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herited the throne of the underworld RAW novel - Chapter 228
67장. 별의 은인(1)
(무너진 터에 ‘事必歸正’이 적혀 있는 사진.jpg)
방구석커뮤충들 수로왕 빨 때 보란듯이 가서 사형수 새끼 모가지 따버림ㅎㅎㅎㅎㅎㅎㅎ 자게에서 수로왕 빨던 놈들 저승 가면 ㅈㄴ 웃길듯ㅋㅋㅋㅎㅎㅎㅎㅎ
〔익명1〕 수로빠들 하룻밤만에 싹 사라졋네 진짜 궤웃김ㅋㅋㅋㅋㅋㅋㅋ
〔익명2〕 앵간하면 뒤진놈은 고인버프로 한동안 더 빨텐데 이새끼들은 수로왕이랑 같이 뒤져버림ㅋㅋㅋ
〔익명3〕 나 아는 놈 중에 현생에서도 수로왕 빨던 쿨찐 있었는데 지금 다들 메신저에 그 새끼 뜨는 거 기다리느 중ㅋㅋㅋㅋㅋㅋ
〔익명17〕 대왕님 수로왕 빨던 놈들 지옥에서 그 새끼 마저 빨게 해주세요
↳〔익명19〕 2222
↳↳〔익명32〕 3333333
〔익명42〕 야 니네 다 어딨었냐 그동안 나 빼고 다 미친줄 알았음 ㅅㅂ
〔익명47〕 진짜 분위기 이상했지… 수로빠들 자게 점령하고 한동안 커뮤 끊었잖아
↳〔익명56〕 ㄴㄷㄴㄷ 수로왕 왜 빠냐고 했다가 존나 까이고 커뮤 끊음;;;; 덕분에 한동안 갓생 살앗자나
↳↳〔익명76〕 그냥 계속 갓생 살지 오ㅐ또옴ㄷㄷ
↳↳↳〔익명56〕 ㅠ..
〔익명99〕 맨날 숙모 때리던 삼촌 새끼 이혼하고 신불자 되고 별 ㅈ;ㅣ랄 하다가 가야 갔는데 그런놈들 득실대는 가야를 빨아? 걍 존나 이해안됨
↳〔익명103〕 헐 근데 그럼 이제 그 삼촌은 어케됨?
↳↳〔익명99〕 몰라 시바 안 그래도 가야 터지고 그 새끼 올까봐 지금 숙모랑 사촌들까지 걍 덜덜 떨어
↳↳↳〔익명111〕 않이 그런 문제가 있엇네ㅠㅠ 삼촌놈 알아서 객사하길 빈다
“화제가 좀처럼 꺼지지를 않네.”
한숨을 쉬며 단말기를 내려다보았다.
한 주가 지났음에도 커뮤니티에서는 여전히 수로왕과 염라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중이었다.
지금 보는 게시글에는 사필귀정이 적힌 사진뿐이었지만,
주로 올라오는 건 이매탈을 쓴 염라가 수로왕의 성역을 등지고 선 사진이었다.
삼신이 한반도에 염라의 이름을 각인시킬 목적으로 일부러 찍힌 사진일 터였다.
“하필 사필귀정이라니…….”
사진 속의 글자를 내려다보며 이마를 짚었다.
내가 흑탑에 전쟁을 선포할 때 ‘閻魔羅闍’를 남겼기 때문에,
삼신이 남긴 ‘事必歸正’은 그때처럼 염라가 수로왕을 벌하였음을 상기하게끔 만들기 충분했다.
하나 그것이 삼신과 단군의 합작품이라니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그들이 말하는 ‘귀정(歸正)’이 무엇일지, 나는 아직 짐작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익명217〕 진심 염라가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언젠가부터 수로왕 좋다는 놈들 많아지는 거 너무 무서웠어..
↳〔익명233〕 ㄹㅇ
〔익명222〕 염라대왕님 신도 되고 싶은데 엌캐 함?
↳〔익명233〕 한강에 뛰어내리면 대왕님 뵐 수 있대
↳↳〔익명222〕 휴.. 대왕님 정녕 그것뿐입니까?
내 심정이야 어쨌든 수로왕이 사라지면서 염라의 명성은 더욱 높아져 있었다.
그동안 수로왕이 조성했던 불안이 해소되었으니 당연한 흐름이었다.
40년 전 영웅이 죄인을 감옥에 가두고 대대적인 자경단을 조직했을 때도 그들은 지금의 염라를 칭송하듯 영웅을 칭송했을 것이고,
15년 전 단군이 전쟁을 끝내고 홍익인간을 선포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리 생각하자 새삼 인간의 우상이 영웅에서 신으로 옮겨 왔음이 실감되었다.
내게는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실감이.
[HOT] 가야 터지면 한동안 치안 조심해라 (9999+) [HOT] 천부인 왜 맨날 부길드장만 나옴? (2826) [HOT] 적탑주랑 천부인 부길마 닮지 않았냐 (1134) [HOT] 단군 진짜 뭐함 (6543) [HOT] 평양냉면 맛집 알랴줌 (ˆ(oo)ˆ) (3344)한편 수로왕이 쓰러지고도 단군과 천부인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은 상태였다.
