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25
나 혼자 무한 보급! 025화
그렇게 은비가 얽힌 약간의 소란이 마무리된 후.
주차장으로 돌아온 민수와 은비는 예진의 소개로 모두 앞에 섰다.
“……그렇게 해서 여기 두 분이 오 늘부터 저희와 함께해 주실 겁니 다.”
“김민수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 리겠습니다.”
“서, 서은비예요.” 덤덤하게 반응하는 민수와 부끄러 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은비.
상반된 반응에도 생존자들의 반응 은 한결같았다.
피로를 이겨내며 가까스로 박수를 치고 웃는 사람들.
그중 성질 급한 몇몇은 벌써 두 사람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 기억하시죠? 도명이입니다. 이 도명!”
“아, 네. 도명 씨. 오늘 수고 많았 어요.” 민수의 대답에 도명이 씩 웃었다. 짧게 깎은 머리에 운동으로 다져진 제법 탄탄한 근육.
민수가 지켜본 바에 의하면, 예진 다음가는 젊은 플레이어들의 리더 정도 위치였다.
“갑작스럽겠지만 앞으로 잘 해봐 요.”
“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 다!”
꾸벅 고개를 숙인 도명이 자기들 패거리로 돌아갔다.
말 많고, 누구에게나 친근하게 대 하는 평범한 젊은이.
너무 당연했지만 한 달 사이 어색 하게 멀어진 그 광경을 보고 있자 니.
슬쩍 옆으로 다가온 예진이 민수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민수 씨.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왜 그래요?”
“오면서 상의했던 그 건이에요.”
“아아. 그 건……
그사이 벌써 얘기 끝난 모양이네.
고개를 끄덕인 민수가 예진의 뒤를 따랐다.
아파트 화단과 텐트 사이의 으슥하 고 좁은 골목.
주변을 휘휘 둘러본 예진이 체면도 없이 거기 쪼그려 앉은 채 입을 열 었다.
“생각해 봤는데, 역시 민수 씨 말 대로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렇죠?”
“네. 한동안은 저 통해서 물자 주 시면 돼요. 변명거리도 이거저거 생 각해 놨어요.”
여기로 돌아오는 사이 예진이랑 잠 시 상의한 게 있다.
모두의 앞에서 보급고 스킬을 밝히 는 건 잠시 미루고 어느 정도 커지 고 자리가 잡힌 다음에 말하자.
‘갑자기 이런 걸 밝히면 감당이 안 되지. 소문도 통제하기 힘들고.’
무제한의 물자 보급을 보장해 주는 치트 플레이어의 등장.
만약 이 소문이 밖으로 퍼지면 다 른 약탈자들의 습격을 받을 수도 있 다.
하지만 어쨌든 집단과 함께하게 됐 으니 아주 말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예진에게 먼저 이 사실을 알린 것 도 그 때문이었다.
적어도 이 비밀에 호응해 줄 내부 자가 한 명 정도는 필요했으니까.
“그나저나 뭐라고 둘러댈 생각이에 요?”
“별거 있겠어요? 그냥 돌아다니다 가 우연치 않게 빵 상자 발견했다, 뭐 그런 식으로.”
“하긴.”
“내색은 안 하지만 다들 지쳐 있어 요. 그런 사소한 거 가지고 의심할 마음도 안 들 거예요. 그나저나 거기서 천천히 말을 멈춘 예진이 고개를 돌렸다.
지치고 피곤한 사람들 사이에 고립 되어 오도카니 남겨진 은비.
주변의 시선을 살피며 고개 숙이는 그녀를 바라보던 예진이 말했다.
“……좀 있다가 저랑 같이해서 은 비랑 얘기 좀 해볼래요?”
“얘기요?”
“아무래도 얼떨떨하고 힘들겠죠. 얘 기를 들어보니 실내체육관 쪽에서 배신당한 모양인데, 그렇게 떠밀려서 여기까지 오니 생각도 많을 거고.”
여기까지 소문이 들려올 정도로 강 력한 플레이어.
