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1307
처음 3시간의 전투보다 이후 1시간 동안 사망한 횟수가 20배가 넘고 있었다.
‘천재?’
아니, 사고의 이상성은 위저드가 위다.
‘거짓말쟁이?’
그럴 녀석은 아니다.
‘의지의 화신?’
설령 의지가 강하다고 한들 이런 터무니없는 스코어를 만들 수 있나?
‘대체…….’
갑자기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
‘이 녀석은 뭐지?’
제르비스는 손으로 시선을 내렸다. 날벌레 한 마리가 달라붙어 있었다.
‘그래, 고작 벌레였다.’
날벌레가 시로네의 미니미처럼 변하더니 앙 하고 손등을 깨물었다.
야금야금.
‘내 세계에서 이 녀석은 그냥 벌레. 피부나 갉아먹고 끝날 줄 알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어떤 방법으로 움직여도 내가 죽는다. 아예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것처럼.’
“앙. 앙.”
시로네의 미니미가 둘로 증식했다. 그리고 다시 넷이 되어 살을 깨물었다.
야금야금. 야금야금.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순간, 제르비스는 시로네의 정체를 깨달았다.
“너.”
그가 물었다.
“처음부터, 날 이길 생각이 없었던 거냐?”
“…….”
제르비스를 탐구하고 분석해서 결론을 내리기까지 걸린 시간이 대략 3시간.
그 이후로 사망의 텀이 짧아지면서 이제는 10초를 버티기도 어려운 것이다.
‘이 녀석은 통찰이다.’
본질을 파고들어 핵심을 간파하고, 그것으로 전체를 이해하려는 성향.
시로네가 말했다.
“몇 번을 부활하든 의미 없어. 넌 아무것도 못 해. 그러니 이제 그만둬.”
“죽인다.”
제르비스가 단도를 쥐고 튀어 나갔다.
화신이 없어도 강하지만, 이제는 그의 모든 움직임이 파악 가능한 상태였다.
보랏빛 검기가 허공을 갈랐다. 어느새 시로네는 그의 등 뒤에 있었다.
위저드가 도착한 건 그때였다.
“스승님! 저 왔……!”
제르비스의 뒤통수에 충격이 밀려들고, 또 한 번의 사망이 추가되었다.
“으아아아!”
마치 시간을 되풀이하듯 제르비스는 전 사건의 괴성을 그대로 이어 갔다.
“죽여 버린다!”
퍽 하고 관자놀이가 터졌다.
또다시 부활.
제르비스는 사방에 검기를 휘갈겼다.
“죽어! 죽어!”
그물처럼 얽힌 검망을 뚫고 들어온 시로네가 두 손 위로 광자를 모았다.
“포톤 캐논.”
굉음이 퍼지기도 전에 사건이 리셋되었다.
‘으, 정신없어.’
위저드는 한쪽 눈을 찡그렸다.
평균 5초 안에 사건이 리셋되는 것은 당사자가 아닌 입장에서 고역이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의아했다.
그녀가 초공에 머물러 있던 시간 사이에 이 정도로 전세가 뒤바뀌다니.
‘설마, 스승님은…….’
그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우리의 목표는 24시간 내에 제르비스를 1천 회 사망시키는 거야.
‘여기까지 보고 계셨던 거야?’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겼지만, 시로네에게는 실현 가능한 수치였던 것이다.
제르비스는 죽었다.
“으으.”
죽고, 또 죽고, 또 죽었다.
‘미치겠네.’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다. 아니 숨조차도, 아니, 생각조차 굳어 버렸다.
마치 죽을 운명을 타고난 자가 시간 속 루프를 끝없이 맴돌고 있달까.
‘결국 이거였어.’
야금야금.
제르비스는 시선을 내렸다.
증식해 가는 시로네의 미니미는 이제 팔을 넘어 몸 전체에 퍼져 있었다.
‘겉에서부터 갉아먹으면서 들어간 거야. 그렇게 내 본질, 내 영혼까지…….’
야금야금. 야금야금.
시로네는 미카에게 물었다.
‘몇 회지?’
-제르비스 사망 901회입니다. 개체 제압률 99.9퍼센트. 남은 변수를 고려했을 경우 목표치 1천 회에 도달하기까지 대략 12분 남았습니다.
‘예상보다 빨리 끝났네.’
-저는 주관적 판단을 내릴 수 없습니다. 다만 현재까지의 데이터를 고려했을 때, 나네를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열세인 것으로 평가됩니다.
‘그렇지.’
그 녀석이 훨씬 강했다.
아련하게 당시를 회상하던 시로네가 시선을 들더니 빠르게 튀어 나갔다.
“10분.”
10분 안에 끝낸다.
그 눈빛을 본 제르비스는 움찔했다. 대응을 하려는 순간 머릿속이 텅 비었다.
‘뭘 해야 하지?’
어떤 생각을 해도 결과가 같다면, 과연 그것을 생각이라 부를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 순간 제르비스가 시로네에게 느낀 것은…….
‘절망’.
끝없는 절망감.
‘먹혔다.’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야금야금.
‘이 녀석에게 씹어 먹힌 거야.’
