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02
대중교통 마법 코스믹 레일.
레일을 까는 속도에 비례하여 이동력이 증가하며, 탑승자에게 현실의 관성과 똑같은 환경을 제공한다.
이는 승객들이 전투에 전념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것으로 환경 제어, 정신 제어, 물리 제어가 동시에 가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역시 마법협회 비서실장.’
레일을 따라 움직이는 알고리즘, 17명을 통째로 운반하는 에어 계열의 물리력, 거기에 정신 제어를 통해 승객의 자율성까지 보장하는 최고의 고객 만족 서비스였다.
“느려! 더 빨리!”
다수를 태운 상황에서 순간 이동보다 더 높은 효율을 내고 있음에도 루피스트는 진상처럼 성질을 부렸다.
‘16명은 조금 힘든데.’
제인이 펑 하고 천장을 날려 버리자 레일이 깔리는 속도가 급격히 올라갔다.
그러는 와중에도 생화에서 쏘아지는 에너지빔은 우산을 펼친 형태로 지상을 긁으며 다가오고 있었다.
사상 최대의 속도로 레일이 깔리고, 밀려드는 강풍에 숨조차 쉬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직사의 궤적보다 높은 건물의 꼭대기가 빔에 폭파되면서 바윗덩어리가 쏟아졌다.
제인이 레일을 휘어지듯 전개하자 여객실의 동선이 급격히 방향을 틀었다.
“우아아아아!”
“꽉 잡아요!”
롤러코스터 알고리즘이 발동하면서 레일이 수직에 가깝게 일어서자 대원들이 벽을 붙잡았다.
에너지빔이 아슬아슬하게 그들을 지나쳐 갔다.
“허억! 허억!”
힘이 빠져 주저앉은 바이콘이 벽에 팔을 걸고 말했다.
“더럽게 살벌한 이동 마법이군.”
“일단 이대로 최대한 생화에 접근한다.”
“무슨 소리야? 이거면 금방 도착하겠는데.”
전쟁마차의 마스터 요르딕이 벽을 짚고 일어서는 그때, 건물의 옥상에서 고블린들이 행글라이더를 타고 뛰어내렸다.
“죽인 놈이 먹는다!”
라둠의 중류 계급에 속하는 고블린은 키가 작고 인육을 즐기며 특유의 민첩함에 잔인함까지 갖춘 종족이었다.
제인이 경고를 보냈다.
“어지러울 겁니다. 주의하세요.”
루피스트가 대원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어이, 용병들. 슬슬 돈값은 해야지?”
조슈아가 눈의 기술을 번뜩이며 활을 겨누고, 위그 또한 쌍검을 빼 들고 맞설 채비를 했다.
“갑니다!”
코스믹 레일의 동선이 급류처럼 휘어지는 것과 동시에 고블린 부대에서 화살이 빗발쳤다.
“같잖은 것들이!”
순간 이동으로 여객실을 벗어난 마법사들이 각자의 장기로 응수했다.
고블린들이 하나둘씩 픽픽 추락하는 그때, 제인의 눈이 부릅떠졌다.
“위험해요!”
마천루의 위쪽으로 전기적 그물이 펼쳐져 진로를 차단하고 있었다.
“생화의 전력이 복구되었어요. 지상으로 내려갈까요?”
“안 돼. 할 수 있는 데까지 접근해.”
위험천만한 방공 시설들이 하나둘씩 제 기능을 되찾으면서 코스믹 레일이 위태로운 전진을 이어 나갔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은폐 시설 구역의 절반 이상을 주파하는 시점에서 생화의 꽃잎에 다시 광자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밤이 되자 제인이 소리쳤다.
“착지하죠! 이번에는 빗맞히지 않을 겁니다!”
“계속 가!”
3초, 아니 1초라도 가까이 다가가야 시간 내에 생화를 탈환할 수 있었다.
줄기에 박힌 포대에서 거대한 빛의 구체가 폭발하는 그 순간, 루피스트가 소리쳤다.
“뛰어내려!”
“이런 미친……!”
중력에 몸을 맡긴 채 추락하는 대원들의 하늘 위로 굉음을 내며 거대한 섬광이 지나갔다.
라둠의 비밀 (2)
추락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초.
마법사들은 플라이 마법을 시전할 수 있으나 검사들은 빠르게 판단을 내려야 했다.
“으아아아! 살려 줘!”
바이콘이 이성을 잃고 허우적거렸다.
중장갑 무장 상태에서 민첩하게 싸울 수 있는 스키마 유저라도, 고공에서 추락하는 건 별개의 문제였다.
시로네가 광익을 펼치자 루피스트가 소리쳤다.
“안 돼! 생화 쪽으로 전진해!”
그의 말을 무시하고 바이콘을 향해 쇄도했으나 전기 그물망이 덮치는 속도가 더 빨랐다.