원래도 수로왕과의 마찰에서 소극적인 대처를 보였던 단군이 내내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는 이유였다.
천계에 있는 단군 대신 온갖 일을 맡아 처리하는 것은 부길드장인 적탑주였다.
자연히 그녀에 대한 주목도도 상당했다.
게시판을 훑다가 눈에 들어오는 제목을 클릭했다.
[HOT] 적탑주랑 천부인 부길마 닮지 않았냐 (1134)적탑주와 천부인의 부길드장이 닮지 않았냐는 글.
그 둘이 정말로 동일인인 것과 별개로 사실 그리 유난한 글은 아니었다.
적탑주는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항상 얼굴의 반을 덮는 커다란 선글라스와 적탑의 상징이 그려진 마스크를 착용했다.
생김새를 짐작할 수 없는 차림새 때문에 아무 사진이나 올려놓고 ‘적탑주 혹시 얘 아님?’ 하는 것이 일종의 오랜 밈이었다.
내가 클릭한 글 또한 그런 유머글 중 하나에 불과했다.
한데 게시물에 첨부된 사진을 보자 순간 나도 모르게 얼굴이 굳었다.
“이 인간이 왜 저기 있어?”
사진의 주인공인 적탑주보다도, 배경처럼 그녀를 둘러싼 기자들 사이에서 머리를 길게 기른 남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원래 이렇게 대놓고 맨얼굴로 다니는 거야?”
고구려의 주몽.
아무한테나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던 그가 수많은 기자들 틈에 섞여 있었다.
정말로 한 명의 기자처럼 태연하게 기자 수첩과 마이크까지 쥔 채로.
본래 얼굴이 알려지지 않아서인지 아무도 그를 알아보지 못한 듯했지만, 그렇다 한들 목에 기자 전용 출입증까지 건 행태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심지어 그의 출입증에는 정말로 작은 언론사의 로고까지 박혀 있었다.
저게 설마 그의 두 번째 신분인 걸까?
사진만으로 속내를 읽을 수는 없다.
다만 이렇게 보니 자기 얼굴을 아는 소수에게 일부러 그런 행동을 과시하는 것 같다는 인상마저 들었다.
“…….”
미간을 찌푸리며 사진을 마저 살폈다.
천부인의 부길드장으로 나선 적탑주가 여러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구도였다.
변함없이 차가운 인상이었으나 어째서인지 나는 그녀가 수많은 기자들 사이에서도 유독 주몽을 주시한다고 느꼈다.
어쩌면 직후 두 사람이 접선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들었다.
사진을 보고 업경의 촉이 작동한 것인지, 아니면 그냥 나 혼자 과민하게 신경 쓰이는 것인지는 몰라도.
“전하!”
그때였다.
“아니, 우리 전하는 깨자마자 밥도 안 먹고 또 커뮤만 보고 앉았어!”
한참 생각에 잠길 때 불현듯 호구별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쉬는 거야 좋은데 그럴 바에는 차라리 게임을 하지? 도깨비들이 오락기도 여러 개 만들어 놨던데.”
“아…….”
그녀의 핀잔에 그제야 부끄러워져서 단말기 화면을 껐다.
“별로 노는 건 아니고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본 건데…….”
변명처럼 대답하다가 결국 말꼬리를 흐렸다.
처음에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지만 사실 아침에 눈 뜨고부터 줄곧 비슷비슷한 글만 반복된 것이 사실이었다.
“하여간 큰놈은 풀만 보고 작은놈은 폰만 보네. 형제가 똑같구만, 아주!”
“아하하…… 형도 계속 거기 있나 보네요?”
멋쩍게 물었더니 호구별성이 쯧쯧 혀를 찼다.
“뭔, 새로 싹이 날 때까지 몇 날 며칠 지키고 서 있을 기세야.”
“하하.”
지옥수를 심은 땅을 들여다보면서 커다란 몸을 숙이고 앉은 강림 형을 상상하니 웃음이 났다.
수로왕을 쓰러트리면서 새로 얻은 독사지옥의 지옥수 얘기였다.
삼신이 다녀간 이후 강림 형은 계속 깨어난 내 옆을 지켰다.
몸의 상처가 나았는데도 쉬이 걱정을 풀지 않는 형을 달래기 위해 함께 서천꽃밭에 가서 독사지옥의 지옥수를 심었다.
왕사탕 같은 씨앗 위로 형은 조심스레 흙을 덮어주고는, 커다란 손으로 도닥이며 진중히 말했다.
-대왕님께서 특히 고생하여 데려오셨으니 곧게 잘 자라야 한다.
어제저녁은 그렇게 둘이서 오랜만에 발설이와 형제들을 지켜보며 놀다가 먼저 자러 들어왔는데, 형은 또 새벽부터 지옥수 형제들만 지켜보는 모양이었다.
새로운 막내 독사의 발아를 기다리면서.
