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39
‘우오린, 더 해야 되냐? 너, 죽을 뻔했다고.’
풍장의 리더, 율라가 말했다.
“시이나를 잡아.”
냉혹한 검귀에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여황의 명을 받드는 것이었다.
100명의 풍장이 아르민에게 날아들자 키도도 어쩔 수 없이 출수했다.
“쳇!”
창을 바퀴처럼 회전하며 움직이자 쿠안 또한 외중력으로 그를 따라잡았다.
‘강하다.’
서로 다른 중력이 맞물리면서 그 일대의 방향성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케이라가 소리쳤다.
“아르민! 위험해!”
플리커 마법으로도 피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100명의 풍장일 것이다.
‘제길!’
칼날이 들어오는 순간.
‘스톱!’
회심의 마법이 발동되고, 시간 역장에 휘말린 30명이 그대로 얼어붙었다.
“됐어. 당분간은…….”
아르민이 턱의 땀을 닦는 그때, 발밑에서 12개의 검은 그림자가 탄생했다.
악마의 시간, 0.666초.
‘완성됐어?’
“야훼.”
하비츠가 중얼거렸다.
“나만 짜증 날 수는 없잖아. 그렇지?”
“사탄을 위하여!”
땅에서 솟은 12명의 시옥이 빠르게 회전하며 시간 역장을 갈아 버렸다.
풍장이 움직이고, 시이나를 안고 있는 아르민의 두 팔로 칼이 날아들었다.
“위험해!”
시이나가 에어 계열의 마법으로 아르민을 밀어내자 칼날이 손끝을 스쳤다.
“타깃 획득.”
매처럼 그녀를 낚아챈 풍장이 질풍의 속도로 편대를 향해 되돌아갔다.
“시이나!”
눈이 뒤집힌 쿠안이 땅을 박차고, 그 빈틈을 노린 키도가 창을 찔렀다.
“끝났……!”
측면에서 날아든 핸드 오브 갓이 키도를 붙잡은 상태로 패대기쳤다.
쿵쿵 땅을 튕기다가 중심을 되찾은 그는 고개를 쳐들고 입술을 깨물었다.
“시로네…….”
“키도.”
풍장과 쿠안은 보이지 않았다.
“시이나!”
무서운 속도로 풍장을 추적하는 쿠안의 목소리에 율라가 지시를 내렸다.
“5개 편대 중진.”
“네.”
60명의 풍장이 연기처럼 흩어지더니 쿠안의 앞에서 폭풍처럼 회전했다.
가히 수를 셀 수 없는 연환 공격 속에서 쿠안의 육체는 조금씩 깎여 나갔다.
-박수를 쳐 주마.
으스스한 목소리가 들렸다.
-너의 발목을 끊는 데 30명이면 충분했지. 하지만 지금은 60명이다.
“시이나!”
난기류를 따라 핏물이 흩날렸다.
-결과는 똑같아. 너는 여전히 벌레다. 여전히 미물이다. 우리의 칼에 으스러져라.
초당 가속되는 풍장의 공격이 초기움의 무브먼트를 따라잡기 시작했다.
칼의 접근도가 0.1밀리미터씩 가까워지자 몸에 검상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계구나. 바람 앞의 등불이여.
‘시이나.’
-너의 검술도 멋졌다.
“흐……흐흐흐흐!”
쿠안의 입에서 실없는 웃음이 터지자 풍장의 불쾌감이 공기에 스며들었다.
-그게 너의 유언인가?
‘검술?’
자신을 파괴하는 검술 따위가 세상에 어디 있어?
‘나는 피에로.’
사랑하는 여자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기에 그저 칼춤을 추는 어릿광대.
‘그래도…….’
쿠안의 눈빛이 아련하게 멀어졌다.
‘약속은 지켰어.’
쿠안의 변화를 감지한 60명의 풍장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뭐지?
마치 한쪽 눈을 가린 것처럼, 쿠안의 모습이 시야에서 점멸하고 있었다.
‘내 마지막 기술, 비록 볼품없겠지만.’
어떤 비정상으로도 감각을 올릴 수 없는 쿠안이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은.
‘웃어 주세요.’
자신을 이루는 모든 것의 절반, 뇌의 반쪽이었다.
‘비대칭의 극의.’
사고가 날아가고, 스키마의 절반이 사라진 부위는 감각조차 없었다.
“흐흐. 흐흐흐.”
한 방울의 눈물이 쿠안의 뺨을 타고 내려왔다.
“지킨……다. 시이나.”
언어능력조차 감퇴한 그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유일한 한 가지였다.
풍장은 전율했다.
“죽여!”
스산한 목소리가 아닌, 생으로 외치는 고함에 60명의 풍장이 그를 덮쳤다.
그리고…….
1명의 것이라고 볼 수 없는 엄청난 양의 피와 살점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어릿광대 피에로-백치白痴.
다음 권으로 이어집니다
사실과 거짓 (1)
풍장의 리더 율라에게 붙잡힌 시이나는 온 힘을 다해 몸을 뒤틀었다.
“쿠안! 쿠안!”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지금이라도 네 목을 베는 건 일도 아니야.”
