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11
11화 – 6. 독불장군 (2)
앞에 쓰러트린 9명은 그저 준비운동이네, 친구.
‘제대로 된 놀잇감은 너다. 단유성.’
그런 속내를 감춘 채 단유성을 바라보는데, 그가 묘한 말을 한다.
“그래. 난 뭐, 무림대학관에서 보자고 하길래 혹시나 용봉시에 떨어져서 다시 못 만날까 걱정했는데, 먼저 찾아와줘서 고맙구만.”
“하하하. 무슨 그런 걱정을. 내 얼추 보기에도 그대 정도라면 무림대학관에 무난히 입관할 수 있으리라 장담하외다.”
단유성이 고개를 저었다.
“나 말고.”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이죽거리는 단유성.
“너 말야, 너. 네가 용봉시에 떨어져서 무림대학관에 못 올 수도 있다고.”
“하.하.하. 참으로 재밌는 농이구려.”
“농담 아니거든?”
참으로 질 낮은 격장지계(激將之計)로군.
하지만 그렇게 읊조리면서도 용초랑의 내면에는 살짝 금이 갔다.
“헌데, 하룻밤 사이에 말이 많이 짧아졌구려?”
“꼬우면 너도 까든가.”
용초랑의 얼굴에 스칠 듯 살기가 지나쳤다.
“소인배가 무례를 범한다고 군자가 어찌 똑같이 예를 버리겠소이까?”
고까운 말투.
비록 여유로운 미소가 흐르고 있었지만, 용초랑은 진심으로 화가 난 상태였다. 대련이 아니었다면 죽여버렸을 만큼.
그가 목검을 들어 중단세를 취했다.
‘쉬이 쓰러지진 못할 줄 알거라. 앞으로는 눈만 마주쳐도 오줌을 지릴 정도로 밟아주마.’
자세만 취했음에도 매화향이 장내에 미묘하게 번져나갔다.
소위, 말하는 검향(劍香).
검을 펼치면 아련한 향기가 시전자의 주변에 퍼져 나가는 경지.
이는 구파일방 가운데 오직 화산파에만 존재하는 경지이다. 오직 향공류(香功類) 무공만이 이를 구현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되시면……!?”
쒜에엑!
준비되면 대련을 시작하자고 말하려는데, 들려오는 파공성.
단유성이 대련의 예를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공격을 개시한 것이었다.
용초랑은 깜짝 놀라며 오행매화보(五行梅花步)를 펼쳐 뒤로 급히 물러섰다.
“이게 무슨 짓이오!”
“구린내가 나길래 벌써 시작한 줄 알았지.”
으득.
이를 가는 용초랑. 태어나서 이렇게 분노한 건 진정으로 처음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
파파팟!
단유성의 목검이 재차 날렵하게 공격해 들어왔다. 이를 갈 틈도 주지 않는 것이었다.
“이익!”
용초랑은 다시금 오행매화보를 펼쳐 이번엔 옆으로 회피했다.
오행매화보도 매화검법과 같은 향공(香功)계열.
자연히 그가 움직이는 쪽으로 매화향이 확 일어났다.
둘 사이에 상당히 큰 실력차가 있었음에도, 선공(先攻)을 잡은 자는 단유성이었다.
이 까닭에 용초랑은 아까처럼 쉽게 상대방을 제압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어찌 된 영문인지 단유성은 미리 예측이라도 한 양 그가 피하려는 쪽으로 한 발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그뿐이 아니었다.
단유성이 주로 쓰는 무공이 소청검법인 것도 용초랑을 어렵게 하는 한 원인이었다.
소청검법은 화산파의 속가제자에게 일괄적으로 전수되어지는, 급 낮은 아류검법이지만 그 기본은 매화검법과 같다.
두 검법의 검로(劍路)는 근본적으로 매우 흡사해서, 단유성이 소청검을 펼치면 마치 용초랑의 검로를 항상 선점하는 효과가 있었다.
물론, 용초랑이 먼저 검로를 선점하면 되는데, 현재 상황이 그럴 수가 없었다.
선공을 빼앗겼고, 선점까지 당하고 있었고, 행로까지 읽히고 있었으니.
‘이, 이게 뭐지? 도대체?’
용초랑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당황했다.
항상 압도적으로 이겨왔고, 압도적으로 짓눌러왔고…….
모든 일에서 압도적이었다.
‘그런데 왜 이 자식은?’
속가제자들이나 배우는 하류검법으로 내 매화검법을 압도하는 거지?
“으랴아악!”
그걸 인정할 수 없는 용초랑이 악에 받친 고함을 치며 목검을 떨쳤다.
스팟!
단유성의 안면을 스치는 날카로운 검풍.
