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97
나 혼자 무한 보급! 097화
죽일 마음으로 싸울 거면 금방 끝 낼 수도 있다.
아무리 무림인이라 한들 엄연한 사 람.
머리에 대고 방아쇠 한 번 당기면 정리도 순식간이다.
‘그래도 손님으로 왔는데 덜컥 피 부터 보면 곤란하지. 그리고……
내친김에 좀 확인해 보고 싶은 것 도 있었다.
푸른빛이 감도는 단검 한 자루를 쥔 민수가 껄렁하게 짝다리를 짚었 다.
“기세는 좋았는데 어째 마무리가 안 좋구만.”
“이, 이놈이……!”
“덩치는 산만 하면서 무슨 혓바닥 이 그렇게 길어? 주둥이로 싸울 거 냐? 덩칫값은 해라.”
“으아아아악!”
악을 쓰며 놓쳤던 도를 거머쥐는 팽서운.
시뻘겋게 얼굴을 붉힌 그가 민수를 향해 성난 멧돼지처럼 달려들었다.
“한낱 토인 주제에 감히 팽가를 능 멸해?!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다!”
“진부하기도 해라.”
쯧 혀를 찬 민수가 달려오는 팽서 운의 전신을 살폈다.
마냥 화난 것처럼 달려들지만 그 와중에도 좀처럼 빈틈을 찾기 힘들 다.
잔뜩 낮춘 자세. 그 와중에도 사각 을 완전히 커버하는 움직임.
확실히 여태껏 마주한 상대 중 가 장 제대로 싸울 줄 아는 티가 나지 만.
‘뒤통수. 목덜미 왼쪽. 오른쪽 어 깨.’
그렇다고 달라질 건 없다.
빈틈을 찾기 힘든 거지, 빈틈이 안 보이는 게 아니니까.
단검을 똑바로 쥔 민수가 낮게 중 얼거렸다.
“섬광의 문양.”
번쩍!
섬광과 함께 사라진 민수의 몸이 팽서운의 오른쪽에서 나타났다.
눈 깜짝할 사이에 이루어진, 순간 이동에 가까운 돌진.
깜짝 놀란 팽서운이 고개도 돌리지 못한 채 외쳤다.
“수, 순보?! 설마 무공을……?!”
“아니거든?”
“컥!”
오른손으로 우악스럽게 팽서운의 뒤통수를 움켜쥐고.
뒤이어 왼손에 들고 있던 단검의 칼끝을 그 눈앞에 겨눴다.
근력 강화 장갑을 낀 오른손에 붙 잡혀 질질 끌려가는 팽서운.
눈동자를 찌를 듯 단검 끝을 가까 이 들이민 민수가 낮게 이죽거렸다.
“너 한 번 죽었다.”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맘 독하게 먹었어도 너 내일부터 안대 차고 다 녔어야 했어.”
위협하듯 단검 끝을 흔들어 보이며 민수가 물었다.
“어떡할까? 계속할래? 나야 뭐 너 만 좋다면야 어울려주겠는데……
“이, 으아악!”
버럭 고함친 팽서운이 민수의 손을 뿌리치며 물러났다.
시뻘건 얼굴에 이젠 분노로 모자라 굴욕감까지 들어차기 시작했다.
“네 이놈…… 그냥 허수아비는 아 니었군! 그 자칭 제국이란 악마들이 네놈에게 빌려준 사특한 힘이로구 나!”
“사특은 무슨. 그냥 니가 X밥인 거 아닐까?”
“조, X…… 아아아아아악!”
결국, 꼭지가 돌아가 버린 나머지 도를 들고 달려드는 팽서운.
비록 기세는 흉험했지만, 그 직후 이어진 전개는 실로 처참할 지경이 었다.
“두 번.”
슬쩍 내리찍는 도를 피하고 훤히 드러난 목덜미를 건드린다.
“세 번.”
