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1
나 혼자 무한 보급! 011화
새로 구입한 디어 헌터 탄환의 위 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무언가에 잡아 뜯긴 듯 남자의 손 목이 시원하게 날아가 버렸다.
“아아아아악!”
허연 연골이 덜렁거리는 손목을 붙 잡은 남자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잽싸게 뒤로 물러나자 조금 전 민 수의 머리통이 있던 자리로 몽둥이 하나가 날아들었다.
“이 새끼! 역시 총 갖고 있었나!”
잔뜩 흥분한 대머리가 몽둥이를 휘 두르며 민수를 쫓아왔다.
덩칫값은 하는 건지 몽둥이를 휘두 를 때마다 바람 가르는 소리가 심상 치 않다.
재빨리 복도 입구까지 물러난 민수 가 양손의 단검과 권총을 단단히 쥐 었다.
‘앞으로 여덟.’
총이 있다고는 하지만, 둘러싸여서 좋을 건 없다.
복도를 끼고 한 명씩 상대해서 최 대한 머릿수를 줄인다.
한 번 피를 보자 뱃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치밀어 올랐다.
흥분해서 달려오는 대머리 앞에서 민수가 살짝 자세를 낮췄다.
부우웅!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숙이자 대머 리의 몽둥이가 민수의 정수리를 스 쳤다.
머리카락을 아찔하게 헤집는 바람 의 느낌. 온몸으로 솟구치는 섬뜩한 전율.
하지만 덕분에 빈틈이 훤히 보였 다.
풀스윙 덕에 자세가 무너진 대머리 의 옆구리에 대고 민수가 방아쇠를 당겼다.
“커 헉!”
퓩!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피와 살점 이 튄다.
손등을 타고 흘러내는 살점과 내장 조각. 손을 타고 흐르는 피가 뜨뜻 하다.
솟구치는 구역질을 참으며 민수가 쓰러진 대머리를 냅다 어깨로 밀어 버렸다.
“어, 어엇?!”
“으아아아악!”
배가 터져 버린 복도 밖으로 쓰레 기처럼 나뒹굴었다.
갈가리 찢어진 옆구리에서 꾸역꾸 역 허연 창자가 삐져나온다.
생전 닭 모가지 한 번 비틀어본 적 없던 이들에게는 충격적인 광경 이었다.
새하얗게 질린 약탈자들 앞에서 피 투성이가 된 민수가 총을 겨누며 외 쳤다.
“이 X발 새끼들아. 내가 후회한다 고 했어? 안 했어?”
“미, 미친……!”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5분 안에 이 새끼들 챙겨서 안 달아나면 니들 다 내 손에 뒤진……
“병남아! 으아아아악!”
그때 옆에 있던 남자가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말하는 걸 들어보니 친구였던 모 양.
흥분한 와중에 머리를 노리는 거로 보아 이쪽도 운동신경은 제법 있는 것 같았지만.
“케흑!”
상대는 단검 격투술도 3레벨에 달 한 민수였다.
급한 마음에 내지른 단검이 그의 목에 틀어박혔다.
“꺼억, 커허억……
신음을 내지르는 그의 목에서 피가 쏟아진다.
칼날을 타고 피가 흐른다. 손을 적 시고 옷자락을 적신다.
사람을 죽였다. 내가 사람을 죽였 다.
죽이면 기름 같은 피를 흘리고, 빛 이 되어 사라지는 몬스터가 아니다.
살아 움직이는 사람을. 빨간 피가 흐르는 사람을 죽였…….
“이 X새끼들아!!!”
비대해진 위기감이 첫 살인의 충격 조차 잡아먹었다.
죽어버린 남자의 시체를 벌렁 차버 리며 민수가 다른 한 명을 향해 총 구를 돌렸다.
“으, 으아아아!”
겁에 질려 몽둥이를 휘두르기 직전 방아쇠를 당긴다.
박살 나는 두개골과 뇌 조각. 하얗 게 질린 채 뒤에서 달려드는 또 다 른 남자.
그의 몽둥이가 머리를 후려치기 직 전, 힘껏 몸을 틀며 단검으로 목을 날린다.
“겍 J”
일격에 참수된 남자의 머리통이 허 공으로 날아간다.
지금껏 네 명을 해치우면서 몸은 피범벅이 된 지 오래.
