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17
나 혼자 무한 보급! 117화
“미친 소리!”
주변의 반응은 딱 민수가 예상했던 그대로였다.
냅다 버럭 고함부터 내지른 추혜원 이 가느다란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이게 무슨 망발이란 말입니까! 우 리더러 마인의 제자가 되라고요? 정 파 무림맹의 마지막 생존자인 우리 가 이제부터 저 마교의 괴두를 스승 으로 모셔야 한다 그 말입니까?!”
“대협! 말씀 좀 살살 하십쇼! 누가 들으면 어디 김 형이 억지로 권한 줄 알겠습니다!”
“아니, 팽 도령께선 저 말 듣고 화 도 안 내는 겁니까? 지금 저자는 태고의 무학이니 뭐니 핑계 삼아 정 파 무림을 마교의 발밑에 두려는 겁 니다! 팽 도령이 제 편을 들어줘도 부족할 판 아닙니까, 지금!”
길길이 역정을 내는 추혜원을 중심 으로 무림인들이 두 파로 갈라졌다.
일고의 가치조차 없는 개소리라는 이들이 반.
일단 머리를 맞대고 협상이라도 해 보자는 이들이 반.
“정확히 반반이네. 지들이 무슨 치 킨인 줄 알아.”
“위천협 씨. 당신 생각은 어떻습니 까?”
조금 전부터 말이 없던 위천협을 돌아본 민수가 물었다.
“생각보단 팽서운이가 냉정한 것 같아 좀 놀랐네요. 하긴 기연이 걸 린 문제니까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것도 당연하긴 한데.”
“오히려 저기 계신 추혜원이라는 아가씨 포함한 나머지 절반이 되게 완고하네요. 하긴 뭐……
무협지 맛만 봤어도 이해가 가는 광경이다.
정파와 마교. 물과 기름처럼 절대 섞일 수 없는 극상성의 집단.
어지간해선 먼저 고개 숙일 생각조 차 들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이러면 영 재미없는데. 송 대암이가 이걸 알면 아주 발칵 뒤집 힐 거야.”
“……맹주님께서는 어찌해야 한다 고 보십니까?”
“몰라서 물어요? 내가 당신들 입장 이었으면 바로 대가리 박았을 거예 요.”
그래, 뭐 자존심 중요하고 은원 중 요하지.
하지만 당장 죽게 생겼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자존심이라는 것도 일단 살고 나서 야 찾을 수 있는 것이다.
상대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저 태도 를 납득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물론 마교의 우두머리를 스승으로 모시라는 건 나가도 좀 너무 나가긴 했지만…… 글쎄요. 급한 건 우리지 저쪽이 아니잖아요?”
“그렇…… 죠. 맹주님 말씀이 옳습 니다.”
“그래서 위천협 씨는 어느 쪽입니 까? 찬성? 아니면 반대?”
“……잠시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반쯤 넋 나간 눈을 한 위천협이 고개를 붕붕 저었다.
귀신에 홀린 것 같은 그 모습에 민수 또한 쯧 하고 혀를 찼다.
‘하긴 나도 놀랐는데 당사자는 또 얼마나 놀랐겠어?’ 매화향이 풍겨 나오는 검기를 휘두 르는 검법.
무협지에서나 나오던 진짜 이십사 수매화검법.
그 매화검법을 다루는 화산의 일원 인 위천협으로서는 쉬이 넘길 수 없 는 광경일 것이다.
심지어 그 천마의 입으로 자기 검 이 가짜로 폄하 당했으니, 그 충격 이 어디 작을까.
“보아하니 쉽게 결정이 나지 않을 것 같군.”
그런 고민을 머릿속에서 굴리던 사 이.
등 뒤에서 인자한 노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헛헛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검은 장 포의 노인.
갈중혁의 은근한 눈빛에 민수가 꾸 벅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좀 양해를 구 해야 할 것 같아서……
“무얼 고개 숙이고 그러나? 그러지 마시게. 다 짐작했던 일이야.”
“……그렇습니까?”
“강호에서 사제 관계란 아주 깊은 관계일세. 때로는 부모 자식의 인연 조차도 뛰어넘을 정도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이제부터 천마 를 자기들 아비로 모시라는 거다.
아무리 마인이라 한들 어쨌든 강호 의 일각을 이루던 남자.
자기가 한 말이 어떤 무게를 담고 있는지 모르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가급적이면 빨리 결정해줬 으면 좋겠군.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지만…… 정 안되면 몇 명 정 도 쳐내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힘들겠군요.”
“그렇지. 하지만 부디 이해해 주시 게. 나도 늙었고, 시간은 없어. 지금 이 시각에도 지상의 그 악마들은 호 시탐탐 이곳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네.”