발광하는 도의 칼날을 피해 등 뒤 로 돌아가서 뒤통수를 때린다.
“네 번. 다섯 번. 여섯 번.”
칼날을 역수로 쥔 채 품 안으로 파고들어 목에 칼날을 갖다 대고.
달려드는 틈을 노려 어깨에 타고 앉아 콧잔등을 툭 건드리고.
심지어는 단검을 오른손으로 바꿔 쥐고 도를 아예 쳐내기까지.
“어우, 그래도 힘은 좋다. 야! 까딱 잘못하면 칼 놓칠 뻔했네!”
“아악! 아악! 이놈, 이노오오옴!”
“목청 좋은 거 보니 아직 기운이 남았구나! 자, 일곱 번!”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팽서운의 옆 구리를 건드리는 칼날.
이걸로 그의 몸에 닿은 일곱 번째 공격.
하나하나가 이루 말할 수 없이 효 율적인 살초였다.
몇 발짝 떨어져 구경하던 당사련의 얼굴에 슬슬 공포가 서리기 시작했다.
‘대체 어떻게?’
강대한 내공이 느껴지는 것도 아니 다.
무언가 대단한 묘기를 부린 것도 아니다.
별달리 사특한 기술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그 굉음이 터진다는 기묘 한 철포를 쏘는 것도 아니다.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그저 좀 신 기하게 생긴 단검 한 자루뿐.
그는 그것만으로 팽가의 도련님을 되는대로 걷어차며 가지고 놀고 있 었다.
‘아무리 미숙하다 한들 팽가의 다 음 가주다. 무공도 익히지 못한 범 부에게 농락당할 정도는 아닐 텐 데……!’
이 땅의 토인들은 저 정도쯤은 기 본으로 하는 건가?
아니면 내가 무슨 귀신에게 홀리기 라도 한 건가?
그렇게 당사련이 충격을 가누지 못 하고 있는 사이.
이마의 땀을 훔친 민수가 단검을 휙 던졌다 받고는 입을 열었다.
“후우! 오랜만에 뛰니까 땀나네. 내가 다른 건 다 좋은데 체력이 달 려서 문제야.”
“으, 흑, 흐윽……!”
“아씨. 왜 울고 그래? 그래, 그래. 형이 좀 너무했어. 미안해. 오케 이?”
“차, 차라리 죽여라! 더 이상 팽가 를 욕보이느니, 차라리 죽여……!”
무릎을 꿇고 앉은 팽서운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흐르기 시작했다.
10분 남짓한 싸움으로 이미 전의 고 뭐고 한 줌도 남지 않은 상태.
이 판국에 눈물부터 보이다니 확실 히 애는 애다.
끌끌 혀를 차며 그를 달래는 와중 에도 민수의 눈이 가늘어졌다.
‘설마 했는데 진짜야. 진짜로……
너무 약하다.
좀 말도 안 될 정도로.
실력 테스트를 위해 전력을 다하지 않은 상태였다.
일부러 총을 봉인하고, 무기는 단 검 한 자루만 든 상태.
그런데도 상대는 벌써 7번이나 자 신에게 목이 따일 뻔했다.
‘그래도 팽가 어쩌고 하는 거 보면 꽤 고수일 텐데. 이 정도면 그냥 은 비 혼자서 두세 명씩 쓸어 담을 수 있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무림인인데 이 정도 로 약하단 말인가?
말이 좋아 내공 반 갑자지, 그 또 한 낮은 건 아닐 텐데?
기세 좋게 나타난 것치고는 맥이 빠질 정도로 약한 상대.
대체 이 시나리오의 무림은 어떻게 되먹은 곳이란 말인가?
“……저기. 김 공자.”
그때, 머뭇머뭇 눈치를 보던 당사 련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쯤 하시죠. 팽 도령도 이만하면 자기 잘못을 깨달았을 겁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에요. 이건 뭐, 애들 손목 비트는 것 같아서 내 가 다 기분이 나쁘네.”
