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22
문 너머로 사격장이 보였다.
“뭐야, 이 웃기지도 않은 상황은?”
꼴사나운 정경을 좌우로 살펴보던 그녀가 시로네에게 시선을 고정시켰다.
“너냐, 내 부하들을 걸고 있는 게?”
애꾸가 소리쳤다.
“대장! 도망쳐! 이 녀석이 성을 알고 있어!”
순간 눈썹이 꿈틀했으나 제이스틴은 사건의 당사자답게 경거망동하지 않았다.
“……부하들을 풀어 줘.”
용병들의 살기 어린 저항이 스피릿 존을 통해 느껴지는 한 풀어 줄 수 없었다.
“당신이 애머리 제이스틴인가요?”
“그래. 할 말이 있으면 나에게 해.”
카운터의 여자처럼 이것 또한 계략이라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가장 정확했다.
“옆구리의 상처를 보여 주세요.”
애꾸가 발버둥을 쳤다.
“대장! 튀라니까! 이 자식아! 빨리 이거 풀어! 너 내가 나가면 죽여 버릴…… 으아악!”
샤이닝 체인을 조이자 애꾸가 비명을 지르고, 사슬로 연결된 모든 자들이 인상을 찡그렸다.
“흐으으윽!”
제이스틴이 소리쳤다.
“그만!”
상의의 아랫단을 붙잡은 그녀가 목까지 끌어 올리자 가슴이 출렁거리면서 맨살이 드러났다.
“됐지? 이제 부하들을 풀어 줘.”
“대, 대장…….”
민망한 광경에 남자들이 시선을 돌린 반면 시로네는 그녀의 갈비를 뚫어지게 살폈다.
‘있다.’
아마도 당시에는 치명상이었을 상처가 갈빗대를 타고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왜? 밑에도 보여 줄까?”
시로네는 샤이닝 체인을 해제했다.
“크으윽!”
천장에서 여자가 추락하고 부하들이 쿵쿵 무릎을 꿇으며 아픈 몸을 부여잡았다.
“한심하기는…….”
제이스틴이 혀를 끌끌 찼으나 눈에 담긴 걱정까지는 숨기지 못했다.
‘강인한 사람이구나.’
사선을 넘은 군인의 기개가 느껴졌다.
“그래, 내가 애머리 제이스틴이다. 이제 어떡할 거지? 나를 죽일 건가?”
“계속 말하지만 싸우려고 온 게 아니에요. 당신을 해칠 생각은 더더욱 없고요.”
“그래?”
제이스틴은 감흥이 없는 듯했다.
“좋아, 들어 보자. 단둘이 얘기하고 싶은 거지? 그렇다면 딱 좋은 곳이 있어.”
그녀가 살다시피 하는 사격장이었다.
“대장! 우리가 따라가겠어! 아욱!”
애꾸의 남자가 벌떡 일어섰으나 뼈가 욱신거리는 고통에 다시 주저앉고 말았다.
“몸이나 챙기고 있어. 하여튼 호들갑은…….”
제이스틴과 시로네가 후문으로 빠져나간 뒤에 카운터의 여자가 연고를 가져왔다.
“이거라도 발라. 살이 까졌어.”
몸에 약을 바르던 애꾸가 피부에 새겨진 사슬 자국을 살피더니 인상을 썼다.
“젠장! 긴팔을 입어야겠어. 이 꼴로 어떻게 다녀? 누가 보면 변태인 줄 알겠네.”
장검의 남자가 후문을 돌아보았다.
“괜찮을까? 보통 실력이 아니던데. 우리가 따라가 보는 게 좋지 않아?”
“흥, 보통 실력?”
흑발의 남자가 말했다.
“보통 실력으로 나를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아? 하긴, 너희들이라면 가능하겠지만.”
애꾸가 이빨을 드러냈다.
“뭐야, 이 자식이! 가뜩이나 심란한데 사람 염장이나 지르고 말이야.”
“죽이려면 진즉 죽였다는 소리야.”
모두 입을 다물었다.
“악한 마음을 먹었다면 우리도 지금 여기에 없어. 그래서 대장도 순순히 따른 거야. 그냥 믿고 맡겨.”
