하고 구치노시마 섬으로 물러나자, 처음으로 득의만만한 표정을 지었다.
20척도 안 되는 함대로 규슈 곳곳을 나다니며 온갖 만행을 저지르던 게 요한이었다.
그 20척(정확히는 15척)의 함선을 막겠다고 규슈의 다이묘들은 엄청난 돈을 들여 해안 포대를 만들고 수십 척의 함선을 제조해야 했다.
사쓰마 번이야 굳이 말할 것도 없었다.
요한의 해적 활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게 바로 사쓰마 번이었으니까.
심지어 요한은 500척의 대함대가 진격하는 상황에서도 그 기세를 잃지 않았다.
두렵지도 않은지, 오히려 함대를 분산해서는 치고 빠지기 전술로 규슈 연합 함대의 진격을 저지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요한의 거센 저항에 시마즈 미츠히사는 내심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겉으로 두려움을 내색하지 않은 채, 규슈 연합 함대를 지휘하였다.
그러자 연합 함대는 순식간에 야쿠시마 섬까지 도달하였다.
이제 정면 대결을 펼칠 순간이 온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요한은 그들이 야쿠시마 섬에 도달하자, 전투를 피한 채 구치노시마 섬으로 물러났다.
사실상 기세 싸움에서 밀린 셈이었다.
‘야쿠시마 섬은 시작에 불과하다. 구치노시마 섬도 바로 되찾고, 유구에 이어 네놈의 본토인 대만까지 모조리 빼앗아주마.’
그는 머릿속에 협상 따위는 조금도 염두에 두지 않고 있었다.
지금의 그는 대두국을 멸망시키고 말겠다는 의지로 충만한 상태였다.
그만큼 분노했기 때문이었다.
“날씨가 심상치 않습니다.”
“비가 오려는 모양이군.”
한 사무라이가 먹구름을 가리키며 그와 같이 말하자 시마즈 미츠히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얼굴로 그리 말하였다.
“다이묘. 우선 이곳에서 비를 피하고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
시마즈 미츠히사는 그와 같은 조언을 듣자 미간을 찌푸렸다.
“그 조센징에게 시간을 주라는 말인가. 다 잡은 물고기인데, 이깟 먹구름 때문에 포기할 수는 없다.”
“···알겠습니다.”
야쿠시마 섬을 탈환한 규슈 연합 함대는 그렇게 잠깐의 재정비를 마치고 빠르게 요한의 함대를 뒤쫓았다.
“음? 이곳이 왜 비어있는 거지?”
정작 구치노시마 섬에 도착하자, 적의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었다.
“또 도망친 거 같습니다.”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다니. 우리 함대가 어지간히 두려웠나 보군.”
“바다를 가득 메운 이 엄청난 규모의 함대를 보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말까지 들으니, 대두국의 함대가 싸우지 않고 달아난 것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이미 야쿠시마 섬을 포기했는데, 구치노시마 같은 작은 섬을 지키겠다고 발버둥 칠 이유는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류큐도 별다른 전투 없이 되찾을 수 있겠어.’
시마즈 미츠히사에게 싸움에서 이기는 것은 더는 걱정거리가 아니었다.
얼마나 적은 피해로 유구를 되찾는가.
오직 그것만이 중요할 따름이었다.
그런데 대두국의 반응을 보면 적은 피해 정도가 아닌, 아무런 손해도 입지 않고 유구를 되찾을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적이 어느 방향으로 달아났다고 하는가?”
“북쪽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서쪽도 아니고 북쪽?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당연히 그는 대두국 함대가 향할 곳은 남서 방향에 있는 도시마무라 섬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도시마무라 섬에 도착하자 그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대두국의 함대가 향한 곳은 남서 방향이 아니었다.
유구가 있는 남서 방향이 아닌, 망망대해인 북쪽으로 향한 것이었다.
“일단 놈들을 쫓는다.”
실로 이해하기 어려운 움직임이었으나, 일단 추격은 이어가야 했다.
대두국의 함대가 다시 규슈로 돌아가기라도 한다면 일이 복잡해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대두국의 함대를 쫓아 한창 북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그때 함장이 다급한 목소리로 시마즈 미츠히사에게 보고하였다.
“다이묘. 아무래도 태풍이 올 거 같습니다.”
“태풍이라니! 하필 지금 태풍이 온다고?”
그는 미간을 좁히며 바다를 바라보았다.
마침 그때, 한층 거세진 파도가 안택선을 덮쳤다.