“아직 약관도 되지 않은 젊은 도령 입니다. 하물며 이제는 하나 남은 팽가의 적통 가주지요. 그냥 신경이 곤두서서 무례를 범한 것이니 김 도 령께서 넓은 아량으로……
“그 말이 맞습니다. 대협.”
통로 저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 소리.
뒤이어 익숙한 얼굴이 수십 개의 발소리와 함께 이쪽으로 달려왔다.
한창 뛰어왔는지 잔뜩 상기된 표정 의 미청년.
어깨를 으쓱한 민수가 그들을 향해 손을 들어 보였다.
“반갑습니다. 위천협 씨.”
“저 팽가 놈이 기어코 뛰쳐나갔다 고 해서 혹시나 싶은 마음에 달려왔 습니다만…… 제가 감히 걱정할 분 은 아니었군요.”
“확실히 덩칫값은 하네요. 좀만 더 싸웠으면 아마 제가 졌을 겁니다.”
“그때까지 7번이나 살초를 뿌리셨 던 분이 하실 말씀은 아닙니다.” 어이쿠, 이걸 다 봤나 보네.
단검을 보관함에 되돌린 민수가 어 깨를 으쓱했다.
“덕분에 운동 잘 했습니다. 안 그 래도 요즘 좀 살찌는 것 같아서.”
“아무리 그래도 팽가의 무공을 상 대하는데 운동이라니…… 하아, 아
무튼 알겠습니다.”
작게 한숨을 쉰 채 손을 들어 까 닥대는 위천협.
고개를 숙인 남자 두어 명이 늘어 진 팽서운의 팔을 잡아끌었다.
“팽 도령, 가십시다.”
“하여튼 피는 못 속이는구만. 빨리 정신 차려.”
“이건, 이건 아니야…… 내가…… 팽가의 이름에 먹칠을……
폐인처럼 중얼거리는 팽서운이 남 자들에게 질질 끌려갔다.
어린놈이 싹수가 노래서 혼 좀 내 주려고 했는데.
어째 혼내는 걸 넘어 몹쓸 짓을 한 것 같다.
고약해진 입맛을 다시며 민수가 중 얼 거렸다.
뭐. 어린 친구니까 빨리 털고 일어나겠지.”
“그렇습니다. 대협. 팽가의 사내라 면 응당 그러하겠지요.”
얼른 자세를 가다듬은 위천협이 민 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무튼, 대협. 가시지요. 무림맹의 거처로 모시겠습니다.”
무림맹의 비밀 거처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구불구불한 통로를 잠깐 지나자 나 온 너른 공터.
환한 야명주의 빛 아래 드러난 장 관에 은비가 감탄을 터뜨렸다.
“ 예쁘다……
“저희도 처음 봤을 때는 넋을 놓았 지요. 그…… 혹시 성함이?”
“은비예요, 서은비.”
“그렇군요. 앞으로 서 소저라고 부 르겠습니다.”
정중하게 웃으며 은비에게 고개를 숙이는 위천협.
처음 만났을 때와는 영 딴판으로 달라진 태도에 민수가 물었다.
“의외네요. 마교도를 왜 여기 데려 왔냐고 길길이 날뛸 것 같았는데.”
“솔직히 아직 좀 껄끄럽습니다 만…… 그래도 대협의 안목을 믿기 로 했습니다. 대협과 함께 하는 이 이니 비록 마교에 몸을 담았다 한들 그 마음에 정도의 협의가 깃들어 잇 겠지요.”
“아니, 뭐 안목까지야……
“그리고 이런 거에 일일이 간섭하 는 것도 꼴사나운 짓입니다. 대협의 연인 아닙니까?”
“켈룩, 켈룩!”
기다렸다는 듯 뒤통수에서 기침이 터져 나왔다.
놀란 두 남자가 고개를 돌리자, 시 뻘게진 얼굴로 은비가 도리질을 쳤 다.
