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38
나 혼자 무한 보급! 038화
은비와 함께 딸려온 생존자들은 대 체로 환영받는 분위기였지만 그렇다 고 모두가 그들의 방문을 달가워하 는 건 아니었다.
대표적으로는 경비대 파벌의 2인 자, 곽재열이 그러했다.
‘뭔가 꿍꿍이가 있어.’
애초에 갑자기 튀어나온 그들을 도 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자기들 말로는 갈 곳 없어진 은비 를 보호하고 자경단도 구출했다고 하지만, 이런 세상에 그런 걸 공짜 로 베푸는 사람이 있을 리 없다.
게다가 그 리더 격인 랭킹 1위부 터 그러하다.
듣기로는 물자를 보급하는 특수 스 킬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데.
그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자기 파 벌 끌고 여기 나타났다면 당연히 그 저의를 의심해 볼 법하다.
‘뭔가 있는 게 분명해.’
본래 의심이란 한 번 시작하면 끝 이 없는 법.
심지어 그 의심을 말려줄 사람조차 도 없었다.
뭔가 있다. 노리는 게 있다. 다른 꿍꿍이가 있다.
그렇게 마냥 부풀어가는 의심만 안 은 채, 흰 눈을 치켜뜨고 그들을 노 려보고 있었지만.
“……어……
꽈아아아앙!
그 의심은 채 하루도 가지 못했다.
귀청이 떨어질 것 같은 폭음이 울 린 후.
얼른 정신을 차린 재열의 눈에 어 마어마한 광경이 들어왔다.
“쿠르르, 크르르르……
앞발 하나를 잃은 채 비틀대는 붉 은 털의 늑대.
역한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뜯 겨나간 단면에서 살점과 털가죽이 흉하게 덜렁거린다.
물론 그 와중에도 꿈틀거리는 걸 보니 덩칫값은 확실히 하지만.
이미 다리 하나를 잃은 시점에서 전투력은 급감한 거나 다름없었다.
“이, 이게 뭔……?”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요!”
혼이 쏙 빠져 있던 재열을 날카로 운 외침이 일깨웠다.
실내체육관 입구를 가로막은 화물 차 위.
푸르게 빛나는 장갑을 낀 손에 들 린 은빛의 리볼버.
조금 전 밤을 올렸던 그 폭음의 주인공이 이쪽을 바라보며 두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덩치 큰 놈 하나 나왔다고 쫄 거 였으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어 요?! 이 악물어요! 이젠 후퇴할 데 도 없다고요!”
“어, 어……
“굳이 큰 놈 상대하려 애쓰지 말고 작은놈부터 상대해요! 한 놈이라도 목책 넘어오면 그땐 다 죽은 목…… 샹!”
꽈아아아앙!
재차 토해진 폭음이 목책 앞에 몰 려 있던 블러드하운드들을 날려 버 렸다.
사선 끝에서 확 퍼지는 은빛으로 반짝이는 안개.
그 순간 목책을 넘으려 들던 블러 드하운드들이 일제히 바닥을 나뒹굴 었다.
“깨갱, 깽!”
“크르르 크르르……|” 곤두세운 털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피.
약 맞은 모기처럼 바닥을 구르며 발광하는 검은 늑대.
다섯 마리의 블러드하운드가 단 한 발에 제압당했다.
총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저게 상 식적인 화력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안다.
황당함에 벌어진 재열의 눈동자가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디서 저런 걸……?” “앞으로 한 시간 동안 화력 지원은 제가 합니다!”
꽈아아아앙!
밤을 가르는 폭음. 철갑탄이 세 마 리를 꿰뚫는다.
“그동안은 저만 믿고 마음껏 싸우 십쇼!”
꽈아아아앙!
밤을 찢는 폭음. 폭발이 두 마리를 휩쓸어버린다.
“여기 다들 죽으러 모인 건 아니지 않습니까!”
꽈아아아앙!
밤을 울리는 폭음. 은빛 파편이 네 마리를 덮친다.
“일단 삽시다! 살아남고, 나머지는 내일 생각합시다!”
“이 개 같은 ‘게임’ 끝은 봐야 할 거 아닙니까!”
연신 밤을 울리는 폭음 사이로.
까랑까랑한 외침이 똑똑히 퍼져나 갔다.
물론 모두가 그 외침을 귀담아듣는 건 아니었다.
이미 전선은 난장판이 된 지 오래.
