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306
동시에 엄청난 속도로 방어막이 펼쳐지더니 멸의 수도를 위로 튕겨 냈다.
미로는 황급히 돌아보았다.
요르교의 요라, 에덴이 서 있었다. 그녀의 등 뒤로 수많은 종교인이 보였다.
“미로 씨.”
에덴이 웃으며 말했다.
“늦어서 죄송해요. 종교회의가 늦었어요. 여기가 가장 핫한 곳 맞죠?”
‘와 주었구나.’
그러는 동안에도 멸은 방어막을 때리고 있었다.
에덴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했다.
“놀랄 것 없어요. 우리만 온 것도 아니니까.”
저 멀리서 땅이 쿵쿵 울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거, 거인?”
관음의 화신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거대한 여자가 멸의 손을 잡았다.
“오오! 힘 좀 쓰는데?”
‘트웰브 미니.’
별칭은 초거대인.
그녀가 이곳에 왔다는 것은 상아탑에서도 판단을 끝냈다는 뜻이다.
“악을 금한다.”
“크아아아아!”
멸에게 남은 4개의 팔이 좌우로 벌어지더니 마치 구속당한 듯 몸을 떨었다.
“상아탑의 결정이다.”
씽이 오른손을 내밀며 말했다.
“악의 울티마라도 어쨌든 울티마. 상아탑은 인류의 선택을 존중할 것이다. 다만 많은 사람이 죽었고, 준동경계라고는 하나 경계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그 모든 사망이 실체라고 결론이 내려진바.”
손목을 시계 방향으로 틀자 멸의 팔 중 하나가 으드득 뜯어졌다.
“크아아아!”
“상아탑은 인류를 대표해, 이번 안건을 해결해야 할 ‘문제’로 간주한다.”
그 순간 모두의 시야가 밝아졌다.
‘방향성이 정해졌다.’
선악공애. 인간. 강한 생각. 신. 그리고 길을 잃은 자들의 영원한 나침반…….
지성.
빛을 달리는 소녀 (3)
“이이이익!”
미니의 하체 근육이 꿈틀거렸다. 페어인 아리아나가 염동력으로 힘을 보태고 있는데도 멸은 오히려 그녀의 손을 밀어내고 있었다.
‘진짜 세다.’
씽도 애를 먹었다.
결국 멸의 팔 하나가 관철을 깨고 나와 미니의 배를 강타했다.
“크윽!”
미니가 휘청거리고, 두 팔의 자유를 되찾은 멸이 다시 지상을 타격했다.
방어막을 펼친 에덴이 소리쳤다.
“오래 버틸 수 없어! 누가 됐든 빨리 해!”
모두 알고 있지만, 마지막 발악 같은 멸을 막아 내느라 남는 전력이 없었다.
그때 스피커로 증폭된 목소리가 들렸다.
“이야아아!”
에덴이 돌아보자 사람 형태의 로봇, 슈퍼 데이지가 무섭게 달려오고 있었다.
“비켜! 이거 폭발물이야! 곧 터진다고!”
에덴이 황당하게 물었다.
“너, 이루키냐?”
네이드의 목소리가 섞여 들렸다.
“야! 잠깐만!”
이루키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말리지 마! 제대로 한 방 먹여 줄 테니까!”
“기술! 필살기 이름은?”
“어?”
멸과의 거리는 불과 200미터, 몇 초 안에 주파할 것이라 시간이 촉박했다.
“아, 몰라! 그딴 게 뭐가 중요해? 어차피 터지잖아! 우리도 무사할 수 없다고!”
“그래도 최후의 일격이잖아!”
“크윽!”
그건 그렇다.
당장 떠오르는 건 없지만, 마지막 순간에 무어라도 남겨야 하지 않겠는가?
네이드가 재촉했다.
“빨리, 빨리 해! 아무거나!”
“결……!”
이루키가 소리쳤다.
“결혼하자! 도로시!”
가속을 받은 상태로 날아오른 슈퍼 데이지가 멸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사용자의 뇌파를 그대로 찍어 내는 속도였기에 엔진에 과부하가 걸렸다.
멸의 얼굴이 돌아가고, 슈퍼 데이지의 기체에 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네이드가 얼굴을 들이밀며 말했다.
“미친놈! 기술 이름이 결혼하자 도로시냐?”
“하라며!”
네이드는 운전석 탈출 레버를 잡아당겼다. 동시에 마이크를 붙잡았다.
“여보! 데이지! 나도 사랑……!”
기체가 부연 섬광을 일으키더니 핵심 엔진부에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퍼어어어어엉!
“크아아아아!”
멸의 얼굴 반쪽이 날아갔다.
화신의 형태가 붕괴되자 육체가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꺄악!”
용뢰에서 지켜보던 도로시가 귀신을 본 듯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주저앉았다.
“저, 저 바보가…….”
리즈는 딸을 끌어안고 입술을 깨물었다.
이대로 죽을 인간들이 아니었다.
‘그럴 머리도 없으면 진짜…….’
순간 그녀의 눈이 커졌다.
“저기!”
도로시가 일어났다.
이루키와 네이드가 하늘을 가로지르는 게 보였다.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며 회전하는 네이드와 이루키는 찰나 동안 눈빛이 마주쳤다.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 듯했다.
