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inite Wizard RAW novel - chapter 729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어요.”
참가자들이 황급히 몸을 가린 가운데 경비대가 시로네를 붙잡고 끌고 나갔다.
20분을 남겨 두고 대회는 취소되었다.
“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인데!”
텅 빈 관객석에 앉아 있는 시로네는 대답 없이 머릿속으로 시간을 쟀다.
‘5분 39초. 38초. 37초.’
상아탑의 별을 연행할 수는 없는 일이었으나 경비대는 여전히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이제부터 제대로 해 볼게요.”
시간이 되었음을 깨달은 시로네가 고개를 들었다.
“뭘 제대로 한다는 거야?”
여기까지가 플러스 30분.
“또 봐요, 누나.”
말이 끝나는 동시에 시간선이 튕기면서 마이너스 30분을 향해 역류했다.
“아우! 제기랄!”
시간선의 요동에 머리가 울렁거렸으나 이제는 시로네도 쓰러지지 않았다.
‘대회장 입구.’
테러 발생 30분 전이었다.
‘외팔이 승려는 대기실 근처에 있을 거야. 테러범이 죽는 즉시 인질을 살해한다.’
야훼의 경지로도 감지가 안 되는 수준이면 정말로 무에 가까운 능력일 터였다.
‘따라서 테러범을 죽이지 않는다면 외팔이 승려도 외부의 정보를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시로네는 대기실로 달렸다.
‘테러범과 미스 야크마의 경계선. 정확히 그 지점을 절단할 수 있으면 인질을 구할 수 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린 시로네가 문을 열자 참가자들이 종이 폭죽을 터뜨렸다.
“서프라이즈!”
모두를 무시한 채 안으로 달려 들어간 시로네는 로라의 목 아래쪽에 윈드 커터를 걸었다.
“컥!”
테러범이 즉사하고 뒤이어 로라가 사망했다.
‘파악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43초.’
충분한 시간이었다.
“꺄아아아아!”
여자들의 비명 소리에 경비대가 쳐들어왔고 시로네는 텅 빈 관객석에 앉았다.
“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인데!”
시로네가 마르샤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또 봐요, 누나.”
제3회 차.
“서프라이즈!”
이번에도 테러범이 죽었다.
‘아무도 죽어서는 안 돼.’
시로네가 잡아낼 수 있는 플러스마이너스 0.3센티미터, 그 안에서 정확히 경계선을 갈라야 한다.
제17회 차.
“서프라이즈!”
테러범의 목에서 분수처럼 피가 뿜어졌다.
제68회 차.
“서프…….”
더 이상 놀랍지 않은 깜짝 인사를 뒤로한 채 시로네가 윈드 커터를 발동했다.
‘넘어갔다.’
여태까지 죽은 쪽이 테러범이었다면 이번에는 미스 야크마의 목이 베였다.
‘저 사이에 경계선이 있는 거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뿐, 현미로 들어가면 분명 원자보다는 큰 간극이 있을 터였다.
마르샤는 언제나 같은 말만 했다.
“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인데!”
“…….”
대답 없이 시간이 역류했다.
제287회 차.
대략 시간으로 287시간 동안 사람의 목을 베었던 시로네의 정신은 몽롱할 지경이었다.
‘0.6센티미터는 찾았지만, 그 사이를 정확히 가르는 게 너무 어려워.’
0.1센티미터에 1천 개의 0.0001센티미터가 있듯, 스케일을 모르는 이상 시도는 계속된다.
“대회 20분 전입니다.”
테러범의 살기가 느껴지고 참가자들이 옷을 갈아입으며 농담을 던지기 시작했다.
“호호호! 어때? 막상 보니까 별것 없지? 그래도 좋은 구경 했으니 대회 끝날 때까지 지켜 줘야 해?”
1시간을 되풀이하면서 벌써 수십 번이나 본 정경은 이제 아무런 감흥도 전해 주지 못했다.
“로라 씨.”
시로네가 손을 내밀며 말을 건네자, 로라의 몸에서 살기가 피어올랐다.
‘윈드 커터.’
몸과 얼굴이 똑 하고 분리되었으나 육안으로는 전혀 구별이 가지 않았다.
“찾았다.”
정확히 0.3736센티미터였다.
‘인질이 죽지 않았어.’
혜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고, 모르타싱어의 육체가 당황한 듯 손을 허우적거렸다.
‘어차피 이번에는 막을 수 없어.’
테러범이 로라의 얼굴을 파괴하는 것과 동시에 윈드 커터가 몸통을 쪼갰다.
텅 빈 관객석에서 마르샤가 외쳤다.
“말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인데!”
“누나.”
회귀가 일어나고 처음으로 시로네는 그녀의 시간선을 자신과 공진시켰다.
“같이 가요.”
제288회 차.
대기실의 문을 열자마자 돌진한 시로네가 목을 기준으로 로라와 테러범을 분리시켰다.
‘경계선을 알면…….’
히든피스의 위치를 이동시킬 수 있다.
“지금이에요!”
천으로 뒤덮여 있는 모르타싱어의 얼굴이 되돌아오고, 혜가가 복도에 모습을 드러냈다.
‘어떻게?’
혜가의 눈에 충격이 휘몰아치고 있었다.
‘아차! 인질을!’
뒤늦게 깨달은 그가 수도를 들었으나 그보다 빠르게 마르샤가 로라를 낚아챘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시로네의 설명은 들을수록 난해했으나 1시간을 회귀한 것만은 분명했다.