“이런……!”
그때 근처에 있던 제인이 순간 이동을 시전하여 바이콘을 매처럼 낚아채 지상으로 내려갔다.
‘쳇, 물러 터져서는.’
다른 대원들도 그녀를 쫓아 내려가자 루피스트도 할 수 없이 방향을 틀어 지상에 도착했다.
막상 내려오자 높게 세워진 건물이 사방을 가로막고 있어 절로 답답함이 밀려들었다.
바이콘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시로네가 지시를 내렸다.
“인원 파악부터.”
“17명. 낙오자는 없습니다.”
제인이 생화를 돌아보며 말했다.
“광자를 다시 수집하고 있어요. 지상에서 당하는 것은 차원이 다를 거예요.”
루피스트의 눈이 무섭게 부릅떠졌다.
“그래서 전진해야 한다고 했잖아? 협회장의 지시를 어겨?”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는 제인의 모습에, 시로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따졌다.
“한배를 탔으니 함께 싸우는 게 당연한 거 아니에요?”
물론 옳은 말이었지만, 루피스트의 입장에서는 시민 단체에서 떠들어 대는 소리와 다르지 않았다.
“똑똑히 들어라, 애송아. 너에게는 용병대가 전부겠지만 나에게는 수도의 모든 시민, 더 나아가서는 왕국의 모든 사람들의 형평성을 맞출 의무가 있어. 최대한 똑같은 확률로 재수 없이 사망할 형평성 말이야. 너 하나의 의견을 고수하기 위해 다른 시민이 더 높은 확률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을 왕국은 용납하지 않는다.”
바이콘이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게 됐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다시는 이런 일 없을 겁니다.”
루피스트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이미 꺾인 마음을 다시 세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고, 그게 되는 인간이라면 애초부터 흔들리지도 않았을 터였다.
“제인, 이번 일이 끝나면 징계를 각오해라. 아직은 쓸모가 있어서 살려 두는 거야.”
차가운 말보다도, 협회장을 실망시켰다는 사실에 제인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부속품…….’
루피스트에게 왕국의 모든 인간은 시스템을 돌리기 위한 부속품에 지나지 않는다.
“미안합니다. 나 때문에…….”
바이콘이 얼굴을 붉히며 사과하자 제인이 고개를 저으며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나저나 이제 어떡할 거야?”
요르딕의 물음에 시로네가 건물 너머로 우뚝 솟아 있는 철의 탑을 올려다보았다.
“저들이 라둠을 파괴하면서까지 우리를 공격할 확률은 얼마나 되죠?”
“100퍼센트. 놈들도 이 전투가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있어. 전력을 다해 우리를 막을 거다.”
“차라리 먼저 치는 건 어때요?”
천사의 징벌로 가격하면 생화의 포대 정도는 파괴시킬 수 있을 터였다.
“누구 마음대로? 저건 엄연히 왕국 재산이다. 생화의 씨앗을 탈환하기 전까지는 시스템을 보존시켜야 돼.”
신의 주파수를 통해 라의 생각을 도청한 메이레이가 큰길을 가리키며 말했다.
“적들이 오고 있어요.”
라의 목소리는 어디까지나 과거형.
그렇기에 적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고, 수많은 아인종들이 은폐 장치의 장막 너머에서 아른거렸다.
“위치가 발각됐습니다. 요격이 시작될 거예요.”
“귀찮게 하는군.”
루피스트가 시로네를 돌아보며 말했다.
“최대한 빠르게 생화에 접근한다. 할 수 있겠나?”
협회장의 진의를 파악한 시로네가 숨을 크게 들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할 수 있어요.”
“최대 속도로 전진한다. 쿠안은 VIP 경호에 신경 쓰고, 나머지는 측면과 후미를 경계해.”
쿠안이 아리아의 곁에 바짝 붙는 가운데, 은폐 시설 안쪽에서 가더족의 기괴한 저음이 들렸다.
“전원 공격!”
적들이 하나둘씩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검은혁명단, 광종, 스피드킬러 등 스펙트럼의 하부 조직에 속한 멤버들이었다.
“인간을 죽여라! 혁명 대업을 완수해라!”
점차 숫자가 불어나면서 완전히 거리를 채우자 루피스트가 미간을 찡그리며 스피릿 존을 개방했다.
‘철갑파!’
강철 마법이 시전되면서 10미터 높이로 솟구친 철벽의 파도가 전방으로 밀려 나갔다.
“뭐, 뭐야?”
바람에 견줄 정도로 빠르게 확장되는 속도에 대원들이 넋이 나간 그때, 루피스트가 몸을 날렸다.
“따라와. 낙오자는 버린다.”
수백 명의 아인종들이 철벽에 밀리며 비명을 지르자 시로네가 광천사의 화신을 하늘 높이 띄웠다.
