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32
나 혼자 무한 보급! 132화
저 밑에서 체감 3년을 휘둘러온 검. 이제 내 몸이나 마찬가지인 검 이다.
그리고 조금 전 그 검을 통해 확 실히 느껴졌다.
나는 무언가를 베었다. 그리고 또한 베였다.
내 검이 스승님과 황자를 동시에 베었고, 그와 동시에 스승님의 검 또한 나와 황자를…….
“크아아아악!”
날카로운 비명에 비로소 정신이 돌 아왔다.
화들짝 놀라 검강을 거두는 은비.
뒤이어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 의 눈이 크게 뜨였다.
“무슨•…”?!”
“아아악! 아아아아악!”
두 팔을 잃은 채 바닥에 주저앉은 미하일.
잘려 나간 절단면에서 피가 분수처 럼 뿜어졌다.
황금 갑옷을 흠뻑 적시는 시뻘건 핏줄기.
신이라 불리던 갑옷의 위용 따윈 어디에도 없었다.
할 말을 잃은 은비가 머뭇대는 사 이, 맞은편에 있던 갈증혁이 입을 열었다.
“바로 그거다, 은비야.”
“스승님……
“드디어 천마신공의 비의를 깨달았 구나.”
비의? 이게?
내가 뭘 했다고?
설마 이게 천마신공의 진짜 힘이라 도 된다는 건가?
“모든 무학의 깨달음에 거창한 계 기가 필요한 건 아닌 법이지.”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본좌가 말했지 않느냐? 본교 무학 의 근반에 위치하는 것은 갈망. 그 렇기에 이 강대한 마기를 통제하는 유일한 수단 또한 갈망이니라,”
마교는 갈망하는 자들의 집단.
그것이 힘이건, 복수건, 아니면 스 스로의 정의이건. 무언가를 뜨겁게 갈망하는 것이야말로 마교의 본질이 다.
그리고 천마는 그런 마교의, 마인 들의 우두머리.
결과적으로 천마는 가장 뜨거운 갈 망을 가진 자이며, 그 무학 또한 가 장 거대한 갈망으로 표출된다.
“무엇이든 집어삼키고 파괴하는 강 대한 힘. 그 힘을 스스로의 거대한 갈망으로 통제하여 원하는 바를 이 루는 것. 그것이 천마신공의 비의이 며, 또한 진정한 천마신공이니라.”
“그럼 제가 천마신공을 대성하였단 말씀이십니까?”
“왜? 믿어지지가 않느냐?”
흡족하게 웃으며 갈중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녀딸 바라보는 것 같은 인자한 미소.
눈앞에서 피를 튀기며 꿈틀대는 미 하일만 없다면 참으로 자상한 모습 이었다.
“보아라. 본좌도 너도 서로의 검을 피하지 않았다. 분명 우리의 검은 저자와 서로를 동시에 베었지. 하지 만 검강에 베였음에도 본좌도 너도 멀쩡하지 않느냐?”
“아……!”
“이제 알겠느냐? 모든 무학의 깨달 음이 거창한 형태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 법. 스스로의 갈망을 깨닫고 이로 인해 마기를 제어할 수 있다면 그것이 곧 대성이고 극성이니라.”
스스로의 갈망으로 마기를 억누르 고 지배하여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기적적인 무위를 발휘하는 것.
그것이 바로 천마신공.
갈망만으로 천하를 제압하는 힘.
하늘 아래 최고의 마인인 천마의 무공.
“하여 천마신공엔 초식이 없느니 라. 자신의 갈망만큼 강해지는 것이 곧 천마신공의 극의니 말이다.”
“……그렇군요.”
“뭐, 되었다. 본좌는 지금 기분이 참으로 좋구나.”
비로소 검을 거둔 천마가 걸음을 옮겼다.
바닥에 쓰러져 꿈틀대는 미하일을 바라보는 눈이 차갑게 식었다.
“공들여 키운 제자가 높은 경지에 이르렀고, 그토록 갈망하던 복수 또 한 이루어냈다.”
