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69
이런 전능에서 응용되는 암흑 마법은 계열 자체가 오버 파워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비주류로 치부되는 이유는, 하나의 단점이 모든 장점을 덮어 버리기 때문이다.
‘빛에 약하다.’
태양이 떠 있는 상태에서 어둠은 한 뼘의 그림자로밖에 존재할 수 없는 것.
또한 빛이 강할수록 암흑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 더 많은 정신력이 소모된다.
물론 밤이 되면 암흑 마법사의 역량은 극대화되지만, 그것조차 케르고스라는 천재가 개발한 광자화 이론이 대중화되면서 힘을 잃어 가는 추세였다.
한때는 수많은 어둠의 귀인들이 암흑 마법을 익혔으나 현재는 대륙의 마법학교를 통틀어서도 전공하는 학생이 거의 없다시피 했으니, 암흑 계열이 마법사회에서 얼마나 천대받는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승님은 다르다.’
아케인은 암흑 마법의 단점을 극복했다. 그리고 그가 깨달은 최강의 정수는 온전히 카니스에게 전해졌다.
‘그래, 스승님을 믿어야 해.’
아케인이 어떤 생각을 품고 있든, 카니스는 언제까지고 뒤를 따를 생각이었다.
교도소 입구가 쾅 하고 뜯겨 나갔다.
복도를 따라 달려오는 경비들을 차례대로 처리한 아케인은 A-3동의 철문을 열었다.
이미 사건이 터졌음을 직감한 죄수들이 밥통으로 철창을 두드려 대고 있었다.
“어이! 누군지는 몰라도 꺼내 달라고!”
“이 빌어먹을 철문 좀 열어 봐! 사례는 충분히 하지! 아니면 누구 하나 대신 죽여 줄게!”
아케인이 두 손을 내밀었다.
어두운 수감실은 암흑 마법이 활약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장소였다.
“어둠의 권능.”
횃불 바깥의 그림자들이 모조리 기어 나와 손의 형태로 허공에 떠올랐다.
이어서 수백 개의 손이 철창을 쥐고 잡아당기자 쇠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끽! 끽!
“뭐, 뭐야?”
겁을 먹은 죄수들이 벽으로 물러나는 순간 복도를 따라 철창이 순서대로 뜯겨 나갔다.
“…….”
복도가 정적에 휩싸였다.
빛 계열에 광자화 이론이 있다면 암흑 계열에는 어둠의 권능이 있다.
외부 에너지를 흡수하여 물리력으로 변환하는 마법으로, 이것으로 그림자의 형태를 바꿀 수 있고 빛에서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다.
단위면적당 발휘되는 힘은 어린아이보다 못하지만 지금처럼 어둠의 면적이 넓을 경우 힘은 기하급수로 늘어나고, 공학적인 원리를 이용하면 철창조차 쉽게 뽑아 버리는 괴력을 낼 수 있었다.
철문이 뜯기고 한참이 지나자 죄수들이 어기적어기적 모습을 드러냈다. 한쪽 발에 쇠구슬이 걸려 있었다.
“뭐야, 당신 마법사야? 거참 신통하구먼.”
“아무튼 고맙수다. 통성명이나 합시다. 나는 밤고양이 크라켄이오. 이 바닥에서는 이름만 들으면 알아주지.”
죄수들의 기질을 느낀 아케인은 한심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40년 전만 해도 인페르노는 이렇지 않았다. 온갖 흉악범으로 가득했던 곳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몰락했을까?
‘세월 참 무상하군. 그만큼 살기가 좋아졌다는 뜻인가?’
아케인의 지론에 의하면 문명이 발전할수록 범죄자의 질은 떨어진다.
잔머리나 굴릴 줄 아는 사기꾼이 대부분이고, 진짜배기 나쁜 놈들은 다 사회로 침투하기 때문이다.
“한심한 것들. 범죄자가 자기소개를 해? 철창이 없다고 네까짓 것들이 여길 나갈 수 있을 것 같으냐?”
“뭐야? 이 영감탱이가 노망이 들었나? 기껏 좋게 넘어가 주려고 했더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죄수들은 수적인 우위를 믿고 뻗댔다.