“하여간 밥시간에 알아서 오는 법이 없어.”
끼니때마다 매번 형을 부르는 게 귀찮은지 호구별성이 팔짱을 끼며 툴툴거렸다.
나는 그녀를 올려다보며 괜히 조금 웃었다.
“그러면 제가 가서 형을 불러올까요?”
“네가?”
내 말에 호구별성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몸은 괜찮아? 그냥 먼저 가서 앉아 있지.”
“에이, 이제 괜찮아요.”
보란 듯이 침대에서 일어나자 호구별성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전하가 가서 데려올래? 바리도 같이.”
“응? 바리도 같이요?”
“응, 아직 기도하고 있을걸.”
“새벽기도를 아직도요?”
뜻밖의 말에 조금 놀라서 물었다.
바리네 가족은 원래도 꼭두새벽부터 치성을 드리긴 했지만, 그래도 대개 해가 완전히 뜨기 전에 끝내고는 했다.
그런데 아직도 기도 중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지?
호구별성이 자기도 모르겠다는 듯 목을 긁적였다.
“너 쓰러지고부터 어째 전보다 더 오래 기도를 하더라고.”
“…….”
이어지는 대답에 불현듯 어젯밤에 마주쳤던 바리가 떠올랐다.
드물게도 먼저 나를 찾아온 바리는 차분한 얼굴을 흐리며 말했다.
-사실은 알고 있었어요.
-알고 있었다니, 뭘?
-수로왕이 준비한 두 번째 무고.
말을 꺼내고도 바리는 한참 손만 쥐락펴락하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반드시 벌어져야 할 일인 것 같아서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답지 않게 좀처럼 내 눈을 똑바로 보지 못하는 채로.
-처음이었어요, 정해진 미래를 그토록 거부하고 싶다고 느낀 것은.
한데 그 말에 불안을 느낀 것은 되레 나였다.
운명을 거부한 도사가 어떻게 되는지 사라에게 들었던 것이 떠올라서였다.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며 초연하던 소녀가 예정된 나의 시련에 거북함을 느꼈다는 것이, 나를 오히려 불안하게 했다.
정해진 운명에 거부감을 느끼던 내가 정작 정해진 운명을 벗어나고 싶었다는 바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어쩌면 신의 영혼을 이어받은 소녀가, 이제야 조금씩 인간다워지는 변화일지도 모르는데.
“네, 가서 바리도 같이 데려올게요.”
생각을 몰아내며 방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래, 그럼. 오늘 아침은 볶음밥이더라고. 리퍼가 미리 맛을 봤나 봐. 말이 맛보기지, 아주 아침을 두 번 먹을 기세던데.”
호구별성의 낄낄거리는 웃음을 들으며 함께 마당으로 나왔을 때였다.
“어라?”
마당을 나와 강림 형과 바리네 가족이 있는 서천꽃밭으로 가기 전, 뜻밖의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볶음밥의 고소한 기름 냄새가 풍기는 테이블 앞에 사라와 도깨비들 말고도 누군가 한 명 더 앉아 있었다.
“으응, 그새 또 뭐야?”
호구별성도 놀란 듯이 그쪽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청비야! 언제 왔어?”
소년처럼 짧은 머리에 볼캡을 푹 눌러쓴 신.
“이야, 새 왕아, 몸은 좀 괜찮더냐?”
오랜만에 저승을 찾은 농경신 자청비가 나를 보며 활짝 웃었다.
“내 부탁할 게 있어서 왔다만, 식복이 있는지 밥때가 아직 안 지났더구나.”
숟가락을 든 그녀가 장난스럽게 식탁을 두드렸다.
그녀의 접시에는 황금빛 계란볶음밥이 벌써 고봉을 이루고 있었다.
“밥값으로는 그래, 이 꽃다발은 어떠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그녀가 내 쪽으로 성큼 다가왔다.
손에는 어느새 인벤토리에서 꺼낸 커다란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뭐, 사실 내가 준비한 꽃은 아니지만 말이다.”
꽃을 내민 그녀가 어깨를 으쓱였다.
영문을 몰라서 받고 보니 전에 사라가 약으로 달이던 감정꽃이었다.
무슨 꽃인지 깨닫자 전에도 단군이 자청비를 보내서 내게 도움을 주었던 게 떠올랐다.
내가 또 영혼의 독에 당할 것을 알고 있었을 테니, 아마 그에 맞춰 천계의 화원에서 챙겨준 모양이었다.
영혼의 독은 혼살이꽃이나 감정꽃으로만 다스릴 수 있었으니까.
“마음에 들었으면 좋겠구나.”
꽃을 내민 자청비가 곱게 눈을 휘며 웃었다.
“내가 새 왕에게 밥도 얻어먹고, 좀 귀찮은 부탁도 해야 하니까 말이다.”
“부탁이요?”
꽃을 그렇다 치고 대체 무슨 일로 부탁을 입에 담나 싶어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 지금 하늘이 다소 어지럽긴 하다만…… 그래도 나를 따라오면 별의 은인이 될 수 있을 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