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86
나 혼자 무한 보급! 086화
시나리오 상세가 공지된 이상 더는 머뭇거릴 틈이 없었다.
바로 오두막으로 돌아가 일행들을 불러 모은 민수와 환일.
눈곱을 떼며 하품을 하는 여성진들 을 전부 한 자리에 모아놓기 무섭 게.
드디어 그들 앞으로 기다리던 마지 막 공지가 떠올랐다.
[지구-117 서버, 구 광명시 채널] [첫 번째 시나리오의 랭커 10인을공개합니다!] [1. 김민수(보급관)] [2. 서은비(마교도)] [—•] [6. 이환일(기사)] [……] [9. 박영은(격투가)] [—] [모든 랭커들에게 보상으로 플레이어 토큰이 지급됩니다. 지금 즉시 확인해 보세요!] [플레이어 토큰 10000개를 획득하 셨습니다.]
“오픈 베타 때랑 대체로 랭킹은 비 슷하네.”
“흠. 살짝 쳐졌구만. 나름 해본다고 해본 건데.”
“그래도 어찌어찌 2위는 수성했 네……
공지를 확인한 민수 일행이 제각기 안도의 한숨을 뱉었다.
약간의 변동은 있지만 대체로 랭킹 은 이전과 대동소이했다.
나브를 제외한 4인이 전부 10위 안에 입성.
역시 초반부터 쌓아온 성과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었다.
“뭐든지 초반이 제일 중요하지. 초 반에 얼마나 자기 영역을 확보했느 냐에 따라 이후 진행이 달라져. 게 임이든 현실이든 간에 스노우볼링은 감당 못 하는 거야.”
“원래 10만 원 가진 놈이랑 100만 원 가진 놈은 벌 수 있는 돈의 자 릿수가 다른 거다. 이래서 있는 놈 이 더 한다는 말 나오는 거지.”
“우리 팀 남자들은 참 죽도 잘 맞 아……
탁자에 턱을 괸 채 비죽 입술을 내미는 은비.
그 사이 어디선가 감자 몇 알을 구워온 영은이 마지막으로 탁자에 앉았다.
일단 눈을 떴으니 아침이라도 든든 하게 먹어둬야 했다.
풀떼기인 감자를 영 맘에 안 드는 눈초리로 나브가 노려보는 사이.
껍질 벗긴 감자 한 입을 베어 먹 은 민수가 뜨거운 입김을 훅 불며 말했다.
“쩝쩝…… 다들 먹으면서 들어요. 정 귀에 안 들어온다 싶으면 그냥 흘려들어도 상관없고요.”
“ 뭔데요?”
“이번 시나리오, 지난번 것보다 훨 씬 더 질이 안 좋아요.”
질이 안 좋다.
민수의 부정적인 관측에 좌중의 표 정이 심각하게 물들었다.
지난 시나리오 당시 거의 완벽하게 시나리오를 예측해 왔던 민수였다.
그런 그의 입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온다는 게 결코 좋을 리 없었다.
“시나리오 상세를 보자고요. ‘추격 대는 총 두 개의 파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이 펼치는 경쟁 사이 에서 살아남아 승리를 쟁취하십시 오.’ 맞죠?”
“그렇지.”
“이 시나리오가 의도하는 세력전이 에요. 두 개의 파벌로 이루어진 추 격대 중 어느 한쪽에 가세해서 편 먹고 싸우라 그거죠.”
아무리 피하려 노력해도 결국 그런 흐름이 될 것이다.
아무래도 머리 위에 뜬 저 떠다니 는 성이 그 추격대인 모양인데. 저딴 걸 끌고 다니는 놈들한테 지 금 플레이어들이 저항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좋든 싫든, 시나리오가 진행될수록 플레이어들은 자신의 진영을 정해야 한다.
그것이 자의이건, 아니면 다른 플 레이어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 기 위해서건 간에.
그리고 이것이 의도하는 것은 결 국.
“플레이어들을 반으로 줄이겠다는 거죠.”
“패배한 진영의 플레이어들은 탈락 시키고, 승리한 진영의 플레이어들 만이 살아서 다음 시나리오로 넘어 갈 수 있을 거예요. 그 진영을 어떻 게 나눌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플레이어들 반쪽 돼서 나 가떨어지는 건 필연이다?”
