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45
나 혼자 무한 보급! 045화
“뭐…… 뭐?”
아카라트의 전사?
돌아오는 걸 기다려?
당황한 민수의 시선이 절로 메시지 창을 찾기 시작했다.
으레 모르는 상황과 마주치면 한 번은 뜨던 도움말 메시지창.
분명 이번에도 뭔가 도움을 줄 거 라고 생각했지만.
없어.’ 이번에는 그조차도 민수를 배신했 다.
침묵을 지키는 메시지창에 민수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도움을 줄 상황이 아닌 건가? 아 니면……
설마 ‘게임’에서 상정되지 않은 상 황?
그조차도 아니라면 설마 오류?
하지만 뭐가 됐건 간에 이미 벌어 진 상황을 막을 수는 없었다.
살짝 눈매만 찌푸리는 민수와 어쩔 줄 몰라 하는 병운.
그 사이에서 무릎을 꿇은 샤그룬이 우렁찬 목소리로 외쳤다.
「아카라트의 전사여! 우리 백아군 락은 그대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 다!」
「으, 은혜……?j
‘■그렇다! 한낱 야만인에 불과하던 우리에게 그대 선조들은 은혜를 베 풀었지. 우리는 다른 동족들과 구분 되어, 더 강한 힘과 빠른 속도를 얻 었다. 우리는 그대들에게 선택받았 다!j
이미 이야기는 누가 말릴 수도 없 을 정도로 폭주하고 있었다.
이해가 안 가는 건 둘째 치고.
이쯤 들으니 어디까지 가나 한번 보자 싶은 생각이 떠올랐다.
「고대문명의 잔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힘! 온갖 신선한 식량을 그 자리에서 만들어내는 권능! 틀림없 다. 그대는 아카라트의 전사다느
r……그, 그래. 그렇다 치자. 그래 서?」
「우리 백아군락은 그대가 돌아오 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다할 수 있는 것은 육체뿐이나, 그대들이 축복한 우리 전사들은 지상의 그 누 구보다도 강대할 것이다!」
……잠깐 있어 봐.
이야기를 듣던 중에 슬슬 감이 잡 히기 시작했다.
물론 좀 예상치 못한 사태긴 했지 만, 어쨌든 샤그룬의 호의적인 태도 도 얻었다.
결과적으로는 목적을 달성한 거나 마찬가지 아닌가?
‘모로 가도 서울로 가면 되는 거 지!’ 아카라트니 뭐니 설정 떡밥 풀리는 건 풀리는 거고.
지금 당장은 오늘 밤 버티게 할 아군부터 확보하는 게 급선무.
그를 위해선 거짓말이나 있는 척 정도 못할 이유가 없다.
순식간에 목소리를 착 깐 민수가 자못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 경솔했 던 모양이군.」
「경솔?」
‘■설마 그 오래된 이야기를 기억하 고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생전 연이 없던 있어 보이는 척을 하려니 팔에 닭살이 돋았다.
몰래 팔을 벅벅 문지른 민수가 일 부러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r그렇다. 나는 아카라트의 전사다. 이 반지가 그 증거지.J
「오오……!j
민수의 왼손에서 반짝 빛나는 반 지.
아카라트 정찰병의 반지를 본 샤그 룬이 감탄을 내뱉었다.
‘■선대의 위대한 대족장에게 들었 다. 아카라트의 병사들은 전부 왼손 에 반지를 착용하고 있다고 했지. 그게 사실이었군!」
r옛날이야기나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대족장이여. 지금의 상황이 얼마나 위중한지는 네가 더욱 잘 알 지 않나?」
어우, 사극 말투 진짜 오지네.
슬슬 뱃속이 부끄러움을 간질거리 기 시작했지만.
어쨌든 샤그룬의 뜨거운 시선은 변 하지 않았다.
‘■물론이다! 그대가 원한다면 얼마 든지 우리 전사들이 나가서 맞서 싸 울 것이다!j
「부탁한다. 지금의 상황을 해결하 기 위해 우리는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J
‘■잠시만 기다려다오. 지금 즉시 전사들을 집결시키겠다!」
그렇게 외친 샤그룬이 허둥지둥 밖 으로 뛰쳐나갔다.
쿵쿵대는 덩치가 사라지자, 비로소 한숨 돌린 병운이 슬쩍 민수의 옆구 리를 찔렀다.
