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An Adult Game As A Former Hero RAW - Chapter (4)
기스의 빈정거림에 로리안은 침묵했다. 그의 말대로 목적은 같았기 때문이다. 기스는 실실 웃으며 클라우드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때까지 클라우드는 훈제 돼지고기를 먹고 있었다.
“여, 용사님! 무슨 생각하고 계시나?”
기스가 오랜 친구를 대하듯 클라우드에게 어깨동무를 걸었다. 당연히 둘은 친구사이가 아니다. 기스가 클라우드를 가볍게 보기에 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그리고 클라우드는 지금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짜.”
“응?”
“짜다고.”
클라우드는 짜증스러운 얼굴로 포크를 내던졌다.
챙챙챙. 그릇과 포크가 부딪치며 불쾌한 소음을 내었다.
그 행동에 기스는 물론이고 로리안, 클라우드의 파티원들까지 멍하니 클라우드를 바라봤다.
그런 가운데 클라우드는 기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야, 하나만 물어보자.”
“엉?”
“황궁 요리사 정도면 대륙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의 요리사겠지?”
“어… 뭐, 그렇지?”
“근데 왜 이렇게 음식이 짠 거야? 아니, 그냥 짠 수준이 아니야. 이건 시발 생각이라고는 하나도 하지 않고 그냥 후추를 들이 부은 거야. 그것도 한 통이 아니라 두 통 이상을. 와, 진짜 돌겠네? 이 세계에는 적당히 라는 게 없는 건가? 민가에서 먹으면 밍밍하고, 궁에서 먹는 건 짜고. 이러면 난 어디서 밥을 먹으라는 거야. 재료사다가 직접 해먹어야하나?!”
빈민가에서 몇 년을 굴러먹은 기스다. 웬만한 사람의 감정 정도는 읽을 줄 알았고, 그가 읽은 지금 클라우드의 분노는 진짜였다.
그렇기에 황당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친구야. 궁에서 먹는 요리가 짠 건 당연하지.”
“그게 왜 당연한 건데?”
“그거야 다 높으신 분들의 허영심 때문 아니겠어? 우리는 향신료를 이만큼 낭비해도 될 정도로 부유하다! 뭐 그런 걸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거지.”
“아, 사치?”
그건 생각 못했다.
클라우드가 예전에 소환됐던 세상에서는 아무리 왕족이어도 사치를 부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일단 진정하고…”
“그럼 이 세계는 손님한테는 이런 짠 음식을 대접하고 자기들끼리는 맛있는 걸 먹는다는 소리잖아? 그럼 난!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클라우드가 손바닥에 얼굴을 파묻고 절규했다.
그 절규에 진심이 담겨있다는 것은 기스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다들 황당함 반, 놀람 반으로 그를 바라봤다.
클라우드가 겪고 있는 절망감은 이곳에서 나고 자란 이들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장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손가락 몇 번 까딱하면 msg가 가득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었는데, 이젠 길바닥 거지도 침 뱉고 지나갈 음식들을 처먹어야 하는 처지가 됐으니…
클라우드는 자신을 불러들인 진짜 클라우드를 만날 수만 있다면 반으로 쪼개버리고 싶었다.
“하아… 시발…”
영혼이라도 남아있었더라면 붙잡아서 리치에게 던져주는 건데.
빙의 당했을 당시 이미 진짜 클라우드의 영혼은 사라진지 오래였다.
한숨을 푹푹 쉬면서 겨우 진정한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넌 뭔데 아까부터 나한테 어깨동무를 걸고 있냐?”
“…그걸 이제 묻는 거야?”
“니가 이 훈제 고기를 먹어봐. 다른 생각이 드나.”
“아아, 그래. 다음번에 먹어보지.”
더 이상 훈제고기로 시간을 잡아먹고 싶지 않았던 기스였기에 클라우드의 말을 흘려 넘겼다.
“뭐 때문에 왔냐고 물었지? 그건 이 애들한테 직접 들어봐.”
기스가 씨익 웃으며 엄지로 자신의 등 뒤를 가리켰다. 그의 등 뒤에는 언제 일어섰는지 에리, 네리아, 오필리아가 일렬로 쭉 서있었다.
네리아는 똥마려운 강아지처럼 안절부절 못하고 있고, 오필리아는 죄책감이 담긴 얼굴로 바닥을 바라보고 있으며 에리는 아예 다른 쪽을 보고 있다.
“뭐해 너희들? 말해야지?”
“클라우드 그게…”
“그러니까 말이죠…”
“…”
머뭇거리며 제대로 말도 못하는 세 여인들.
기스는 즐겁다는 표정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고, 로리안은 표정 없이 그녀들이 말하는 것을 기다려주었다.