“그렇다고 봐야죠. 지금 시점에선.”
“……오빠. 뭔가 대책을 세워야 하 지 않겠어요?”
가만히 듣고 있던 은비가 진지한 얼굴로 나섰다.
정석 플레이대로 갔다간 집단이 통 째로 두 동강 날 상황.
뭐가 됐던 간에 이대로 손 놓고 당해줄 수는 없었다.
“그 단체 채팅방인가 뭔가 있잖아 요. 카톡 같은 거. 그거 가지고 일 단 의견 통일 봐서, 우리라도 한 진 영으로 몰빵을 하는 게……
“그러다가 만약 져버리면? 우리 싹 다 몰살당하는 건데?”
“오빠랑 내가 있는데? 설마 우리가 지겠어요?”
“그렇게 생각하다가 데는 거야. 은 베야, 지금 채널은 통합됐어. 우리가 알고 있는 건 오로지 광명시의 플레 이어들뿐이야.” 여태껏 광명시에서야 자신은 사실 상 최강자였지만, 채널이 통합된 지 금 이 순간에도 최강인지는 확신할 수 없다.
심지어 서울과 경기도가 하나로 통 합된 채널이다.
서울 인구 1000만, 경기도 인구 1300만.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 가 이 좁은 땅덩이에 몰려 있는 것 이다.
“2300만 명 중에 어떤 또라이 같 은 놈이 있을지 아무도 몰라. 정보 도 부족하고 인원들도 흩어져 있어. 무언가 확실하게 생기기 전까지 그 런 큰 베팅을 함부로 걸어선 안 돼.”
“그, 그럼 뭐 어떡하게? 이대로 손 놓고 둘 중 한 명 살아남는 거 보 고만 있을 수는……
울분이 폭발한 것인지 눈가에 눈물 까지 글썽거리는 은비.
보다 못한 영은이 옷자락을 살짝 잡자, 애써 눈을 감은 그녀가 소매 로 눈가를 슥슥 훔쳤다.
답답한 기분은 알지만 지금 시점에 선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지그시 눈을 감은 민수가 다시금 생각에 잠겼다.
‘활로는 있다. 분명 있다. 없을 리 가 없다.’
이미 M이 그렇게 말했다.
내가 이 ‘게임’의 끝으로 향하는 걸 돕겠다고.
무능한 GM이지만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아주 없는 것도 아니라고.
‘그게 거짓말이 아니라면 이 시나 리오 자체에 M의 입김이 닿아 있 을 거다.’
즉, 내가 활로를 찾아낼 수 있는 시나리오라는 의미.
단지 아직 내 눈에 그 방법이 들 어오지 않았을 뿐.
그 방법을 얼마나 빨리 찾아내느냐 가 이번 시나리오의 성패를 가를 것 이다.
그렇게 마음먹은 민수가 드디어 입 을 열었을 때였다.
“일단 여러분. 진정하고 오늘 O……”
“거, 안에 누구 없느냐!”
오두막 문 너머에서 느닷없이 우렁 찬 외침이 터져 나왔다.
어찌나 우렁찬지 문 하나 사이로 듣는데도 고막이 다 떨릴 지경이었 다.
삽시간에 얼굴을 굳힌 민수 일행이 무기를 움켜잡는 사이.
문 너머 외침이 다시 한번 쩌렁쩌 렁 오두막 안을 울렸다.
“안에 누구 없느냐고 물었다! 썩 나오지 못할까!”
“거, 성질 하고는.”
오만한 기세에 잠시 인상을 찌푸렸 지만, 그뿐.
제 발로 힌트가 와줬는데 안 나가 볼 리가 없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 민수가 앞장서 서 문을 향해 다가갔다.
문을 열고 나가니, 열 개의 그림자 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었다.
두터운 판금 갑옷으로 중무장한 인 원이 넷.
짧은 칼과 작은 방패로 무장한 인 원이 여섯.
날카롭게 좁아진 민수의 눈이 그들 의 외양을 얼른 살폈다.
‘경무장한 쪽은…… 딱 봐도 별거 없어 보이고.’
갑옷도 얇고, 무장도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다.
눈에 보이는 대로 견적을 내보면, 평범한 병사 수준.
