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16
나 혼자 무한 보급! 016화
초음파 같은 울음소리가 거리를 쩌 렁쩌렁 울렸다.
황급히 귀를 틀어막자, 대로를 걷 던 플레이어들의 걸음이 우뚝 멈췄 다.
“어…… 어어?”
“X발! 저건 또 뭔데?!”
당황한 플레이어들의 외침을 들으 며 두 남자가 창밖을 살폈다.
천천히 몸을 일으켜 다가오는 하얗 고 거대한 털 뭉치.
찹쌀떡 같은 동그란 몸체, 털로 수 북한 네 다리.
그리고 거기에 점이라도 찍은 듯 빛나는 동그랗고 까만 눈까지.
“생긴 것만 보면 그냥 딱 쥐새끼인 데……
“버스만 한 덩치의 쥐새끼 본 적 있으세요?”
“전 처음 보는데요.”
생긴 게 쥐새끼건 뭐건, 감당 안 될 놈인 건 분명하다.
그 순간, 쥐새끼가 땅을 박차며 달 려들었다.
“찌지직!”
폭신폭신한 몸집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빠르기.
환일의 비유대로, 그야말로 쥐새끼 같은 몸놀림.
추정 전장 10m 이상의 생명체가 보여줄 수 없는 움직임이었다.
민첩하게 땅을 박차며 달려 나간 쥐새끼가 선두의 플레이어를 냅다 들이 받았다.
“아악!”
꽈지직!
사지가 터져 버린 플레이어의 피와 내장이 놈의 머리를 뒤덮었다.
바닥을 나뒹구는 몸통을 앞발로 주 워서는 우물우물 삼키고.
다시 퍼뜩 고개를 쳐든 놈이 당황 한 다른 플레이어들을 향해 돌진했 다.
“씨, X발!”
“쏴! 쏴! 석궁 든 새끼들 뭐 하는 거야!”
뒤늦게 상황을 파악한 플레이어들 이 놈을 향해 석궁을 쏴댔다.
놈의 머리통을 연신 두들겨대는 팔 뚝만 한 길이의 볼트들.
하지만 그것들을 모조리 튕겨내며 놈이 펄쩍 허공으로 뛰어들었다.
“점프까지 하네.”
“지랄 났다. 진짜.”
황당한 환일의 중얼거림이 끝나기 무섭게.
털로 뒤덮인 놈의 앞발이 플레이어 둘을 동시에 깔아뭉갰다.
압도적인 체급 차이 앞에선 반항이 고 뭐고 의미가 없었다.
코끼리가 밟은 토마토 꼴이 된 두 사람의 머리를 덥석 물더니.
대단히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쳐 들며 놈이 포효했다.
“찌찌지지 직!”
사실 몸집이 크고 짖는 소리가 우 렁차다는 걸 빼면.
생긴 것 자체는 좀 귀엽게 여길 여지도 있는 놈이었다.
하얀 털에 동그란 몸집. 폭신폭신 한 털까지.
요즘 애완용으로 많이 기른다는 친 칠라와도 닮은 구석이 있지만.
“아아아아악!”
“찌직! 찌지직!”
그놈 앞니 사이에 사람 척추가 꽂 혀 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툭 튀어나온 놈의 주둥이 앞에서 덜렁거리는 척추와 머리.
요즘은 공포영화에서도 안 나올 전 위적인 풍경에 환일의 얼굴이 해쓱 하게 물들었다.
“이런 미친……
그렇게 텅 빈 도로 위에 지옥도가 강림했다.
피해자는 사람. 가해자는 10m 덩 치의 거대 친칠라.
깜찍한 외모와는 달리, 흉포하기는 웬만한 맹수도 저리 가라 할 정도였 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과 볼트를 깡그리 무시한 채.
눈앞에서 움직이는 것마다 달려들 어 앞발로 짓뭉개고 앞니로 물어뜯 었다.
“씨, X발! 도망가! 저 쥐새끼 저거 잡으라고 있는 거 아……?!”
“살려줘! 살려줘! 으아아아악!”
시간이 갈수록 대로변의 비명은 빠 르게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도망치는 데 성공한 놈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불과 수 미터 앞에서 펼쳐지는 잔 혹한 유혈사태에 민수와 환일마저 얼어붙었다.