실상 같은 편이라는 보장이 없는데도 이러는 것을 보면 기질은 물론 머리까지 모자란 게 분명했다.
“잘 들어라, 멍청한 것들아. 나를 쓰러뜨릴 자신이 없다면 그냥 감옥에 처박혀 있는 게 좋을 게야. 내 명을 어길 시에는 뼈가 부러질 것이다.”
죄수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푸하하하! 이 노인네 지금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물러설 것 같아?”
“다 같이 치면 마법사도 별거 아니야! 나가자고, 이 지긋지긋한 감옥에서!”
자유를 되찾은 흥분까지 더해진 죄수들이 앞뒤 가리지 않고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여전히 발목에 족쇄가 채워져 있다는 사실을.
잠시 이성이 마비되었던 것일까? 몇 년을 차고 있었기에 의식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어? 어? 이런 젠장!”
죄수들이 당황하자 그들의 꼬락서니를 지켜보던 아케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자고로 악의 이름을 걸었다면 실력이 있어야 하고, 실력이 없다면 머리라도 좋아야 한다.
하지만 이들은 그저 감옥에서 밥이나 축내는 기생충들이었다.
“어둠의 권능.”
아케인의 그림자가 물처럼 밀고 들어가 복도의 어둠을 완전히 장식했다.
“으, 으아아! 이게 뭐야?”
철창을 뜯었던 손들이 이번에는 죄수들을 칭칭 감아 어둠으로 끌고 들어갔다.
마치 거대한 젤에 파묻히듯 그들의 눈, 코, 입이 검은 장막 속으로 사라지고.
“안, 안 돼! 살려 줘…… 컥!”
뼈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으으으읍! 으읍!”
“끄으으으으!”
입이 틀어막힌 죄수들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는 가운데 아린은 몸서리를 쳤다.
죄수는 볼 수 없어도 어둠의 장막에 새겨진 고통의 형태가 눈에 선명했다.
“카니스, 스승님의 복수를 하는데 꼭 이런 짓까지 해야 하는 거야?”
“아린, 스승님을 부정하는 건 우리를 부정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라둠에서 당했던 일들을 잊었어? 이것보다 더 끔찍한 일도 많았어. 게다가 여기 있는 죄수들은 라둠에서 우리를 괴롭힌 것들과 똑같은 놈들이야.”
“하지만 약속했잖아. 라둠에서의 삶은 전부 잊자고. 이제부터 행복해지자고.”
“아직 끝난 건 없어. 스승님의 원한이 풀리기 전까지는 우리도 행복할 수 없으니까.”
어둠이 사라졌다.
“으으으…….”
아케인은 골절상을 입은 죄수들이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모습을 내려다보았다.
“허약한 것들. 괜한 발걸음이었나? 아니면 다른 방으로 들어가면 좀 나아지려나?”
인페르노의 수감자는 320명.
어쩌면 유독 이쪽 통로에만 저급한 놈들이 모여 있는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철크렁. 철크렁.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복도 끝에 있는 감옥에서 쇠사슬 소리가 들렸다.
늑대를 닮은 남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아케인이 흥미롭게 눈을 빛냈다.
“호오?”
철창 하나 열렸다고 앞뒤 가리지 않고 뛰쳐나온 놈들하고는 생각 자체가 달랐다.
게다가 족쇄에 더해 수갑까지 채워져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다.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었구먼. 기척은 숨긴 건가? 스키마 수준이 제법이군.”
늑대를 닮은 남자는 주위에 널브러진 죄수들의 몰골을 살펴보고는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허허, 기가 막혀서. 당신 여기가 어딘지 알아? 서쪽 감옥 인페르노라고. 왕국 지정 교도소지. 설마 왕국에 반역이라도 할 생각인가?”
“반역이라. 즐거운 일이지. 동참할 텐가?”
남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나가게 해 준다면 못 할 것도 없지.”
“보지는 못했어도 귀는 열려 있었을 텐데? 날 쓰러뜨리지 못하면 자유는 없어.”
“하아, 빡빡하기는.”
남자는 수갑으로 얽힌 팔을 들어 머리를 긁적였다.