율라의 말은 사실일 테지만, 쉽게 자신을 죽이지 못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제 됐잖아요! 당신을 따라가겠어요. 그러니 쿠안을 공격하지 말아요.”
율라는 말이 없었다.
‘죽여야 한다.’
애초부터 시이나를 인질로 붙잡은 이유도 쿠안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죽음만큼 강력한 구속이 어디 있겠는가?’
여기가 끝이기를.
그런 생각을 하며 날아가는 율라의 귓가에 끔찍한 소리가 포착되었다.
‘뭐지?’
돌아보자 마치 기계로 갈아 내는 것처럼 피와 살점이 회전하고 있었다.
“정지.”
40명으로 이루어진 편대가 멈추고, 시이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쿠안…….”
대체 얼마나 많은 인간을 갈아 넣어야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 탄생할까?
“시이나!”
풍장의 방어막을 뚫고 쿠안이 나타나자 율라는 빠르게 사망자를 확인했다.
“37명.”
아마도 10초 안팎의 전투, 그사이에 60명 편대의 절반 이상을 베어 버린 것이다.
“크으으으!”
회전하며 지상에 착지한 쿠안은 검의 분노를 달래듯 홀로 칼춤을 추었다.
한쪽 다리를 절뚝거리며, 외팔로 검을 휘돌리는 모습은 일견 우스꽝스러웠지만.
“시이나…… 지킨다.”
그가 절뚝거릴 때마다 세계가 흔들렸고, 검이 회전할 때마다 멀미가 밀려들었다.
율라는 깨달았다.
“다음을 예측할 수 없다. 동작에서 동작으로 넘어가는 개연성이 아예 파괴되었어.”
그것이 백치의 경지.
그녀의 시선에서 매 순간 쿠안이 사라졌다가 나타나는 것 같은 이유였다.
풍장의 생존자가 본진으로 복귀했다.
“죄송합니다.”
나무랄 수 없는 일이다.
‘그래,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세계지. 풍장은 세계 최고의 검술 집단이니까.’
인간의 몸으로 유체역학을 구현하는 것은 노력만으로 올라올 수 없는 경지.
‘비록 대정화기에 많은 손실이 있었지만, 신입들은 천재성으로 빈자리를 메웠다.’
편대 전투의 리허설에서도 베테랑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로 완벽한 실력.
‘하지만 쿠안, 저 남자에게는…….’
그 사소한 간극조차 생과 사를 나누는 거대한 빈틈처럼 보였던 것일까?
‘그렇게 사망한 37명.’
생각에 잠겨 있던 율라가 천천히 검을 내리더니 올빼미 가면을 벗었다.
‘파르카 쿠안.’
한쪽 다리를 절며 걸어오고 있지만, 다음 순간에도 그럴지는 미지수였다.
그녀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살인적인 기괴함이다.’
다음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모르지만, 쿠안은 반드시 그것을 실행한다.
‘즉, 저 남자는…….’
율라의 대칭이자 정점에서 같아진 존재.
“멈춰라.”
그녀의 검이 쿠안의 미간을 겨누는 순간 처음으로 그의 걸음이 멈췄다.
풍경이 진동하자 풍장이 이를 악물었다.
“크윽!”
경지로 표현하자면 율라가 검을 겨누는 정확도는 아마도 원자 단위일 터.
‘안 잡혀.’
쿠안 또한 그에 준하는 정밀도로 육체를 움직이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멈춘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움직이고 있다. 물론 인간은 절대로 관측할 수 없겠지.’
따라서 변한 것은 느낌이다.
“쿠안, 진심으로 축하의 박수를 보내마. 너는 오늘 기술의 정점에 도달했다.”
“…….”
“그렇기에 다시 제안하마. 이는 내 역사에서 처음으로 있는 일이다. 풍장의 일원이 되어라.”
그녀의 눈에 각오가 어렸다.
“너에게 제1편대를 이끌 수 있는 권한을 주마.”
풍장의 리더였다.
“대장님.”
율라는 대원의 말을 무시했다.
“예전에 네가 물었지, 집단 검술로 최강이라 칭하는 게 부끄럽지 않냐고. 그 대가로 한쪽 다리를 잃었지만, 지금의 너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 풍장을 이끌어라. 이 자리가 세계 최강의 검술이라는 증거다.”
평생 신념을 꺾은 적이 없는 만큼 그녀가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이었다.
쿠안이 하늘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시이나를…… 지킨다.”
어딘가 어눌한 말투에, 풍장은 물론 시이나 또한 섬뜩한 생각이 스쳤다.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무언가의 경지일 뿐이다.
‘지금은 내가 위험하니까, 어쩔 수 없이 뭔가를 하는 거야. 그러니까…….’
되돌릴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맹목적으로 그것에 집착하는 시이나와 달리 율라는 비로소 모든 걸 이해했다.
“그런가?”
그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안타깝구나.’
얼굴에 드러난 감정을 숨기기 위해 그녀는 다시 올빼미 가면을 썼다.
“죽여라.”
율라를 제외한 풍장 전원이 폭발하듯 산개하며 쿠안에게 날아들었다.
델타 본청의 정원에서 시로네와 키도는 서로에게 살의를 보내고 있었다.
“시로네.”
키도가 입술만을 움직였다.
“너하고는 싸우기 싫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