“…….”
애꾸가 연고 바른 어깨 부위를 후후 불었다.
“흉터는 안 생기겠지?”
마정탄의 폭음성이 터졌다.
“다음!”
산 중턱에 타깃이 세워지면 여지없이 스나이퍼 건이 반동을 일으켰다.
“다음!”
사격 훈련에 열중하는 제이스틴을 곁에서 지켜보며 시로네는 생각에 잠겼다.
‘무엇을 쏘고 있는가?’
매일같이 단련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신기에 가까운 사격술이었다.
‘지금도 싸우고 있는 거야.’
제이스틴의 말문이 비로소 열렸다.
“히트맨이 아니라면 여기에는 왜 온 거야?”
“부탁할 게 있어서요.”
“부탁? 나에게?”
노리쇠를 잡아당기자 스나이퍼 건의 측면에서 철컥, 탄피가 토해졌다.
“하비츠를 죽여 주세요.”
그녀의 숨소리가 뚝 끊어지더니 마치 쓰나미처럼 어깨가 떨려 오기 시작했다.
“다, 다음!”
타깃이 서자마자 방아쇠를 당겼으나 마정탄은 전혀 엉뚱한 곳에서 폭발했다.
“하비츠…….”
제이스틴의 눈에 공포가 휘몰아쳤다.
베타피시 (2)
***
시로네와 제이스틴이 길드로 돌아왔을 때 부하들은 자신들이 파손시킨 건물을 복구하느라 분주했다.
이토록 큰 소란이 일어났음에도 주변 길드의 지인들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얼씬하지 않았다.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길드이기도 했지만, 시로네는 경비대가 손을 쓴 것이라 확신했다.
“됐어. 모두 동작 그만.”
제이스틴이 말하자 서러움에 코를 훌쩍이던 카운터의 여자가 청소를 멈췄다.
“에이, 제기랄!”
애꾸가 되지도 않는 망치질로 판자를 붙이다가 분을 못 참고 망치를 집어 던졌다.
‘전부 당신이 부순 거잖아.’
그렇게 싸울 의사가 없다고 말했건만
“그래, 얘기는 끝났나?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을 정도의 사안이어야 할 거야.”
제이스틴이 흑발의 남자에게 말했다.
“길드원, 그러니까 어디 가서 놀고 있는 놈팡이들 전부 소집해서 가더 씨 여관으로 와. 거기서 얘기한다.”
“네.”
흑발의 남자가 신속하게 몸을 날리자 그녀가 시로네를 돌아보았다.
“우리는 함께 죽고 함께 산다. 망명 초창기부터 어울렸던 애들이야. 나에게 했던 얘기, 저들에게 똑같이 말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물론이지.”
시로네와 제이스틴이 건물을 나서자 장검을 찬 2명의 사내가 머리를 긁적이며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일인데 저렇게 심각해?”
가더 씨의 여관에서 가장 큰 방을 빌린 시로네는 8명의 용병에게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
“그러니까…… 그 하비츠라는, 구스타프 제국의 황제를 대장이 암살해 주기를 바란다는 건가?”
“정확해요.”
애꾸가 물었다.
“너 혹시 미쳤냐?”
“나쁜 제안은 아닐 거라고 생각해요.”
시로네는 제이스틴을 돌아보았다.
“언제까지 숨어 살 수는 없잖아요. 만약 이 악연의 고리를 끊고 싶다면 지금이 기회예요.”
그녀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당신이 모든 걸 다 하라는 얘기가 아니에요. 모든 사전 준비는 우리 팀, 최고의 정예들이 해 줄 겁니다.”
“그렇다면 나에게 뭘 원하는 거지?”
진실로 알고 싶은 것이었다.
“증오. 우리에게는 당신의 증오가 필요합니다.”
“증오라…….”
제이스틴은 하비츠를 피해 도망친 기나긴 인생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기억한다.
‘물론 증오하지.’
기고, 맞고, 때로는 죽였다.
들짐승보다 피폐한 환경이었고, 대원들을 만나기 전에는 범죄자보다 외로운 삶이었다.
‘죽여 버리고 싶다!’