“숨바꼭질은 끝났어!”
혜가의 곁을 미끄러지는 그녀가 허리를 비틀며 패륜의 단도를 등에 꽂았다.
“크윽!”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규정외식?”
혜가의 등에서 욕망의 연기가 분당 1퍼센트의 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100분은 싸울 수 있으니까.”
서로의 위치가 명확해진다는 것은 패륜의 단도가 가진 단점이지만 이번에는 장점으로 작용했다.
“마르샤, 무슨 일이야?”
뒤늦게 건물로 따라 들어온 프리먼이 민첩한 동작으로 마르샤를 지켰다.
‘정말로 모르는군.’
마르샤는 한 번 경험했으나, 프리먼은 갑작스러운 사태에 의아한 눈치였다.
‘신에 가까워졌구나, 시로네.’
회귀가 가능하다면 차라리 1회전에 말을 해 줬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
‘이 녀석 얼굴 한번 제대로 쳐 보는 게 소원인데.’
혜가의 동태를 살피며 마르샤가 말했다.
“바깥에 1명 더 있어. 인질을 데리고 그 녀석을 막아. 아무도 죽어서는 안 돼.‘
끝없는 시간에 갇히는 건 사양이었다.
“지금 100분이라 하셨소?”
혜가가 수도를 들자 손에 닿은 공기가 금강석으로 결정 되면서 명검처럼 반짝였다.
“가.”
거너의 움직임은 바람과 같았다.
“100초도 버티지 못할 것이오.”
혜가가 수도를 세우며 달려들자 마르샤가 몸에 새긴 문신에 손을 가져다 댔다.
“패륜의 단도.”
한 자루의 단도가 그녀의 손에 잡혔다.
“감히 내 일을 방해해!”
시로네의 포톤 캐논에 얻어맞은 모르타싱어가 벽을 뚫고 하늘로 날아갔다.
‘대체 어떻게 알아챈 거야?’
살기를 흘린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해도 목의 경계선을 정확히 가늠하는 건 불가능했다.
“히든피스!”
규정외식을 발동해 압박해 보지만 이미 수십 번을 상대한 시로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만 좀 하란 말이야!”
샤이닝 체인으로 그녀를 묶은 시로네는 지상에 보이는 산을 향해 수직으로 추락했다.
“꺄아아아아!”
이 정도로 영생자는 죽지 않는다.
“대체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 들어서!”
좌우로 그녀를 계속 패대기치며 녹초가 될 때까지 만든 뒤에야 공격이 멈췄다.
“끄으으윽.”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으나 시로네는 마법을 풀지 않았다.
“다 끝났어. 얼굴을 보이면 규정외식도 사라지는 거지?”
모르타싱어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제발, 제발 그냥 죽여 줘! 이런 추악한 얼굴 따위, 너도 보기 싫잖아!”
“시끄러!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
시간을 되돌리지 않았다면 대회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죽였을 인물이었다.
“네가 나에 대해 뭘 알아? 예쁜 것들 따위, 얼마든지 죽어도 좋아. 아니, 다 죽여 버릴 거야!”
시로네는 마음이 아팠다.
“아무리 못났다고 해도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모르타싱어의 얼굴을 가리고 있는 천을 거칠게 뜯어내자 그녀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에에에에!”
“뭐야?”
두 눈을 질끈 감고 있는 여성의 얼굴은 상처 하나 없이 진주처럼 매끈했다.
“제발, 보지 마. 얼굴을 가리게 해 줘.”
시로네는 인간의 아름다움이 수치로 측정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100명을 잡고 물어봐도 눈물을 흘리는 모르타싱어를 아름답다고 할 것이다.
“예쁘잖아?”
미인 대회에 참가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거짓말 치지 마! 이게 뭐가 예뻐? 나처럼 못생긴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냔 말이야!”
조금 짜증이 났다.
“그게 아니라 진짜로 예쁘다고!”
모르타싱어는 듣지 않았다.
“왜 내 눈은 이렇게 찢어진 거야? 왜 내 코는 더 오똑하지 못하지? 내 입술, 이 흐릿한 입술 좀 봐.”
“아아.”
시로네는 깨달았다.
‘규정외식.’
모르타싱어는 아름답지만, 그조차도 못생기게 보일 정도로 마음이 뒤틀려 있었다.
“더럽고, 추악하고, 역겨운 내 얼굴!”
콤플렉스의 화신인 것이다.
콤플렉스 (4)
“죽여.”
모르타싱어는 진심이었다.
“이런 흉측한 얼굴로 사는 것도 지겨워. 뭘 해도 좋으니까 마지막엔 죽여 줘.”
죽음보다, 고통보다 더 큰 콤플렉스였기에 발현되었던 능력이었다.
“죽이지 않을 거야.”
모르타싱어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마음의 문제가 가장 크다는 건 나도 알아. 쉽게 바꿀 수 있으면 고통받는 사람도 없겠지. 하지만…….”
그녀는 분명 아름다운 사람이다.
“방법이 없는 건 아니야. 당신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도록 내가 도와줄 수 있어.”
모르타싱어의 반응은 차가웠다.
“너는 몰라. 아름다우니까. 한 번도 나처럼 추악한 얼굴로 살아 본 적이 없겠지.”
“당신도 추악하지 않아.”
“거짓말.”
시로네는 마테리얼로 거울을 만들어 비춰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