팔뚝 사이로 비치는 그의 눈동자가 예리하게 빛나더니 발에 걸린 철구의 무게조차 무시하는 힘으로 몸을 날렸다.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그가 오른발을 휘둘러 사슬에 걸린 철구를 아케인의 얼굴에 처박았다.
펑!
“스승님!”
카니스가 놀란 반면, 공격을 한 남자의 눈에는 충격과 짜증이 어려 있었다.
사람의 얼굴을 쇠로 쳤는데 이런 소리가 나다니.
보지 않고도 결과를 직감한 그가 착지와 동시에 물러서더니 바닥에 침을 뱉었다.
“쳇, 짜증 나는 마법이네.”
대마법사의 귀환(3)
아케인은 미동조차 없었다. 쇠구슬이 강타한 얼굴 반쪽이 시커먼 그림자로 덮여 있을 뿐.
암흑 마법의 흡수력으로 충격을 빨아들이는 다크 스킨 마법이었다.
“그럭저럭 쓸 만하군. 너는 합격이다.”
어둠의 권능이 손의 형태로 바닥에서 일어서더니 남자의 족쇄와 수갑을 붙잡았다.
“움직이지 마라. 팔다리가 날아갈 수도 있으니까.”
철을 잡은 그림자가 칼날처럼 일어서더니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쇠사슬이 끊어졌고, 그런데도 남자의 피부에는 조금도 닿지 않았다.
어떤 계열보다 섬세해야 하는 암흑 마법사의 진수였다.
“자유를 얻어서 좋겠군. 나를 따라오너라. 네가 해야 할 일이 있다.”
“이거 왜 이러셔? 합류하겠다는 말은 안 했는데?”
아케인의 강함이야 몸으로 겪었지만, 소처럼 끌려다녀야 한다면 탈옥의 의미가 없지 않은가?
“너를 움직이는 건 돈이겠지. 나를 도와주면 큰돈을 만질 수 있을 것이다.”
마법사가 부자라는 건 상식 중의 상식.
게다가 그도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하는 인간이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크크, 어중간한 금액이면 중간에 관둘 거야.”
난공불락의 요새라고 불리던 인페르노에 1명의 탈옥자가 발생했다.
***
시로네 일행은 귀족 도서관에서 2일 동안 살면서 모든 자료를 검토했다.
수많은 토의 끝에 포톤 캐논의 원리에 대해 윤곽을 잡을 수 있었다.
“질량은 무엇인가?”
자문한 시로네가 말을 이었다.
“질량이 없다면 사건도 일어나지 않아. 그건 나름대로 괜찮은 세상이겠지. 내 말은, 그런 세계가 이상하다거나, 꼭 이 세계에 질량이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는 거야.”
이루키가 말했다.
“하지만 태초에 질량이 생겼지.”
마치 이 세상은 어떤 새로운 사건들로 가득 차 있어야 한다는 것처럼.
“질량을 무게로 인식하는 건 인간의 기준이야. 사실 무게라는 것도 중력의 방향으로 작용하는 힘일 뿐이니까. 하지만 우주에는 방향이 없어. 그렇다면 인간이 아닌, 우주에 있어 질량은 어떤 의미일까?”
네이드가 말했다.
“흠, 글쎄. 응집성? 아무래도 분자의 밀집도에 따라서 질량이 달라지니까.”
“일리가 있지. 하지만 그건 전지에 관한 정의일 뿐, 전능까지 와닿지는 않는 것 같아.”
“그럼 네가 느끼는 질량은 뭔데?”
시로네가 조심스럽게 내뱉었다.
“존재성.”
“응?”
“왜 직관적이지 않은지 생각을 해 봤어. 인간보다 높은 차원을 상상하려니까 어려운 거야. 그러니 쉽게 상상 가능한, 우리보다 낮은 차원을 설정하자. 이를테면 영혼의 차원 말이야. 그리고 그 영혼이 어떤 힘에 의해 현실 세계에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가정하는 거야.”
“음, 그래서?”