문제는 판금 갑옷을 입고 있는 나 머지 네 명이다.
얼른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보 자, 마침 눈이 마주친 짧은 머리의 갑옷 여자가 힘껏 표정을 구겼다.
“이 촌락의 대표자는 누구지?”
‘갑옷이 저게 뭐야?’ 가만 보니 평범한 철갑옷이 아니 다.
곳곳에서 심상치 않은 파란색 빛이 번쩍이고.
관절부마다 모터로 추정되는 동그 란 원판 같은 게 붙어 있다.
심지어 움직일 때마다 조금씩 들려 오는 나직한 기계 소리까지.
설마 저것들, 그냥 갑옷이 아니라 기계라도 되는 건가?
“거기 너. 조금 전부터 왜 날 그렇 게 뚱하니 쳐다보는 거지?”
“그냥…… 그 갑옷이 좀 신기해서.”
“아, 그런가? 하긴 그렇겠군. 이런 오지의 원주민들이니 제국의 마도기 갑을 보는 것도 아마 처음이겠지.”
묻지도 않았는데 신이 나서 떠들어 대는 짧은 머리 여자.
물론 그녀의 오만불손한 태도 따윈 민수가 알 바 아니었다.
‘마도기갑…… 이름만 들어보면 저 거 완전……
강화복.
간혹 창작물 속에선 파워드 슈트라 고도 불리는 그거.
기계로 보조하여 힘을 강화시켜 주 는 첨단 갑옷.
이름에 마도 어쩌고가 붙는 걸 보 니 마법으로 만든 강화복이라는 설 정인 걸까.
물론 이 ‘게임’의 배경설정보다 민 수를 골치 아프게 하는 건 따로 있 었다.
‘무협이라며? 그런데 웬 강화복이 야?’
심지어 그걸 입고 있는 사람은 전 부 서양인이다.
어딜 봐도 무협 세계관이 있을 법 한 사람들은 아니다.
슬슬 심상치 않은 예감이 커지기
시작했다.
몰래 침을 꿀꺽 삼키는 민수 앞에 서 여자가 다시금 의기양양하게 외 쳤다.
“그렇게 생각하니 내가 큰 실수를 했군. 이런 기암괴석이 널린 오지에 사는 자들이니 바깥세상의 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바깥세상……?”
“오지의 토인(土人)들은 들으라! 그 대들이 중원이라 부르는 땅! 저 밖의 광대한 대지는 얼마 전을 기점으로 하여 위대한 라비안 차원제국의 7번 째 외차원 영토로서 편입되었다!” 단 세 줄 만에 세계관이 감당할 수 없이 커졌다.
얼이 빠져 멀거니 듣기만 하는 일 행들의 앞.
어디까지 가나 싶어 반쯤 자포자기 한 심정으로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 다.
“위대하고 영명하신 라비안 16세 황제 폐하의 명에 의거하여, 라비안 차원제국은 그대들이 중원이라 부르 는 땅의 정당하고 합법적인 주인이 되었다!”
“그대들이 천자라고 부르던 그 포 악한 압제자는 제국의 강대한 힘 앞 에 무릎 꿇었다! 지금 그들의 수급 은 그대들을 수탈하여 쌓은 그 화려 한 성문 앞에 걸렸노라!”
“하여 지금 이 땅의 정당하고 합법 적인 통치기관은 단 하나! 우리가 속한 라비안 차원제국 제7총독부뿐 이다!”
‘그새 황제 모가지까지 따셨어?’
이제 슬슬 이 시나리오의 세계관 꼬라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입을 쩍 벌린 민수의 반응이 어쨌 든 마음에 든 것인지.
의기양양한 얼굴로 가슴을 쫙 펴며 단발 여자가 재차 외쳤다.
“우리는 제7총독부에 속한 마도기 사들로서, 그대들의 땅으로 숨어든 중원 반란군들을 체포하기 위해 찾 아왔다.”
“그대들의 안전, 평화, 번영을 약속 하마. 우리에게 복종하라. 우리는 이 땅에 처음 발을 디딘바, 아는 게 많 지 않다. 그대들이 도움을 약속한다 면 우리 또한 그대들에게 자비를 베 풀겠다.”
