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187
“관리자 전용이니까. 일단 우리도 순서를 바꾸자. 아이템은 충분하지만 대장의 권위가 발동한 상태에서 시로네가 공격하는 건 비효율적이야.”
시로네의 턴은 크리티컬인 셈이었다.
“일단 내가 할게.”
에덴이 카드를 꺼냈다.
최상급 아이템 ‘천재의 발상’으로 주사위의 눈을 조합해 최대치의 숫자를 만든다.
단, 더블일 경우 두 결과는 더해지기에 가장 높은 기대치는 1,554만이었다.
“7, 3, 4.”
최대값 743만이 2로 나뉘었다.
“……아쉽다.”
물론 탁월한 효과였으나, 상대의 5천만 포인트를 생각하면 만족스럽지 않았다.
경비대장이 카드를 들었다.
“징벌의 신념.”
-턴이 진행될 때마다 결과값이 2배씩 증가합니다. 총 5턴간 지속됩니다.
“…….”
이루키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지막 턴에 32배의 크리티컬. 결국 다섯 턴 안에 끝내겠다는 생각이군.’
경비대장의 수는 5, 1, 7, 4.
“34만 차감. 아직은 버틸 만하지만 다음 턴부터는 조금 살벌하겠는데.”
이루키의 눈이 반짝 빛났다.
“잠깐, 내가 먼저 할게.”
네이드를 물려 세운 그가 ‘회계사의 착각’을 사용했다.
-이번 턴의 값이 다음 턴에 적용됩니다.
‘전력을 세워도 우리가 가진 포인트가 너무 적어. 이 방법에 거는 수밖에.’
더블이 나와 총합은 27.
“어리석군. 대장의 권위가 무서워 다른 공격 아이템을 사용할 기회를 포기하다니.”
다시 경비대장의 차례. 이번에는 4배가 적용되어 164만이 차감되었다.
경비대장이 입꼬리를 올렸다.
“다음 턴에는 더 강해질 것이다. 너희들은 절대로 내 신념을 꺾을 수 없어.”
누구도 대답하지 않은 이유는 이루키의 전략을 모두 이해했기 때문이다.
‘이번 설득은 100퍼센트 확률이 아니야. 양자 붕괴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작전을 발설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대가 아이템으로 방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계사의 착각.”
네이드가 아이템을 사용하자 경비대장이 미간을 찌푸렸다.
‘또?’
-회계사의 착각 2회가 중첩됩니다. 이번 결과값이 다음 턴으로 넘어갑니다.
‘이 녀석들, 풍신을 쓸 생각이군.’
경비대장은 깨달았다.
‘사용자 전용 아이템. 좋은 작전이지만 실제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큰 수가 연달아 나오지 않는 한…….’
곱의 효과는 급격히 낮아진다.
‘어차피 내가 이긴다. 5천만 정도를 한 번에 차감시킬 확률은 헛웃음이 나올 정도.’
네이드가 주사위를 힘차게 던졌다.
‘제발! 더블! 더블!’
땅에 떨어진 주사위의 눈이 모두 다르자 절망했으나, 이내 심장이 벌렁거렸다.
‘됐다!’
7, 4, 6로 17이었다.
다음 턴에 풍신을 사용할 경우 일단 459만 포인트가 보장된 셈이었다.
경비대장이 카드를 들었다.
“도박을 좋아하는군. 그럼 너희들의 운명을 심판해 볼까? 발동, 긴급 상황.”
-모든 다이스의 눈금에 +2가 적용됩니다.
또다시 더블이 걸려 총합은 480만, 시로네 일행은 100만 정도가 남았다.
“다음 턴에서 무조건 끝이다. 돌아갈 준비를 해라.”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를 텐데? 당신도 이제 대장의 권위 효과가 사라졌으니까.”
“그래서? 달라질 것은 없어. 한 번에 5천만을 차감시킬 수 있을까? 그 확률은…….”
“나에게 줘.”
시로네가 주사위를 받았다.
“풍신.”
-모든 눈의 연산이 곱으로 변환됩니다.
“…….”
시로네가 물었다.
“어째서 커티스 씨를 풀어 줄 수 없다는 거지?”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그는 수많은 범죄를 저질렀어.”
“너희들이 만들었잖아.”
경비대장은 입을 다물었다.
“죄를 지은 자, 책임을 지는 건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이 시스템을 만든 자들은? 포인트가 있으면 무슨 짓을 해도 무죄, 없으면 유죄.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를수록 포인트는 쌓여 가고, 적응하지 못한 자는 늘 게임의 밑바닥에서 다시 시작해야 하는 이 시스템은 정상인가?”