모르긴 몰라도 이 광명시에서 전투 력으로는 최강급임이 분명할 거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플레이어로서 강하다는 거지, 사람이 강하다는 게 아니다.
이런저런 수식어를 까고 남는 건 결국 평범한 사람.
여러모로 낯설고 힘든 환경에 적응 하도록 도와줄 필요도 있다.
“그러다가 정 붙여서 아주 우리 쪽 에 뿌리 내려준다면 더 바랄 것도 없고요.”
“꼭 떠날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아직은…… 우리가 저 애를 감당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그렇게 조직이 크지도 않고, 이런 저런 불안한 점도 없지는 않다.
모두의 앞에서 새 동료라고 소개하 긴 했지만, 엄밀히 말해 이 과정이 100% 은비의 의지로 이루어진 건 아니다.
아직은 태도도 확실하지 않고, 언 젠가는 떠날 수도 있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여기에 정을 붙이게 하면서.
마음 놓고 여기를 선택할 수 있도 록 더 크게 확장할 필요가 있다.
“그거라면 걱정할 거 없네요.”
“네?”
“제가 있잖아요.”
태연한 민수의 대꾸에 잠시 예진이 말을 잊었다.
물론 그것도 어디까지나 잠시일 뿐.
이윽고 피식 웃어버린 예진이 고개 를 끄덕였다.
“……하긴. 괜한 걱정이었네요.”
이 치트 플레이어가 우리와 함께하 는데.
그런 것 따윈 시간만 지나면 자연 스레 해결되지 않겠는가.
민수를 바라보는 예진의 눈에 뿌듯 함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 * *
그리고 그날 밤.
민수와 예진은 조심스럽게 은비의 숙소를 방문했다.
“얘기를 하고 싶으시다고요?”
“으음, 뭐 어렵게 생각하진 말고. 상담을 해주고 싶은 거야.”
“상담•…”
“요즘 힘든 일 많아서 여러모로 복 잡할 텐데. 이렇게 한 지붕 쓰게 됐 으니 서로 고민 같은 건 터놓자는 거지.”
살짝 놀란 은비 앞에서 예진이 조 곤조곤 설명을 이어나갔다.
처음엔 그래도 여자 마음은 여자가 아는 건가 싶었는데.
가만히 지켜보니 이건 동성 간의 동질감 따위로 표현할 게 아니었다.
‘사람 잘 달래네.’
마치 여동생 달래는 것 같은 차분 하고 조용한 목소리.
넉넉하면서도 따스한 분위기까지.
철퇴로 머리통 날리고 다니는 사람 답지 않은 원숙한 일면이었다.
역시 사람에게는 모두 뜻밖의 재주 가 있는 법이구나.
그렇게 납득한 채 고개를 끄덕이던 중, 고민하던 은비의 어깨가 부르르 떨렸다.
“……그냥. 별건 아니에요.”
우물쭈물하며 시작된 그녀의 넋두 리는 이러했다.
이름은 서은비. 나이는 올해로 딱 스무 살.
부모님은 천안에서 장사를 하고 계 시고.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부모님 이 이 동네에 사둔 집에서 자취를 시작했다고 한다.
“이 동네 땅값 많이 올랐는데. 부 모님 돈 좀 버시나 보다.”
“세상 망한 와중에 땅값이 무슨 소 용이에요? 아무튼, 은비야. 계속해 봐.”
“네•…”
아무튼, 각성한 건 사태가 터진 그 날 새벽 6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중 골목에서 뛰쳐나온 고블린을 얼떨결에 치어 죽였다.
그때 각성한 뒤, 몬스터를 상대로 악전고투를 벌여왔다고 한다.
“이렇게 들으니까 진짜 개복치 같 은 놈이네.”
“그래도 방심한 사람은 충분히 죽 일 수 있으니 마냥 얕볼 건 아니죠. 그래서?”
“그리고 뭐…… 하루하루 발버둥
치면서 살아왔어요. 다들 저만 바라 보다 보니까. 가족들 구해달라는 사 람들도 있고…… 뭐, 그래서…… 원체 강하다 보니 그녀를 중심으로 나름의 세력이 형성됐다고 한다.