그에 반해 클라우드는 기다리는 것도 귀찮다는 듯 툭 내뱉었다.
“다른 파티로 가고 싶다고?”
“““…!!!”””
세 여인의 얼굴에 다양한 감정이 담긴다.
놀람. 당황. 죄책감 등등.
좋은 감정들은 아니다.
그것을 본 기스는 유쾌하게 웃으며 테이블을 두드렸다.
“하하핫! 뭐야? 알고 있었잖아? 멍청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네. 그래서? 네 여자들이 가고 싶다는데 넌 어쩔…”
“가고 싶으면 가.”
무거움이라곤 아주 조금도 담겨있지 않은 가볍디가벼운 대답.
세 여인들의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녀들이 예상한 그의 반응은 저런 것이 아니었다.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애원하던, 소리를 지르며 분노를 표출하던,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들을 붙잡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여행한 시간이라는 것이 있다. 여행하는 동안 위험을 함께 헤쳐 나가고,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사람들을 구하고.
정이 들래야 들 수밖에 없다.
더구나 클라우드는 천성이 다정하며 잔정이 많은 성격이 아니던가?
어떻게든 그녀들을 붙잡을 것이라 생각했지, 헌신짝 내놓듯 저리 가볍게 대답하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다.
“하… 하하핫!”
그리고 이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건 기스 또한 마찬가지였다.
빈민가에서 태어나 온갖 꼴을 다보며 살아온 그는 삐뚤어진 성격을 지녔다. 남의 것을 빼앗고 빼앗긴 자의 절규를 보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는 최고의 오락이다.
그리고 같은 용사의 동료를 빼앗는다는 시추에이션은 그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 중에 가장 즐거운 오락임이 틀림없었다.
…그랬어야 했다.
“일부러 덤덤한 척하는 건가? 그게 저 여자들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푸흐흐, 멋지네. 아주 멋진 용사님이셔.”
꽈악. 클라우드의 어깨에 얹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클라우드를 끌고 와 그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눕힌다.
기스가 클라우드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
“근데 그거 아냐? 네 여자들 이미 나한테 따먹힌 거? 저기 오필리아라는 년. 순결을 지켜야한다면서 빼더니 엉덩이로 박히는 건 좋아라 하더라? 그리고 네 소꿉친구가 내 자지를 몇 번이나 빨아줬는지 알아? 아, 너희 둘은 아직 키스도 못 했다고 했지? 미안하게 됐어. 이제 와서 키스해봐야 내 좆 빨던 입술이랑 키스하는 거 아니야.”
“…”
“왜? 할 말 없어? 그래 할 말 없겠지. 넌 자기 여자 하나 못 지키는 병신이니까. 그러니까 덤덤한 척 하지 마 찐따 새끼야.”
어느새 기스의 얼굴에는 웃음기라고는 하나도 없어져 있었다.
그런 그를 클라우드는 한심하게 쳐다보다가,
“넌 가서 이거 더 빨고 와야겠다.”
검지와 중지 사이에 엄지를 끼워 넣는 손짓을 보여주었다.
기스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게 뭔데?”
클라우드는 기스의 귓가에 속삭였다.
“니 엄마 젖꼭지.”
너무 비상식정인 상황에 맞닥뜨리면 사람은 공황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지금 기스의 상황이 딱 그러했다.
뭐라 반응도 못하고 멍청하게 클라우드를 쳐다봤다.
얼마 후, 정신이 돌아오자 그는 자신이 놀림을 당했음을 깨달았다.
“이 개새끼가!”
빠악!
얼굴에 기스의 주먹을 정통으로 얻어맞은 클라우드가 5m 정도를 날아갔다.
바닥에 떨어져 데굴데굴 구르는 클라우드.
기스는 곧바로 달려가 클라우드의 배를 걷어찼다.
클라우드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아무 것도 못하는 버러지 새끼가! 누굴 놀려?”
걷어차고 밟을 때마다 우두둑하고 어딘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린다.
클라우드의 몸이 망가져가는 것이 실시간으로 보였음에도 기스의 마음은 풀리지 않았다.
이상했다.
보통 이정도 때려놓으면 마음이 풀리기 마련인데, 이놈은 아무리 때려도 좆같은 기분이 사라지질 않는다.
‘왜지?’
기스는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보통 놈들은 그에게 조금만 얻어맞아도 살려달라고 울면서 빌기 마련이다.
인간이라는 건 고통에 취약한 생물이니까.
기스는 그런 꼴사나운 모습을 봐야 기분이 풀리는 타입이다.
하지만 지금 얻어맞고 있는 클라우드는 그런 보통 놈들과는 달랐다.
