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70
“네. 100억 명의 가이아인이 이미르를 정의하는 것 같지만, 또한 이미르가 100억 명을 통제하는 것이기도 하죠. 서로가 서로를 지칭하는 율법의 수 2. 이미르는 100억의 통합이자 하나의 울티마인 겁니다.”
아리우스는 검은 태양을 향했다.
“저 안에 있어요,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할 수 있겠어?”
대상의 정신을 이해하면 아리우스는 도굴할 수 있지만, 이미르의 정신은 예외였다.
“들어가서 죽는 거야 상관없지만, 그렇다고 해도 도굴은 불가능할 텐데요.”
“해.”
미로가 말했다.
“네가 하지 않는 게 불가능이야.”
그녀의 목소리에서 무언가를 깨달은 아리우스는 즉각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무엇이 두려울까.
미로라는 여인의 정신은 완벽한 예술 작품인 것을.
비록 그녀의 피와 살, 마음까지 가올드에게 빼앗겼지만, 아리우스는 두 눈을 잃는 대가로 그녀의 정신을 보았던 것에 한 치의 후회도 없었다.
‘그래. 또 들어가야지.’
흐린 날 요통을 느끼는 해녀처럼 아리우스는 블랙홀을 올려다보았다.
“아리우스.”
미로가 말했다.
“살아서 돌아와.”
작별 인사가 아니고서는 이런 말을 내뱉을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미소를 지은 아리우스가 창공을 향해 날아가는 동안에도 이미르는 움직이지 않았다.
“보내 주지.”
100억 가이아인을 통합시킨 그의 존재감은 한낱 날파리에 흔들릴 것이 아니기에.
‘추격은 없다.’
아리우스는 일단 안도했지만,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잔뜩 겁에 질렸다.
‘저 안에…….’
이미르의 모태 심리마저 뚫어 버린 검은 구멍 속에 과연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를 악물고, 아리우스는 측정 불가능한 거리에 있는 블랙홀의 중심에 도어를 열었다.
“으아아아!”
우주에서 가장 깊은 곳으로 추락하는 아리우스는 정신이 해체되는 기분을 느꼈다.
‘괜찮아. 육체는 아니야.’
어디까지나 꿈속이기에.
하지만 감히 단언컨대, 이대로 몇 초만 더 떨어져도 자아는 파괴될 터였다.
‘버텨. 버티는 거야.’
울티마의 실체를 확인할 수만 있다면 도굴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임플란트.’
감각을 열망하는 이미르의 모태 심리에 특별한 충격을 심어 버리면 되는 것이다.
최소 단위로 해체되어 버린 상태에서 아리우스는 상식을 파괴하는 경험을 했다.
‘아아.’
자아를 이루는 존재감이 흐려진 상태에서 마침내 그는 특이점에 도달했다.
그곳에는…….
‘빛.’
눈이 멀었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선명하게 볼 수 있는 거대한 빛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아아아!”
극상의 고양감에 영혼이 비명을 질렀다.
한편, 아리우스를 떠나보낸 미로 일행은 이미르와 대치 중이었다.
“그래.”
이미르가 다가왔다.
“심층 1단계에 도달한 것, 아마도 너희들이 처음이군. 아니, 너희들이 아니지.”
그의 시선이 미로의 등에 업혀 있는 가올드를 향했다.
“크크, 뭐야? 고작 그 정도로 의식을 잃었나?”
일행은 현실을 직시했다.
무감각의 영역을 뚫고 심층 1단계를 연 가올드지만 이미르의 입장에서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셈이었다.
“흥.”
가올드를 땅에 내려 둔 미로가 이미르에게 걸음을 옮겼다.
“잘난 척 엄청 하는데, 고통을 못 느끼는 게 자랑은 아니야. 넌 그저 태어날 때부터 강한 것뿐이라고. 하지만 가올드는 달라. 인간의 몸으로 여기까지 온 거지.”
