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supply by myself! RAW novel - Chapter 98
나 혼자 무한 보급! 098화
“대 협?”
의아한 위천협의 목소리에 깜짝 놀 란 민수가 반지를 도로 꼈다.
아카라트고 나발이고 어차피 다른 사람은 상관도 없는 얘기다.
이런 건 혼자만 알고 있어도 충분 하다.
“……이 서간이 무림맹에 전해져 내려오는 비서라고요?”
“그렇습니다. 혹시 뭐 알아내신 거 라도……?”
“아뇨. 봐도 모르겠군요.”
시치미를 뚝 떼고 대답하는 민수.
그리고 애초에 거짓말도 아니었다.
아카라트의 문장을 제외하면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분명 통역 스킬이 문자 번역도 지 원하던 거로 기억하는데.
어째선지 저 책에 쓰인 글자는 아 무리 봐도 내용이 해석되지 않는다.
‘애초에 글자가 아닌 걸까? 글자 흉내를 내는 좀 많이 섬세한 상형문 자라던가……
“일단 이걸 제게 보여주신 의도는 알겠습니다만, 유감스럽게도 저 또 한 알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런가요……
많이 실망한 얼굴로 위천협이 고개 를 숙였다.
“하긴 당연하겠죠. 까마득한 옛날 부터 무림맹에 전해져 내려오던 비 서니까요.”
“그 정도로 오래됐습니까?”
“전 맹주께서 말씀하시길 무림의 역사보다 오래된 서책이라 하셨습니 다. 무림이 지금의 무림이 되기 전, 아니 무(武)라는 것이 탄생할 때 즈 음의 책일 거라고……
정확한 기록 시기 불명.
그 내용의 대다수 또한 해석 불가.
그럼에도 막대한 가치를 가지고 있 는 책임이 분명했다.
이번 시나리오 내적으로든, 외적으 로든 간에.
아쉬운 눈으로 서책을 들여다보던 민수가 도로 위천협에게 그것을 내 밀었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협.”
“하시던 얘기나 마저 합시다. 설마 저 책자 하나 보여주려고 저와 은비 를 이 깊은 동굴까지 끌어들이신 건 아닐 테죠?”
민수의 물음에 순간 머뭇대는 위천 협.
할 말을 찾지 못하는 그를 대신해 원탁에 앉아 있던 누군가가 몸을 일 으켰다.
“확실히 그 천공성의 주인과 거래 할 만한 그릇은 있군. 여기까지 왔 으면서도 담력이 다른데.”
“아, 그…… 개방의 곽타걸 씨?”
“그렇다네! 하하. 일단은 개방 방 주지. 살아남은 거지는 한 줌도 안 되지만.”
누더기 같은 도포에 덥수룩한 수 염.
되다 만 도인 같은 행색의 남자, 곽타걸이 껄껄 웃었다.
“네가 그 황녀의 끄나풀과 거래하 는 광경을 목격한 것도 우리 개방 거지들이야. 중원에 거지 없는 곳이 어디 있나? 이 땅도 마찬가지지.”
“그거야 그럴 것 같긴 합니다만. 그래서 하실 말씀이 뭡니까?”
“대협. 우리 거지들한테서 들어온 정보인데……한 번 저 천공성에 출
입한 적도 있다며?”
웅성웅성!
순식간에 주변에서 수군거림이 부 풀어 올랐다.
위천협조차도 당황해서 눈만 끔뻑 이는 가운데, 누군가가 자리에서 벌 떡 일어나며 일갈했다.
“이보시오, 방주! 그게 무슨 소리 요? 우리한텐 그런 얘기 한마디도 하신 적 없잖소!”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지. 만약 내가 이 얘기 먼저 꺼내면, 저 대협 여기까지 모시는 데 다들 반대했을 거 아닌가?”
“당연한 거 아니요? 천공성까지 출 입할 정도면 단순 협력자 정도가 아 니란 거요! 당신의 모험 때문에 가 까스로 수습한 맹을 다시 위험에 처 박을 생각이오/?!”
“그리고 그 모험은 지금 성공했지. 이거 봐. 저 대협께서 지금 우리한테 별다른 말씀이라도 하고 계시는가?”
뚱하게 대답하며 콧구멍을 쑤시는 곽타걸.
