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12
마이스가 말했다.
“예를 들어 내가 저녁에 파스타를 먹으려면? 근처의 누군가가 파스타를 만들어야 해. 그럼 그 사람이 파스타를 만들 생각을 하려면? 아내가 시장에서 파스타 재료를 사 와야겠지. 그럼 아내가 파스타 재료를 사려면?”
아가야가 말했다.
“이런 식으로 끝도 없이 파고들다 보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최초의 인자를 찾을 수 있지. 그건 어쩌면 터무니없을 거야. 여기서 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어떤 남자가 아침에 넘어졌기 때문일 수도 있어.”
구디오가 말했다.
“물론 엑스마키나가 제공하는 건 어디까지나 시뮬레이션일 뿐이야. 하지만 만약 우리가 그 결과값을 토대로 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 남자가 아침에 넘어지도록 유도한다면?”
시로네는 침을 꿀꺽 삼켰다.
“특정 시공간 좌표에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그대로 찍어 낼 수 있다. 수많은 가능성 중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그림. 오늘 저녁에, 마이스가, 파스타를 먹고 있는, 풍경이 담긴, 그 도시 전체의 그림을 말이야.”
그렇기에 병기라 불린다.
“인간의 뇌 용량을 초과하는군요.”
구디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천사에게 천재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카리엘 정도의 창조력이 아니면 이런 걸 만들기는 불가능하지. 어쨌거나 엑스마키나가 있다면 우리의 설계는 더욱 완벽해진다.”
우오린이 끼어들었다.
“엑스마키나의 근원은 고대 가이아인과의 전투에서 만들어졌다는 설이 가장 유력해. 천국에 대항하는 그들의 행동을 통제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미네르바가 말했다.
“이것 외에 발견된 엑스마키나는 없지. 소실되었을 수도 있지만, 애초부터 대량생산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
“생산을…… 중단했다?”
시로네는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그래. 만약 후자라면, 가이아인들은 베론 문제를 풀었던 거야. 율법에서 벗어나 자신의 의지만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게 된 거지. 원래부터 가능했는지, 도달하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도달한 거예요.”
원래부터 가능했다면 카리엘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제11감, 울티마에.”
앙케 라의 저항에 맞서 엑스마키나의 율법마저 뚫어 버리고 통합적 정신 체계를 이룩한 종족.
‘가이아.’
누군지도 모르는 그들이 시로네는 그리웠다.
“그나저나…….”
생각에서 벗어난 시로네가 물었다.
“전력 차이가 아무리 심해도, 이런 고대 병기가 있는데 어째서 속수무책으로 밀린 거죠?”
사신이 말했다.
“엑스마키나라고 만능은 아니야. 우리가 구스타프에게 패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네.”
사신의 손가락이 하나씩 접혔다.
“첫 번째, 인력 부족. 엑스마키나의 기능을 들어 알겠지만, 사용자에 따라서 성능은 천차만별로 나뉘어. 원래 천사가 연산하던 물건이야. 적어도 그에 준하는 뇌 기능이 없이는 장치에 들어가는 순간 미쳐 버리지.”
확실히 그럴 것이기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두 번째, 반경의 한계. 엑스마키나의 반경은 최대 200킬로미터로 맵 병기라 불릴 정도로 넓지만, 코트리아 공화국의 4분의 1도 커버가 안 돼. 그나마 이게 있어서 수도를 지킨 거야. 그래서 이렇게 동맹 협상도 하는 거지.”
사신이 주먹을 쥐었다.
“세 번째, 총군사 발칸.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엑스마키나가 율법을 변화시킬 때마다 거의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어.”
군중기였다.
“우리가 바꾸면, 저쪽도 바꾸지. 매번 새로운 대응을 하기 때문에 과부화가 걸려서, 결국 엑스마키나의 사용자 5명 전원이 사망했어. 2군이 있지만 1군이 패한 마당에 싸울 여력은 없다고 봐야지.”
자국의 속사정을 낱낱이 밝힌다는 것은 이번 동맹에 사활을 걸었음을 뜻했다.
‘성전에도 해당되는 말이야. 발칸이 군기를 읽는다면 우리 쪽도 가장 뛰어난 5명이 필요…….’
시로네가 손을 들었다.
“잠깐, 5명이라고요?”
사신이 설명했다.
“원래는 천사 1명이 들어가는 공간이었지만 인간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량을 초월하는 장비야. 그래서 4명의 뇌를 병렬로 연결시키고, 남은 1명을 직렬로 연결해서 최종 결정을 하도록 개조했네.”
시로네가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돌아보자 아가야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병렬 쪽에 들어갈 거야. 뇌 기능의 밸런스도 그렇지만 팀워크가 중요한 자리니까.”
비록 발칸에게 패했지만, 팀으로 따졌을 때는 두말할 여지가 없는 최강의 4인방이었다.
“그럼 남은 한 사람은?”
“성전에서 좋은 파트너를 구해 주겠지. 중요한 건 우리의 의견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는 자라는 거야. 단지 연산을 잘하는 기계 같은 서번트라면 국가마다 몇 명은 있겠지만…….”