제각기 혈전을 펼치는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시커먼 검기가 번뜩였다.
“죽어어어어!”
“은비야! 너무 깊이 들어가지 마! 수찬 씨! 은비 좀 부탁해요!”
“야, 태환아! 나랑 같이 가자! 저 러다가 은비 큰일 나겠다!!”
“이 개X끼들! 드루와! 드루와! X 새 X들아!”
욕지거리. 비명. 절규. 고함.
흥분에 받쳐 악을 쓰고 무기를 휘 두르는 사람들.
회사원. 경찰. 대학생. 백수. 아이. 어른.
그 모두가 그저 내일 아침의 태양 을 보기 위해.
이 꽉 깨물고 발버둥 치는 그런 평범한 사람들.
“••••••망할!”
결국, 마음을 정한 재열이 이를 꽉 물었다.
더 이상 의심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물론 여전히 저 민수라는 자의 의 중이 의심스럽긴 하지만, 지금 고민 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지 않 은가.
의심도 믿음도, 죽으면 의미가 없 다.
지금은 싸워야 한다. 싸워서 살아 남아야 한다.
어떻게든 이 지옥 같은 밤을 견디 고 내일 아침의 태양을 봐야 한다.
“……민수 학생!”
그렇게 깨달은 순간, 재열은 화물 차의 운전석 문을 열고 있었다.
깜짝 놀란 민수의 시선을 흘려버린 채, 잽싸게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건 재열이 외쳤다.
“놈들이 넓게 퍼져서 오고 있어! 내가 차 몰 테니까 그 총으로 지원 좀 해줘!” “정문 쪽은 어쩌고요?!”
“괜찮아! 우리 애들 그렇게 안 약 해! 한 시간 정도는 버틸 수 있어!”
뜻밖의 제안에 당황한 민수가 말을 멈췄다.
지금 이 차를 치우면 정문을 막는 건 얇은 목책 한 겹뿐.
만약 실수로라도 뚫리면 그때는 이 뒤의 비 플레이어들이 위험하다.
‘하지만……
잽싸게 눈을 돌려 주변을 살폈다.
목책을 에워싼 채 몰려드는 블러드 하운드 떼거리.
자기네 대장 같은 놈이 다쳤는데도 무섭지도 않은 건지.
당장 목책을 뛰어넘을 기세로 와글 거리고 있다.
“……별수 없다!”
총은 한 자루. 막아야 하는 건 이 주변 목책 전체.
머뭇거리고 있을 틈이 없었다.
얼른 계산을 마친 민수가 재욱을 향해 외쳤다.
“재욱 씨! 나 다치면 힐 좀 빡세게 넣어줘요!”
“아, 네!”
“출발! 출바아아알!”
부르르르릉!
요란한 엔진 소리를 울리며 화물차 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덜컹거리는 차체 위에서 가까스로 자세를 잡은 채.
재빨리 리볼버를 연 민수가 탄창을 한 바퀴 회전시켰다.
‘수가 많다. 파편탄으로!’
뽑아낸 탄환을 냅다 뿌려버리고 미 리 사둔 새 파편탄을 장전했다.
그와 동시에 비어 있던 왼손에 권 총을 들고 조준.
좌측 목책을 넘으려던 블러드하운 드들을 향해 냅다 탄환을 퍼부었다.
“ 크으윽……
콰아아아앙! 콰아아아앙! 콰아아아 앙!
표 IL 표 표 표 |
=T=¥=T=『=『!
[블러드하운드들을 처치하셨습니다.
4000코인을 획득하셨습니다.]
연달아 쏟아지는 탄환과 파편들이 블러드하운드들을 덮쳤다.
머리가 깨지고 몸이 찢기고 피를 뿜으며 나가떨어지는 늑대들.
순식간에 목책 한편을 텅 비워버리 는 그 압도적인 화력.
깜짝 놀란 플레이어들이 털털대는 화물차 쪽을 돌아봤다.
“무, 무슨 놈의 총이 저런……?”
“한눈팔지 마요! 앞으로 40분 남았 습니다!”
발악 같은 외침이 밤을 울리고.
연달아 터지는 총성들이 적과 함께 찢겨 날아간다.
혼 블래스터의 화력에 힘입은 그 일대 화력전.
목책 너머에서 검기 맺힌 칼을 휘 두르던 은비가 그 모습에 입을 쩍 벌렸다.