시로네의 물음은 경비대장의 너머를 향해 있었다.
“무슨 뜻인지 모르겠군. 누구도 시키지 않았어. 감옥에 가기 싫으면 죄를 짓지 않으면 된다. 설마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뜻인가?”
“아니.”
시로네는 이를 악물었다.
“죄를 지은 사람이 그렇게 밉다면…….”
팔을 휘두르며 주사위를 뿌리자 3개의 크라임 다이스가 통통 튀었다.
“죄도 좀 같이 미워해 보란 얘기야.”
7, 7, 7이 뜨자 경비대장이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 이게 무슨…….”
-더블입니다. 한 번의 기회가 더 주어집니다.
“정말로 죄인을 벌하고 싶다면.”
시로네는 다시 눈앞에 떨어진 주사위를 낚아채 똑같은 장소에 뿌렸다.
“애초에 왜 죄가 존재할 수밖에 없는지 진심을 다해 생각을 해 보라고.”
또다시 7, 7, 7이 떴다.
-회계사의 착각이 발동됩니다. 풍신 효과로 모든 연산이 곱이 됩니다.
27×17×7×7×7×7×7×7=54,000,891
이루키가 미소 지었다.
“우리의 승리야.”
위상공간이 사라지고, 시간이 다시 흐르기 시작했다.
최후의 5시간 (3)
경비대장은 의자에 털썩 쓰러졌다.
“……제법이군.”
이어서 폭소가 터졌다.
“하하하! 정말 제법이야. 나를 설득하다니. 좋아, 커티스라는 자를 풀어 주지.”
설정이 즉각 호의로 변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우린 멜키두의 코어로 가고 싶어요. 방법을 아시나요?”
“흐음, 코어 출입증은 국왕 폐하만이 발급할 수 있네. 차라리 잘됐군. 나도 자네를 소개시켜 주려고 했거든.”
그런 프로세스였다.
“영광이죠. 언제 가능할까요?”
“절차가 좀 복잡해. 그래도 내가 힘을 써 보겠네. 내일 오전이면 기별이 갈 거야.”
‘내일 오전이라…….’
멜키두의 시간은 현실과 다르지만, 현실에서도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이루키가 말했다.
“데이터를 처리하는 과정일 거야. 이것 자체가 이벤트라면 임의로 바꿀 수 없어.”
고개를 끄덕인 시로네가 다시 물었다.
“커티스 씨는요?”
“그건 쉽지. 서류만 결재하면 되네. 형무소 밖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보내도록 하지.”
그렇게 약조를 받은 시로네 일행은 경비 막사를 통해 바깥으로 나왔다.
“드디어 벗어났군, 중간층.”
멜키두의 수도, 파르메의 화려하고 아름다운 정경이 그들의 눈에 들어왔다.
“플레이 존이라는 거지. 너무 뒷문으로만 다녀서 그런가, 이제는 이게 더 어색한데?”
네이드의 말에 동감하는 그때 철문이 열리고 커티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페나가 소리쳤다.
“커티스!”
다리를 절뚝거리고 있었고, 얼마나 얻어맞았는지 얼굴에도 멍이 있었다.
“너, 괜찮아? 무슨 일을 당한 거야?”
페나를 무시하며 지나온 그가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시로네에게 물었다.
“방법은 찾았나?”
“네. 내일 국왕을 만나기로 했어요. 아마도 이게 코어로 가는 마지막 관문일 거예요.”
“……그렇군.”
커티스의 표정이 풀어졌으나, 기쁨보다는 안도하는 느낌이 강했다.
“일단 가요. 좀 쉬어야죠.”
“그래. 제발 가자고. 여기서는 이제 1초도 있기 싫으니까.”
시내로 이동하는 동안 페나가 물었다.
“빨리 말해 봐. 궁금해 죽겠으니까. 감옥에 가면 뭐 해? 밥은 줘? 어떤 곳이었어?”
“그렇게 궁금하면 직접 가 보든지.”
페나는 질색했다.
“미쳤어, 내가 거기를 가게? 뭐야? 설마 너…… 진짜 순결이라도 잃은 거야?”
“순결만 잃었을까.”
“…….”
커티스는 더 이상 말하지 않았고, 페나도 그 이상은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시로네가 위로했다.
“고생하셨어요.”
“됐어. 어차피 각오한 일이고, 또 의미도 없으니까. 코어로 갈 수만 있다면…….”