곧 그의 오른쪽 뺨에서부터 귀밑까지 길게 생채기가 났다. 단유성은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
드디어 단유성의 선공이 끝이 난 것.
용초랑이 목검을 잡고 있던 손목을 크게 털며 차갑게 웃었다.
“이제 내 차례구려?”
‘아주 작살을 내주마.’
그런 생각을 하는데, 단유성이 마주 웃었다.
명백한 비웃음.
“과연 그럴까?”
그 비웃음이 너무도 거슬렸다.
그래, 저거다. 저것 때문에 자신이 저딴 놈을 밟으러 이곳까지 온 것이다.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
스파파파팟!
용초랑의 목검이 매화다발 형태의 검풍을 뿜어내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 ● ●
“이제 내 차례구려?”
녀석의 차가운 미소에, 나는 일부러 더 과장되게 비웃음을 흘렸다.
“과연 그럴까?”
스파파파팟!
용초랑의 목검이 하늘을 뚫을 듯한 기세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매류통천(梅流通天)!’
매화십사수의 기수식.
이 공격을 시작으로 무차별적인 매화검법 공격이 연이어 들어오겠지.
과거로 돌아온 이후 내가 이곳에서 가장 열심히 배운 검법은 소청검법이다.
소청검법은 세간에 알려진 대로 매화검법의 하위호환 검법이다. 자연히, 본래 같았다면 매화검법에 속절없이 쓸려나가야 정상이다.
‘하지만 나는…….’
후우우.
후각을 자극하는 강렬한 매화향.
‘매화십사수의 약점을 알고 있지.’
앞으로 몇 년 후.
무림대학관에 비견되는 마교태학원(魔敎太學院)을 갓 수료한 젊은 마도인이 십사수매화검법을 비롯한, 화산파의 7개 무공의 치명적인 결함을 발견.
그 파훼법을 책으로 엮어 마교 내 무공연구원에 발간을 제의한다.
그 서적의 거창한 이름이다.
하지만 이는 금세 무림맹 측 세작에게 입수되어 화산파에 전해졌다.
총역량을 동원하여 를 연구한 화산파는 바로 이듬해 에서 파훼된 모든 무공의 취약점을 보완수정한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가 이제 무용지물이 되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무림맹 무학연공소에 를 영구 기증한다.
그에 무학연공소에서는 이것을 무공파훼 교습서로 활용하기 위해 널리 간행.
‘무림맹의 일반 무사들도 이 화산파 파해총요를 읽을 수 있게 되지.’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를 펴낸 젊은 마도인은 천마다.
그리고 우습게도 천마의 를 보완수정한 천재가 바로,
‘너지.’
하지만 아직 용초랑은 를 파훼하지 못했다. 아직 나오지도 않은 파훼법을 파해할 수는 없는 거니까.
내가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시도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사아아악!
용초랑의 매류통천 초식이 벼락같이 내게 짓쳐 들었다.
‘천정(天鼎), 천돌(天突), 중부(中府) 가운데 하나.’
내 발이, 용초랑의 검이 매류통천을 펼치기도 전에 이미 피할 곳을 정하고 밟아 움직이고 있었다.
그건 바로 매화향기 덕분이다.
천마가 에서 파훼한 무공은 총 7가지.
십사수매화검법, 오행매화보, 암향표(暗香飄), 매화권 등등.
모두 경지에 이르면 ‘향’이 나는 화산고유의 향공들이었다.
무공이 발동하려면 정해진 혈을 따라 기가 일순해야 하는데, 이 무공들은 그 과정에서 향이 배출이 된다.
그리고 그 향이 무공의 초식이나 목표로 하는 경로를 미연에 알려준다.
아주 미세한 것이었지만, 무림고수들의 오감은 일반인과 너무도 차이가 나서 이 작은 것도 잡아내기 십상이다.
‘무엇보다도 내가 를 달달 익혔다는 게 중요하지.’
아내를 빼앗긴 분노로 나는 를 완벽하게 외우고 익혔다. 당시 이미 용초랑에 의해 수정보완이 되었다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
그 마음 하나가 화산파 파해총요를 독파하게 했다.
‘당시에는 시간낭비였고 무용지물이었는데.’
그게 이렇게 쓰이게 되다니.
인생이란 역시 모르는 것이다.
슥.
또다시 헛치는 용초랑의 목검.
하지만 검풍이 일며 내 왼쪽 뺨에 길게 붉은 한일자가 그려졌다.
검로를 알고 미리 피하고는 있다지만, 원체 녀석과 나의 격차가 컸다. 이대로 이삼십여 초수만 지나도 내가 패배하리라.
역시 천재는 천재다.
지금의 내가 녀석을 이길 만한 깜냥은 절대 안 된다.
스팟! 팟! 파팟!