“그렇습니다.”
갈중혁의 나긋한 목소리에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맹주라 해도 이건 이미 혼 자서 밀어붙일 수 있는 사안이 아니 다.
맹도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합의를 끌어내야 했다.
“아무튼, 알겠습니다. 최대한 노력 해서 모두의 동의를 받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정 안 되면 힘으로 찍어 누르는 것도 있다네. 뭐 대사가 코앞인데 일일이 도장 받고 다녀서야 쓰겠 나?”
“이제 좀 천마다운 말씀을 하시는 군요. 하긴 천마란 그래야죠!”
“흐흐. 그리 말해준다니 고맙구만.”
수염을 쓰다듬으며 껄껄 웃는 갈중 혁.
살짝 풀어진 분위기에 민수 또한 피식 웃어버렸다.
이걸로 수색은 끝났고, 다시 한번 큰 짐이 지워졌다.
마교라면 발작을 해대는 정파 무림 인들을 설득해서 그의 가르침을 받 도록 해야 한다.
‘아마도 쉽지 않을 테고 반발도 만 만치 않을 테지만……
그래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뭐 어쩔 도리가 있나.
필요하면 그의 말마따나 힘으로라 도 관철해야지.
그런 생각을 하며 민수가 일행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을 때였다.
“……오빠.”
“왜 그래? 은비야.” 민수의 의아한 물음에 은비가 자신 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하얗게 질린 얼굴 위로 흘러가는 긴장감. 잔뜩 굳어진 눈동자.
몇 번이고 민수 쪽을 힐끔힐끔 바 라보더니.
이윽고 고개를 팍 숙인 그녀가 기 어들어 갈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 렸다.
“……나. 잠깐만 여기 있으면 안 돼?”
“뭐?”
“필요한 게 생겼어.” 그렇게 중얼거린 은비의 시선이 갈 중혁을 향했다.
살짝 이채를 띈 그의 회색 눈동자 를 바라보며 은비가 중얼거렸다.
“꼭…… 필요한 게.”
* 氷 *
결국, 합의를 보지 못한 채 민수는 일행들을 이끌고 물러났다.
하늘을 향해 떠오르는 원형 바닥을 올려다보던 중.
은비의 귓가로 인자한 갈증혁의 목 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아해야. 제 발로 여기 남겠 다고 했다고?”
“네. 그…… 할아버지?”
“할아버 지……! 푸하하하하! 그 리
불려보는 건 생전 처음이로구나!”
은비의 신선한 호칭에 마음에 든 것인지 갈중혁이 폭소를 터뜨렸다.
찔끔 배어 나온 눈물을 닦은 그가 한결 가라앉은 분위기로 물었다.
“뭐, 할아버지건 뭐건 아무래도 좋 지. 그래, 이 할아비에게 무슨 용건 이냐? 대충 짐작은 가긴 하다만.”
“……초면에 냅다 이런 부탁드리기 는 뭐하지만.”
옷매무시를 가다듬은 은비가 갈중 혁을 향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절 제자로 받아주세요!”
“제자…… 라.”
내 이럴 줄 알았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갈중혁이 고 개를 끄덕였다.
“아해야. 본좌가 누구인지 아느 냐?”
“천마…… 라고 들었어요.” “천마가 무엇인지는 알고?” “어, 마교라는 곳의 엄청 높으신 어르신…… 아닌가요?”
“그럼 마교가 뭔지는 아느냐?”
“하긴 알 턱이 없지.”
손녀 타이르는 것 같은 인자한 목 소리.
움찔 떠는 은비의 앞에 주저앉은 갈중혁이 씨익 웃었다.
“마교는 십만대산의 지배자이며, 천마는 그런 마교의 정점이다. 패도 의 논리를 숭상하는 수많은 마인들 을 이끌어, 마교의 가르침을 온 땅 에 설파할 의무를 지닌 교주이기도 하니 라.” “천마인 본좌가 이런 말을 하는 것 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아해야. 다시 한번 생각해보 아라. 본교의 가르침은…… 그리 쉽 지 않을 것이다.”
그간 여기 처박혀 배운 중원 무림 의 온갖 무학들.
그것들을 가르쳐주는 것이라면 차 라리 쉽다.
애초에 내 것이라 할 수 없는 무 학이 다.
결과적으로는 본래 주인에게 돌려 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아해는 상황이 다르다.’
아무리 플레이어라 한들, 그녀는 마교도.
그녀에게 가르쳐줄 수 있는 것은 하나뿐이다.