태연한 반응에 조금 전 일갈의 장 본인, 무당파 송대암의 얼굴이 붉어 졌다.
“송대암이. 지금 다들 장문인이라 고 불러줘서 진짜 장문인이라도 된 것 같나? 착각하지 마.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윗사람 다 죽어 나자 빠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감투 하나 얻어 쓴 사람들 아닌가?”
“이, 이……!”
“수단과 방법 재가면서 점잔 뺄 정 도로 좋은 상황이 아니라고. 가끔은 도박도 던지면서 들이받아야 활로가 열리는 법이지. 대협께서도 동의하 십니까?”
그렇게 대답하며 눈을 찡긋하는 곽 타걸.
좀 지나칠 정도로 혼자 튀는 태도 에 당황한 것도 잠시.
이윽고 민수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떠올랐다.
‘무림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네.’
위천협 포함해서 하나같이 고색창 연한 사람들 일색이었는데.
이 젊은 거지는 생각도 깨어 있고 머리도 제법 자유분방하게 돌아가는 것 같다.
게다가 그 와중에 자신의 행동을 파악하는 나름의 치밀함까지.
전반적으로 그 무력의 수준이 실망 스러운 무림인들 사이에서 그나마 앞으로도 밥값은 해낼 사내임이 분 명했다.
“물론입니다. 저도 모험을 즐기는 성격이라.”
“하핫. 공감대가 생겼군. 좋은 징조 입니다. 무릇 천하의 대사(人事)란 이런 사소한 공감대부터 시작하는 법이지요.”
“동의합니다. 그래서, 뭔가 하실 말 씀이 있는 것 같은데.”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협. 저 포함해서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전 부 모은 것보다 대협의 영향력이 훨 씬 큽니다.”
노골적인 걸 넘어 강렬하기까지 한 선언.
원탁 주변에 앉은 무림인들의 표정 이 일제히 일그러졌다.
“지금의 무림이 저들에게 정면으로 대항하기 힘들다는 것은 지금의 상 황으로 명백해졌습니다. 한데…… 대협께선 다르시지 않습니까? 저 잔 학한 놈들의 신임을 얻는 데에 성공 하셨죠.”
“어쩌다 보니 그리되더군요.”
“대협께선 잘 모르시겠지만, 저놈 들은 중원인들을 사람 취급하지 않 습니다. 한데 그런 놈들이 대협을 신뢰하고 저 천공성 안까지 대협을 초대했다는 건…… 슬쩍 고개 숙인 곽타걸이 눈을 찡 긋했다.
“아주 좋은 징조 아니겠습니까? 대 협께서 생각하시기에도.”
“좋은 징조라……
“대협. 가장 무서운 적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적입니다. 대협께서 놈들의 신임을 얻고 핵심으로 파고 들면 파고들수록, 놈들의 몸에는 더 욱 깊숙이 독소가 퍼지게 되는 것이 지요.”
무슨 말 하는지 알 것 같다.
민수의 입가에 떠오른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헤헤헤, 대협. 어떠십니까? 이참 에 한 번, 천하에 크게 이름을 남길 대의에 함께해 보시는 게?”
“대의…… 음. 대의 좋죠.”
“과연 위 공자께 전해 들은 대로 호인이십니다! 자자, 그럼 자세한 얘기는 여기 앉으셔서 천천히……
“그런데.”
거기서 갑자기 손을 든 민수가 곽 타걸을 제지했다.
흠칫 놀라 굳어지는 곽타걸의 얼 굴.
땟국물 흐르는 그의 얼굴을 노려보 는 민수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왜 제가 해줄 거라 생각하시는 겁 니까?” “••••••네?”
“이미 직접 말했잖습니까? 무림은 정면으로 저들을 상대할 수 없다고 요. 자기 앞가림도 못 하고 승산도 없는 도망자들을 위해 제가 기꺼이 간자(間者) 노릇을 해줘야 한다는 겁니까?”
“네 이놈!”
“시주. 말씀이 과하십니다!”
버럭 고함치는 송대암과 대놓고 인 상을 찌푸리는 운상대사.
심지어 옆에 앉은 위천협까지 노골 적으로 미간을 구겼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민수의 주 둥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민수가 껄렁한 표 정으로 짝다리를 짚었다.