선내는 갑작스러운 파도에 큰 소동이 일어났다.
선원들이 갑판으로 넘어지거나 서로 부딪히며 소동이 일어난 것이다.
“불필요한 장비는 갑판에서 치우고 몸을 단단히 결속해라! 침착하게만 행동하면 이 정도 태풍은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시마즈 미츠히사는 침착하게 그와 같은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그런 그의 얼굴도 점점 어두워졌다.
바다를 보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상치 못한 재앙이 곧 그들을 덮칠 거란 사실을 말이다.
***
갑작스럽게 마주친 태풍은 규슈 연합 함대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혔다.
대두국의 함대를 추격하던 450여 척의 함선 중 무려 150척이 넘는 함선이 난파되거나, 암초에 좌초되어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것이다.
나머지 300척의 배라고 상태가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몇 척은 침몰 직전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침수된 상태였고, 절반 이상의 선원이 바다에 빠진 배도 있었다.
하지만 규슈 연합 함대를 더욱더 절망에 빠지게 한 것은 따로 있었는데, 그건 바로 그들이 추격하던 대두국의 함대였다.
“저, 저놈들은 어찌 상태가 저리 멀쩡하단 말이냐!”
태풍이 멎고 선원 전부가 기진맥진한 상태일 때, 갑자기 대두국의 함대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놀랍게도 대두국의 함대는 태풍에 전혀 피해를 본 모습이 아니었다.
규모 역시 전혀 달라지지 않았는데, 워낙 피해를 크게 입은 상태다 보니 이제는 대두국의 함선 수가 규슈 연합 함대보다 많아 보였다.
당연히 그런 대두국의 함대를 본 규슈 연합 소속 병사들의 사기는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빌어먹을. 가미카제(신풍)가 오랑캐의 편을 들어주다니!”
“이건 배신이야! 가미카제의 배신이라고!”
대두국의 함대가 가까워지자, 규슈 연합 함대는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그러자 시마즈 미츠히사는 피곤한 눈으로 지시를 내렸다.
“퇴각 명령을 내려라.”
“하이!”
사쓰마 번의 함대가 퇴각을 선택하자, 다른 번 소속의 함대도 다급히 규슈 방향으로 퇴각하였다.
물론 그들이 퇴각하는 걸 가만히 지켜볼 요한이 아니었다.
콰콰쾅!
대두국은 기동성 좋은 소수의 함선을 앞세워서 퇴각하는 규슈 연합 함대를 괴롭혔다.
어떤 번은 그런 대두국의 도발에 참지 못하고 나서기도 하였는데, 곧 전멸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맞이하였다.
그런 그들의 희생(?)에 사쓰마 함대는 비교적 적은 피해만 입은 채 긴코만까지 무사히 퇴각할 수 있었다.
“칙쇼!”
하지만 시마즈 미츠히사는 자신이 태풍과 요한의 추격으로부터 생존했다는 사실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이번에 입은 피해를 생각하면 도저히 기뻐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구치노시마 섬과 야쿠시마 섬을 다시 빼앗긴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
사쓰마는 사실상 제해권을 상실한 상태였으니까.
두 섬보다 중요한 것은 규슈 연합 함대였다.
번의 자원이란 자원을 모조리 끌어모아 간신히 대규모 함대를 만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만든 대규모 함대는 제대로 된 해전 한 번 치르지 못한 채, 가미카제에 당해 궤멸적인 피해를 보았다.
피해를 복구하려면 최소 연 단위의 시간이 필요할 터.
‘더 큰 문제는 피해를 당한 게 우리 번뿐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야쿠시마 섬 앞바다에서 50척, 태풍으로 150척과 퇴각 과정에서 50척 이렇게 총 250척의 함선이 침몰하거나 실종되었다.
절반 이상의 피해를 본 셈이었다.
그리고 이 250척 중 100척 정도만 사쓰마가 입은 피해고 나머지는 구주의 다른 번들이 입은 피해였다.
당연하겠지만, 이 정도의 피해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였다.
전쟁에서 이겼다면 그래도 어느 정도 위안이 되겠지만, 전쟁에서 이기기는커녕 오히려 완패나 다를 게 없는 패배를 겪었다.
즉, 얻은 것 하나 없이 수백 척의 배를 잃은 셈인데, 제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이만한 일을 겪는다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긴코만에 도착하고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규슈 곳곳에서 항의 서신이 날아왔다.