광명실내체육관을 중심으로 하는 일종의 자경단.
그녀가 이끄는 플레이어 자경단은 하안사거리와 우체국사거리 일대에 서 활약하며.
생존자들을 구하고 플레이어들을 결집시켜 왔다고 한다.
“가끔 싫은 소리 하는 사람도 없진 않았지만…… 그래도 고마워하는 사 람들이 더 많았어요. 그래서 저도 더 신이 났고요.”
“ 흐음.”
“일단 사람부터 살리자. 다른 건 나중에 생각하자. 그래서 한 명 두 명 구하고, 플레이어들도 그만큼 늘 어났는데……
거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
수백 명에 달하는 생존자들과 플레 이어들이 한 데 모인 곳.
물자도 부족하고 다들 날이 서 있 다 보니 그 안에서도 서로 반목하는 파벌들이 하나둘씩 생겨났다고 한 다.
‘있을 법한 일이네.’
얘기를 듣던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 다.
어딜 가나 그런 사람들이 꼭 있다.
자기 세력 만들고, 자기 사람 키우 고.
그렇게 자기편 만들어서 닭 머리라 도 해 먹으려 하는 사람들.
설령 내일 망하더라도 오늘 감투를 써야 만족하는 그런 부류들.
조금 더 단호하게 대처해서 그런 시도를 끊어냈어야 했을 테지만, 올 해 겨우 스무 살인 은비에게 그런 태도를 기대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가…… 결국 일이 터졌어 요.”
“ 일?”
“물자 수색하려고 저희 팀원들이랑 같이 하안사거리의 상가 건물로 들 어갔는데, 증원을 보내준다고 해놓 고선 오히려 몬스터를 몰아왔더라고 요. 우릴 다 죽이려고요.”
“한심한 사람들이네.”
듣던 예진의 입에서도 탄식이 튀어 나왔다.
대충 어떤 상황인지 이해는 가지 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네 최 강의 플레이어를 토사구팽하려고 들 다니.
“그래도 그때까지는 믿었어요. 뭔 가 잘못됐다고, 가서 증원 요청을 하면 분명 우릴 버리지 않을 거라 고. 그래서 건물에 팀원들만 남겨놓 고 저 혼자 가까스로 도착했는 데……
“ 했는데?”
“화살로 절 겨누고 있었어요. 절…… 죽이려고요.”
거기서부터는 대충 민수와 예진도 알고 있는 이야기였다.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앞에서 은비가 덮고 있던 담요를 끌어 올렸 다.
“……죄송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좀……
“그래, 그래. 알았어. 말하기 싫으 면 말 안 해도 돼.”
“죄송합니다. 언니. 민수 오빠도……
“됐어. 다 이해하니까 지금은 자렴. 알았지?”
얼른 나서 은비를 다독이는 예진.
그 모습을 바라보던 민수가 눈치껏 천막을 빠져나왔다.
답답한 얘기를 듣고 나니 왠지 하 늘이 더 잘 보였다.
가로등도 다 꺼져서, 별이 총총 뜬 크고 까만 밤하늘.
묵묵히 그 하늘만 올려다보던 중, 천막을 걷고 예진이 밖으로 나왔다.
“자요?”
“네. 그나저나……
“조금 전 얘기 듣고 생각을 해봤는 데요.”
팔짱을 낀 채 하늘을 올려다보며 흘러가듯 중얼거렸다.
일단 사정이 딱하다는 거야 더 말 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민수는 다 른 쪽에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은비가 배신당한 건 어제 오전.
건물에 자기 팀원들을 그대로 남겨 놨고.
그녀는 하루 만에 흘러 흘러 여기 까지 왔다.
즉, 건물 안에 숨은 팀원들이 공연 한 짓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 거기엔 그녀를 따르던 팀원들 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는 의미.
“……마냥 내버려 두긴 그런데.”
“네?”