“이제 바라는 게 있다면…… 하나 뿐이다.”
“커 헉!” 꿈틀대던 미하일의 목을 향해 손가 락을 쓲 갖다 대자 한참이나 뿜어져 나오던 출혈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점혈법을 배우긴 했지만 그 효능을 목격하는 건 처음이었다.
새삼 은비가 감탄하는 사。], 갈중 혁의 메마른 손아귀가 미하일을 번 쩍 잡아들었다.
“그래. 이제 좀 상황파악이 되느 냐?”
“괴, 괴물…… 괴물……!”
“마음만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네놈 의 목을 베고 싶으나, 특별히 팔 하 나로 참아주겠다.” 꾸우욱.
목을 붙잡은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 다.
파랗게 질리는 미하일의 얼굴을 노 려보며 갈중혁이 눈을 부릅떴다.
“너와 네 누이의 목을 베는 건 본 좌가 되어선 아니 되니 말이다.”
“무, 무슨 말이냐……!”
“보면 알게 된다. 은비야.”
“네.”
고개를 끄덕인 은비가 얼른 갈중혁 곁으로 다가왔다.
바닥에 떨어진 미하일의 오른팔을 툭 걷어차며 그가 중얼거렸다.
“이제 이 싸움을 끝낼 때가 왔다. 이걸 높이 쳐들어 보여줘라.”
“이걸요?”
“자칭 신이라고 하지 않느냐? 신이 패배했음을 알게 된다면 그 신도들 의 사기 또한 땅에 떨어지겠지.”
“……알겠습니다.”
피에 젖은 팔뚝이 조금 징그러웠지 만 그것도 잠시.
살짝 눈매를 찌푸린 은비가 떨어진 팔을 주워들었다.
마침 가까운 곳에 살짝 높은 둔덕 이 있었다.
잘려 나간 임페리움의 팔을 질질 끌며 그 위에 선 뒤.
팔을 번쩍 들어 올린 은비가 마기 를 끌어올려 외쳤다.
“제국의 병사들은 들으라아아아아!” 마기를 담아 내지르는 사자후OWD. 우렁찬 외침 가득 따끔한 살기가 서렸다.
한창 싸우던 중 이쪽을 향해 고개 돌리는 제국의 기사들과 병사들.
경악에 찬 그들의 시선에 살짝 웃 어준 뒤, 손에 들고 있던 팔을 높이 치켜들며 은비가 외쳤다.
“보아라! 너희들의 신이 쓰러졌다 아아아아!”
그것으로 전쟁은 끝났다.
* * *
대승(人勝).
정말 폄하의 여지 없는 완벽한 대 승이었다.
천공성 2대 중 1대가 대파. 다른 1 대는 완파.
양측을 이끌던 두 황족 또한 큰 부상을 입었고.
그 밑의 기사들이나 병사들은 말할 필요조차도 없었다.
“처, 천공성이…… 임페리움이……!”
“끝났다! 이제 끝났어! 우린 다 끝 났다!”
“애초에 여길 오는 게 아니었어! 여긴 악마들의 땅이야!”
절망에 빠진 기사들은 그 자리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리고 병사 들은 전의를 잃고 무기를 버린 채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기에 포로는 없고, 잡을 엄두 도 못 냈다.
너무 빨리 무너져 버리는 바람에 그런 걸 생각할 겨를조차도 없던 것 이다.
“생각해 보니 황당하네. 잘린 팔 하나 보여줬다고 이 지경으로까지 무너지다니.”
“눈앞에서 예수님이 사탄한테 패배 하면 기독교 신자 입장에선 억장이 무너지지 않겠어요?”
“하긴 그것도 그런가……
이래서 광신이 무서운 거로군.
예진의 부연설명에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있는 곳은 추락한 천공성 잔 해 위.
전투는 승리했고 적 병력은 전멸에 가깝게 와해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건 아니었다.
“그리고 민수 씨. 미친 짓을 할 거 면 좀 말이라도 하고 해요. 제가 얼 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보통 이럴 때는 미친 짓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말려도 계속할 텐데 그런 말 해봤 자 뭐해요?”