파공성이 격렬해질수록 내 몸에 늘어나는 생채기.
입고 있는 무복도 점점 넝마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내 눈은 여전히 녀석의 마지막 한 방을 노리고 있었다.
어떠한 공격이건 큰 공격일수록 허점도 큰 법.
그것도 그 허점을 내가 알고 있다면…….
‘그냥은 못 지지.’
귀싸대기를 갈기든, 어딜 때리건 한 방.
단 한 방이면 속이 시원해질 듯했다.
그리고 한참 뒤, 마침내 그 기회가 찾아왔다.
사위를 잠식하는 매화향.
이제까지와 다르게 연무장에 수백 송이의 매화가 핀 듯 강렬한 향내였다.
연무장 주변을 빼곡하게 메운 수련생들과 사범들의 표정이 썩어들어간다. 아마 모두들 내 패배를 예견한 듯.
용초랑 또한 비웃는다.
이제 끝내주마. 그런 표정.
휘류류류류.
용초랑의 주변으로 빨려들 듯 기류가 흘러든다. 동시에 녀석의 공격이 일순간 멎었다.
‘오매쟁속(五梅爭速). 이거다!’
다섯 송이 매화가 서로 빠름을 다툰다.
신속함에 초점을 맞춘 매화검초.
‘음교(陰交), 기해(氣海), 관원(關元), 중극(中極), 충문(衝門)!’
지금 맺히고 있는 다섯 송이 매화가 노리는 혈 다섯 곳.
이 다섯 혈은 모두 사타구니와 아랫배 부위에 있는 요혈들이었다.
그곳을 노린다는 것은!
‘이 새끼가 날 고자로 만들거나, 내공을 전폐시키려 들어?’
대련간에는 어떠한 일이 발생해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
그 점을 이용해 아예 내 앞날을 끝장내려는 의도였다.
어차피 나중에 실수였다고 한마디만 하면 되는 거니까.
천봉무관은 화산파의 하급지부격이었고, 용초랑은 화산파의 매화검수였기에 천태공은 따질 수도 없을 테고.
속에서 확 치솟는 천불!
원래는 싸다귀 한 대로 만족하려고 했는데, 이제는 그걸로 모자랐다.
용서가 안 된다!
그 순간!
용초랑의 목검이 내 아랫배 쪽으로 다섯 가닥의 변초를 뽑아내며 날아들었다.
그 속도가 실로 비쾌하여 현재 내 실력으로는 절대 피하지 못할 정도.
그러나 그건 를 뺀 내 실력이고.
‘진짜는 이거다!’
휙!
이미 기다리고 있었던 나는 물이 흐르듯 바닥을 굴렀다.
파바바바박!
내가 서 있던 허공에 연붉은 기풍이 휘몰아쳤지만 목표물이 없어 이내 사그라진다.
뭐, 목표물이었던 나는 어느새 용초랑의 하반신으로 폭주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용초랑이 다급히 목검을 회수하려고 했지만, 이미 내 목검이 녀석의 사타구니에 틀어박혔다.
빠각!
손에 걸리는 묵직한 감.
제대로다.
띠링.
치명타 작렬!
귀하의 공격이 적에게 200%(20할)의 피해를 입힙니다.
띠링.
귀하께서 적에게 첫 번째 [치명타]를 입히셨습니다.
특별추가 보상이 주어집니다.
추가보상으로, 귀하의 [치명률]이 영구적으로 1%(1푼) 상승합니다.
“크, 크아아아아아아악!”
극도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용초랑의 발이 내 목검을 쳐내고 전광석화같이 내 머리를 가격했다. 공격을 하느라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머리가 크게 흔들리고, 세상이 핑 도는 느낌과 함께 바닥이 가까워져 갔다.
피식. 웃음이 난다.
‘뭐, 졌지만 이만하면 괜찮지? 치명률이 뭔진 몰라도 특별추가 보상도 받았고 말이야.’
저쪽에서 어느새 정신을 차린 장기후가 누운 채 엄지를 척 올리는 모습이 보인다.
‘새끼. 졌는데 엄지척은.’
그때였다.
띠링.
다시금 귓전을 때리는 경쾌한 소리.
[임무 완료]
귀하께서는 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귀하의 창고(Inventory)가 개방됩니다.
‘어? 임무 완료?’
나는 쓰러진 채로 간신히 용초랑 쪽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게거품을 물며 힘을 잃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개까지 아래로 꺾인 상태.
‘정말로 이긴……건가?’
그래그래, 내가 이긴 거군. 이긴 거야.
내가 매화검신을 이기다니…….
하. 하.. 하…
그때였다.
츄리리리릭-.
갑자기 쳐들리는 녀석의 고개.