그렇게 눈앞에서 펼쳐지는 잔혹극 을 바라보길 약 3분여.
“찌직, 찌직.”
피범벅이 된 도로 위에 쥐새끼가 홀로 남았다.
눈처럼 하얀 털은 이미 피와 내장 조각으로 범벅이 된 지 오래.
발치를 굴러다니던 희생자의 머리 를 주워든 놈이 그걸 앞니로 씹어 먹기 시작했다.
와득! 와드득!
“씨••••••
“ O O O ”
—T, —T”百三
꼭 햄스터가 해바라기씨 까먹는 것 같은 행동.
하지만 그게 사람 머리통이라는 점 에서 역겨움은 비할 바가 없었다.
노래진 얼굴로 환일이 헛구역질을 해대는 사이.
그렇게 뇌수까지 살뜰하게 빨아먹 은 놈이 도로 자기가 있던 곳으로 돌아갔다.
“찌직•…”
원래 있던 곳에서 도로 몸을 동그 랗게 말자, 비로소 거리에 처음 같 은 침묵이 돌아왔다.
역겨움과 당혹, 공포에 빠져 그 광 경을 내려다보던 중.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린 환일이 입술의 노란 위액을 닦으며 물었다.
“……민수야.”
“돌아가죠.”
싸워? 사냥해? 퍼스트 킬 보상?
다 필요 없다. 저건 잡으라고 있는 놈이 아니다.
설령 잡는다고 해도, 그게 지금은 아닌 게 분명하다.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민수가 보급 고에서 지도를 꺼내며 말했다.
“우회 루트 찾아보자고요.”
지금 저놈한테 들이받는 건, 자살 행위다.
* * *
점심때 상대했던 레인저는 하다못 해 싸움이라도 성립됐다. 총 쏘면 뚫리고, 칼로 찌르면 피도 나왔다.
반면 지금 저기 웅크리고 있는 거 대 친칠라는 어떤가.
‘아예 대미지가 안 들어갔다.’
십수 발의 볼트를 그냥 맞아가면서 달려들었다.
행동조차 저지할 수 없었다. 비라 도 맞는 것처럼 무시한 채 돌진했 다.
이쯤 되면 총이라고 해도 통할지 장담할 수 없다.
지금 시점에선 농담으로라도 정면 대결을 떠올려선 안 됐다.
“우회로가 두 개 있어요.”
환일과 마주 보고 앉은 테이블 위 에서 민수가 지도를 펼쳤다.
손에 들린 빨간 볼펜이 지도 위에 루트 두 개를 가리켰다.
“일단 1번 루트. 사거리로 돌아가 서 주공8단지 방향으로 직진한 후, 아파트형 공장 끼고 안양천 방향으 로 접근한다.”
“흐……”
“그리고 2번 루트. 이 앞의 단독필 지를 대각선으로 관통해서 금천구청 역 방향으로 접근한다.” 완벽하진 않지만, 아파트 단지와의 접근을 그나마 피할 수 있는 루트 다.
볼펜을 놓은 민수가 환일을 바라보 며 물었다.
“아저씨 생각은 어떠세요?”
“……1번이 그나마 낫지 않을까?”
“이유는요?”
“단독필지라면 길 너머의 거기잖 아? 너무 복잡해. 게다가 사람도 많 고.”
1번 루트는 기본적으로 대로를 타 고 이동한다.
어쨌든 아파트 단지들을 끼고 움직 이긴 하지만, 그나마 직접 관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2번 루트는 사정이 다르다.
시흥대교 인근에 펼쳐진 오래된 단 독주택 구역.
이제 겨우 재개발 얘기가 나올 정 도로 오래된 주택단지다.
당연하지만 살고 있는 주민들도 많 고, 심지어 골목까지 복잡하다.
“물론 2번 루트로 가면 거리는 단 축되겠지만…… 거기 골목길 지랄 맞잖아. 이동하다가 갑자기 툭 튀어 나온 놈이랑 마주치면 골치 아파져.
도망도 못 친다고.”
“결국, 저층 아파트 단지 관통하자 는 거랑 마찬가지야. 애초에 이 루 트를 왜 대안이랍시고 말하는 건지 도 이해가 안 가는데.”