“가치판단이 들어가야 되는 문제군요.”
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환경적 요인은 기본, 인간의 감정을 방정식으로 풀 수 있어야 돼. 뇌 기능이 우리에게 뒤지지 않으면서도 승부를 걸 수 있는 도박사의 기질이 필요해. 창의력도 중요하고.”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이었다.
“성전에 맡기겠지만, 우리에게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블랙 라인의 스네이크. 지금은 세인이라는 본명으로 시온에 합류했지. 그자라면 가능할 거야.”
세인의 철륜안은 감정과 이성을 동시에 연산하지만, 우오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공문을 보내서 협조 요청을 해 보기는 할 테지만, 아마도 그를 데려오기는 어려울 거야.”
“왜지? 시온이라면 무엇보다 하비츠를 막고 싶을 텐데?”
“테라포스가 더 이상 파계를 심판하지 않는 것으로 천국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 현재 세인은 미로를 따라 천국 방어 전선에 투입되어 있어. 길게는 몇 달이 걸릴지도 모르는 이번 일에 동참하지 못할 거야.”
하비츠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였기에 카드 게임을 하는 사람들도 미련을 버렸다.
“애매하군. 대부분의 서번트는 감정이 약해.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뛰어난 계산기가 아니라 완벽한 도박사야. 하지만 그런 사람을 찾기란…….”
“있어요.”
시로네의 눈이 흥분감에 흔들렸다.
“인간의 감정을 방정식으로 나타낼 수 있고…….”
알페아스 마법학교 전교생의 감정을 예측하여 홀로그램의 동선을 설계한 바가 있다.
“뛰어난 연산 능력.”
그가 눈에서 전기를 뿜으면, 도시에서 3초 동안 발생한 모든 사건을 연산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에는 기꺼이 모험을 거는 도박사가.”
스크럼블 로열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런…… 사람이 있어?”
미네르바가 고개를 갸웃하는 반면에 우오린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흐음, 과연…… 그거 재밌겠네.”
그 말에 용기를 얻은 시로네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오린을 돌아보며 말했다.
“내가 한 사람 추천해도 될까?”
그녀는 흔쾌히 찬성했다.
“그야 영광이지. 야훼의 추천서라면 성전에서도 함부로 반대 의견을 제시할 수 없을 테니까.”
시로네가 미소를 짓는 가운데 두 사람이 서로를 가리키며 동시에 내뱉었다.
“메르코다인 이루키.”
악의 정의 (4)
***
카샨의 인장이 찍힌 편지가 레드 라인에서 가장 빠른 루트를 타고 토르미아에 도착했다.
용뢰의 수장에게 직접 전달하는 등기였고, 알비노는 편지를 읽자마자 자리를 떠났다.
“똑똑.”
입으로 하는 노크에 대답이 없자 알비노는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왔으면 쳐다는 봐라.”
책상 위에 한가득 쌓인 서류 더미의 틈새로 눈이 퀭한 이루키가 얼굴을 들었다.
“사람이면 제가 어떤 상태인지를 보세요.”
알비노가 다가왔다.
“미친놈이 미친 소리를 하는 걸 보니 아직 미치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무슨 일이에요?”
이루키가 귀찮다는 얼굴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축하한다. 이제 잡무에 시달릴 필요 없겠구나.”
알비노가 편지를 던지자 이루키는 시선을 내려 카샨의 인장을 확인했다.
“이게 뭔데요?”
“카샨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성전으로 가. 너만 괜찮다면 왕국에서도 적극 지원할 생각이다.”
이루키는 관심을 거두었다.
“됐어요. 아직 여기서도 자리를 못 잡았는데 무슨 성전이에요? 하여튼 쓸데없는 짓은…….”
대대로 용뢰의 수장을 역임했던 메르코다인 가문, 그 대를 끊기 싫은 아들의 마음이 대견했다.
“싫어했잖아, 용뢰.”
“똥 싸기 싫다고 화장실 안 가요?”
알비노는 애써 냉정을 유지하며 업무에 열중하는 아들의 모습을 눈에 담았다.
‘그래, 메르코다인도 너에게는 숙제일 뿐이지.’
이것으로 결정이 났다.
“그러지 말고 편지라도 읽어 봐. 조건도 상당히 좋고, 너도 마음에 들 거다.”
알비노가 봉투가 놓인 테이블을 두드리자 이루키가 일을 멈추고 미간을 찡그렸다.
“관심 없다고 했잖아요. 지금 바쁘니까 집에 가서…….”
“시로네가 쓴 편지야.”
봉투를 낚아챈 이루키가 편지지를 꺼냈다.
“…….”
눈동자가 움직이는 속도만큼 빠르게 편지를 읽더니 다시 첫 장으로 되돌려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했다.
“후우!”
내용을 전부 머리에 입력한 그가 크게 숨을 내쉬며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아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는 알비노가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가. 세상이 너를 원한다. 시국이 어지럽지만 토르미아는 내가 지킬 수 있어.”
이루키는 말이 없었다.
