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539
웃고 있는 네이드였지만, 씁쓸한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웨스트 네이드(졸업반 최종 순위 21위).
전공 : 전기 마법의 전격 계열.
특이 사항 : 연금술의 마도공학 응용. 특정 상황에서 통제 가능한 마력 동화.
‘그래도 21위까지는 올렸네.’
스크럼블 로열의 참가자 중에서 안찰을 제외한 5명이 전부 네이드의 밑으로 순위를 떨어뜨렸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덕분에 하위권에 있던 학생들의 순위도 대폭 상승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뒤죽박죽 엉켜 버렸어. 솔직히 이러면 순위는 의미가 없을지도.’
소집 장소에 도착했을 때도 사위는 어두웠으나 속속들이 도착하는 학생들이 조명 마법을 켜고 있어 위치는 쉽게 파악되었다.
“일찍 나왔네?”
에이미가 손을 들며 다가왔다.
마주 인사하려던 시로네와 친구들은 전에 볼 수 없었던 어른스러운 분위기에 한동안 말을 꺼내지 못했다.
“뭐야? 왜 그렇게 쳐다봐? 너희도 똑같잖아.”
어색하기는 에이미도 마찬가지였다.
“정복 소집이라니. 이번 마법협회장도 괴짜로군.”
케이든이 다가왔다.
금화륜이 해체된 이후 그가 그나마 말을 붙이는 사람은 에이미 정도였다.
“어라? 그런데 너……?”
케이든을 돌아본 에이미는 허리에 차고 있는 크로스소드를 발견하고 가리켰다.
“가문의 상징이니까. 항상 차고 다녀야지.”
시로네가 물었다.
“하지만 공문에는 어떤 장비도 일절 소지할 수 없다고 했잖아. 그래서 나도 큐브릭은 뺏는데?”
크로스소드를 들어 올린 케이든이 마법을 시전하자 칼날이 밝게 빛나면서 자취를 감추었다.
“연금술?”
네이드가 즉각 알아차렸다.
“작년에는 귀찮아서 쓰지 않았지만, 나도 이제는 학교를 나가야 할 이유가 생겼거든.”
케이든이 다시 금속을 연성하여 크로스소드를 만들어 내자 에이미가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잘하네. 언제부터 배운 거야?”
“오늘 새벽에. 물론 쉽게 되더군.”
“짜증 나. 죽여 버릴까?”
생각을 그대로 입 밖으로 내뱉는 에이미였으나, 케이든은 그저 피식 웃고 말 뿐이었다.
크로스 케이든(졸업반 최종 순위 26위).
전공 : 마검사.
특이 사항 : 적십자성의 율법. 희생을 통해 모든 분야의 잠재력을 100퍼센트 발휘.
“안녕하십니까, 선배님!”
마크의 목소리가 새벽의 적막을 우렁차게 깨웠다.
“그래. 기분은 어때?”
“최고예요. 긴장감은 전혀 없습니다.”
건널 수 없는 다리에서 느꼈던 마크의 호전성은 인정하는 바였고, 그렇기에 졸업 시험에 도전장을 내밀었을 터였다.
“그래, 열심히 하자. 그리고 졸업반이니까 선배라는 호칭은 빼도 돼.”
“알고 있어요. 오늘까지입니다. 졸업 시험에서는 선배님을 이길 테니까요.”
슬라이더 마크(졸업반 최종 순위 29위).
전공 : 대지 마법의 타격 계열.
특이 사항 : 사드의 수제자. 승부사. 금기 없는 호전성.
‘하긴, 아무 계획도 없이 결정했을 리가 없지.’
잃을 것이 없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무기였다.
또한 마크에게는 졸업반에서 유일하게 회복 마법을 전공으로 하는 마리아가 있었다.
“마리아, 너도 힘내.”
“고마워. 사실 자신은 없지만…….”
유순한 성격은 여전했으나 건널 수 없는 다리의 기관 장치를 작동시키고 두려움에 떨던 예전의 모습과는 달랐다.
“나도 그동안 성장했으니까.”
에를랑 마리아(졸업반 최종 순위 30위).
전공 : 회복 마법의 고속 활성화 계열.
특이 사항 : 사드의 수제자. 고급반 최장기간 학생, 각 계열의 고등 마법 활용 가능.
“단테 온다.”
누군가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돌렸다.
지칭은 단테로 했지만 왕립 마법학교에서 함께 전학 온 사비나와 클로저를 포함하는 말이었다.