피투성이가 되어 미끄러운 바닥에 서 겨우 자세를 잡은 민수가 으르렁 거렸다.
“서, 서, 서, 선생님! 죄, 죄송합니 다! 조금 전 제가 말실수를……?!”
“니들이 먼저 시작했잖아, X새끼 들아!!!”
주춤주춤 물러나려는 석우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묵직한 탄환이 피부를 찢고, 갈비 뼈를 부수고, 아랫배를 박살 낸다.
누더기가 된 고깃덩이에서 피와 내 장이 왈칵 터져 나온다.
[플레이어 정석우를 처치하셨습니다.31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으, 으아아아!”
“괴, 괴물! 괴물!”
“주, 죽어! 죽어어어어!”
작은 파출소 안에서 컬트적 참극이 펼쳐졌다.
손목을 잃고, 목을 잃고, 내장을 쏟아내며 죽어가는 시체들.
피범벅이 된 바닥에서 겁에 질린 남자들이 몽둥이를 휘둘러대고.
피에 굶주린 짐승처럼 그것들 사이 에서 연신 나직한 총성이 터진다.
“악! 아악! 끄륵!”
“내, 내 손…… 억!”
“ 끄르륵……
다리를 쏘고, 가슴을 쏘고, 확인사 살로 머리를 쏜다.
몽둥이를 쥔 손목을 날려 버리고, 명치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겁먹고 달아나는 사내의 등을 향해 총구가 망설임 없이 불을 뿜는다.
산 자의 비명은 채 1분도 더 가지 못했다.
고약한 피비린내가 감도는 파출소 안.
마지막 사내가 쓰러지는 걸 확인한 민수가 홱 고개를 돌렸다.
“허억, 허억……!”
“사, 살려주세요!”
들고 있던 포댓자루조차 내던진 혜 미가 바닥에 납작 엎드렸다.
여기 들어온 9명 중 8명이 죽고, 마지막 남은 한 명.
거칠게 숨을 토해내는 민수 앞에서 혜미가 두 손을 모아 싹싹 비볐다.
“죄,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저, 저도 말렸는데…… 아, 아빠가 너무 막무가내라서…… 저, 정말 전 반대 했어요. 그냥 가자고 했다니까요! 믿어주세요!”
“앞으로 다신 안 나타나겠습니다. 시, 시키는 건 뭐든 할게요! 그러니 까 제발 살려주세요. 저, 저 아무것 도 못 봤어요! 제발, 제발……!”
손이 발이 되도록 비는 혜미 앞에 서 퍼뜩 정신이 든 민수가 자신을 내려다봤다.
피에 젖은 추리닝. 지방과 피가 엉 겨 붙은 단검과 권총.
그리고 바닥까지 적신 피. 코를 찌 르는 고약한 비린내.
‘미쳤어.’
1분도 안 되는 사이 8명을 죽였다.
칼 한 자루, 권총 한 자루로 전부 도축하듯 잡아 죽였다.
몬스터를 죽일 때는 느껴본 적 없 던 혐오감이 솟구쳤다.
보름 전의 나는 그냥 휴학생이고, 편의점 알바였는데.
보름이 지난 지금의 나는 사람을 간단히 죽이는 괴물이 되어 있었다.
‘정말 내가 한 게 맞나?’
이 끔찍한 광경이. B급 공포영화 같은 이 풍경이.
이게 정말 내가 한 거라고? 내가 이런 짓을 저질렀…….
“미, 민수 씨?”
그때 민수의 뒤에서 겁먹은 목소리 가 들려왔다.
핏발 선 눈을 돌리자, 철퇴를 안은 예진이 계단 위에 서 있었다.
“그, 끝난…… 거예요?”
“왜 나왔어요?”
“갑자기 조용해져서…… 걱정이 돼 서는.”
“부를 때까지 내려오지 말라고 했 잖아요.”
무섭게 쉬어버린 목소리에도 예진 은 물러나지 않았다.
피와 내장으로 범벅이 된 1층으로 내려온 그녀가 문득 혜미를 향해 고 개를 돌렸다.
“그거……
“한 명 살았네요.”
“어떻게 할 거예요?”
글쎄. 어떻게 해야 할까.
조금 전의 흥분 상태라면 간단히 찔러 죽였을 텐데.
하지만 뒤늦게 정신을 차린 지금은 그마저도 망설여졌다.