“혀, 형님? 저 친구한테 뭐라 하신 거예요? 막 무릎 꿇고 난리도 아닌 데……
“잘은 모르지만 잘 풀린 것 같아 요.” “잘 풀리다뇨?” “그러니까 이게 설명하기 힘든데, 지금 우리 하는 게 어쩌다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r 전 —사들이여어어어어 — !_]
그때 우렁찬 샤그룬의 외침이 가게 를 울렸다.
어찌나 큰지 벽에 붙은 유리창까지 덜그럭거릴 지경이었다.
재빨리 귀를 틀어막는 병운과 함께 민수가 밖으로 뛰쳐나오자.
「귀 있는 전사들은-! 모-두 들 으라아아아아!j
박력 넘치는 오크 전사의 위용이
그들을 맞이했다.
길 맞은편에 위치한 3층 식당 건 물
그 위에 선 망루 위에 아슬아슬하 게 매달린 채.
붉은 대흉근을 꿈틀대며 포효하는 샤그룬.
「백아군락을 있게 한! 오오오-랜 맹약이! 지금 이 순간! 이루어졌다 아아아一! j
「우리를 구별 지은 위대한 이들의 후손이! 우리를 버리지 않았음이! 증명 되 었다아아아!」
‘■의리 있고 정의로운 산맥의 전사 들이여어어어어!j
거리를 맴돌고.
산봉우리를 떠돌고.
파란 하늘을 헤치며.
‘■그대들의 대족장이 명령한다아아 아!j
저 멀리까지 쩌렁쩌렁 퍼지는 전사 의 외침.
하늘 아래 그 무엇도 두렵지 않은, 거친 야성조차 압도하는 위대한 전 사의 명령.
r전 —쟁을 준비하라아아아아아!j
rzrzrzrzrzrzrzrzrzi
■石”石“*”〒石■石—〒〒5″!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방에서 요란 한 북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선가 꺼내온 북을 미친 듯이 두들겨대는 붉은 피부의 오크들.
그 모습에 질겁한 병운이 눈알만 돌려대는 사이.
작게 한숨을 쉰 민수가 몰래 이마 의 진땀을 닦았다.
“……생각했던 거랑 좀 다르긴 하 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는 법.
어쨌든 원하던 결과가 나왔으면 된 거다.
민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걸렸 다.
* * *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지금.
“……그렇게 된 거죠.”
“와, 그게 되네……
설명을 듣던 은비가 기진맥진한 얼 굴로 중얼거렸다.
현재 시각은 새벽 1시 30분.
정말 사망자 발생이 코앞이었던 긴 박한 상황이었지만.
시기적절한 민수와 오크들의 개입 덕에 다행히 오늘 밤도 무사히 넘겼 다.
“아무튼, 정리하면 오빠 말은…… 이제 저 오크들이 우리 편이라는 거?”
“그렇지. 얼마나 센 지는 은비도 봐서 알지?”
“……좀 믿어지진 않지만요.”
지친 얼굴로 한숨을 뱉은 예진이 중얼거렸다.
뭐, 그래.
공략법을 찾으러 간다는 얘기도 이 미 들었고.
그 방법이 오크들과 접촉해서 뭔가 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설마 오크들을 부하로 만들어 오는 거였다니.
막연하게 오크들과의 협상 정도만 생각했었는데.
대체 머릿속에 무슨 발상이 있어야 이런 결과를 만들어내는 거지?
“사실 운이 좀 좋았어요. 그 뭐냐, 자세히는 말하기 힘들지만, 아무튼 시기와 운이 딱 맞아떨어진 게 있어 서……
“뭐, 아무래도 좋잖나? 운도 실력 이니까.”
말을 받은 건 옆에 벌렁 드러누워 있던 재열이었다.
참고로 지금 그 입에는 담배 한 대가 물려 있는 상태.
대자로 뻗은 채 담배 연기만 뻐끔 거리는 모습이 상황의 심각함만 잊 어버리면 제법 운치가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잖아? 어쨌든 강 력한 몬스터들이 우리 편이 됐어. 내일 밤 웨이브도 이걸로 한숨 던 거지.”
“그렇죠.”
“아무튼, 자세한 이야기는 자고 일 어나서 하자고. 지금 나도 그렇고 여기 애들도 그렇고 눈만 깜빡하면 다 기절할 것 같아서……
r아카라트의 전사여.」
그때 묵직한 오크 울음소리가 그들 사이를 갈랐다.
