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Leveling: Murim RAW novel - Chapter 49
49화 – 19. 어느덧 봄 (2)
● ● ●
저벅저벅.
어깨 위에 몽둥이 하나를 걸친 청년이, 유유히 색마적 산채 안으로 들어섰다.
비록 작은 산채였지만, 나름 이 근방을 주름 잡는 산적들의 산채였던지라 제법 묵직한 분위기가 일대 전반에 내리깔려 있었다.
“너, 뭐…….”
퍽! 콰당.
(04/74)
“보면 모르냐, 새끼들아. 너희들 때려잡으러 온 한량이다.”
청년이 입구를 지키던 산적 하나를 곤죽으로 만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자식이 돌…….”
퍽! 꼬로록.
(05/74)
띠링-.
[영구지속 무공 : 봉류(단봉, 장봉 등 몽둥이류 모두 포함) 숙련도]
Lv. 2 : 숙련도 0%
[봉을 열심히 휘둘러, 일정 경지 이상에 이르셨습니다! 봉 숙련도 Up! 검 숙련도가 Lv. 2가 되었습니다.]
[봉을 쥐셨을 때, 치명률이 5%(5리) 상승합니다.]
“아, 이런. 조심해라. 이제부터 니들 잘못해서 뒈질 확률이 5리나 더 올랐으니까.”
“쳐! 쳐라! 죽여라!”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는 색마적들은 산채 곳곳에서 일시에 나타나 청년을 덮쳐갔다.
“으아!”
“죽여라!”
“이 개새끼! 뒈져!”
댕댕댕!
산적들답게 갖은 욕설이 난무했고, 침입자를 알리는 종소리가 더욱 많은 산적들을 산채 입구로 불러모았다.
하지만 청년은 일부러 그들을 모았다는 듯, 우글거리는 색마적들 속에 뛰어들었다.
뻑! 빠각! 덜컥!
찌르고, 내려치고, 밀어 던지고.
무슨 고아한 초식들이 아니었다. 그저 간단한 기본동작들이 한 번씩 펼쳐질 때마다 색마적 한 명씩 흙바닥에 꼬꾸라졌다.
“봉술의 달인이닷!”
색마적들의 착각.
사실 청년은 봉류를 가장 못 다루는데 말이다.
퍼버버버버버벅!
청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며 그 경로에 있는 모든 색마적들을 때려눕혔다.
그러자 그만큼 다시 산채에서 인원들이 쏟아져 나와 검과 도, 창을 흔들며 사방에서 일제히 달려들었다.
“이야아아아앗!”
쑤욱! 파캉! 콰작!
산적 셋이 검, 도, 창을 각각 청년에게 명중시켰……!?
“어……!? 어디 갔어?”
탁, 탁, 탁.
그들의 어깨를 두드리는 손길.
“미안. 내가 좀 빨러.”
퍽, 퍽, 퍽.
셋은 손길의 주인이 누구인지 확인도 못 하고 바닥과 친구가 되었다.
“어떻게……?”
청년이 순간적으로 사라진 걸 목격한, 또 다른 산적이 무의식적으로 내뱉은 한 마디. 하지만 그건 기절을 재촉할 따름이었다.
빠각.
청년의 몽둥이가 그 산적의 머리에 틀어박혔다.
“제발, 싸울 때는 싸움에 집중 좀 하자.”
털푸덕.
남은 산적들이 바닥으로 쓰러지는 색마적의 몸을 타 넘어 청년에게 계속해서 달려들었다.
“그래, 그거지.”
그에 마주 짓쳐 들어가는 청년.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벅!
우르르 나자빠지는 색마적들.
띠링-.
(31/74)
청년은 바닥을 게거품 천지로 만든 뒤, 산채 깊숙이 들어섰다.
“그렇다고 이기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 ● ●
잠시 뒤, 색마적 산채의 채주(寨主, 산적두목)가 청년과 마주했다.
초토화된 산채 풍경을 둘러보며 아연실색한 표정을 짓는 채주.
“너, 너 도대체 뭐야!?”
“후-. 니네들 연습하냐”
“…….”
“어떻게 하나같이 판에 박힌 대사를 읊어대냐? 산적1이고 산적 51이고 간에 그렇게 창의력이 없으니 문을 닫지.”
산적51, 색마적의 두목은 사방을 둘러보았다.