“이, 이 이 사람 지금 뭐라는 거 야?! 그, 그, 그런 거 아니거든?!”
“……아니었나요? 이상하다. 내가 보기엔 분명 그거 같았는데.”
“오햅니다. 그런 관계 아니에요.”
이 양반 인제 보니 은근히 하는 짓이 얼빵하네.
싱겁게 웃은 민수가 위천협의 어깨 를 툭 쳤다.
“가, 가요. 뭐 보여줄 거 있어서 부른 거 아닙니까?”
“……그렇죠. 가시죠.”
얼른 고개를 끄덕인 위천협이 앞장 서고.
그의 뒤를 따라 민수와 은비가 걸 음을 옮겼다.
까마득한 천장으로도 짐작할 수 있 을 만큼 큰 공터였다.
긴장한 눈으로 곳곳을 돌아다니는 무림인들을 구경하길 잠시.
이윽고 앞서가던 위천협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도착했습니다. 대협.”
공터 중앙에 자리 잡은, 쪽방 하나 크기는 될 법한 커다란 원탁.
그리고 그 주변에 둘러앉은 처음 보는 면면들.
이런 자리에 앉아 있을 정도면 대 충 그 면면들이 짐작 간다.
고개를 끄덕이는 민수 옆에서 위천 협이 말을 이었다.
“현 무림맹의 지도부입니다. 왼쪽 에 앉으신 분부터 소개해드리겠습니 다.”
무당파의 송대암.
곤륜파의 고문일. 점창파의 추혜원.
공동파의 벽일창. 청성파의 자갈휘. 종남파의 조나예.
소림과 아미의 공동 대표 운상대 사.
개방의 곽타걸.
“그리고 화산의 저, 위천협과 여기 계신 당 소저. 그리고 조금 전 보신 팽서운 도령까지.”
“어……
“이것이 지금의 구파일방, 그리고 오대세가입니다.”
“뭣 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다들…… 왜 이리 젊으시죠?”
웬만해선 그냥 넘어가려 했지만,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떨떠름한 얼굴로 민수가 입을 열었 다.
“그래도 지금 무림의 기둥이시라는 데, 어째 하나같이 젊으신 게……
“아미타불. 소승이 한마디 거들어 도 되겠습니까?” 말을 받은 것은 원탁 가장 끝에 앉아 있던 승려, 운상대사였다.
그나마 이 자리의 면면 중 가장 나이 있어 보이는 사람.
하지만 그마저도 나이가 불혹을 가 까스로 넘긴 것 같았다.
“시주께서도 아시다시피 중원에 아 주 큰 환난이 닥치었습니다. 무림의 뜻있는 무인들이 떨치고 일어나 그 들에게 맞서 싸웠으나,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했죠.”
“가장 먼저 각 문파의 장문인들과 세가의 가주께서 명을 달리하셨고, 괴멸당하기 직전 가까스로 후기지수 들만이 몸을 빼내 여기로 집결한 것 입니다. 즉……
“사실상 이게 살아남은 전부다?”
“……아미타불.”
와, 진짜 한 줌도 안 남았네.
착잡한 얼굴로 불경을 읊는 운상대 사를 바라보며 민수가 입을 벌렸다.
아무리 그래도 반란군이라면서 전 력이 이게 전부?
천공성까지 갈 것도 없이 우리 마 을의 드로브아만 있어도 싹 정리되 지 않을까?
“……대협. 서 소저. 잠시 앉으시겠 습니까?”
그렇게 당혹 기분을 어쩌지 못하고 있는 사이.
얼른 분위기를 환기시킨 위천협이 민수와 은비에게 자리를 권했다.
떨떠름한 얼굴로 자리에 앉는 민수 와 은비.