확실히 일리가 있는 의견. 여기서 한 번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 같다.
목청을 가다듬은 민수가 조심스레 입을 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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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해도 좀 그런 같은 발상이긴 한데.”
“ 뭐가?”
“아시다시피 오래된 동네잖아요. 겨우 재개발 앞두고 있을 정도로.”
“그거야 그렇……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거리던 환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야. 너 설마.”
“동네 일부가 재개발 구역으로 지 정됐어요. 대다수 주민이 이미 퇴거 한 상태일 테고요. 동네만 크지 실 제로 사람은 얼마 없을 거예요.”
“그게 전부야?”
“아뇨. 말씀드렸다시피 오래된 동 네니까요.”
즉, 젊은 사람이 드물다.
대체로 50대 이상의 고령층이 주 를 이루는 낡은 거리.
“무슨 의민지 아시겠죠?”
“왜 그런 발상이라 한 건지 알겠 네.”
“네. 사람도 적을 거고, 설령 각성 한 플레이어가 있다고 해도 대체로 나이 많은 어르신일 거예요. 저랑 아저씨가 힘을 합치면 적어도 당할 일은 없죠.”
좀 더 노력하면 피 안 보고 제압 할 수도 있을 테지만.
지금 상황에선 하등 쓸모없는 이야 기다.
죽게 생겼으면 살기 위해서라도 힘 껏 맞서야 하지 않겠는가.
살린다느니 제압하느니 하는 건 좀 더 여유 있는 사람 입에서나 나올 수 있는 얘기다.
“젊은 사람들 많은 고층 아파트 단 지 지나는 것보다, 차라리 피 볼 각 오하고 어르신들 사이 지나가는 게 더 나아요.”
“……진짜 경로사상이고 뭐고 다 팔아먹었구만.”
“일단 살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 럼 아저씨 의견은 어떤데요?”
“그냥. 좀 놀라서…… 아니, 놀란 것도 아니고.”
깊게 미간을 찌푸린 환일이 신음했 다.
확실히 옳은 말이긴 하지만, 어쨌 든 불편한 얘기긴 했다.
냉정하게 말하긴 했지만, 결국 민 수의 의견은 하나다.
어차피 누군가와 싸울 거면, 젊은 사람들 말고 몸 불편한 노인네들 상 대로 싸우자는 의견.
예전 같았으면 냅다 대가리부터 쥐 어박고 봤을 테지만.
“……그래. 별수 없지.”
어쨌든 살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 는 데에는 변함이 없었다.
씁쓸해진 입맛을 얼른 다신 환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X발. 목숨 걸렸는데 젊은 놈이고 노인네고 그게 대수야?”
“그렇죠.”
“나도 살아서 딸내미 얼굴 보고 싶 어. 이거저거 가릴 상황 아니라고.”
약간 저항감은 있지만, 그래도 말 이 통하는 사람이라 다행이었다.
작게 안도의 한숨을 쉬며 민수가 얼른 지도를 접어 넣었다.
“알았어요. 그럼 2번 루트로 가는 거로 알고 있을게요.”
“출발은 언제 할 거야?”
“지금 당장……은 보는 눈이 많아 서 좀 그런 것 같고.”
피바다가 된 대로를 슬쩍 살피고, 시흥대교 쪽의 털 뭉치도 슬쩍 살폈 다.
주행성인지 야행성인지는 모르겠지 만.
해 뜬 사이에 활동할 플레이어들도 감안하면, 적어도 지금 당장 움직이 는 건 무리다.
“슬쩍 해 떨어질 즈음부터 움직이 죠. 그동안 번갈아 가면서 눈 좀 붙 이자고요.”
* * 米
그리고 몇 시간 후. 슬슬 땅거미가 내릴 즈음.
만반의 대비를 마친 민수와 환일이 슬그머니 건물 정문을 나섰다.
“쥐새끼는?”
“……자는 것 같네요.” 대교 쪽을 힐끗 살핀 민수가 대답 했다.
여전히 몸을 단단히 말고 있는 하 얀 털 뭉치.
너무 가까이 접근하지만 않으면 그 리 쉽게 깨진 않을 모양이다.