“말 나온 김에 확실히 못 박고 넘 어가겠습니다. 여긴 무림맹 나리들 고향인 중원이 아니고, 지금 나리들 께선 누가 뭐라 해도 부정할 수 없 는 패잔병입니다.”
“패, 패잔…… 이 오만방자한 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사실이 그런 걸 뭐 어쩝니까? 아 무튼, 제가 그런 패잔병 여러분을 위해 목숨 걸고 간자 노릇을 해드려 야 한다고요? 뭘 믿고? 만약 잘못 되면 제 목숨 보전해 주실 수는 있 고요?”
시나리오가 제시하는 길을 벗어나 제3의 선택지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거 때문에 나 혼자 죽을 길을 걷겠다는 건 아니 다.
이들의 내부 첩자 제안은 너무 위 험한 데다가 얻는 것도 없다.
플레이어들을 다 살려봤자 내가 죽 으면 뭐하는가.
나도 살고, 다른 플레이어들도 사 는 길만이 가치 있을 뿐이다.
“저, 이래 봬도 장사꾼입니다. 수지 안 맞는 장사 안 하고, 그런 거 해 주는 버릇도 들인 적 없습니다.”
“……그 말은 결국 거절이란 거 지?”
낮게 목소리를 깐 송대암이 눈을 빛내며 물었다.
슬그머니 움직이는 그의 손을 한 번 힐끔거린 민수가 고개를 끄덕였 다.
“그렇습니다. 정확히는 안전책이 확보될 때까지만……
됐네. 원망 마시게!” 순간, 송대암의 몸이 원탁을 타고 솟구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원탁 위를 달리 며 칼을 뽑는 송대암.
낭창낭창한 그의 연검이 야명주의 빛을 받아 반짝였다.
“동의했다면 목숨을 건질 수 있었 겠지만 거절했다니 별수 없군! 이 거처의 비밀을 안 상태로 돌려보낼 수는 없……!”
“은비야.”
꽈아아아앙!
“커 헉!”
연검을 후려갈기는 시커먼 검기.
꼴사납게 튕겨 날아간 송대암이 원 탁에 얼굴을 갈아대며 나가떨어졌 다.
비록 임시라지만, 그래도 무당의 장문인이 일 검에 제압당하는 충격 적인 광경.
원탁에 둘러앉아 있던 인원들이 일 제히 무기를 꺼내며 일어났다.
“네, 네 이놈! 결국, 정파 무림의 적통에게 칼끝을 겨눌 생각이냐!” “송대암이. 정신 차리게! 송대암 이…… 맙소사. 기혈이!”
“대, 대협!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 입니다. 일단 진정하시지요. 다시 협 상해 볼 여지는 있지 않겠습니까?!”
악을 써대는 사람들 사이에서 곽타 걸의 외침만이 처량하게 울렸다.
달려들 엄두조차 못 내는 그들을 향해 까만 검기를 겨누며 은비가 외 쳤다.
“뭐어? 무림맹? 정파 무림의 적 통? 그 적통 중 한 놈이 지금 내 칼 한 번도 못 받아냈는데. 니들이 무슨 적통이야? 장난치냐?”
“그 입 다물어라! 어딜 마인 따위 가……!”
“꼬우면 한꺼번에 덤벼. 이 새끼들 아! 수틀리니까 살인멸구하려고 덤 빈 주제에 무슨 혓바닥들이 이리 길 어? 민수 오빠까지 갈 것도 없이 내가 한 대씩만 갈겨도……!”
“그쯤 하자. 은비야.”
살짝 손을 든 민수가 은비를 제지 했다.
화난 얼굴로 꿍얼거리며 검기를 거 두는 은비.
최악의 상황만은 비켜나간 회장 가 운데서 민수가 위천협을 돌아봤다.
“위천협 씨. 어찌 생각하십니까?”
“……훌륭한 검기로군요. 파괴적이
지만 정순한 내공이 느껴집니다.”
꿀꺽 침을 삼킨 위천협이 대답했 다.
송대암을 갈겨버린 은비의 검기.
단언컨대 지금껏 한 번도 본 적 없던 강대한 검기였다.
‘아무리 못해도 한 갑자. 아니, 어 쩌면 두 갑자……
소문에 의하면, 실종된 마교의 괴 두가 보유하던 내공이 두 갑자 남 짓.