“예진 씨.” 얼른 고개를 돌려 예진을 돌아봤 다.
그 속내를 짐작도 못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예진.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민수 가 말했다.
“혹시 내일 바쁜 거 있어요?”
* * *
다음 날 아침.
민수의 등쌀에 떠밀린 예진 또한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
“잘 하는 짓일까요?”
“걱정 마요. 어디까지나 간만 보자 는 거니까요.”
“그거야 그렇긴 한데……
“어차피 거기 갇혀 있으면 죽을 사 람들 아닌가요?”
태연하게 대꾸한 민수가 허리춤의 단검을 한 번 꺼내 살폈다.
날카로운 칼날을 쓸어본 후 다시 집어넣고.
보관함에 넣어둔 권총 두 자루도 한 번씩 꺼내 손수 확인했다.
“지금 와서 실내체육관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은비도 가까스로 뚫은 걸 보면 현장 상황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요.”
“그렇죠.”
“어차피 갈 곳 없는 사람들이면 우 리 쪽으로 끌어들이는 게 나을 거예 요. 마침 우리도 사람 필요한 건 마 찬가지 고.”
은비를 따라 사지에 몸을 던져온 실내체육관의 자경단.
몬스터 천국이라는 하안사거리 일 대를 질타해 온 그 정예 병력.
그들만 끌어들일 수 있다면 단연 최강의 플레이어 집단으로 성장할 수 있다.
게다가 마침 그들의 구심점이 되어 줄 은비 또한 이쪽에 있는 차였다.
“잘 풀리면 강한 동료들도 생기는 거고. 정 뭣하거든 하안사거리 쪽 상황이라도 살피러 간다고 생각하자 고요.”
“으음. 틀린 말은 아닌데……
“마, 맞아요! 우리 엄청 세요!”
그때 저 너머에서 은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사이 소식 듣고 얼른 준비해 온 건지, 눈곱 묻은 그녀의 허리춤에도 낡은 장검 한 자루가 걸려 있었다.
“자랑하는 게 아니라, 진짜 엄청 세요. 지금 여기서 우리보다 강한 플레이어 집단도 없을걸요?”
“하긴 다른 거 다 떼놓고 너만 봐 도 그럴 것 같긴 하다, 얘.”
“이렇게까지 해주실 줄은 몰랐는 데……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그래, 그래. 그거면 충분해.”
헛헛하게 웃으며 손을 흔든 민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쪽도 준비는 끝났고, 은비는 이 미 준비 만전인 모양.
사람이 셋밖에 없으니 준비도 빨리 끝났다.
“더 못 데려가는 건 미안하지만 그 건 이해해 주라. 누가 여기 지키고 는 있어야지.”
“아, 아니에요. 어디까지나 정찰이 니까……
“상황 봐서 괜찮으면 제대로 달려 들어서 구해줄게. 그러니까 걱정하 지 마.”
그렇게 말을 마친 민수가 걸음을 내디뎠다.
인원은 민수, 예진, 은비의 단 셋 뿐.
철저하게 소수정예로 이루어진 하 안사거리 정찰대의 선두에서.
가장 먼저 달려 나간 은비가 붕붕 손을 흔들었다.
“저쪽이에요. 8단지 쪽으로 가면 금방이에요!”
동료들 구할 길이 생겼다는 게 어 지간히 기쁜 모양인지.
밤새 우울하던 은비의 얼굴에는 화 사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그 모습을 마냥 흐뭇하게 바라보던 중, 민수의 시선이 문득 그녀의 머 리 옆에 뜬 메시지창을 향했다.
‘허어.’
[플레이어명 : 서은비]
[직업 : 마교도]
[보유 코인 : ???]
[보유 플레이어 토큰 : ???]
[보유 스킬]
[??? (Lv.?) – 상대의 스킬 레벨 이 높아 알 수 없습니다.]
[성향 : 선]
[심리상태 : 감사]
“선 속성 마교도라니. 말세는 말세 야.”
하긴 이 ‘게임’이 언제는 제정신이 었나.
고개를 저은 민수가 은비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