그렇게 할 말을 마치고 다시금 가 슴을 펴는 자칭 기사 나리.
말본새부터 행동거지까지 여간한 꼴통이 아니다.
아무튼, 먼저 납셨으니 이쪽도 슬 슬 견적을 내볼 시간.
슬쩍 그녀 옆의 빨간 메시지창을 노려본 민수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 간파.’
“……어?”
“민수야. 왜 그래?”
순간 깜짝 놀라 굳어지는 민수의 얼굴.
마찬가지로 긴장한 환일의 질문에 도 대답하지 않은 채.
민수의 좁은 눈이 그녀 옆에 떠오 른 메시지창을 살폈다.
‘이거 설마……
몇 번을 봐도 잘못 본 게 아니다.
애초에 간파로 본 정보가 틀렸던 적도 없다.
혹시나 싶어 몇 번이나 연거푸 그 내용을 살피는 민수.
이윽고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과연. 이제 알겠군.”
“왜 그래? 뭐 좀 알아낸 거 있…… 긴장한 환일의 질문에 대답조차 하 지 않고.
얼른 한 발 앞으로 다가간 민수가 얼굴을 활짝 찢으며 웃었다.
그야말로 선량의 극치를 달리는 미 소.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은 미소와 함께 민수가 크게 고개를 숙 였다.
“아이고오오오오오! 기사님들! 이 리 뵙게 돼서 영광입니다. 먼 길 오 시는 와중에 얼마나 고생 많으셨습 니까?”
“어, 어•…”?” “중원 소식은 이번에 처음 듣습니 다. 그 간악한 자칭 천자 놈이 기어 코 죽었다니. 이 땅에 그보다 더 반 가운 소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기사님들은 우리들의 구원자이십니 다!”
마음에도 없는 칭송을 되는대로 던 져대는 민수.
등 뒤에서 날아오는 미친 사람 보 는 듯한 시선들도 알 바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세상에 아첨 싫어하는 사람 없는 법.
민수의 다분히 연기적인 저자세도 어쨌든 잘 먹힌 건지.
쑥스러운 얼굴로 여기사가 흠흠 헛 기침을 했다.
“그, 그런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환대해 주다니 고맙군.”
“뭘 그런 말씀을! 잘 오셨습니다. 저희는 기사님들 같은 분을 기다리 고 있었습니다.”
“그대는 참으로 충성스럽군! 이 중 원 땅에 그대 같은 이만 있다면 그 것이야말로 이 제국의 흥복일 것이 다! 이런 토인조차도 충성을 바치는 데 어찌 반란군 놈들은……
“그런데 기사님?”
그때, 슬그머니 고개를 든 민수의 눈이 반짝 빛났다.
“외람된 말씀입니다만. 혹시 저기 계신 저분이 대장님 아니신지요?”
“•…”뭐?”
“저기 저 콧수염 기르신 분 말입니 다. 갑옷도 근사하고 때깔이 자르르 흐르니 아무래도 저분이 대장님 아 닐까 싶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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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하지만 뼈가 박힌 민수의 지적 에 여기사의 얼굴이 굳어졌다.
비록 말은 정중하고 태도도 예의 바르지만.
이 기괴한 하얀 옷 토인이 말하고 자 하는 바를 그녀가 모를 리 없었 다.
‘나 따윈 알 바 아니고 상급자와 얘기하고 싶다 그건가!’
“이, 이놈……!”
“티어젤 경. 그쯤 하시게.”
모욕당했다는 분노에 여기사가 부 들부들 몸을 떠는 人?이.
보다 못한 콧수염 기사가 모터 소 리를 뿜어내며 앞으로 나섰다.
마저 못해 물러서는 와중에도 민수 를 노려보는 티어젤이란 이름의 여 기사.
그녀를 한 번 흘겨본 콧수염 기사 가 민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미안하네. 내 부하가 좀 말이 심 했군.”
“어휴. 대장님께서 그리 말씀해 주 시다니 참 황송하기 이를 데가 “부디 이해해 주게. 전공을 세우고 싶어 한창 안달이 나 있거든. 젊은 이들이 다들 그러지 않겠나?”
품위 있게 웃으며 콧수염을 쓰다듬 는 기사.