하얗게 까뒤집힌 녀석의 눈이 이 상태에서도 엄청난 정신력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주, 죽인다! 죽인다! 죽여 버린다! 으아아아아아!”
용초랑이 절규하며 내게 달려들었다.
그 기세가 너무도 살벌했지만, 나는 웃었다.
녀석을 향해 덮쳐드는 사범들이 보였기에.
‘하하하하하. 지랄발광하는 걸 보니 불알이라도 터졌나보구만. 색마새끼.’
진짠지 아닌지는 아직 확인 안 된다. 그럴 여력도 없었고.
행동력 0이 되지도 않았건만 서서히 눈이 감겨 왔다.
용초랑의 마지막 발광에 머리를 맞아 그런 것이리라.
흐릿해지는 내 시야로 뛰어오는 여인 하나.
천소소인가?
다른 건 다 안 보이는데, 그녀의 새하얀 치아가 보였다.
‘쟤가 웬일로 다 웃는다냐? 후후.’
그때 그녀의 희디흰 이 위로 겹쳐지는 반투명한 글자들.
[검을 열심히 휘둘러, 일정 경지 이상에 이르셨습니다! 검 숙련도 Up! 검 숙련도가 Lv. 3이 되었습니다.]
[검을 쥐셨을 때, 공격속도가 20%(2할) 상승합니다.]
이 와중에도 성장은 하는군.
곧 암전이 찾아왔다.
● ● ●
“으하암~”
긴 하품과 함께 정신을 차렸다.
아주 개운한 기분.
꿈에서 전생의 아내가 달려왔지만, 나는 거침없이 밀쳐냈다. 그리고 그 옆에 서 있던 용초랑의 사타구니를 냅다 걷어찼다.
‘뭐, 비단 꿈에서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한 방 먹였지.’
완전 제대로.
“이제 일어났어?”
머리맡에서 들려오는 부드러운 음성.
일어나보니 보드라운 이불과 요에서 향긋한 내음이 난다.
“여긴?”
“내 방이야.”
새하얀 손이 내게 물잔을 건넸다. 고개를 들어 확인해보니 천소소였다.
물잔을 받으려 일어나다 보니 이불이 주르륵 벗겨지며 내 나신이 드러났다.
“뭐해? 안 가려?”
천소소가 내 몸을 보며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나는 슬쩍 아래쪽을 바라봤다.
아직 몸에서 젖내가 났다.
나는 그녀만큼이나 대수롭지 않게 물을 들이켜며 말했다.
“봐 달라고 사정해도 안 볼 몸이구만. 뭘 가리냐?”
천소소가 잠시 키득거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불을 다시 내 몸 위에 툭 얹어주며 내 가슴팍을 찰싹 때린다.
“야, 아무리 친구라 그래도 넌 사내고 난 여인이라고.”
“너 계집이었냐? 남자 아니었어?”
“너, 생명의 은인한테 못하는 소리가 없네? 맞을래?”
“생명의 은인은 무슨. 그냥 자는 거 데려다가 눕힌 거 가지고.”
장기후 놈이랑 자꾸 놀다 보니 나도 서서히 유치해지나 보다. 천소소한테 쓰는 말이나 말투가 완전 애가 다 됐네, 됐어. 어쩌면 은연중에 천소소가 천봉음후가 아니라는 사실을 완전히 받아들인 걸지도.
후둑.
그때 내 얼굴에 부드러운 옷감이 덮였다.
“어이구, 그러셔? 그럼 얼른 입고 나가시지?”
옷감을 내려보니 내 옷이었다. 나는 최대한 느긋하게 옷을 입었다. 온몸이 욱신거린 탓이었다.
가슴팍에도 붕대가 감겨있는 걸 보니 용초랑 그 녀석한테 몇 대 안 맞았음에도 타격이 꽤 컸나 보다.
그런 나를 가만히 보고 있던 천소소가 귀엽게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너, 네가 무슨 일을 벌인지는 알고 있지?”
무슨 짓을 벌였기는.
‘용초랑 녀석에게 참교육을 내렸지.’
곧 옷을 다 입은 내가 이불 밖으로 나오며 물었다.
“무슨 짓을 벌였는데?”
천소소가 기다렸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이쁜 짓.”
항상 차가운 얼굴에 약간은 뚱한 듯한 얼굴이었는데, 웃으니까 역시 귀엽다. 뭐, 내 취향은 좀 더 풍만한 성인쪽이지만.
“예쁜 짓은 무슨. 겨우 그 정도 가지고.”
나는 듣자마자 그녀가 말하는 ‘이쁜 짓’이 뭘 뜻하는지 알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용초랑한테 졌음에도 예쁘다는 소릴 들을 만한 짓.
나는 남은 물을 입에 다 털어 넣고는 씩 웃었다.
“근데, 한 개냐? 두 개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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