“대체 저 오빠, 총을 얼마나 더 갖 고 있는 거야‘?”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는 은색 리볼버.
그 한 자루의 화력이 블러드하운드 들을 완전히 압도하고 있다.
그 와중에 심지어 재장전도 하지 않는다.
반동이 센 건지 조금씩 손속에 사 정을 두긴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거의 몇 초에 한 번씩 폭음이 터지고 있다.
‘저것도 그 보급고 스킬의 효과인 가?’
떨어지지 않는 총알. 재장전도 불 필요.
방아쇠 당기는 족족 나가는 무제한 총알 세례.
붙어서 휘둘러야 하는 자신의 검기 조차 비할 바가 아니다.
그 황당한 위력에 당황한 것도 잠 시.
이윽고 얼굴 가득 미소를 되돌린 은비가 사납게 외쳤다.
“야아아아아! 이 똥개 X끼들! 우 리 총 있다아아아”
“크르르르르……|”
“가서 대가리 뚫리기 싫으면 나한 테 덤벼! 덤비라고, X끼들아아아!”
그렇게 다시 한번 목책 너머에서 혈풍이 몰아쳤다.
연신 블러드하운드들을 휩쓸어버리 는 시커먼 검기의 파도.
검의 효과로 인해 얼어붙은 핏방울 들이 보석처럼 반짝였다.
그 모습에 살짝 미소 짓던 민수의 얼굴이 순간 흔들렸다.
“으윽!”
“민수 씨? 왜 그래요?!”
“소, 손이……
[근력 강화 장갑의 내구도가 한계 에 달했습니다.] [이 이상 연속 사용 시 영구적인 장비 파괴의 위험성이 있습니다.]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창에 얼른 오 른손을 돌아봤다.마치 경고등처럼 새빨갛게 빛이 변 한 장갑의 발광부.
욱신거리는 손가락은 힘겹게 총을 잡은 채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진짜 반동 엄청나네. 어떻게든 자 세 잘 잡고 쏜다고 쏜 건데……
“반동 때문이에요? 치, 치료 걸어 드릴게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래도 한동 안은 이놈 못 쏘겠……
그때, 시뻘건 무언가가 목책을 뛰 어 넘었다.
“크르르르르!”
성게처럼 곤두세운 시뻘건 털.
근육과 가죽이 너덜거리는 잘려나 간 앞다리.
그리고 코를 찌르는 누린내와 역한 피 냄새.
머뭇거릴 시간이 없었다.
득달같이 재욱을 안은 민수가 얼른 차 밑으로 뛰어내렸다.
“이 꽉 물어요!”
“어억•…”?!”
“으아아아악!”
꽈지직!
가까스로 재열이 뛰어내린 운전석 을 빨간 놈이 들이받았다.
무슨 충돌 테스트라도 한 듯 상쾌 하게 구겨지는 화물차 운전석.
얼이 다 빠지는 그 충격력에 전율 하며 민수가 혼 블래스터를 겨눴다.
“크르, 크르르르…… 크르르르 다리 한 짝을 잃은 놈이 증오 가 득한 눈을 돌렸다.
아무리 부상을 입었다고 하지만. 원체 덩치가 큰 놈이니 그마저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물론 세 다리로 서야 하는 놈의 방향 전환이 마냥 쉬울 리는 없었 다.
기듯이 비척비척 놈이 몸을 돌리는 사이.
각오를 다진 민수가 왼손으로 혼 블래스터를 고쳐 쥐었다.
“……재욱 씨.”
“네, 네?”
“제일 큰 부상 치료한 게 뭐예요?”
“그, 철근에 관통된 거…… 거의 한 시간은 걸렸지만, 어떻게든.”
“그거면 됐어요.”
작게 한숨을 쉬고 탄창을 열어 폭 발탄을 잔뜩 구겨 넣었다.
하나밖에 못 사는 귀한 근력 강화 장갑이 다.
더 이상 오른손으로 쐈다가 파괴돼 버리면 손해가 막심하다.
‘ 간파.’
[몬스터명 : 크림슨 하운드]
[분류 : 레이드 몬스테
[보유 특성]
[허기 – 이 짐승은 끝없는 식욕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생물형 적을 상대 할 때 모든 능력치가 소폭 상승합니 다.]
[집념 – 이 짐승은 본능적으로 강한 집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번 지 정한 목표물을 좀처럼 포기하지 않으 나, 그만큼 주변에 대한 주의 또한 감 소합니다.]