딸을 살해한 범인을 잡겠다는 집념 앞에서 시로네 일행도 숙연해졌다.
“이제 너희들이 말해 봐. 내일 국왕을 만난다고? 내가 없는 동안 어떻게 된 거야?”
시로네는 여태까지의 일을 말했다.
“그렇군. 너희들도 고생 꽤나 했겠어. 하지만 그렇다면…… 남은 포인트는?”
“거의 바닥이에요. 경비대장을 설득시키느라 남은 포인트는 100만 정도. 하지만 국왕을 설득해야 할 경우까지 고려해 보면 없는 셈이죠.”
“흐음, 그렇군.”
커티스가 턱을 괴고 방법을 궁리하는 그때 페나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저기…… 내가 살게.”
“응?”
페나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아니, 커티스도 감옥에서 나왔고, 하루 정도는 좋은 밥 먹고 푹 쉬어야 하잖아. 숙식은 내가 계산할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고 싶은 데 있으면 들어가.”
커티스가 웃었다.
“흡전귀 페나에게 밥을 얻어먹는다고? 멜키두에서 제일 큰 사건이 터졌군.”
“뭐야? 나도 쓸 때는 쓴단 말이야. 그리고 도움도 많이 받았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알아!”
“뭐, 좋아. 일단 숙식은 페나가 제공하는 걸로.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시로네 팀에 포인트가 없는 건 문제야. 100퍼센트 설득에 성공할 수 있는 건 시로네뿐이니까. 국왕이 어떤 대결을 제안할지도 모르고.”
경비대장의 건만 해도 상당한 난이도였다.
“그래서 나에게 생각이 있는데.”
“네?”
커티스의 제안에 일행이 주목했다.
“자, 오세요! 미겔 명품점. 일주일 전에 갓 나온 신상 아이템 전부 보유하고 있습니다!”
“파르메에서 가장 싼 집! 평균 시세보다 10퍼센트 낮게 팝니다! 급한 매물 환영!”
왕성이 한눈에 들어오는 광장의 서쪽에 수많은 인파가 우글거리고 있었다.
“우와, 저게 다 장사꾼이야?”
커티스가 말했다.
“파르메는 멜키두에서 가장 유동 인구가 많은 곳이야. 포인트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이지. 사람들도 왕도 입성 아이템의 본전을 뽑으려고 오래 체류하고.”
“그렇게 시장이 활성화되는 거군요.”
“그래. 너희들, 아이템 좀 가지고 있지? 그걸 팔면 설득에 필요한 포인트를 얻을 수 있을 거야. 다만 시간이 없으니 전부 급매로 넘겨. 너희들이 효율 따지는 건 알지만, 우리 정도 매물이면 VIP야. 거래가 길어지면 날파리가 꼬이거든. 너희들도 그건 싫겠지.”
일행은 이해했다.
“상인 중에 자선사업가는 없어. 그나마 거물에게 맡기는 게 안전하지. 저 녀석에게 가자.”
말끔한 차림의 30대 남자였다.
“어서 오세요. 오스만 명품점입니다. 카탈로그를 보고 원하는 물건이 있으면…….”
“아니, 살 건 없어. 물건을 팔고 싶은데.”
오스만은 즉각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환영합니다. 저희만큼 시세 높게 쳐주는 데도 없지요. 사무실로 가실까요?”
“아니, 여기서 하지. 대부분 카드 아이템이니까.”
항구에는 값비싼 무기들도 있었지만, 그런 걸 가지고 다닐 여력은 없었다.
“네. 그럼 물건을 보여 주시죠. 이쪽 분인가요? 제가 거래를 걸겠습니다.”
오스만이 카드를 꺼냈다.
“발동. 상점.”
카드가 빛나자 시스템 메시지가 떴다.
-시로네 팀과 오스만 팀의 거래가 시작됩니다. 1시간 동안 포인트를 교환할 수 있습니다. 양쪽 간의 거래 승인이 체결된 경우 자동으로 효과가 사라집니다.
‘사기 방지 시스템이구나. 그리고…… 이 사람도 공범이네.’
사무실에도 있을 것이고, 지금 이 주변에도 몇 명이 포진해 있을 터였다.
“아이템으로 상점을 열면 거래할 때마다 계속 포인트를 사용하는 건가요?”
“네. 장사하려면 그 정도는 양보해야죠. 딱히 비싸지는 않지만 이것도 쌓이면 크거든요.”
물론 수수료에 포함되어 있을 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