“비록 이 유희에 휘말려 원치 않는 역할을 부여받았다 하나, 결과적으 로 너는 마교도이고 마인이다. 그렇 다면 내가 너에게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본교의 무학뿐이다.”
“그리고 본교의 무학은 결단코 가 벼운 결정으로 접할 수도 없고, 그 래서도 아니 된다. 어쩌면 너는…… 이전의 너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어.”
그것이 바로 마교의 무학이다.
그 안에 담긴 묵직함, 패도, 무자 비함, 잔혹함.
그 모든 것들이 정파 무림의 그것 과는 궤를 달리한다.
패도를 위해 감히 마(魔)의 이름을 뒤집어쓸 각오가 된 자.
그런 자만이 마교의 마공을 손에 넣을 수 있다.
과연 이 아이에게는 그런 각오가 있을 것인가?
“단순히 강해지기 위해 본좌의 제 자가 되기를 청하는 것이라면 이만 물러나……
“……강해져야 해요.”
우뚝.
말을 멈춘 갈증혁이 지그시 은비를 노려봤다.
불끈 쥔 작은 주먹이 바르르 떨리 고 있었다.
“선택이 아니라 의무예요. 전 강해져 야 해요. 강해져서…… 싸워야 해요.”
“무엇과?”
“무엇이든 간에요. 우리 앞길을 가 로막는 무엇이든 간에.”
광명시의 인간 믹서기니 뭐니 거들 먹거리기만 했을 뿐.
결국, 서은비 자체는 쭉정이밖에 없는 인간에 불과하다.
내세울 거라고는 알량한 검기 하나 벼
심지어 그나마도 이미 몇몇이 따라 잡고 있다.
민수까지 갈 것도 없이, 이젠 환일 도 검기를 쓰지 않는가?
“플레이어 토큰이니 상태창이니, 이거저거 동원해서 싸우고는 있지만 결국 그뿐이에요. 제대로 싸우는 법 을 배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그러니까 제대로 배우고 싶어요. 칼 쓰는 법. 검기 쓰는 법. 필요하 면 무공이라도. 더 이상 뒤로 물러 나선 안 돼요. 이대로 물러나면 제 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져요.”
더 이상 누군가의 등 뒤로 숨기만 하는 건 싫다.
민수가 지켜줘야 하는 한 명의 플 레이어 취급도 싫다.
여태까지 해왔던 것처럼, 나도 전 면에 나서고 싶다.
그의 등이 아닌, 그와 같은 사선에 서 싸우고 싶다.
다른 평범한 플레이어와 같은 취급 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대단한, 아니 조금 더 특별한…….
“과연 그렇군.”
“네, 넵?!”
“뭔가 했더니 그런 동기가 있었구 나. 하긴 하늘 아래 남녀문제보다 중한 게 또 있을까.”
뭔가 납득한 표정으로 갈증혁이 고 개를 끄덕였다.
대체 저 할아버지는 뭘 혼자 납득 하고 저러는 거야.
그리고 잠시 후, 뒤늦게 상황을 이 해한 은비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 다.
“아, 자, 자, 잠끼……?!”
“어허. 됐다. 본좌는 다 이해하느니 라.”
시뻘건 얼굴로 고함치려던 은비를 막은 갈중혁이 껄껄 웃었다.
“비록 본좌가 천마라고 불리기는 하나, 결국 하늘 아래서 꿈틀대는 한낱 무지렁이에 불과하다. 양과 음 이 만나 합일을 이루고자 하는 것이 야말로 천하의 이치이거늘, 어찌 그 걸 가로막겠느냐?”
“자, 자, 잠깐! 하, 할아버지! 그, 그런 거 아니라……
“무얼 그리 부끄러워하는 게냐? 마 인도 사람이야. 입으로는 패도니 뭐 니 외쳐대도, 살거죽을 까뒤집어 보 면 따뜻한 심장이 뛰고 붉은 피가 흐르지.”
그리고 그 당연한 이치가 지금 그 녀에게도 닿았을 뿐.
어찌 한낱 사람이 천하의 이치를 가로막겠는가.
갈중혁의 입가에 헛헛한 미소가 감 돌았다.
“각오에 종류를 따지는 것도 무의 미한 일. 그것이 복수이건 남녀상열 지사이건 간에, 그로 인해 패도를 동경하는 마음에 흔들림이 없다면 어찌 그 종류에 따라 차별을 두겠느 냐?”
“그, 그럼……?”
“그런 의미에서 아해야. 다시 한번 묻겠다.”
벌떡 몸을 일으킨 갈중혁이 은비와 시선을 맞췄다.
조금 전까지의 인자함은 흔적도 찾 아볼 수 없다.
시커먼 집착이 뚝뚝 묻어나는 그 눈빛에 은비가 숨을 삼켰다.