[두꺼운 가죽 – 마법적 효과는 없지 만 두꺼운 가죽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다수의 물리적 타격에 저항성을 가 지나, 마법적 효과에는 취약합니다.]
‘크림슨 하운드라.’ 하긴 색깔도 시뻘건 놈이니 이름 한번 잘 지었네.
작게 탄식한 민수가 놈을 향해 혼 블래스터를 겨누며 말했다.
“재욱 씨.”
“네, 네?”
“어깨 잘 좀 붙여줘요.”
꽈아아아앙!
“아아아아악!”
“깨갱깽!”
고통에 찬 사람의 비명.
그리고 그보다 더 고통스러운 짐승 의 울음소리.
[2일 차 습격이 종료되었습니다.] [모든 플레이어에게 플레이어 토큰 200개가 지급됩니다.]두 개의 비명을 집어삼킨 채, 폭음 이 하늘 높이 솟았다. 손목 탈구. 어깨 탈구. 이외 가벼 운 타박상.
장갑 없이 딱 한 발만 쏜 결과로 민수가 입은 부상이었다.
“팔은 좀 괜찮아요?”
“여기 재욱 씨 있는데 걱정할 게 있나요.”
“하하••••••
예진의 질문에 재욱이 대신 힘 빠 진 미소를 흘렸다.
간밤에 고생 안 한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가장 고생한 사람 중 하나 를 꼽으라면 단연 그였다.
“그래도 부상자가 많이 안 나와서 다행이네요. 전부 민수 씨 덕분이에 요.”
“그러고 보니 그걸 못 들었네. 많 이들 다쳤어요?”
“총 다섯 명. 다행스럽게도 죽은 사람은 없고, 그나마도 재욱이 오빠 가 싹 다 고쳐줬어요.”
은비의 보고에 민수가 고개를 끄덕 였다.
걱정했던 것보다 대단히 결과가 양 호하다.
그 전쟁통 같던 습격을 희생자 한 명 없이 막아낼 수 있었으니.
‘……하지만.’
그걸 마냥 순순히 좋아할 수만은 없었다.
흠흠 헛기침을 한 민수가 입을 열 었다.
“여러분.”
나직한 목소리에 둘러앉은 플레이 어들이 목을 뻣뻣이 폈다.
현재 시각, 새벽 6시.
간밤의 습격으로 난장판이 된 실내 체육관 앞의 공터.
둥글게 둘러앉은 플레이어들을 힐 끔 살펴보고.
작게 한숨을 쉰 민수가 입을 열었 다.
“일단 안 좋은 말씀부터 드리겠습 니다.”
“우리, 이대로 가다간 죽습니다.”
웅성웅성!
느닷없는 포기선언에 놀란 플레이 어들이 서로를 돌아봤다.
불안 가득한 그 시선들을 바라보며 민수가 말을 이었다.
“생각보다 상황이 안 좋아요. 겨우 이틀째인데 난이도가 너무 심각하게 올라갔습니다. 정공법으로는 오래 버틸 수 없어요.”
“그럼•…”?”
“이런 식으로 난이도가 올라가면 이번 시나리오는 그 누구도 클리어 할 수 없을 겁니다. 상식적으로 이 틀째부터 그런 놈이 튀어나오는 게 말이 돼요‘?”
전날 밤의 싸움을 복기하면서 얻은 결론이었다.
이건 절대 정공법으로 싸울 수도, 그래서도 안 되는 거다.
거의 절벽에 가까울 정도로 가파르 게 치솟는 난이도.
게다가 플레이어들의 체력에도 한 계가 있다.
이딴 소모전을 보름이나 버틸 수 있는 플레이어는 단언컨대 없을 것 이다.
하지만.
“너무 두려워하실 거 없습니다.”
“아주 방법이 없는 건 아니거든 요.” 의아해하는 플레이어들을 바라보며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식적으로 이것이 ‘게임’이라면.
클리어 불가능한 시나리오 같은 바 보 같은 짓을 할 리 없다.
분명 클리어할 수 있고, 그렇게 설 계된 시나리오.
지금까진 그것을 알 수 없었지만.
둘째 날 밤을 보내고 나니 이제 확신이 생겼다.
“이 시나리오, 공략법 알았습니다.”
민수의 입가에 확신이 담긴 미소가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