“괜히 떠들어서 자극하지 말고, 조 용히 움직이죠.”
“그래.”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입을 꾹 다문 환일이 앞장섰다.
재빨리 도로를 가로질러 맞은편 상 가 건물 벽에 도착.
슬쩍 고개를 빼내 골목을 살핀 환 일이 민수에게 눈짓했다.
‘ 없어.’
‘가세요. 엄호할게요.’
주변을 살핀 민수가 얼른 벽에 몸 을 붙였다.
허겁지겁 골목을 가로질러 바로 앞 의 블록에 도착한 환일이 주변을 둘 러봤다.
‘ 없다.’
사방이 조용한 걸 확인하고 민수 쪽으로 번쩍 주먹을 들어 올렸다.
잽싸게 환일 뒤로 따라붙는 민수.
다음 골목을 노려보던 환일이 민수
쪽을 돌아보며 속삭였다.
“목적지 있어?”
“쭉 가다 보면 어린이공원 나와요. 그 근처 상가 건물까지 가야 해요.”
민수가 알기로 이 단독필지 안에서 제일 높은 건물이다.
거기 옥상까지 도착한 후, 주변을 정찰하며 하룻밤을 보낸다.
가로등도 없는 어둠 속에서 헤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달리 서두를 이유도 없으니, 한 걸 음 내디딜 때도 신중을 기해야 했 다.
“이 동네 진짜 잘 아는구나?” “꽤 살았으니까요. 아무튼, 가세 요.”
“거리는?”
“앞으로 세 블록.”
민수의 지시에 고개를 끄덕인 환일 이 내달렸다.
한 블록 전진하고, 주변 확인한 후 주먹을 들어서 신호를 보내면.
엄호하던 민수가 얼른 뒤로 따라붙 는 식으로 번갈아 가며 전진.
가로등도 없는 지금, 의지할 수 있 는 거라고는 희미한 달빛뿐. 그렇게 무언의 신호만 주고받으며 두 블록째에 다다랐을 무렵.
“찌 지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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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마지막 블록으로 가려던 두 남 자의 걸음이 굳었다.
오늘 낮의 참사와 함께했던 이 거 슬리는 쥐 울음소리.
불끈 쥔 두 사람의 주먹에 식은땀 이 차올랐다.
‘한 마리 더 있어?’
시흥대교 막고 있던 놈이 쫓아왔을 리는 없다.
버스만 한 덩치의 짐승이 이렇게 조용히 움직일 리는 없으니.
상상도 못 했던 최악의 사태에 입 에서 침이 말랐다.
덜덜 떨리는 이를 꽉 물어 참은 환일이 민수에게 물었다.
“어떡하지?”
“……담 넘죠.”
골목 너머의 쥐새끼 소리가 점점 이쪽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여기서 이러고 있다 보면 꼼짝없이 들킨다.
이미 죄의식 따윈 마비된 지 오래 였다.
잽싼 몸놀림으로 민수가 바로 옆 단독주택의 담을 넘었다.
‘다행히 경보장치는 꺼져 있다.’
하긴 전기가 나갔는데 경보장치라 고 무사할 리는 없겠지.
얼른 담 위에 걸터앉은 민수가 환 일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저씨. 빨리!”
“알았어. 으, 끄응!”
얼른 민수의 손을 잡은 환일이 낑 낑대며 담장 위에 올라탔다.
배가 좀 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환 일 또한 몸놀림은 제법 날랜 편이었 다.
순식간에 담을 넘은 두 남자가 얼 른 담 안의 뜰에 착지했다.
“후우.”
“십년감수했네.”
담 너머에서 가까워 오는 찍찍 소 리에 모골이 송연해졌다.
나란히 앉아 이마의 땀을 닦으며 뛰는 심장을 가라앉히려던 그때.
“누, 누구야?”
문득 집안에서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희번뜩 빛나는 민수의 시선이 집 쪽을 향하고.
다음 순간, 살짝 열린 대문 틈에서 나온 것은.
“누구냐고 물었어!”
벌벌 떨리는 손으로 식칼을 겨눈 중년의 여성.
“빨리 대답 안 해?!”
날카로운 칼끝이 애처롭게 부들대 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