쿵쿵대는 발소리를 울리며 다가오 는 샤그룬.
가히 전차에 발이 달려 걸어 다니 는 것 같은 기세에 주변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우리 전사들을 통해 소집령을 전 파했다. 아마 늦어도 이틀 안으로 모든 전사가 이곳에 집결할 것이 다.」
r너무 느린 거 아닌가? 이 정도 를 모으는 데에만 해도 하루가 넘게 걸렸는데.」
r실망시켜 미안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정찰과 사냥 명목으로 이 일대에 전사들을 넓게 흩어놨거 든.」
백아군락의 오크 100명을 모을 때 까지 걸린 시간이 하루.
어찌나 뿔뿔이도 흩어놨는지, 세자 릿수 모일 때까지 하루가 걸렸다.
더 빨리 오고 싶었음에도 하루를 더 지체한 이유였다.
아마 조금이라도 머뭇거렸다면 지 금쯤 큰일이 났으리라.
속으로 작게 한숨을 뱉으며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수고해라. 자세한 이야기 는 좀 있다가 하지.」
r 얼마든지 기다리겠다. 한데…
샤그룬의 시선이 주변에 모여 있는 플레이어들을 향했다.
아무리 아군이라지만 어쨌든 레이 드 몬스터.
산더미만 한 몬스터의 시선 세례에 좌중으로 긴장한 기색이 번졌다.
「이들이 그 셀만 왕국이라는 부족 의 병사들인가?」
「그렇다.」
「……영 못 미덥지만, 그래도 그 대의 선택이라면 존중해야지.」
쯧 하고 혀를 찬 채 눈을 돌리는 샤그룬.
그때 마침 그의 푹 들어간 눈동자 가 은비를 발견했다.
r……호오? 그래도 그 안에 아주 전사가 없지는 않군.」
“어, 어?”
‘■강한 기운이 느껴지는군. 분명 아주 고강한 무위를 가진 전사이겠 지.」
은비를 향해 샤그룬이 솥뚜껑 같은 손바닥을 내밀었다.
흉터로 덮인 얼굴이 일그러지며 미 소 비슷한 걸 만들어냈다.
「반갑다. 전사. 백아군락의 대족 장, 샤그룬이다. J
“오, 오빠? 얘 지금 뭐라고 하는 거예요?”
「강한 전사는 종족을 막론하고 존
경받아야 하는 법. 같은 전장에 서 는 한 우리 또한 형제와도 같은……
이게 아닌가? 인간들은 손을 맞잡고 흔드는 걸 좋아한다고 들었는데?」
“얘, 얘 지금 왜 이래요? 서, 설마 그거예요? 막 싸움 걸고 그런 거예 요?!”
“아니, 그런 건 아니고.”
하긴 이 자리에서 오크어를 알아듣 는 건 자신뿐.
그녀의 귀에 샤그룬의 목소리는 그 냥 쿠오쿠오 하는 울음소리일 뿐이 니.
심지어 산더미만 한 덩치가 저러니 또 오죽 무서울까 싶었다.
피식 웃은 민수가 어깨를 으쓱하고 는 대답했다.
“오늘부터 우리 1일이라는데?”
“……오빠. 지금 구라 치고 있는 거죠?”
“아무렴. 구라 치는 거 맞지. 사실 이것도 엄청 순화한 거라……
“구라 치는 거 맞잖아! 이씨!”
비로소 상황을 파악한 은비가 버럭 성을 내며 달려들었다.
하도 피곤해 보여서 농 한 번 던 져봤더니 괜히 걱정했나 보다.
그렇게 낄낄 웃은 민수가 한번 때 려보라고 가슴을 활짝 펼쳤지만.
툭.
정작 은비의 주먹이 향한 곳은 민 수의 팔뚝 따위가 아니었다.
활짝 펼친 민수의 가슴에 가만히 와 닿은 주먹.
조그만 주먹의 감촉에 고개를 갸웃 하자니.
고개를 푹 숙인 은비가 나직이 중 얼거렸다.
“……오빠.”
“왜?”
“돌아와 줘서 고마워요.”
사흘간의 두려움. 공포. 떨림.
혹시나 하는 불안. 설마 하는 불 신.
사실상 홀로 매일 밤을 버텨오며.
매일 같이 되새기고 버려왔을 그 감정들.
“정말…… 고마워요.”
“고마워요. 고마워…… 고마워 하지만 그 수많은 감정의 마지막에 느
단 한 단어만 붙으면 충분했다.