-이루키.
-응?
-요즘 어때? 사는 거 재밌냐?
-글쎄. 그러고 보니 그런 걸 생각한 지도 꽤 오래됐군. 왜? 너는 재미없어?
-모르겠어. 우리 진짜 열심히 했잖아. 근데 꿈이라는 거, 어릴 때 생각만큼 아름답지는 않더라.
-크크, 그걸 이제 알았냐? 원래 꿈은 신기루 같은 거야. 현실에 없는 것을 보여 주지만, 막상 도착하면 그냥 똑같은 현실일 뿐이지.
-또…… 꿈을 꿀 수 있을까?
-당연하지.
-어떻게? 이제 알아 버렸는데.
-이번엔 진짜거든. 신기루가 아니야. 한 번만 더 가면, 반드시 엄청난 게 있을 거야.
둘의 시선이 교차했다.
“푸……!”
“푸하하! 푸하하하!”
동시에 터진 네이드와 이루키의 웃음소리가 창공을 길게 가로질렀다.
멸이 소멸했다.
미로의 곁으로 상아탑의 별들이 모여들었다. 잠시 자리를 떠났던 에덴이 돌아왔다.
“방금 보고가 왔는데 각지의 괴물체들이 맛이 좀 간 거 같아요. 굴종의 낙인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형태 복구가 잘 안 되고 있다는데요?”
씽이 말했다.
“가올드의 파계로 장기적 손실이 일어난 거겠지. 다른 말로 하자면 제르비스의 정신에 입힌 피해량일 거다. 인간의 욕망과 번뇌란, 역시 무시무시하군.”
미로는 바슈카 쪽을 돌아보았다.
‘가올드.’
파계를 했다. 그것이 그에게 어떤 의미인지 미로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무사하길.’
에덴이 말을 이었다.
“남은 건 제르비스지만,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위저드의 상태가 안 좋다고 하던데.”
씽은 대수롭지 않다는 투였다.
“어차피 시로네가 갔잖아? 그럼 그쪽은 신경 쓸 필요 없다고 보는데.”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준동경계를 깨지 않는 한 제르비스는 죽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위저드가 필요한 거죠. 무상신의 능력으로…….”
“그러니까 내 말은, 시로네가 갔다고.”
그래서 간 거 아냐?
미로가 끼어들었다.
“오대성 간에 참견하지 않는 기조는 알고 있지만, 정말로 할 수 있다고 생각해?”
씽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고는 비로소 깨달았다.
“그렇군. 그게 시로네에게 호감을 가진 자들이 평가하는 시로네의 모습인가? 난 딱히 친한 사이는 아니라서. 그래서 객관적으로 보는 거지.”
에덴이 말했다.
“시로네가 강한 건 저도 알아요. 학창 시절에는 다투기도 했으니까.”
“그래. 좋은 마법을 쓰지. 배려심도 많아서, 친구도 많고. 하지만 시로네와 끝까지 가 본 적은 없잖아? 그 녀석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적으로 인식하고 관철시키려고 할 때의 느낌. 그건 네가 아는 시로네하고는 다를 거야.”
“…….”
여태까지 시로네를 상대해야 하는 적들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씽은 가 본 적이 있다.
“시로네는 지지 않아. 그 녀석과 맞서 싸울 때 적들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은…….”
아마도.
“끝없는 절망감뿐이야.”
***
“허억!”
위저드는 무한무에서 돌아왔다.
전보다 훨씬 강한 느낌, 하지만 기억은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난 거지?’
그녀는 알 수 없지만 광자계의 기준으로 무한무에 머문 시간은 무려 1시간 30분 이상.
다만 초공의 세계에 시간은 없기에, 위저드는 무한의 시간을 인지했다.
‘1년? 1억 년? 어쩌면…….’
그 순간 사건이 기억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어?”
제르비스의 능력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위저드는 비로소 고개를 틀었다.
“스승님.”
그러고 보니 전투는 어떻게 되었을까? 본래 그녀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죄송해요. 지금 갈게요.”
첫발을 내디디려는 그때, 다시 풍경이 점으로 빨려들면서 초기화되었다.
위저드는 미간을 찌푸렸다.
“뭐야?”
준동경계가 초기화되는 텀을 계산해 보면 고작 10초가 되지 않은 시간이었다.
또한 그녀가 휘말렸다는 것은 전투 위치가 그리 멀지 않다는 뜻이었다.
“어디 계시지?”
콰앙.
폭음이 터졌다. 동시에 또다시 사건이 초기화되면서 제르비스의 사망을 알렸다.
위저드는 비로소 소름이 돋았다.
‘엄청나게 빠르다.’
“으아아아!”
제르비스는 짜증을 부렸다.
얼마나 죽었을까? 최소 800회가 넘는 듯했다.
“젠장! 빌어먹을!”
말이 거친 편은 아니다. 그럼에도 제르비스는 욕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포기해. 너는 이길 수 없어.”
“흐. 흐흐흐.”
웃음이 나왔다.
가소로워서가 아니라, 시로네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왜 이렇게 된 거지?’
승리는 명확했고, 뒤집힐 일은 없을 듯했다.
‘그래, 오히려 지금이 이상한 거야. 난 끝없이 사건을 리셋시킬 수 있다고. 그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