대답 없는 민수를 바라보던 예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로 갈게요.”
“오지 마요.”
하나 마나 한 제지를 무시한 채 예진이 철퇴를 들고 다가왔다.
혹시나 싶은 생각에 긴장했지만, 육감 스킬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민수를 지나 친 예진이 엎드린 혜미 앞에 섰다.
“이름이 뭐예요?”
“저, 정혜미예요.”
“혜미 씨…… 정혜미 씨. 이름 예 쁘네요.”
“겨, 경찰 언니……! 저, 저 정말 나쁜 짓 안 했어요. 믿어주세요!”
혹시라도 살길이 열리나 싶은 생각 에 혜미가 예진의 바짓가랑이를 덥 석 쥐었다.
꺽꺽 울며 벗겨버릴 기세로 바지를 잡고 늘어지는 혜미.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예진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혜미 씨.”
“ 네?”
“나쁘게 생각 마요.” 정확히는, 그 손에 들린 철퇴를.
경악한 혜미가 고개를 든 순간, 그 안면에 묵직한 철퇴의 스파이크가 박혔다.
“켘……
빡!
단숨에 얼굴이 짓이겨진 혜미가 벌 렁 바닥을 나뒹굴었다.
머리를 절반 넘게 파고 들어갔으 니, 확인할 것도 없이 즉사.
깜짝 놀란 민수가 말을 걸기도 전 에, 거기서 철퇴를 뽑아낸 예진이 중얼거렸다.
“……살려서 돌려보내면 안 돼요.”
“뭐라고요?”
“잠깐의 동정 때문에 풀어주면 조 만간 자기 패거리를 모아서 다시 쳐 들어와요. 몬스터랑 다를 게 없어 요.”
경찰이 할 짓은 아니다. 하지만 그 게 무슨 소용인가.
이젠 경찰이란 이름이 힘을 쓰지 못하는 세상인데.
세상도 사람도 같이 미쳐 버렸는 데.
경찰만 제정신이라는 법은 어디에 도 없지 않은가.
“선배가 그렇게 죽었어요
“두 번 다시 그런 꼴은 안 보려고 요.”
씹어 뱉듯 중얼거린 예진의 어깨로 시선이 닿았다.
방금의 기세기 무색하게, 좁은 그 녀의 어깨가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살인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의 모습.
떨리는 그녀의 어깨를 바라보던 민 수가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신세 졌네요.”
“별말씀을요.”
1분 만에 8명을 잡아 죽이는 편의 점 알바.
마지막 생존자의 머리통에 철퇴를 박아 넣는 경찰.
게임의 탈을 쓰고 미쳐 버린 세상 속에서.
사람을 죽여 놓고 서로에게 감사하 는
슬프고 침착하게 미쳐 버린 청춘
“그보다 이건 어떻게 할 거예요?” “……2층에서 잘게요. 아, 혹시 갈 아입을 옷 있나요?”
“2층 탈의실에 선배가 입던 거 있 어요. 대충 맞을 거예요.”
참극의 밤은 그렇게 저물어갔다.
* 氷 *
1층에 즐비한 시체들을 치울 엄두 도 안 나고, 그럴 이유도 없었다.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민수 는 2층 탈의실에서 잠을 청했다.
[새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사격술 (Lv.1) – 권총, 소총부터 중기관총까지 모든 종류의 사격 무장 을 아우르는 숙련 기술입니다. 레벨이 오를수록 더욱 정확하고 치명적인 사 격을 가할 수 있습니다.]“ 됐다.”
눈 뜨기 무섭게 떠오른 메시지창에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단검 격투술에 더해 사격술까지.
이제 이것들 레벨만 잘 올리면 어 디 가서 질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플레이어 토큰도 그만큼 빡 세게 벌어야겠지만……
“왜 그러세요?”
“아뇨. 그냥.”
옆에 있던 예진의 물음에 민수가 대답했다.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달리, 밤 동안 은 그녀에게 수갑을 채우지 않았다.
그녀라면 설령 잠들어 있어도 허튼 짓은 하지 않을 거란 예감이 든 덕 이었다.
“아무튼, 고마워요. 하룻밤 신세 좀 졌습니다.”
“저야말로 신세 졌어요. 저 혼자서 어제 같은 일을 겪었다면……
어깨를 부르르 떠는 예진과 함께 1층으로 내려왔다.