소집 장소를 확인한 클로저가 고개를 돌렸다.
“……어땠어, 알페아스 마법학교?”
단테는 새벽의 하늘을 바라보며 1년 반의 여정을 회상했다.
“처음에는 우습게 봤지.”
그러다가 이천번 대결에서 시로네에게 패하고 만회의 날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예상보다 경쟁이 치열했으니까.”
다른 명문 학교에 비해 평균 3.8배나 높은 능력치였다.
“그래도 뭐…… 딱히 별다를 건 없었던 것 같아. 지루하긴 마찬가지였어.”
에어하인 단테(졸업반 최종 순위 2위).
전공 : 광자 마법의 정보 계열.
특이 사항 : 올리비아의 수제자. 천재적인 정보 엔트로피 분석력(개미 집단에 속한 각 개체의 정보 엔트로피 계산 가능). 통합 정보처리 시스템 파스칼 운용.
단테가 도착하자 보일이 눈을 흘겼다.
“웬일이야? 그렇게 패션에 민감한 네가 규정을 칼같이 지키고. 천하의 단테도 협회에 가는 건 무섭나 보지?”
단테는 보일의 차림새를 위아래로 훑었다.
포마드를 발라 단정하게 빗은 머리에, 통통한 몸에 딱 맞는 슈트를 입고 있었다.
“원래 이런 의상은 꾸미지 않는 게 패션이야. 얼굴의 진검 승부라고 할까?”
진검 승부에서 패한 보일의 얼굴이 빨개졌다.
“흥, 시험이 끝나고도 자신만만할 수 있을지 두고 보지. 여태까지 보여 준 소환수가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크리스 보일(졸업반 최종 순위 17위).
전공 : 소환 마법의 야수 계열.
특이 사항 : 야수 종에 대한 특별한 친화력. 총 18종의 소환수 보유.
‘물론 그러겠지.’
시로네가 오기 전까지 고급반에서 1등을 유지한 수재인 만큼 비장의 소환수 정도는 감추고 있을 터였다.
한편 마크는 클로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감히 나에게 엿을 먹여?’
단테 일행이 막 전학을 왔을 때 클로저의 비겁한 수에 당해 얻어맞은 것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눈이 뜨였다.
‘그것도 마리아 앞에서.’
클로저가 시선을 눈치채고 이빨을 드러냈다.
“여어, 기분이 어때? 드디어 고대하던 졸업반이 됐는데? 물론 삼일천하지만.”
“어쨌거나 같은 선상이야.”
“크크, 대지 계열이라도 너랑 나는 수준이 달라.”
“비밀 하나 알려 줄까? 내가 대지 계열을 선택한 이유는 너 패 주려고 그런 거야.”
클로저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럼 나는 예언 하나 하지. 졸업 시험에서 최악의 탈락자는 네가 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테니까.”
보니파르 클로저(졸업반 최종 순위 15위).
전공 : 대지 마법의 토력 계열.
특이 사항 :올리비아의 수제자. 연금술의 일종인 토사 연성 가능.
‘어휴, 마초 냄새.’
두 주먹대장들의 기 싸움과 상관없이 사비나는 소집 장소에 오자마자 네이드에게 다가갔다.
“안녕?”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 같지만 그녀만은 네이드의 분위기가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빅터 사비나(졸업반 최종 순위 14위).
전공 : 에어 마법의 블로 계열.
특이 사항 : 올리비아의 수제자. 프레스 계열을 이용한 공기역학 조절 가능.
5대 명문 (3)
“그래, 안녕.”
네이드가 마주 인사했다.
전과 달리 피하는 느낌은 없었으나 오히려 그것이 사비나를 밀어내는 듯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성격답게 솔직하게 물어보았으나 네이드는 그저 씁쓸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사비나의 감정을 알고 있기에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해서 받은 상처는 분명 졸업 시험에서 독이 될 터였다.
“네가 졸업했으면 좋겠어.”
네이드는 진심이었다.
자신의 진짜 모습을 그대로 받아 준 몇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네이드의 배려를 깨달은 사비나가 시무룩하게 몸을 돌리자 지켜보고 있던 판도라가 말을 찔렀다.
“팔자 좋네. 이 상황에서도 남자 신경 쓸 여유도 있고.”
졸업반 후반기가 시작되기 전에 향수 제조 회사인 알로네스의 본사를 찾아가 향기 마법사 마엘의 비술을 배운 그녀였다.