와, 좀 상처받았어.
시무룩한 얼굴로 민수가 고개를 저 었다.
“제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요? 갑 자기 천공성 후방이 무너져 내리면 서 당신이 황녀 붙잡고 자유낙하 하 는데, 견인장치 조작하려면 왔던 길 돌아가야 하고 하다못해 로프도 없 고……
“덕분에 잘 해결됐잖아요.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어지간하면 용서되는 거라고요.”
“하여간 말이라도 못하면 밉지나 않아.”
“아무튼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요. 솔직히 이 높이에서 떨어져도 살아 남는 미친 갑옷인데, 내던져서 질량 으로라도 깔아뭉개지 않으면 뭐 방 법이……
“형님! 찾았답니다!”
그때,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병 운이 달려왔다.
“생각보다 깊은 곳에 있지는 않았 습니다. 물론 부상은 좀 입긴 했지 만……
“예진 씨, 가죠!”
“네. 네!” 허둥지둥 병운의 뒤를 따르는 민수 와 예진.
그리고 잠시 후, 그들이 도착한 곳 에선 처참한 광경이 기다리고 있었 다.
“맙소사……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황금 갑옷.
그리고 가슴을 관통하여 등까지 튀 어나온 굵직한 철골.
추락 과정에서 하필 재수 없게 저 위로 떨어진 모양이다.
그보다 철골에 몸을 관통당하고도 살아 있다니.
새삼 임페리움의 성능에 전율하며 민수가 갑옷을 향해 다가갔다.
“황녀 전하?”
“……망할…… 놈.”
“……?!”
깜짝 놀란 민수가 자기도 모르게 권총을 꺼내 쥐었다.
폐까지 관통당했을 텐데 말을 한다 고?
진짜 임페리움은 어떻게 되먹은 놈 인 건가?
“임페리움을…… 무시하지 마라.
설령 반신을 잃어도…… 목숨은 건 질 수 있어……
“하긴…… 이렇게 패배한 시점에 서, 다 의미 없는…… 일이지만…
고통스럽게 뱉어내는 숨소리.
헐떡이는 호흡을 가라앉힌 아나스 타샤가 허탈하게 웃었다.
“그래. 이제 좀…… 만족하느냐‘? 이긴 것 같은 기분이 드느냐?”
“……뭐, 약간은.”
“한껏…… 즐겨 놔라. 그 기쁨…… 오래 가진 못할 테니.”
“ 흐음.”
거기까지 들으니 다음 내용이 짐작 갔다.
어디 뭐라 하나 들어나 보자는 심 정으로 민수가 귀를 기울였다.
“천공성이 두 대, 황태손을 포함한 황족이 둘……. 이런 피해를 입고, 제국이 가만히 있을 거라 생각하느 냐?”
“하긴 그렇긴 하겠지.”
“머지않아…… 제국의 본대가 이 땅을 칠 것이다. 너희들의 그 이상 하고 너절한…… 기예 따위로, 얼마
나 버틸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은 너희가…… 승리 하였겠지만, 결국…… 너희는…… 제국의 검 아래, 목을 내놓, 게…… 될 것, 이다……
“허.”
이것이 현실이라면 아마 그녀의 말 대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정말로 제 국의 본대가 도착해서 우리를 짓밟 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게임’이니까.’
그러니 본대 따윈 오지 않는다.
그들의 저주는 어디에도 닿을 수 없다.
이들은 영원히 패배할 운명.
그 누구도 이들을 구할 수 없다.
“……할 말 끝났나?”
물론 연민은 연민일 뿐.
괜히 그 때문에 부화뇌동할 정도로 민수는 무르지 않았다.
결국 이 ‘게임’이 만든 환상, NPC 에 불과할 뿐이다.
필요 이상으로 감정이입 해봤자 자 기만 피곤해진다.
“유언도 남기셨으니 이제 미련은
없겠지.”
“뭐……?”