시로네의 미니미는 어느새 작은 점들이 되어 전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으!”
살점이 떨어지고, 해골이 드러났다. 텅 빈 안와가 작은 점들로 바글거렸다.
“으아아아아!”
그런 느낌을 부정하듯 제르비스는 단도를 찔렀다. 둔탁한 충격이 뇌를 강타했다.
“컥!”
전투 시간 : 5시간 41분
제르비스 준동경계중사망 : 902회
빛을 달리는 소녀 (4)
***
폭탄 돌리기 13회 차.
“기폭.”
10초 룰이 끝나자마자 에이미는 폭탄을 터트렸다. 그녀의 복숭아뼈가 부서졌다.
“크윽.”
비틀거린 에이미가 고개를 들었다.
왼쪽 손목 소실, 왼쪽 어깨뼈 분쇄, 오른쪽 허벅지 근육 파열, 오른쪽 손가락 3개 소실.
여기까지가 그녀의 현재 상태였다.
신체의 결손을 감수하면서 데이터를 모은 끝에 얻은 건 대략적인 기폭 타이밍.
‘간단한 태엽이 아니야.’
홍안으로 분석을 했음에도 태엽의 정확한 메커니즘을 파악하기는 어려웠다.
‘대략 플러스마이너스 13초 정도의 오차.’
끼리리리릭.
새롭게 나타난 폭탄이 태엽을 돌리더니 다음 턴인 이사칼의 눈앞으로 이동했다.
‘후후.’
그녀는 여유 만만했다.
‘그렇게 쉬울 거라고 생각했어? 이건 사탄의 게임이라고.’
아날로그 태엽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고작 팔다리 몇 개 희생시킨다고 알아낼 수 있는 패턴은 아니었다.
‘오르골처럼 복잡하지.’
기폭 장치는 이빨이 빠진 3개의 톱니바퀴가 맞물리면서 결정되는 구조.
시행 횟수가 늘어나면 결국 메커니즘을 파악할 수 있을 테지만 생물의 내구력은 강하지 않다.
‘10초 룰로 폭탄의 위력을 최소화시킨다고 해도 손가락이 뜯어져 나갈 정도야. 20번? 30번? 그 정도면 이미 몸이 남아나 있지 않는다고.’
폭탄 돌리기란 그런 게임이었다.
죽음을 막기 위해 끝없이 작은 위력으로 터트리며 조금씩 몸이 부서지는 것.
에이미도 이제는 깨닫고 있었다.
‘당장은 어쩔 수 없어.’
아마 이사칼은 미리 폭탄을 분해해서 태엽의 구조를 파악하고 있었을 것이다.
‘기폭 시점을 완벽하게 알지 못하면 피해의 규모만 예측할 수 있을 뿐이야. 절대로 이기지 못해.’
마치 1부터 3까지의 숫자 중 하나를 더해 특정 숫자에 도달하는 게임처럼, 폭탄이 터지는 시점을 알게 되면 마지막 순간에는 눈치 싸움이다.
10초 동안 폭탄을 이동시킬 수 없다는 룰이 확률을 줄여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에이미 팀이 할 수 있는 건 타이머가 늘어나기 전에 자폭하는 것.
“247초에서…… 273초 사이.”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이사칼은 마지막까지 카운트를 올릴 것이다.
폭탄의 위력을 예상했을 때, 약한 뼈가 끊어지거나 근육이 파열되는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시간은 계속 흐른다.
239초. 240초. 241초…….
이사칼이 폭탄을 쥐었다. 그리고 남은 두 사람을 돌아보며 미소를 지었다.
“자, 어느 쪽이 당하게 될까?”
에이미는 이사칼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홍안이 무섭게 타오르고 있었다.
‘수비는 성음이 한다. 하지만 10초 룰이 끝나면 나에게 넘길 수도 있어.’
최소 240초대의 위력을 가진 폭탄을 누가 끌어안아야 하는 것일까?
‘2명 다 치명상을 입을 필요는 없어. 차라리 내가 팔 하나를 더 버릴까?’
생각이 많아지는 그때 이사칼이 폭탄을 넘겼다.
“이동.”
성음은 247초를 지나는 폭탄을 확인한 다음 에이미를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맡으마.”
에이미의 눈이 커졌다.
“잠, 잠깐!”
성음은 폭탄을 쥐었다. 그리고 10초 룰이 끝난 즉시 몸을 뒤틀며 말했다.
“기폭.”
펑!
폭발의 위력에 성음이 날아갔다.
붉은 벽에 부딪힌 그녀는 오른팔이 사라져 있었다.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바닥을 살핀 성음은 옷깃을 찢은 다음 손과 입으로 어깨를 강하게 조였다.
이사칼이 까르르 웃었다.
“대단한 우정이네! 뭐, 랜덤으로 터졌으면 죽었을지도 모르지. 좋은 판단이야.”
“닥쳐.”
에이미가 말했다.
“죽여 버린다.”
“그래그래, 당연히 죽여야지. 그런 게임이니까. 하지만 과연 할 수 있을까?”
출혈을 잡은 성음이 절뚝이며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