두 주먹을 움켜쥔 그녀의 이가 뿌드득 갈렸다.
‘하비츠.’
하지만 얼굴조차 본 적이 없는 악령의 모습을 상상한 순간 오장육부가 녹아내리는 듯한 공포가 밀려들었다.
“흐으으으!”
물론 놓친 것이지만, 결과적으로 하비츠는 그녀를 제외한 전부를 파괴했다.
부모도, 형제도, 자매도, 심지어는 가족의 가족들, 그 가족의 형제와 자매…….
‘그건 살인이 아니었어. 폭격이었다.’
어째서 우리에게 이런 재앙이 찾아왔는지 알고 싶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하비츠의 마수에서 빠져나온, 어쩌면 세상에서 유일한 생존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복수? 감히 나 따위가?’
흔들리는 손목을 붙잡아 진정시켜 보지만 그럴수록 떨림은 더욱 심해졌다.
‘무서워.’
하비츠가 미칠 정도로 무서웠다.
“대장…….”
애꾸가 안쓰럽게 쳐다보는 가운데 제이스틴이 자신의 손등을 수없이 내리쳤다.
“제길! 제길!”
그리고 겨우 떨림이 진정되자 서늘한 눈빛으로 시로네를 노려보았다.
“보여? 이게 내 현실이야. 죽이는 것은커녕 이 상태로는 건을 쏠 수도 없어.”
“건은 필요 없어요.”
제이스틴의 눈썹이 꿈틀했다.
“하비츠를 죽이는 건 나라고 하지 않았나?”
“네. 하지만 단도를 사용할 겁니다.”
“무슨 개소리야? 나는 저격수야. 근접 전술은 전공도 아닌 데다 심지어 단도라면…….”
“아뇨, 저격이에요.”
시로네가 말을 끊었다.
“하비츠와의 거리는 최소 120킬로미터 밖일 겁니다. 당신이 위험할 일은 없어요.”
“……어떤 건도 그렇게 멀리에서는 못 쏴.”
“그래서 말했잖아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증오라고. 당신이라면 쏠 수 있습니다.”
아까부터 시로네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 녀석이 말하는 게 맞을 거야.’
그럼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는, 그가 자신들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에서 왔기 때문이다.
애꾸가 말했다.
“하자, 대장. 이건 기회야. 우리야 상관없지만, 대장의 실력은 여기서 썩기는 아까워.”
제이스틴의 이름을 걸고 용병단을 조직한 이상 세력을 확장시키기란 요원했을 것이다.
“시원하게 결판내고, 진짜 세상으로 나가는 거야. 게다가…….”
애꾸가 뺨을 붉히며 말했다.
“대장도 시집은 가야 할 거 아냐.”
뜬금없는 소리에 모두가 애꾸를 돌아보고, 카운터의 여자가 황당한 듯 물었다.
“설마 너 대장을…….”
“무슨 헛소리야! 내가 눈은 하나밖에 없어도 여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똑똑히 보인다고!”
제이스틴이 고개를 돌렸다.
“그래? 나는 너라면 생각이 있는데?”
애꾸의 한쪽 눈이 크게 뜨였다.
“진, 진짜?”
“당연히 아니지. 비웅신.”
“…….”
애꾸의 입을 다물게 만든 제이스틴이 다시 시로네를 돌아보며 말했다.
“좋아, 내가 하비츠를 죽였다고 치자. 하지만 그다음은? 제국의 황제를 암살한 우리를 누가 지켜 주지?”
“아…….”
그런 문제가 있었다.
“그건 당연히 카샨에서…….”
쾅 소리를 내며 테이블이 떨렸다.
“헛소리. 목숨 걸고 싸운 대가가 고작 또 다른 도피 생활? 높은 것들 눈치 보며 사는 건 이제 지겨워.”
시로네는 그녀를 이해했다.
“그럼 다른 원하는 것이 있나요?”
“흐음, 거기에 대해 답하려면 먼저 물어야 할 게 있지. 도대체 너 직책이 뭐야? 깎을 생각 하지 마. 이 소란에도 경비 하나 얼씬하지 않아. 네 작품이라는 거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