갑자기 나타난 청년에 의해, 50여명에 달하는 부하들이 모조리 땅바닥에 입맞춤을 하고 있었다. 그 입맞춤이 너무도 강렬해서 이가 모조리 가출한 경우도 있고, 가끔은 벽꽂이가 된 경우도 있고, 일부는 바닥에 꽃꽂이가 된 녀석도 보였다.
“자, 앞서 몇 번 물었지만, 다시 묻는다.”
청년이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너희들이 붙잡고 있는 사람들 어딨어?”
“색노(色奴, 성노예)들 말이냐?”
순간 청년의 눈에 스치는 스산한 기운.
“그래, 그 색노들.”
“다른 건 다 네 마음대로 해도 되지만, 색노들은…….”
“누가 두목이지?”
산적들의 시선이 본능적으로 한꺼번에 산적51을 향했다.
빠각!
“꺽!”
색마적 떼의 두목은 말하던 도중,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졌다.
언제 다가선 것일까?
사라진 청년이 유령처럼 두목 뒤에 나타나더니 머리통에 그대로 몽둥이를 틀어박은 것이었다.
청년이, 바짝 쫄아 붙은 산적들을 쭉 둘러보며 사악하게 웃었다.
“이제 누가 두목이지?”
산적들이 일제히 당황하며, 산적52를 바라보았다.
“아……음…… 두목이 쓰러졌으니 당연히 다음 두목은 부두목이…….”
순식간에 고개를 미친 듯 흔드는 산적 52.
“야, 이 새꺄! 뭔소리야? 아, 아닙니다!”
머리를 흔들던 산적52가 금세 청년 앞에 무릎을 꿇으며 소리쳤다.
“대협이십니다! 대협께서 이제 이 정협회의 회주이십니……꿱!”
청년이 산적52를 향해 뻗었던 주먹을 툭툭 털며 다시금 이를 드러냈다.
“정협회는 지랄. 그리고 나 대협 아니다.”
모골이 송연해진 나머지 산적들.
그들이 아예 얼음이 되어 망연히 서 있는데 청년의 입이 다시금 열렸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묻는다. 아가씨들 어디 있냐?”
“…….”
마치 처음 듣는단 얼굴들을 하며 멍하니 서 있는 산적들.
그에 청년의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
“색노들 어디 있냐고, 이 새끼들아!”
그제야 산적들이 동시에 산채 한구석에 세워진 창고 같은 건물을 바라보았다.
● ● ●
“낭자들 조금만 기다리시오.”
바깥에 있는 산적들을 완전 소탕한 청년은 다급히 창고를 기습했다.
“내가 아리따운 그대들…….”
입구쪽에 있는 산적 하나를 처리한 청년은 마침내 한 명을 구했다.
“……의 아버님을 구했소.”
띠링-!
(01/69)
턱이 북슬북슬 난 중년사내1이 다급히 옷을 입으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
청년은 잠시 고개를 흔들고는 계속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내가 가녀린 그대들…….”
“…….”
“……의 삼촌을 구했…….”
턱이 북슬북슬 난 중년사내2가 눈물을 훔치며 역시 밖으로 뛰쳐 나갔다.
띠링-!
(02/69)
“……설마 아니겠지?”
퍽!
(03/69)
퍽!
(04/69)
……
……
……
퍽!
(34/69)
“…….”
퍽!
또 다시 산적을 박살내는 청년의 강철주먹.
그때까지 구한 산적인지 민간인인지 분간이 가지 않는 털북숭이들이 무려 34명.
청년은 자빠진 산적을 일으켜 세우며 다그쳤다.
“야! 진짜 색노들은 어딨어?”
“이, 이미 반을 구, 구했…….”
퍽!
청년은 믿기 싫은 진실에 산적의 입에 몽둥이를 틀어박았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어쨌든 [돌발임무]는 계속되어야 했으니까.
띠링-!
(35/69)
퍽!
(36/69)
퍽!
(37/69)
……
……
……
퍽!
(68/69)
“…….”
퍽!
그리고 창고의 끝까지 가서야, 비로소 진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대머리에 붉은 밧줄을 친친 감은 반라의 산적74가, 마지막 털북숭이 앞에서 채찍을 휘두르고 있었기에.
야시시한 조명 아래서 뱉어지는 녀석의 끈적끈적한 한 마디.
“등짝, 등짝을 보자!”
“……크흐흐흐흐흐.”
청년의 이 사이로 울음인지 웃음인지 모를 소리가 배어 나왔다.
“그래! 오늘 등짝 한 번 원 없이 보자, 이 씹쌔야!”
퍼버버버버벙!
띠링-!