잠시 생각하던 이미르가 물었다.
“무슨 차이가 있지? 결국 강한 건 강한 것이잖아?”
“그래서 내가 가르쳐 주려고.”
천수관세음의 화신이 탄생하자 루버와 몽아가 시로네를 들고 반경 바깥으로 벗어났다.
“우리는 오대성님을 지킨다.”
“네.”
울티마가 필요한 사람은 시로네였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강난과 세인이 미로의 뒤에서 자세를 취하자 이미르가 한쪽 눈썹을 올렸다.
“고작 너희들로?”
극선, 남방의 늑대, 블랙 라인 최고의 정신 마법사.
하지만 이미르에게 생의 감각을 느끼게 해 준 존재는 가올드뿐이었다.
“집어치워.”
이미르의 주먹이 위로 솟구치자 대기를 가득 채우고 있는 열망의 가스가 폭발하며 태양처럼 강력한 빛을 뿜어냈다.
“…….”
말 그대로 이미르의 손짓 한 번에 태양이 탄생한 상황이었다.
“기다려 주지, 저놈이 깨어날 때까지. 너희들을 상대하다가는 입맛만 버릴 것 같거든.”
세인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곳은 이미르의 정신세계. 여기에서 놈의 자아는 곧 신이나 마찬가지야.’
이미르의 정신을 뚫고 들어간 가올드가 오히려 상식에서 벗어난 것이다.
자리에 앉은 이미르가 턱을 괴었다.
“뭐 해? 다들 앉아. 어차피 할 일도 없잖아. 덤비지도 못할 건데, 눈싸움만 할 거냐?”
일행에게는 좋은 제안이었으나 받아들이는 기분은 달랐다.
‘제길! 우습게 보고 있어.’
미로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가올드는 어때?”
상태를 살핀 강난이 고개를 저었다.
“당장 깨어날 것 같지는 않아요.”
“그래?”
고개를 끄덕인 미로가 이미르를 향해 걸어갔다.
“다행이네.”
“응?”
턱을 괴고 있던 이미르의 눈썹이 꿈틀하는 순간 천수관세음의 화신이 두 팔을 벌렸다.
시간이 무한대로 압축되고, 위험을 감지한 이미르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강난의 눈꺼풀이 미동조차 하지 않은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였지만…….
‘개자식아.’
미로가 더 빨랐다.
천수관세음의 장법이 이미르를 좌우로 두들기자 세계가 똑같이 흔들렸다.
‘이거나 먹어라.’
마지막으로 오른쪽을 강타당한 이미르가 땅을 퉁퉁 튕기면서 멀어졌다.
강난과 세인의 입이 벌어졌다.
‘충격이 들어갔다.’
고개를 들자 도깨비처럼 인상을 쓰고 있는 천수관세음의 얼굴이 보였다.
“분노…….”
극선에게 가능한 일인가를 생각하고 있는 그때 미로가 이미르에게 걸음을 옮겼다.
“똑똑히 들어. 한 번만 더 가올드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하면…….”
“크으으으.”
충격을 상쇄한 이미르가 두 팔 사이로 눈을 번뜩이는 가운데 그녀가 내뱉었다.
“그때는 극선이고 뭐고, 내가 널 찢어발길 거야.”
‘그렇구나.’
세인은 이해했다.
‘미로는 야훼가 아니야. 누군가의 죽음조차 그녀의 완벽한 정신을 흔들지 못한다.’
하지만 가올드는 다르다.
죽음을 초월하는 무언가를 받았다면, 미로도 그에 응답할 수밖에 없는 것.
그리고 그 분노의 강도는…….
“덤벼. 넌 더 맞아야 해.”
그녀의 머리 뚜껑이 완전히 열릴 정도였다.
살아가는 것 (4)
***
이면 세계.
진성음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던 시로네와 리안은 등 뒤에서 불어오는 열풍에 뒤를 돌아보았다.