‘천사의 징벌!’
쿵 하고 철벽 너머로 빛의 창이 내리꽂히자 일대가 초토화되면서 아인종들의 몸이 하늘로 튀었다.
콰콰쾅! 콰콰쾅!
아군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시로네가 천사의 징벌을 연거푸 시전했다.
철벽 밖에서 들리는 아수라장의 비명 소리를 들은 대원들이 소름을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괴물 같은 놈들.’
누가 인간이 아닌지 모를 지경이었다.
“막아! 막으란 말이야!”
“미친 고블린아, 저걸 어떻게 막아!”
최강의 창과 최강의 방패가 충돌하는 것을 모순이라 부른다면, 그 두 가지가 합쳐졌을 때의 상황은 재앙이었다.
‘저게 상아탑 후보인가?’
협회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공인 제1급 대마법사와 동등하게 달리는 시로네의 무위는 섬뜩할 지경이었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다.’
생화까지 남은 거리가 1킬로미터 안으로 줄어들자 쿠안의 긴장감이 치솟았다.
‘드디어 보는 건가, 상류 계급을?’
쿠안이 알기로 은폐 시설 구역에 거주하는 아인종은 전부 중류 계급 이하들이다.
물론 그들 또한 강력한 전력임에는 틀림없지만, 생화의 첨탑에서 기다리고 있는 상류는 지금 철벽에 갈려 나가는 아인종들과는 수준이 달랐다.
‘순혈의 뱀파이어가 있다는 소문도 있던데…….’
칼이 우는 소리를 들으며 전진하는 그때, 라 에너미의 목소리를 도청하던 메이레이가 소리쳤다.
“요격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말이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돌진을 멈춘 루피스트가 중심을 낮추고 두 팔을 맞붙였다.
‘금옥!’
엄청난 두께의 철벽이 연성되면서 반구의 형태로 용병대 전원을 뒤덮었다.
메이레이가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
‘1초. 2초. 3초.’
4초가 되는 시점에서 생화에서 발사한 에너지빔이 금옥을 직격으로 강타했다.
“으아아아아!”
내부에 팽배한 소음만으로 지옥이었다.
비명 소리조차 굉음에 파묻힐 정도로 어지러운 상황이었지만 메이레이는 또렷한 시선으로 고개를 쳐들었다.
‘4초 후에 쏘아졌다. 틀림없어.’
라 에너미의 사건은 현재 생화에 머물고 있다.
“제길! 어떻게 좀 해 봐!”
생화의 에너지빔이 금옥을 달구자 내부의 온도가 급격히 치솟았다.
찜통에 들어간 닭고기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이러다 익어 버리겠어!”
요르딕이 아이스 글로브에서 냉기를 뿜어냈다.
순간적으로 시원한 느낌이 들기는 했으나 결국 10분의 1도도 낮추지 못하고 수증기로 증발할 뿐이었다.
‘금옥을 깨면 어차피 죽는다. 그렇다면 차라리 한계치까지 열을 모아서…….’
침착하게 시간을 계산한 루피스트가 더 이상 고온을 견딜 수 없는 시점에 금옥에 균열을 일으켰다.
“생화로 집결해라!”
압축되어 있던 열기가 폭발하면서 철의 파편과 함께 대원들이 사방으로 퍼졌다.
“으아아아아!”
폭발에 버틸 수 있는 자와 버틸 수 없는 자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렸다.
대부분 통제권을 잃고 날아간 반면에, 쿠안은 아리아의 허리를 끌어안고 반경 밖으로 빠르게 몸을 날렸다.
금옥을 파괴한 에너지빔이 밀려드는 찰나의 순간 시로네가 준비시킨 마법을 시전했다.
‘아타락시아!’
발생은 순식간이었고, 포톤 캐논이 마법진을 통과하자 거대한 섬광이 토해졌다.
빛의 질량파가 에너지빔을 일순 밀어냈으나 아타락시아의 증폭력으로도 감당이 안 되는 크기였다.
‘진짜 엄청나잖아!’
그럼에도 시로네가 벌어 준 찰나의 시간은 모두에게 반경 밖으로 벗어날 기회를 제공했다.
오직 리안만이 자리에 남아 있었고, 강풍을 가르고 뛰어와 시로네와 아타락시아 사이를 가로막았다.
“우아아아아!”
대직도를 땅에 내리찍는 것과 동시에 에너지빔이 그들을 덮쳤다.
‘버틴다! 버틴다!’
리안의 신적초월은 평소에도 강력하지만, 시로네를 지키는 순간의 화신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크으으으으!”
생물이 버틸 수 있는 에너지가 아니었기에 손잡이를 통해 전달되는 진동만으로 손가락뼈가 으스러지고.
‘지킨다! 신념의 왕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