“그 힘을 영혼의 세계에서는 질량이라고 불러. 정신적 질량이지. 그리고 어쩌면 영혼들은 질량이라는 개념을 무게로 사용하고 있을지도 몰라. 영혼의 무게가 무거울수록 현실 세계에 더 선명한 상태로 나타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네이드가 고개를 끄덕였다.
“흐음, 확실히 이해가 쉽네. 현실 공간을 비집고 들어올 때 생기는 영혼의 파동 같은 것도 있다면 어떨까? 마치 우리가 사는 세계의 중력파처럼.”
“그게 이 사고 실험의 핵심이야. 그럼 만약 어떤 영혼이 현실의 공간을 비집고 들어온다면 어떨까? 영혼의 세계에서는 무겁기 때문이라고 여기겠지만, 현실 세계에 있는 우리의 관점으로 봤을 때는…….”
이루키가 말했다.
“존재성. 우리의 관점에서 영혼을 봤을 때 영혼에게 무게라는 개념은 없지. 그저 얼마나 선명한가. 즉, 얼마나 맹렬하게 이 세계에 존재하는가.”
“바로 그거야. 다시 현실로 돌아와서, 내가 초상감을 통해 느끼는 전능은 질량이라는 게 단지 우리들이 흔히 생각하는 질량으로서의 정의가 전부가 아니라는 거야.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우주적 관점에서 존재의 비밀이 담겨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
전능이란 아주 개인적인 것이라서 타인이 100퍼센트 이해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비유를 통해 시로네가 느낀 것이 무엇인지는 감을 잡을 수 있었다.
이루키가 턱을 괴고 말했다.
“듣고 보니 그럴듯하군. 존재의 증명이라. 이를테면 창조주의 의지나 숨결 같은 거로군.”
네이드가 손가락을 튀겼다.
“신의 입자.”
“응? 뭐?”
“신의 입자 말이야. 괜찮지 않아? 시로네가 발견한 전능을 신의 입자라고 부르는 거야.”
“오호, 괜찮은데? 시로네, 네 생각은 어때?”
시로네도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마치 원래 있던 것을 발굴한 것처럼, 자신이 느끼고 있는 전능의 정의에 정확히 들어맞는 기분이었다.
“마음에 들어. 그리고 이건 중요하지.”
“당연하지. 전능은 마법사의 정신과 연결되어 있으니까. 네가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야. 그럼 이제 전능에 관련한 부분도 대충 해결이 된 거네.”
시로네가 미소를 지었다.
“너희들 덕분이야.”
하나의 숙제가 끝나자 이루키는 도서관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수많은 관련 서적을 탐독하느라 눈알이 빠져나올 지경이었다.
“좋아, 분석은 이걸로 끝내고 내일 학교로 돌아가자. 주말 끝나면 정상적으로 수업을 해야 할 테니 마음의 준비를 해 두자고. 설마 벌써 약속을 잊은 건 아니겠지?”
네이드가 맞장구를 쳤다.
“당연하지. 이번 학기에 클래스 포로 진급하는 것. 이제부터 미친 듯이 공부할 거야. 최악의 상황에는 시로네가 먼저 졸업해 버릴 수도 있으니까.”
순간 정적이 감돌았다.
사실 장난으로 꺼낸 말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이론 수업에서 미진하더라도 실기에서는 늘 1등이었고, 심지어 신의 입자까지 깨닫지 않았는가.
“시로네, 혹시 졸업해도 1년 더 다닐 생각은 없지?”
“하하! 무슨 소리야? 지금 상황에서 약속을 못 지킬 가능성이 가장 큰 건 나라고. 적어도 너희들은 클래스 파이브에서 중상위권은 하잖아.”
시로네의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성장 속도만 놓고 보자면 위기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사방식조차 모르던 학생이 불과 반년 만에 졸업을 생각하는 게 말이 되는가?
시로네는 다시 책을 집었다.
“이제 끝났으니 좀 쉬자. 나는 잠이 안 와서, 책 좀 더 보다가 자야겠어.”
“어? 그, 그럼 나도.”
네이드가 따라서 책을 집어 들자 이루키도 질세라 바닥에서 일어나 테이블 앞에 앉았다.
시로네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일 종말이 오더라도 놀고 보자던 친구들이 지금은 학구열에 불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