즉 최악의 경우엔 그 괴두와 동급 의 고수.
저런 고수가 왜 이런 오지에 숨어 있던 것인가?
하물며 그런 고수를 턱짓 한 번으 로 부리는 저 남자는 대체……?
“자, 여러분들.”
그 사이 분위기를 정리한 민수가 입을 열었다.
하나같이 두려움에 찬 눈으로 이쪽 을 바라보는 무림맹의 대표들.
뒷짐을 진 채 그들을 서늘하게 노 려보며 민수가 입술을 뒤틀었다.
“다들 상황이 급하셔서 좀 오해하
신 모양인데.”
“제가 안 돕겠다는 건 아닙니다. 저도 대의 좋아해요.”
“뭔……
개소리 말란 외침이 위천협의 목구 멍까지 걸렸다.
말은 저렇게 하지만, 저게 대의 찾 는 놈이 지을 표정인가?
딱 호구 하나 잡은 장사꾼의 표정 인데?
“침략자들에게 맞서 중원을 되찾을 것이다. 아무렴요. 되찾으셔야지요. 제 민족도 한때 외적의 침입에 짓밟 혀 35년이나 식민지 노릇을 했습니 다. 그 심정 다 이해합니다.” “근데 그렇지 않습니까? 이게 참 위험한 데다가 돌아오는 것도 없고, 심지어 그 과실을 빼먹는 건 결국 여러분이란 말입니다. 까놓고 수지 안 맞는 장사에요.”
즉 제가 드리고 싶은 말은.
거기서 잠시 말을 멈춘 민수가 위 천협의 앞에 우뚝 섰다.
“좀 서로 간의 배려가 필요하다 그 겁니다.”
“배려•••••• 요?”
“제 살길도 찾고, 여러분도 중원을 되찾아야 하고. 서로서로 타협해가 면서 주고받으면 최상의 결과가 나 오지 않겠습니까?”
“……요는 맨입으로 못 해주겠다, 그거인가.”
불쾌한 듯 뒤에 있던 누군가가 인 상을 찡그렸다.
“위 공자가 사람을 잘못 봤어. 의 와 협이 살아 있는 호걸인 줄 알았 더니 한낱 장사치였군.”
“그래도 어쩔 수 없습니다. 지금 아쉬운 건 저희예요.” 고개를 저은 위천협이 힘없이 대답 했다.
어떤 식으로든 아군이 절실한 상 황.
굴욕을 감수하고서라도 어떻게든 이들을 끌어들여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일단 제안을 들 어보고 싶습니다만.”
“훌륭하군요.”
그래, 그렇게 나와주셔야지.
비로소 함박웃음을 지은 민수가 손 을 번쩍 들었다.
“ 그쪽.” 손가락이 가리키는 것은 위천협의 가슴팍.
아니, 정확히는 그가 아니었다.
그를 포함해 그의 뒤에 도열한 현 무림맹의 대표들.
그들 모두를 쓸어보며, 민수가 입 을 열었다.
“무림맹을 원합니다.”
“이 ‘게임’, 확실하게 캐리해 드리 죠.” 비틀린 입가가 미소를 자아냈다. “절대 안 된다! 절대 안 돼! 정파 무림 마지막 희망을 한낱 토인에게 맡기라고?!”
“이봐! 하지만 방법이 없어. 두 갑 자 내공의 고수를 적으로 돌릴 셈인 가?!”
“대, 대협. 일단 먼저 돌아가시지 요. 나중에 따로 연락을 드리겠습니 다.”
당연하겠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대
답이 나올 리 없었다.
겨우 살린 무림맹을 통째로 들어다 가 외부인에게 바치라는 거니.
입장 바꿔 생각해도 그 자리에서 합의가 될 리 만무했다.
“늦은 시간까지 결례를 끼쳐 죄송 합니다.”
“대답은 빨리 주셨으면 하네요.”
“……노력해 보겠습니다.”
떨떠름한 얼굴로 고개 숙인 당사련 이 바위틈 안으로 몸을 숨겼다.
하긴 그녀 또한 이해당사자니 마음 이 편하진 못할 거다.
그녀가 사라진 바위틈을 향해 손을 흔들자, 민수 앞에 메시지창이 떠올 랐다.