곤충 마법의 피쇼와 마찬가지로 평가에 유리한 계열은 아니지만 일단 졸업하면 전문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에 출세는 보장된 셈이었다.
“순위에서 위에 있다고 우쭐대지 마. 사회에서 에어 마법사는 발에 차일 정도로 많으니까.”
아젤리오 판도라(졸업반 최종 순위 19위).
전공 : 향기 마법 알로네스 계열.
특이 사항 : 마엘의 수제자.
스크럼블 로열의 수혜로 클래스 투에 안착했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큰 도움이었다.
사비나는 고급반 시절 판도라를 괴롭혔던 일을 떠올리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뭐, 뭐야?”
판도라가 질색하는 것과 다르게 사비나는 조심히 손을 내밀어 비뚤어진 옷깃을 바로잡아 주었다.
“그래, 너도 열심히 해. 사회에 나가면 같이 쇼핑하자.”
알페아스 마법학교에 처음 전학 왔을 때만 해도 지방 출신 학생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게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졸업반의 치열한 과정을 1년 동안 거치면서 왕립 마법학교에서의 삶은 지워진 지 오래였다.
‘이제 내 모교는 여기니까.’
멀어지는 사비나를 바라보던 판도라가 작게 말했다.
“너도 꼭 합격해라. 열심히 했잖아.”
졸업반의 어느 누구도 게으르지 않았다.
‘후후, 나쁜 애는 아니야.’
사비나가 눈웃음을 지으며 멀어지고, 새벽 5시를 알리는 종이 울렸다.
부장 교사 콜리가 거대한 집마차 세 대를 인솔하며 소집 장소에 도착했다.
“마차를 타고 마법협회 크레아스 지부로 간다. 마차 안에서도 몸가짐에 주의하고, 시간이 없으니 빨리 타도록.”
30명의 학생들이 10명씩 나뉘어 마차에 탑승했다.
시로네와 이루키, 네이드는 첫 번째 마차에 올랐고 맞은편 끝에는 도로시가 타고 있었다.
“윽.”
잠시 이루키의 눈치를 살핀 시로네와 네이드는 슬그머니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하필이면 도로시가…….’
자세한 얘기는 듣지 못했지만 이루키와 도로시는 사귀었던 게 분명하고, 정확히 13분 만에 헤어졌다.
딱히 강렬하게 당기는 게 없다는 게 이유였는데, 지독히 현실적인 이루키와 현실 이상의 것을 바라는 4차원 도로시는 몇 마디의 대화만으로 올바른 타협을 이끌어 냈다.
“괜찮아?”
놀랍게도 이루키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응.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좀 괜찮아졌어.”
“상처를 줬다면 미안해.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건 졸업 시험이잖아.”
“그래. 이겨 낼 수 있을 거야. 너도 너무 상처 받지 말고 시험에 집중해.”
네이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너희들 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
13분짜리 연애와 이별이 그에게는 황당할 따름이었으나 당사자들은 진심인 듯, 서로 다른 곳을 돌아보았다.
이루키도 그렇지만 도로시도 보통은 아니었다.
테일러 도로시(졸업반 최종 순위 13위).
전공 : 조너의 조작 계열.
특이 사항 : 정신 공유 시스템 미메시스 활용. 독특한 조작 패턴 입력 방식으로 전능 극대화.
첫 번째 마차의 기류가 어색하다면 세 번째 마차의 기류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듯 살의로 가득했다.
끄트머리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페르미와, 맞은편 끝에 앉은 일렉트릭 몬스터 라이컨의 신경전 때문이었다.
이스타스 상층부에서 배신을 당한 후 욜가가 지키고자 했던 아이를 살해한 라이컨은 상층부가 사라지기 전까지 페르미의 추격을 받았다.
당시 페르미의 부상이 심각해서 큰 접전은 벌어지지 않았으나, 사실 맞부딪쳤다고 해도 죽는 건 페르미였을 것이다.
“야, 페르미.”
페르미가 고개를 돌렸다.
“내가 왜 그때 너를 죽이지 않았는지 아냐?”
페르미는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졸업 시험에서 죽이면 되니까. 알고 있지? 졸업 시험에서 발생한 사망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질 필요가 없다는 거.”
거기에 대한 서명을 하기 위해 마법협회에 가는 길이었다.
“한마디로 너는 이미 죽은 몸이라는 거야. 그러니 책은 덮고 기도라도 하는 게 어때? 얼마 남지도 않은 삶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