울지도 못해서 그저 떨리기만 할 뿐인 목소리.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던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솔직히 뭐라 말해야 할지는 모르겠 지만, 그래도 지금 할 수 있는 말은 그것뿐이었다.
그렇게 뜻밖의 훈훈한 분위기로 재 회가 마무리된 후.
홀로 남겨져 있던 샤그룬이 뚱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r아카라트의 전사여.」
「뭐지?」
‘■그 여성은 너의 부인인가?j
이 자식은 무슨 미친 소리를 하고 앉았어?
대뜸 눈매를 찌푸리자 샤그룬이 고 개를 갸웃했다.
「아닌가?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 같았는데.」
「그냥 동료다.」
「그렇다면 아쉽군. 그대의 반려로 어울리는 격을 갖춘 전사인 것 같았 는데.J
보기와 다르게 푼수 같은 면이 있 는 대족장이었다.
한 번 힘껏 노려본 민수가 이윽고 길게 한숨을 뱉었다.
厂이상한 소리 할 시간에 상황이나 점검하자. 전사들은 모이고 있나?」
「지금 이 순간에도 속속 모여들고 있다. 조만간 모든 전사가 여기 집 결할 테지.J 텅 빈 사거리의 밤이 오크들의 쿠 오쿠오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길목마다 두꺼운 목책을 세우고 천 막을 치는 오크들.
그 와중에도 몇 무리인가 전사들이 합류한 것인지.
조금 전에 비해 살짝 수가 늘어난 것 같았다.
厂아마 그 마녀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전사들 또한 찾아올 것이다. 그들에게서 마녀의 위치를 알아낸 후에…….j
厂쳐들어가서 처치하면 되는 거겠 지.」
r명령만 내려라. 백아군락은 은혜 를 잊지 않을 것이다.J
충직한 샤그룬의 대답에 오히려 마 음이 더 복잡해졌다.
민수의 이마에 살짝 주름이 잡혔 다.
‘좋은 게 좋은 거라 일단 넘어가고 있긴 한데……
그래서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걸 까?
그 ‘아카라트’라는 건 대체 무엇을 위한 키워드일까?
오크들이 여기에 반응하는 건 대체 무슨 이유지?
도움말 메시지창이 아직도 침묵하 는 건 왜 그런 거고?
‘ 답답하구만.’
답도 없는 의문이 갈수록 늘어만 가고 있었다.
절로 무거워진 기분에 복잡해지는 머리.
괜히 짜증이 솟은 민수가 덥수룩한 머리를 벅벅 긁었을 때였다.
“음?”
r왜 그러는가‘?J
r저게 뭐지?」 민수의 손가락이 사거리 구석을 가 리 켰다.
밤일마을에선 본 적 없던 이상하게 생긴 대형 천막.
붉은 물감으로 칠한 문양이 두드러 지는 그 모습을 본 샤그룬이 대답했 다.
r대장간이다. 우리 전사들이 사용 하는 무기를 조달하는 곳이지.J
「대장간이 라.」
「큰 싸움을 앞두고 있으니 당연히 있어야 하는 시설이다. 원한다면 그 대 동료들의 무기도 만들어줄 수 있 다. 약간 시간은 걸리겠지만.」 그런 건가.
마음 씀씀이는 고맙지만 사실 썩 필요는 없었다.
보급고 능력 이전에 플레이어들에 게는 경매장이 있으니까.
코인만 있으면 당장 장비를 손에 넣을 수 있으니 그렇게 대단한 건…….
그때 막 돌아가려던 민수의 시선이 득달같이 대장간을 향했다.
몬스터들이 지은 건물. 그러니까 시설물.
생각해 보니 저런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만약, 정말 만약이지만.
‘설마 저것도……?’
얼른 대장간 쪽으로 달려가 그 문 앞에 우뚝 섰다.
벌써 후끈한 열기가 느껴지는 대장 간.
그 입구를 가로막은 가죽 천막을 향해 손을 뻗은 순간.
민수의 눈앞에 나타나는 선명한 메 시지 창.
[백아군락 대장간 – Lv.4]
[분류 : 일반 보급고]
[점령 시 획득 가능 보상 : 없음]
「……샤, 샤그룬!」
「왜지?」
‘■사랑한다! 이 새끼야!
움찔!
순간 깜짝 놀란 샤그룬이 서너 발 짝 민수에게서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