아무리 강하게 때려도, 뼈가 부러지고 내장이 상해도 그 흔한 신음 한 번 흘리지 않는다.
어디 그뿐인가?
클라우드는 기스의 발길질을 피하지도 막지도 않았다. 때리고 싶어? 그래, 때려. 마치 그런, 어른들이 아이를 달래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기스는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죽여 버릴까?’
살인충동에 휩싸인 기스가 클라우드의 목을 강하게 걷어차려던 순간이었다.
“그만!!”
네리아가 둘 사이로 끼어들었다.
덕분에 클라우드의 목을 꺾어버리려던 발차기는 멈춰질 수밖에 없었다. 기스는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네리아를 노려보았다.
“뭐하는 짓이지?”
“너야말로 뭐하는 짓이냐! 이건 약속과 다르지 않나!”
네리아는 클라우드를 등 뒤로 숨긴 채 기스를 마주봤다.
클라우드를 지키는 듯한 모습.
기스는 헛웃음을 머금었다.
“푸흐흐, 이미 저 새끼를 배신할 대로 배신해놓고 이제 와서 위하는 척 하는 거야?”
“…”
“할 말 없으면 꺼져. 난 저 새끼랑 끝장을 봐야겠으니까.”
“그건 안 되겠군요.”
기스가 네리아를 밀쳐내려던 순간이었다. 로리안이 기스의 어깨를 잡아 뒤로 당겼다. 기스의 미간이 와락 찌푸려졌다.
“넌 또 왜 시비야?”
“화를 내기 전에 주변을 둘러보는 게 어떻습니까?”
로리안이 턱짓으로 왼쪽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귀족들이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는데,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몰라도 분위기가 좋아보이지는 않았다.
당연하다.
아무리 용사이면서 강한 기스를 클라우드보다 존중해준다고 한들, 그가 천한 출신임은 클라우드와 다를 바가 없다.
아니, 빈민가 출신이니 어찌 보면 더 더럽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놈이 대륙 최고의 사교회에서, 같은 용사를 폭행한다?
그것도 저항하지도 않는 클라우드를, 보는 이조차 질릴 정도로 계속?
그 야만적인 행동에 귀족들이 불쾌해하며 저들끼리 수군거리는 것은 당연했다.
“당신의 일방적인 폭행에 다른 분들이 불편해하시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폭행? 웃기지 마. 저 새낀 날 모욕했어. 내 어머니를 들먹이면서 말이야.”
귀족들의 웅성거림이 커진다.
그러나 기스에게 부정적인 여론은 바뀌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욕? 클라우드가? 재밌는 소리를 하시는군요.”
클라우드는 출신이 천하고 무능력하다.
하지만 천성이 착하고 배려가 많은 인간이다.
비록 귀족들이 그를 무시한다지만, 그의 성격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기스의 말을 그저 억지로밖에 보지 않은 것이다.
‘이 개새끼가… 지도 들었으면서.’
아무리 속삭이는 목소리였어도 로리안이라면 들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못 들은 척 뻔뻔하게 기스를 대했다.
“목적은 달성하지 않았습니까? 더 이상의 추태는 부리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네 목적이야 이뤘겠지.”
기스는 불쾌한 표정으로 로리안의 손을 쳐냈다.
기스가 클라우드의 동료를 빼앗은 것이 자신의 저열한 욕망 때문이었다면, 로리안은 같은 용사인 클라우드를 견제하기 위해서였다.
처음엔 그저 조금 흔들어볼 생각이었을 뿐인데 어쩌다보니 이렇게까지 일이 잘 풀린 것이었고.
그렇기에 로리안은 괜한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일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나 때려놓고도 만족 못하셨습니까?”
“그렇다면?”
“그럼 제가 그를 대신해 상대하도록 하겠습니다. 대련이라는 형식으로 말이죠.”
로리안이 예식용 검을 뽑자 귀족들 사이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지금 이 순간 선역과 악역이 나누어졌다.
악역인 기스는 이겨도 손해 져도 손해인 상황이 만들어 진 것이다.
“…빌어먹을 새끼.”
기스는 혀를 차곤 불쾌한 표정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그가 자리를 떠나자 그제야 오필리아가 급히 클라우드를 향해 달려왔다.
“용사님! 괜찮으십니까?”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녀가 보기에도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저항도 하지 않고 그냥 얻어맞기만 했으니 꼴이 처참한 것이다.
그것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던 네리아가 다급하게 말했다.
“오필리아, 빨리 치료를!”
“알겠습니다. 그럼…”
“기다려 봐.”
클라우드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네리아와 오필리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졌으나, 그는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몸 상태를 살폈다.
엉망진창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