그중에는 평소엔 그와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했던 10만 석 미만의 약소 번에서 보낸 서신도 있었다.
서신에 적힌 내용이야 뻔했다.
이 모든 일이 사쓰마 때문에 벌어진 일이며, 자신들이 입은 피해를 보상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할 수도 있다는 협박이 서신에 적혀있었다.
사쓰마로서는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여전히 대두국과의 전쟁을 이어나가는 상황에서 이웃 번들과 전쟁이 벌어지게 생겼으니 말이다.
“야, 야쿠시마 섬이 함락되었다고 합니다.”
“···번의 병사들이 적에게 투항했다는 말이냐?”
“그런 거 같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야쿠시마 섬에 주둔하던 3,000명의 사쓰마 병사들이 대두국에 항복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러자 사쓰마는 더 큰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더는 대두국이 문제가 아니었다.
3,000명의 정예군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웃 번과 전쟁이 벌어지면 사쓰마는 멸망을 피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대두국과 협상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사쓰마 번의 사무라이들은 사쓰마 반도와 오스미 반도가 약탈당하는 상황에서도 줄곧 대두국을 무시해왔었다.
하지만 규슈 연합 함대까지 궤멸적인 피해를 입자 더는 누구도 대두국을 무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가로 중에는 시마즈 미츠히사에게 대두국과의 협상을 조언하기도 하였다.
대두국을 도이라 부르며 멸시하던 이전과는 사뭇 다른 반응이었다.
그들 역시 지금 사쓰마 번의 상황이 심각하기 그지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다.
“우선 얘기는 나눠보겠다.”
“현명한 선택입니다.”
현실을 직시한 시마즈 미츠히사도 대두국과의 협상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이상 대두국과의 전쟁을 이어나간다면 사쓰마 번은 미래를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3,000명의 일본군 중에 몇 명을 영입할 수 있을 거 같으냐?”
요한이 오쿠보 데이다라에게 그리 묻자, 그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대답하였다.
“적어도 500명은 건질 수 있을 거 같습니다.”
“500명이나? 사쓰마 병사들은 충성심이 강한 거 아니었어?”
“충성심이 밥을 먹여주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오쿠보 데이다라의 말에 요한은 픽 웃었다.
맞는 말이었다.
야쿠시마 섬에 주둔하던 사쓰마 병사들은 실제로 아사 직전까지 갔었다.
하필 사쓰마가 희망이란 걸 보여줘서 억지로 버틴 것인데, 규슈 연합 함대가 궤멸하자 더는 버티지 못하고 항복하였다.
‘일본군 중에서도 강한 전투력을 자랑하는 사쓰마 병사가 500명이라. 함선 수십 척 얻은 것보다 값진 성과인데?’
당연히 사쓰마를 상대로는 쓸 수 없는 무력이었다.
하지만 크게 상관없었다.
요한의 적이 사쓰마만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영입할 수 있을 만큼 최대한 영입해봐. 우리 군은 절대 밥을 굶기지 않을 거라는 점을 꼭 말해주고.”
“예, 알겠습니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다.
요한은 자신의 군대가 굶어 죽기 직전의 상황에서까지 적과 싸우는 걸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 걸 기대하느니, 애초에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했다.
“전하! 자신을 사쓰마의 사신이라 밝힌 이가 접견을 청하였습니다.”
흑기군 장교의 보고에 요한은 예상한 일이라는 것처럼 무덤덤한 얼굴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제아무리 사쓰마라고 해도 지금 같은 상황이면 항복을 고려할 수밖에 없지.’
대두국은 바다 너머에 있는 세력이었다.
그런데 지금의 사쓰마는 바다를 건너 군대를 보낼 여력이 없었다.
반대로 대두국은 언제든지 바다를 건너 사쓰마의 영토를 공격할 수 있었고.
사쓰마로서는 항복해서라도 시간을 벌고 싶었을 것이다.
“이름이 뭐라더냐?”
“야마모토 히로부미라고 하였습니다.”
“그래? 나를 해적 수괴 정도로 여기며 무시했던 놈을 또다시 사신으로 보내다니. 사쓰마의 협상 의지가 그리 강하지 않은 모양이야.”
요한은 그리 말했지만,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사쓰마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이런 상황에서 진지하지 않은 태도로 협상에 임할 리는 없었다.
‘사쓰마에게 무엇을 뜯어낼까? 규슈 이남의 섬들이야 당연히 다 얻어내야 하고, 배상금도 최대한 뜯어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