“너에게는 남들이 갖지 못한 재능이 있어. 하지만 그 재능도 온 인류가 주사위를 굴려 만들어 준 확률의 기적일 뿐이야. 너에게 왔다고 네 것이라 생각하지 마. 세상을 위해 써라.”
“……갈게요.”
결정을 내린 이루키의 눈빛은 확고했다.
“레드 라인 국제 정거장을 이용하는 게 가장 빠를 거다. 몰튼 왕국에 도착하면 카샨이 군사 채널을 열어 줄 거야.”
레드 라인 산하의 모든 국가는 타국으로 점프할 수 있는 마법진 시설을 협회에 갖추고 있다.
“바슈카는 언제 열리죠?”
“앞으로 57분 후. 이걸 놓치면 12시간을 기다려야 돼. 수속은 내가 밟을 테니 지금 마법협회로 가라.”
다만 국가 간의 점프는 외교 문제 등 고려할 것이 많기에 국제법에 의거해 마법진 개방 시간을 제한하고 있다.
‘몰튼에서는 대기할 필요가 없을 테고…….’
카샨의 접경 국가인 몰튼에서는 제국의 군사 채널을 이용해 곧바로 카샨으로 점프할 수 있었다.
“그래도 상당히 걸리겠는데요?”
각국 정거장의 딜레이를 고려하건대 나라 하나마다 대략 평균 6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가는 길에 자고 먹고 해. 국제통화로 환전하는 거 잊지 말고. 괜찮은 처자 있으면 무조건 들이대. 혹시 아냐? 다른 행성, 아니 다른 나라에서는 네 얼굴이 먹어 줄지?”
대꾸할 가치가 없었다.
“네이드 만나고 바로 떠날게요. 제가 없더라도 잘 돌봐 주세요. 결국에는 한 방 터트릴 놈이니까, 데리고 있으면 왕국에 손해는 없을 거예요.”
리즈를 데리고 토르미아로 돌아온 네이드는 용뢰의 권한으로 고대 병기를 연구하는 중이었다.
“……그러마.”
세상 밖으로 떠나는 아들의 뒷모습을 두고서는 알비노도 농담을 할 수 없었다.
서류 가방에 짐을 챙긴 이루키는 곧장 네이드가 머무는 별관으로 향했다.
“네이드, 들어간다.”
왕국의 1급 기밀, 고대 병기에 대한 정보가 적힌 서류들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 비운 술병과 반쯤 남은 커피 잔으로 어지러운 테이블에 네이드가 담배를 피우며 앉아 있었다.
“아주 잘하는 짓이다.”
네이드의 모습은 거의 폐인이었다.
“무슨 일이야? 지금 업무 시간 아닌가?”
발에 치여 굴러다니는 술병을 주운 이루키가 쓰레기통에 넣으며 물었다.
“술 마시면 좋은 영감이라도 떠올라?”
종이에 글자를 휘갈기는 네이드가 담배를 뻑뻑 빨아 대며 관자놀이를 두드렸다.
“긴장을 풀어 주지.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긴장을 풀어야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있어.”
“그럼 커피는?”
“피로에 지친 뇌를 각성시켜.”
“그럼 담배는?”
“뇌혈관을 조여서 혈류속도를 빠르게 만들지. 같은 시간 대비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어.”
이름하여 창작의 3종 신기였다.
“그러다 죽어.”
“아직은 버틸 수 있어. 젊으니까. 어차피 선택과 집중이야. 이것만 해결되면 다 끊을 거야.”
현재 네이드에게는 120퍼센트가 필요했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연이은 대화에 몰입에서 풀린 네이드가 고개를 들어 이루키를 쳐다보았다.
“외출복? 어디 가냐?”
이루키가 편지를 꺼냈다.
“시로네가 나를 불러. 도움이 필요한 것 같아. 카샨으로 갈 거야. 당분간 돌아오지 못할 거야.”
“시로네가?”
네이드가 테이블을 짚으며 벌떡 일어섰다.
“나는? 나도 불렀어?”
이루키가 편지를 읽는 척을 했다.
“너는 필요 없다고 적혀 있어. 너 같은 건 그냥 접시에 물을 받아서 코를…….”
“장난치지 말고.”
네이드가 편지를 낚아채서 읽었다.
“흐음, 그렇다 이거지?”
피로에 찌들어 흐리멍덩했던 네이드의 눈동자가 또렷한 총기를 되찾았다.
“아무튼 미안하게 됐다.”
“흥! 미안하기는. 가서 시로네를 도와줘. 나는 나대로 할 일이 있으니까.”
테이블로 돌아간 네이드가 휘갈기는 글씨체로 영감을 적으며 말했다.
“두고 봐, 이 전쟁에서 내가 무엇을 할지. 떼돈을 벌어서 시로네를 울린 놈들을 박살 내 버릴 테니까.”
돈이 없으면, 전쟁도 없다.
‘힘내라. 할 수 있을 거야.’
순수 공학자였던 네이드가 돈을 목표로 하는 기술자가 되었을 때의 잠재력을 이루키는 믿었다.
“연락할게.”
네이드가 말없이 손을 들고, 이루키는 천천히 문을 닫고 방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