시절이 5월인지라 하룻밤 만에 1 층에 고약한 냄새가 가득해져 있었 다.
윙윙대며 날아다니는 파리와 꿈틀 대는 구더기. 역겹다는 듯 예진이 인상을 썼다.
« o O ”
—r=r……•
“……가요. 안 밟게 조심하고요.”
썩어가는 시체들을 조심조심 피하 며 파출소를 나섰다.
상쾌한 공기를 맡자 갑자기 막막한 기분이 밀려들었다.
속없이 새파란 하늘을 멍하니 올려 다보던 예진이 문득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거예요?”
“갈 데가 있어요.”
“이렇게 된 거 같이 다니면 안 될 까요? 어쨌든 총도 있고, 사람이 둘 이면…… “죄송합니다. 전 혼자가 편해서.”
하룻밤 신세 지며 주고받은 게 있 긴 하지만, 그렇다고 예진을 신뢰하 는 건 아니다.
사람 일 어찌 될지 모르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법.
가족도 아닌 생면부지 타인을 믿기 엔 민수는 경계심이 상당히 강했다.
“각자 다니다가 만나면 인사나 주 고받죠. 어차피 다들 이 주변에서 벗어나지는 못할 테니까.”
“……그래요. 정 그렇게 생각한다 면야.”
그렇게 대답하는 예진의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묻어나고 있었다.
분위기라도 풀어볼 요량으로 어깨 를 으쓱한 민수가 웃었다.
“그 대신 그 철퇴랑 식량은 가져 요. 선물이에요.”
“서, 선물이요? 식량은 그렇다 쳐 도, 이거 꽤 비싼 거……
“저 코인 많아요. 200코인 정도는 그냥 껌값이죠.”
이럴 때 자랑 안 하면 언제 자랑 할까.
민수의 그 너스레에 예진이 들고 있던 철퇴를 꽉 쥐었다.
“……고마워요.”
“별말씀을. 아무튼, 그럼 슬슬 헤어 져서……
“아, 잠깐만요. 잠깐만 거기서 기다 려요.”
“ 예‘?”
그때 갑자기 예진이 걸음을 돌려 도로 파출소 안으로 들어갔다.
시체 썩는 냄새에 투덜대는 소리가 잠시 들려오더니.
이윽고 밖으로 나온 그녀의 손에는 수첩 한 권이 들려 있었다.
“받아요. 철퇴값은 이걸로 할게요.”
“이게 뭔데 그래요?”
“선배들이랑 제가 정리한 이 인근 의 던전 리스트에요.” 깜짝 놀란 민수가 얼른 수첩을 펼 쳤다.
보니까 그냥 정리만 한 수준이 아 니었다.
약도까지 곁들인 상세한 던전 목록 이 수첩 절반을 가득 메우고 있었 다.
“하도 던전이 많고, 사람은 셋뿐이 라 완벽하진 않지만 아마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이걸 왜 저한테……r “어차피 제가 갖고 있어봤자 써먹 질 못해요. 어제 쳐들어온 불한당 같은 놈한테 빼앗기느니 차라리 민 수 씨가 가져가는 게 나아요.” “혹시 부족한가요? 하지만 지금 제 가 드릴 수 있는 건 그것뿐이라 “아뇨. 전혀요. 오히려 차고 넘칩니 다.”
얼른 고개를 저으며 수첩을 주머니 에 찔러 넣었다.
이 파출소 인근 지역의 각종 던전 정보를 단돈 200코인에 입수했다.
은혜니 뭐니 이전에, 그냥 거래로 봐도 충분히 남는 장사였다.
“고마워요. 예진 씨 덕분에 수고가 크게 줄었네요.”
“저야말로 큰 도움이 되지 못해 미 안해요.”
“무슨 말씀을. 결국, 저 편하자고 거절한 건데.”
그렇게 꾸벅 고개 숙인 그녀와 마 지막으로 악수를 나누었다.
가방도 벗어 던진 덕에 한결 몸이 가볍게 느껴졌다.
문을 나서며 힐끔 그녀를 돌아본 민수가 그녀에게 가볍게 목례했다.
“기회 되면 나중에 봐요. 살아남아 서요.”
“……네. 살아남아 보죠!”
오늘의 이 만남이 나중에 어떻게 돌아올지.
민수도, 그리고 예진도. 그때는 미 처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