“본교의 무학은 네가 막연히 상상 하는 그런 게 아닐 것이다.”
“본교의 무학을 배우는 과정은 아 주 고통스럽고 끔찍할 것이다.”
“그 결과 너는 이전과 다른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납덩이같은 경고. 마음을 파헤치며 깊숙이 처박히는 묵직한 경고.
“그래도 하겠느냐?”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이 짊어 져야 하는 짐이었다.
숙연한 얼굴로 갈중혁의 깊은 눈을 들여다보길 잠시.
이윽고 각오를 마친 은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해야 합니다!”
“좋은 대답이다.”
‘하고 싶다’가 아닌, ‘해야 한다.’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일 각오 가 된 자의 대답.
종류는 조금 다를지라도, 분명 흔 들림 없는 각오였다.
천천히 뒤로 물러난 갈중혁이 자리 에 철푸덕 주저앉았다.
“그렇다면 내 더 말리지는 않으 마.”
“비록 본교의 가르침과는 무관하 나, 이제부터 너는 본좌가 인정한 본교의 교인이다.” 그 순간.
여태껏 부드럽던 갈중혁의 얼굴이 귀신 같이 일그러졌다.
엄격함과 매서움이 주름살마다 묻 어나는 살벌한 표정.
가부좌를 튼 채 가슴을 한껏 편 그가 은비를 향해 외쳤다.
“뭣하고 있느냐! 네 스승께 구배지 례를 올리지 않고!”
“예, 예!”
비로소 허둥지둥 허리를 숙이는 은 비.
그날, 방황하던 마교도는 자신의 진짜 스승을 찾았다.
“ 하아아아아……
당연한 일이었지만, 엘리베이터는 딱 처음 지점 그 자리에서 멈춰 섰 다.
까마득한 나선형 계단을 올려다보 며 민수가 한숨을 푹 뱉었다.
“에휴, 올라들 갑시다. 다리에 알통 제대로 생기겠네.”
“그래요. 빨리 올라갑시다! 이거 말 해주면 다들 표정이 볼 만하겠군!”
“거, 추 대협! 조금 전부터 왜 자 꾸 언성만 높여댑니까?! 귀청 떨어 지게!”
왁자지껄 떠들어대며 민수의 뒤를 따르는 무림인과 플레이어들.
그들의 후미에서 걸음을 옮기려던 위천협의 발걸음이 순간 움찔 멎었 다.
저 까마득한 바닥 밑에 천마가 있 다.
새 무림맹주가 데려온 그 은비라는 이름의 마교도와 함께.
단둘이 무슨 수련이라도 하려는 걸 까.
물론 그들이 무엇을 하건 위천협이 알 바는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그런 걸 신경쓸 겨 를조차도 없었다.
‘매화검법이 가짜라고?’
내 평생 쌓아온 무학이 단칼에 부 정당했다.
그것도 같은 정파의 고수가 아닌, 그 마교의 괴두에 의해.
하지만 자신으로서는 도저히 그 광 오한 발언을 무시할 수 없었다.
‘틀림없다. 내가 헛것을 본 게 아 냐.’
극성에 다다른 화산의 검에서는 매 화향이 풍긴다.
그리하여 이름 붙이길 매화검법이 라 한다.
하도 턱없이 낭만적이라 이젠 화산 에서도 믿는 이가 드물어진 전설.
하지만 그 전설이 다른 이도 아닌 천마의 칼끝에서 부활했다.
‘정말로 내 검이 잘못됐단 말인 가?’
마인의 내공은 잔혹하고 파괴적이 라 화산의 묘리를 담을 수 없다.
마인의 내공은 어디까지나 그들의 사악한 마공을 위한 것이다.
그게 여태까지 위천협이 알고 있던 상식.
하지만 저 발밑의 천마는 자신의 검으로 그 상식이 잘못됐음을 증명 했다.
‘대체 뭐가 잘못된 거지?’
그간 우리가 걸어온 무(武)의 길이 잘못되었던 건가?
아니면 저 사악한 괴두가 우리를 현혹시키려는 건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고, 섣불리 결정할 수조차도 없었다.
지금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은 단 하나.
그 검화의 끝에서 천마가 일갈한 한 마디뿐.
“무(武)에는 도(道)도 예(藝)도 없 으니, 그 본질은 살인기술.”
그러니 내가 잘났다, 네가 못났다.
그렇게 선을 긋는 것 자체가 하등 무의미한 일.
“틀린 건…… 나일 수도 있다는 건가’?”
그 침통한 한 마디를 읊조린 순간.
젊은 무인의 마음속에 새로운 불꽃 이 타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