“서운아. 데리고 와.”
“알았소.”
옆에 있던 팽서운이 대답과 함께 무언가를 끌어다 내려놓았다.
두 팔이 잘린 채 피투성이가 된 임 페리움.
그 위에 있는 파리한 동생의 얼굴 을 본 아나스타샤가 힘없이 웃었다.
“……뭔가 싶었지.” “죽기 전인데 화해라도 하시지?” “이딴 거랑 화해하느니…… 내 발 로 지옥으로 걸어 들어가겠다.”
“그럼 그러시던가.”
철컥.
민수의 손에 들린 권총이 동시에 두 사람의 미간을 겨눴다.
어느새 주변에는 수많은 무림인이 몰려와 있었다.
하나같이 엄숙한 얼굴로 이쪽을 바 라보는 그들의 시선.
권총을 쥔 민수의 손에 살짝 땀이 찼다.
‘정확히 동시에 보내야 한다.’ 시나리오의 당초 조건은 아나스타 샤와 미하일, 어느 한쪽의 승리.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 쪽도 선택 해선 안 된다.
양쪽을 동시에 보내고, 이것을 제3 세력인 플레이어들의 승리로 끝내야 한다.
만약 둘 중 한쪽이 늦게 죽는다면, 최악의 경우엔 이 시나리오에 ‘승 자’가 생기게 된다.
“나도 가시는 길에 한마디 보태 지.”
늘어진 두 황족의 머리를 겨눈 총 구. 동시에 방아쇠를 당기는 손가락. 손가락을 통해 느껴지는 방아쇠의 감촉.
쓰러진 두 황족을 노려보며, 민수 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만나서 더러웠고, 다신 보지 말 자.”
타앙!
총성이 터지고 피가 튀었다.
소매를 넘어 얼굴까지 튀는 핏방 O
비릿한 피 냄새에 인상을 쓰는 사 이, 드디어 민수의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시나리오 선택지 #3] [황녀 아나스타샤와 황자 미하일, 어 느 쪽도 선택하지 않은 당신은 오랜 고난 끝에 이들 모두를 쓰러뜨리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무림에는 새로운 반격의 기회가 찾아왔으나, 아직 당신 이 청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역시 뭔가 뜨…… 음?’
순간 메시지창을 살펴본 민수의 표 정이 굳어졌다.
시나리오 선택지? 시나리오 클리어 가 아니라? 게다가 청산할 일이 남 아 있다니.
설마 두 황족을 죽이는 거로 끝나 는 시나리오가 아니었다는 건가?
[레이드 보스 황녀 아나스타샤의 사 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레이드 기여자 : 김민수 (80%), 도예진 외 (20%)] [레이드 보스 황자 미하일의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레이드 기여자 : 김민수 (50%), 서은비 (40%), 그 외 (10%)] [분배된 레이드 보상이 경매장 보관 함으로 지급되었습니다.]하지만 그런 민수의 당황에도 아랑 곳하지 않고 눈앞에는 연신 보상 관 련 메시지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지구-117 서버 기준 황녀 아나스 타샤, 황자 미하일 퍼스트 킬에 성공 하셨습니다.] [상기 보상들이 경매장 보관함으로 지급되었습니다.] [해당 행위를 위업으로 판단합니다!] [168시간 후 보상이 지급될 예정입 니다.]레이드 몬스터 사냥 보상.
퍼스트 킬 보상.
위업 보상.
그리고.
[칭호 ‘아카라트의 순례자’ 효과 발 동!] [시나리오에 변수가 발생합니다! 시 나리오가 변동됩니다!][시나리오 에필로그가 시작됩니다!
진정한 끝을 내주십시오!]
“시나리오 에필로그…… 큭!”
다음 순간, 머리를 통해 밀려오는 어마어마한 격통.
잔뜩 인상을 찌푸리는 민수의 앞 에, 마지막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확인된 오류 : 이
[지금부터 보시는 것은 의심의 여지 없는 ‘진실’입니다.]
[퀘스트 로그를 재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