확실히 다급함이 엿보이던 티어젤 보다 훨씬 여유가 있어 보였다.
물론 눈에서 엿보이는 오만함은 그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방긋 웃는 와중에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 민수를 향해.
건틀렛으로 둘러싸인 손을 내민 남 자가 옅게 웃었다.
“발러 트라칸트. 라비안 차원제국 의 위대하신 황제 폐하와 그 적통이 신 아나스타샤 황녀 전하를 모시는 마도기사일세. 그대의 이름은?”
“민수. 김민수입니다.”
“김민수. 앞으로도 그 이름을 오래 기억하길 바라네.” 반갑지만 반갑지 않은 악수 너머.
각자 꿍꿍이를 품은 두 남자의 시 선이 끈덕지게 오갔다.
* * *
그래도 일단 시나리오 시작 첫째 날이라는 건지.
기사들과의 첫 만남은 그 이상 험 악하게 진행되지 않았다.
“나중에 일이 있으면 다시 오겠네. 그때는 부디 협조 바라네.”
“살펴 돌아가십시오. 기사님.”
싱글벙글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민 수
그런 그에게 싱거운 웃음을 돌려준 발러가 몸을 돌렸다.
그 와중에 못마땅한 여기사의 시선 이 이쪽을 힐끔힐끔 향했지만.
이미 그쪽은 민수의 안중에도 없어 진 뒤였다.
“후우. 일단 첫 만남은 잘 넘겼네.”
“……민수야. 너 연기 엄청 늘었구 나.”
옆에서 지켜보던 환일이 혀를 내둘 렀다.
지금 와서 민수가 갑자기 홱 미쳐 버릴 친구도 아니니.
결국, 조금 전 그건 다 연기라는 의미밖에 되지 않는다.
“깜짝 놀랐어. 갑자기 사람 바뀌었 나 싶어서.”
“제가 이 연기빨로 지난 시나리오 끝장낸 사람입니다. 이 정도야 쉽 죠.”
“그나저나 오빠. 갑자기 왜 그렇게 나온 거예요?”
잠자코 상황을 보던 은비가 비로소 민수에게 물었다.
그녀가 아는 민수라면 결코 이럴 리 없었다.
방금까지 툴툴대다가 갑자기 손바 닥 뒤집듯 태도를 바꿨는데.
그가 아무 생각 없이 이런 짓을 저지를 사람은 절대 아니었다.
“뭐 알아낸 거 있어요? 아니면 계 략이 라던가.”
“계략은 이제부터 짜내면 되지만, 알아낸 게 없는 건 아니지.”
“그게 뭔데요? 응? 오빠 말 좀 해 봐.”
“글쎄다아아아…… 느긋하게 말꼬리를 흘리며 시선을 돌리는 민수.
그의 날카로운 시선이 수풀 너머로 멀어져가는 기사들을 향했다.
심술이 단단히 붙어 있는 여기사의 뒤통수.
그 옆에 조그맣게 뜬 빨간 메시지 창을 노려보며 민수가 나직이 중얼 거렸다.
‘ 간파.’
[몬스터명 : 마도기사 아리사 티어젤]
[분류 : 일반 몬스테
[보유 특성]
[마도기갑 – 강력한 마도기갑으로 무 장하고 있습니다. 근력 강화 효과가 상 시적으로 부여되어 있으며 민첩성, 지 구력, 방어력이 큰 폭으로 상승합니다.]
[충성 – 소속된 국가에 대한 뜨거 운 충성심으로 무장한 기사입니다. 부 상이나 상태 이상 등에 영향을 받지 않고, 체력이 줄어들수록 방어력이 상 승합니다.]
[미숙함 – 아직 젊고 경험이 부족 합니다. 도발, 조롱, 모욕 등에 극단 적으로 반응하며 실수나 오판을 내릴 확률 또한 증가합니다.]
[중급 방어막 – 일반 공격, 마법 공 격을 가리지 않고 총 5회의 공격을 완벽히 방어해냅니다. 5회의 공격을 막아낸 이후 방어막은 일시적으로 사 라지며, 이후 30초간 천천히 회복됩 니다.]‘중급 방어막이라 그거지?’
보자마자 바로 알았다.
이 녀석들, 뉴욕의 외계인들이랑 특성이 거의 똑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