뒤이어 당사련과 함께 자리에 앉은 위천협이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지금 무림맹의 상황 은 이 정도로 좋지 않습니다. 전력 은 형편없을 정도로 쪼그라들었고, 사실상 반격의 여지는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비록 제게 은혜를 베풀어주셨으나 대협과 서 소저 또한 어디까지나 외 부인. 원래대로라면 맹의 약점을 보 여서는 안 되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그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머뭇거리던 위천협이 각오한 듯 눈 을 질끈 감았다.
“대협.”
“말씀하시지요.”
“실례인 줄은 알지만…… 사실 저 희 또한 봤습니다.”
“뭐를요?”
“그들에게 식량을 내주시는 광경을 요. 작은 창고에서…… 온갖 곡식이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더군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민수가 슬쩍 손을 옆으로 뻗었다.
언제든지 소총을 뽑아 들기 위한 준비 자세.
민수의 눈에 살기가 감돌기 시작하 자 위천협이 허둥지둥 손을 저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절대 그런 게 아닙니다. 애초에 그럴 생각이었으 면 여기에 대협을 모시지도 않았습 니다.”
“그럼?”
“저 강대한 천공성을 두 대나 끌고 온 이들입니다. 아무리 대협의 무위 가 고강하시다고 한들 별다른 선택 지가 없겠지요. 그 정도야 저희 또 한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서늘하게 대꾸하는 와중에도 민수 의 눈은 주변을 살폈다.
‘현재 여기 있는 인원 10명. 평균 내공은…… 반 갑자 살짝 넘기는 수 주 ’ 소개받는 와중에 간파 스킬로 이미 전부 확인했다.
위천협과 운상대사, 곽타걸 정도만 1 갑자.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반 갑자.
소총 꺼내서 긁어버리면 다는 아니 더라도 상당한 피해를 줄 터.
게다가 마침 옆에 은비도 있으니, 수틀리면 그냥 엎어버리고…….
“……대협. 이걸 봐주시겠습니까?”
그때, 각오를 다진 위천협이 품에 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손바닥을 겨우 넘기는 크기의 작은 서책 한 권.
의아한 표정으로 그걸 받아들자 위 천협이 말을 이었다.
“무림맹에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옛 비서입니다.”
“비서?”
“당 소저께 이야기 들으셨겠지만, 이 통로와 공터의 위치 또한 여기에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설명을 들으며 민수가 조심스럽게 비서의 표지를 펼쳤다.
언제 부스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 도로 말라버린 종이.
깨알 같은 필체로 휘갈겨 쓴 온갖 문자들.
그리고 거기에 더해진 온갖 약도와 표식들.
“대다수는 해석할 수 없었습니다 만, 알 수 있는 건 하나뿐이었습니 다. 여기 적힌 모든 내용은 바로 이 땅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이 땅에 숨겨진 이 비밀통로, 이 공터. 그리고 이 땅에서 만난, 진기 한 힘을 다루는 대협. 저희의 억측 일 수도 있겠지만 이 비서의 내용이 대협과도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합 니다.” 긴장된 눈으로 민수를 바라보는 위 천협과 무림인들.
부담스러운 시선 앞에서도 민수의 손가락이 열심히 페이지를 넘겼다.
온갖 약도. 기호. 상징. 알 수 없는 그림들.
내용을 알 수 없는 글자. 뜯겨나가 고 먹칠된 글자들.
그리고.
“왜, 왜 그러십니까?!”
마지막 장에 다다른 순간, 민수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뜨였다. 뒤표지 구석에 작게 그려져 있는 희미한 문양.
방패 위에 겹쳐놓은 자루가 긴 망 치.
그 위에 올려놓은 왕관.
그 양옆에 한 짝씩 놓인 부츠 한 켤레.
‘이거…… 설마?!’
정신없이 왼손에 낀 반지를 빼내 안쪽을 살폈다.
반지 안쪽에 그려진, 완전히 똑같 은 문양.
틀림없다. 역시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다.
“……아카라트.”
이 서책은, 아카라트가 남긴 것이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