“엄청나군.”
화공사 시스템제어 지부가 있는 지평선 위로 거대한 스케일의 아지랑이가 일렁거리고 있었다.
“손유정이 깨달음을 얻은 이상 레테도 쉽지 않을 거야. 그사이에 최대한 거리를 벌려야 해.”
리안도 같은 생각이었지만 전방에서 들끓는 마족을 보면 쉽지 않을 듯했다.
‘계속 강해지고 있다. 이대로 괜찮은 건가?’
진성음을 구한다고 해도 심령권이 열리면 지옥의 마족들이 전부 현실로 나가게 될 터였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리안의 생각을 읽은 시로네가 말했다.
“누군가가 모든 것을 끌어안고 희생하는 거, 이제는 지긋지긋하니까.”
“…….”
리안은 생각에 잠겼다.
‘시로네, 나는 머리가 좋지 않아. 그래서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네 말에는 모순이 있어.’
그 진성음마저 끌어안고 희생하려는 게 시로네이기 때문이다.
‘너 하나로 끝내려는 생각이라면…….’
리안이 돌진했다.
‘내가 그렇게 두지 않아!’
이를 악물고 대직도를 휘두르자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굉음이 나며 마족의 살점이 휘몰아쳤다.
“막아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해!”
마족들은 고기 방패를 자처했다.
의아하다고 느낀 시로네는 하늘을 뒤덮기 시작한 검은 구름을 보고 직감했다.
‘흑승. 쉽게 보내 주지 않겠다는 거지.’
영역의 크기만으로 첫 번째 수를 가늠할 수 있었고, 뒷자리를 세는 게 무의미한 수치였다.
“리안!”
경고하는 것과 동시에 미라클 스트림이 발동되었다.
-죄인을 포박하라.
시로네의 몸에서 광채가 폭발하는 순간 검은 구름이 비현실적으로 내려와 지상을 뒤덮었다.
***
“엄마. 엄마.”
에텔라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창자처럼 긴 터널이 이어져 있고 구석에는 썩은 냄새가 나는 액체가 여기저기 고여 있었다.
귀에서 타는 듯한 통증이 느껴졌다.
“엄마. 엄마.”
얼굴이 반쯤 녹아내린 태아가 그녀의 귀를 잘근잘근 깨물고 있었다.
고개를 내린 에텔라는 자신의 몸에 달라붙고 있는 수많은 태아를 보았다.
“왜 날 버렸어요?”
터널 안에서 메아리치는 목소리는 누군가의 것이라고 특정할 수 없었지만, 실상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미안.”
이 터널에 있는 모든 생명이 그녀의 자식이었고 이미 각오는 끝났기에.
“가자. 나를 따라오렴.”
아마도 이곳은 카르마를 처리하는 시스템의 프로세스일 것이고, 끝에서 기다리는 것은 영원한 소멸이었다.
‘괜찮아.’
모든 림보를 정화시키는 것이 그녀의 옳음이었으나 유일하게 마음이 걸리는 것은…….
‘샤갈.’
아직 태극의 사슬은 사라지지 않았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믿어요.’
하지만 되돌리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생명이 그의 손에 죽은 상태였다.
‘당신을 위한 걸음이기도 합니다. 이 여정이 얼마나 길지는 모르지만…….’
그에게도 안식이 찾아오기를.
에텔라가 터널을 나아갈 때마다 수많은 림보들이 그녀의 몸에 달라붙었다.
끔찍한 고통이 태극의 사슬을 통해 전달되자.
“으아아아!”
샤갈은 온몸을 움켜쥐고 바닥을 굴렀다.
‘아프다.’
에텔라가 느끼는 고통이었다.
“빌어먹을!”
경련이 일어나는 몸을 일으켜 세운 샤갈은 다시 복도를 질주했다.
‘기다려! 내 눈에 보이기만 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