[시나리오 선택지 #2 완료]
[무림맹 잔당과 만난 당신은 스스로 의 입지를 이용하여 아주 과감한 제 안을 제시했습니다. 그들이 당신의 제 안을 받아들일지는 알 수 없으나, 만 약 받아들인다면 아주 획기적인 상황 의 반전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플레이어 김민수에게 플레이어 토큰 5000개가 지급되었습니다.]
[플레이어 서은비에게 플레이어 토큰
3000개가 지급되었습니다.]
“토큰도 벌고 이만하면 수지맞는 장사네.”
“……오빠. 진심이야?”
“뭐가?”
“무림맹 휘하로 거두겠다는 거.”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던 은비가 민수에게 물었다.
어처구니없는 제안이기에 당연히 거절할 거라 생각했는데.
민수는 오히려 상황을 더 어렵고 복잡하게 꼬아가고 있었다.
“너무 위험하잖아. 그 천공성 끌고 다니는 황녀 상대로 스파이 노릇이 라니……
“살다 보면 위협을 무릅써야 할 때 가 있는 법이지. 이 ‘게임’은 특히 더 그렇고.”
“오빠!”
“은비야.”
앞서 걷던 민수가 은비의 말을 막 았다.
놀라서 입을 다문 은비를 돌아보지 도 않고 민수가 작게 한숨을 뱉었 다.
“남들처럼 해서는 남들 같은 결과 만 얻을 뿐이야. 이 ‘게임’은 그렇게 해선 안 돼.”
“황녀건 황자건 간에 어느 한쪽에 우리가 가세하면 그 순간 이 시나리 오는 끝이야. 승패가 내려질 거고, 절반의 플레이어만 살아서 다음 시 나리오로 진행하겠지.”
그리고 다음 시나리오에서 무슨 일 이 일어날지 모르는 지금.
억지를 써서라도 최대한 많은 플레 이어를 살려놔야만 한다.
“전에 말했잖아. 난 모두가 사는 길을 찾을 거라고.”
“모두가 사는 길……
“그리고 지금 내가 보기엔 그 길이 안 보이네. 그럼 뭐 어째야겠어?”
억지로 길을 만들어내야 한다.
수단과 방법 안 가리고 동원 가능 한 모든 방법을 쏟아부어서.
이 시나리오의 정석을 파괴하고 다 른 해답을 찾아내야 한다.
첫 번째 시나리오, 나브를 처음 만 났던 그때처럼.
나는 이 ‘게임’이 유도하는 정답을 부정하고 이 ‘게임’이 가장 질색할 길을 찾아낼 것이다.
“그거 결국 반골 기질 때문에 이런 다는 거 아냐?”
“은비 네가 게임 안 해봐서 그래. 원래 게임 할 때 제일 재밌는 게 트롤할 때야!”
“이 판국에 즐길 생각까지 하는 오 빠가 레전드…… 아, 됐어. 그럼 하 나만 물어볼게.”
“뭐가‘?”
“확신, 있는 거지?”
살짝 무거워진 목소리.
힐끔 고개 돌린 민수가 비로소 은 비와 눈을 맞췄다.
“진짜로 확신 가지고 하는 거지? 괜히 허세 부리는 거 아니지?”
“생존자들 대장이라고, 괜히 깝깝 한 데 아닌 척하고, 일부러 센 척하 고. 그런 건 아니지?”
달빛을 받아 투명하게 메마른 눈동 자.
걱정과 근심이 전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눈동자.
“가끔 보면 무섭다고. 오빠가 괜히 무리하는 것 같아서……
“아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은 민수가 은비 의 어깨를 잡았다.
살짝 고개를 낮추자, 정확히 평행 을 그리는 서로의 시선.
은비의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민 수가 웃었다.
“절대 허세 아냐.”
“ 진짜••••••?”
“합을 맞추면 돼. 이 시나리오를 뒤집어엎을 합을.”
무림맹 포섭도, 가짜 보급관도, 황 녀와의 접촉도.
그 모든 것이 최선의 엔딩을 위한 합을 맞추는 과정일 뿐.
그리고 그 모든 것이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순간이 온다면.
“그 순간, 이 시나리오는 끝난다.”
강하게 단언하는 민수의 얼굴에 자 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