[돌발임무]
색마적들을 모조리 물리치고(74/74), 그들의 산채에 사로잡힌 가녀린 색노들을 구출하시오(69/69). 제한시간 : 전투개시 후 한 시진(2시간)
성공시 보상 : 무구 [귀궁(鬼弓)] 획득
실패시 불이익 : 임무 삭제 및 체열이상 삼주야(3일)
[임무 완료]
귀하께서는 돌발임무를 완수하셨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귀하의 창고(Inventory)에 [귀궁(鬼弓)]이 입고되었습니다.
“후-.”
그나마 보상에 부들부들거림이 가라앉는다.
그때 청년의 눈에 저 멀리 쌓여있는 책들이 들어왔다.
그는 무심코 그쪽으로 다가섰다.
소년 색국지, 단단한 녀석, 형사부일체, 호형호색, 놈놈 그놈,…….
“……설마 이것도? 아니겠지?”
청년은 다시 한 번 무심코 제일 위에 있는 책을 펼쳤다.
부들부들.
절로 떨리는 손.
그때 들려온 산적의 음성.
“이, 이 개자식아……. 우리 정협회가 대체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 이른 봄날부터 이 행패냐…….”
청년은 부들부들 손을 떨며 책을 다시 제자리에 내려놓았다. 그리곤 천천히, 아주 천천히 산적 쪽으로 몸을 돌렸다.
“살인, 강도, 강간, 마약, 안구폭행, 금서배포, 방화.”
산적이 발작적으로 소리친다.
“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치고, 방화는 한 적 없다고!”
“방화한 적 없어?”
“그, 그래.”
그러자 청년이 창고 벽면에 걸린 횃불 하나를 들었다. 그리곤 책더미 위에 던졌다.
“그럼 뭐, 지금 하지.”
● ● ●
활활.
불타오르는 색마적 산채.
산적 74명은 묶인 채 산채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리고 있었고, 색노 69명은 모두 불길에 확 달아오른 청년의 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돌발임무]를 마친 청년은 몸을 돌렸다.
색노 중 한 명이 머뭇거리다가 청년에게 말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협사님!”
“……잊어.”
“이 한몸을 바쳐서라도……!”
퍽!
“잊어!”
“…….”
“제발.”
청년에게 등짝을 짓밟힌 색노는 기절했고, 그 뒤에 서 있던 색노가 이어서 말했다.
“그럼 협사님…….”
“협사 아니라고.”
“존성대명이라도 알려주십시오.”
“유성.”
“…….”
“단유성이다. 존성대명은 아니지만.”
“어디로 가십니까?”
“무림대학관으로.”
단유성은 가여운……색노들을 구한 후 천천히 다시 길을 떠났다.
오리걸음으로.
그에 가엽다 못해 징그러운 색노들이 일제히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저래서 하체가 튼실하시구나.”
● ● ●
“[중원전도] 이거 아무튼 문제 많구만. 무턱대고 지름길만 알려주니, 이거 따라다니다가 이게 벌써 몇 번째 사고야?”
“233,287.”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광동을 벗어나,
……
……
……
“589,645.”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호남을 지나,
……
……
……
“826,996.”
[체력을 한계치 이상 사용하셨습니다! 체력 Up! 체력이 1 증가합니다.]
[체력이 10%(1할) 회복됩니다.]
호북을 거쳐,
……
……
……
마침내 무림맹이 위치한 하남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지금.
“1,000,000보 달성.”
[임무]도 없는데, 오리걸음 100만보는 뭐냐고?
덤이다.
보다 정확히는,
[칭호 : 압보(鴨步)의 달인]을 장착하셨습니다.
압보 시, 공격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압보 시, 이동 속도가 10% 상승합니다.
압보 시, 모든 능력치가 10% 상승합니다.
※이 칭호는 진화가 가능합니다.
진화가 가능하다지 않은가?
뭐가 될진 해보기 전엔 모르는 거 아닐까?
일단 하자. 한 다음에 안 되면 그때 가서 포기한다.
씨익, 나는 그제야 똑바로 일어섰다.
사~알짝 늦은 것 같으니까 이제부터는 달린다.
살짝 맞나? 이 정도면 많이 늦은 건 아니지?
팟, 파파파파팟, 파바바바바박!
봄날 상큼한 먼지를 일으키며, 단유성이 무림대학관으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날 하남의 비알서(非訐書, 들추어내서는 안 되는 금단의 책)가 그 과정에서 절판되었다.
무한 레벨업 in 무림
지은이 : 곤붕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949-904-0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