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ection RAW novel - chapter 135
RISE FROM THE DEAD (2)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던 심장의 박동이 느려졌다.
민감했던 촉감이 사라졌다. 양어깨를 짓누르던 벽은커녕 이제 손가락, 발가락도 느껴지지 않는다.
냄새는?
제일 먼저 무뎌졌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청각은 점점 더 예민해진다.
훗우웃- 훗훗 훗우웃 웃웃-
이백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울고 있는 부엉이 소리.
스르르륵 스르르르-륵
땅속 쥐며느리가 기어가는 소리.
헉- 헉- 헉-
숨소리.
「“엄마, 아버지는 뭐 하는 사람이었어요?”
“니 아버지? 그건 갑자기 왜?”
“아니, 그냥. 갑자기 궁금해져서. 말해주기 싫으면 말고요.”
“택시 운전사.”
“그 사람 택시운전 했어요? 허, 몰랐네.”
“왜?”
“그냥. 뭐 하는 사람이었길래 아들 이름을 정의라고 지었나 해서요.”
“······.”
“그 사람이 지었다면서요? 내 이름.”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고 그렇게 지은 거야.”
“아니, 그니까. 형사나, 검사 뭐 그런 직업을 가졌으면 또 모를까. 택시 운전하면서 아들 이름을 정의라고 짓는 건 좀 거창하지 않나?”
“택시 운전하면, 아들이 정의로운 사람이 되라고 하면 안 돼?”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
「“오빠, 나는 꼭 아파트에 살 거야.”
“왜? 반지하가 지겹냐?”
“오빠는 안 지겨워?”
“뭐, 아파트 살면 좋겠지.”
“오빠.”
“왜?”
“나중에 크면 우리 둘이 돈 모아서 엄마랑 꼭 저기 오거리 옆에 생긴 아파트 살자.”
“더 좋은 데 살아야지. 이왕이면 강남으로 가자. 오빠가 나중에 스타 돼서 돈 많이 벌면 사줄게.”
“진짜?”
“아- 진짜지 그럼. 그 안에 냉장고랑 세탁기, TV, 살림도 네가 원하는 걸로 다 해줄게.”
“진짜다. 약속했다.”
“야, 당연히 진짜지.”
“그럼 약속해. 새끼 걸어.”」
-*-
「“정혜, 요새 누구 사귀는 사람 있냐?”
“왜?”
“응? 아니, 그냥, 요새 부쩍 예뻐진 것 같아서.”
“너 이 새끼 설마······.”
“뭐? 왜? 왜 그렇게 보는데?”
“이 새끼가 진짜. 걔랑 너랑 몇 살 차이가 나는데, 어딜 감히···.”
“야! 아니야. 그냥, 주위에 괜찮은 후배가 있어서 소개시켜주려고 물은 거야.”
“진짜야?”
“야, 진짜야. 맹세해. 태호라고 진짜 괜찮은 놈이 있어서 정혜랑 잘 어울릴 것 같아서 물어본 거야.”
“태호? 법대 후배?”
“응.”
“그래? 그러면 내가 한번···. 아니다. 됐다. 연애든 뭐든 알아서 잘할 애다. 신경 꺼라.”
“진짜 괜찮은 앤데. 집안도 좋고. 정혜한테 한번 물어봐, 사귀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만이라도.”」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지나간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고 한다. 그랬다. 돌아가신 엄마와의 일들이 떠올랐고, 동생 정혜와 흥식 등 소중한 사람들과 보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정의야, 너 사람을 한 방에 제압하려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아냐?”
“어떻게 하면 되는데?”
“이렇게. 손가락을 이렇게 해서 울대를 치면 돼. 헛! 헛!”
“이렇게?”
“그렇지. 이렇게. 헛! 헛!”
“할 때, 꼭 그렇게 기합을 넣어야 하냐?”
“이건 내 입이 내는 소리가 아니야. 헛! 헛!”
“······.”
“헛! 헛! 빠른 펀치 스피드를 감당하기 위해 내 심장이 내는 소리지. 헛! 헛!」
근데 이놈 생각이 왜 계속 떠오르는 거지? 대학 때 우리가 그렇게 친했던가?
그러고 보니 사라진 연인을 찾으려다가 땅속에 갇힌 남자 주인공에 대한 그 유럽 영화도 이 녀석이랑 봤다.
제목이 뭐였지? 되게 특이한 제목이었는데······.
아, 맞다. ‘스푸어루스!’
신기하네, 이 순간에 그게 다 떠오르고.
헉- 헉- 헉-
젠장, 죽고 싶지 않다.
죽고 싶지 않다고!
죽고 싶···지···않···.
싶···않···.
아···.
퉁!
「어이, 이봐, 여기서 죽으면 안 되지. 남의 몸뚱아리를 빼앗아갔으면 죽더라도 할 일은 끝내고 죽어야지.」
누구지?
퉁퉁!
「눈을 떠. 살고 싶으면.」
눈을 뜨고 있었던 게 아닌가?
끼익 끼익 끼이익 끼익!
「마지막 기회니까.」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지금!」
“헛!”
멈춰가는 주연의 심장이 온 힘을 다해 소리를 냈다.
—*—
“헉- 헉- 헉-”
조필건의 집이 자리한 용인의 이름 모를 산.
주연을 묻어놓은 곳을 향해 서쪽 비탈을 오르고 있는 조직원들.
뚱뚱한 직원이 숨을 헉헉대며 오르자, 과장이 한마디 했다.
“너는 이 자식아 살을 좀 빼.”
“그게 원래는 제가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예전에 있던 조직에서 형님이 살을 더 찌우라고 해서 찌워놨더니 잘 안 빠져요. 헤헤. 헉- 헉-.”
“야, 너 그 작년에도 그 소리 했어. 좀 빼. 김 실장님 계실 때도 한 소리 들었지?”
“예. 헤헤.”
“빼라. 안 그러면 내가 빼준다.”
“예엡. 알겠습니다. 헉-.”
과장급 조직원의 잔소리에 뚱뚱한 직원은 무안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그렇게 다시 조용해지려는가 싶더니, 아까부터 살짝 긴장한 듯한 모습의 막내 직원이 묻는다.
“죽었을까요?”
“응?”
“땅속에 묻은 남자요.”
“죽었지 그럼. 다섯 시간이 지났는데.”
“살았으면 어떡하죠?”
“죽었어, 인마. 헉- 헉-.”
“막내가 긴장했구나. 사람 죽은 거 처음 보는 건가?”
“······.”
“‘돈 워리’해. 뭐 그렇게 막 호러 무비는 아니니까.”
“눈을 뜨고 죽었을까요?”
“죽으면 보통 눈을 뜨고 죽어. 한이 많아서 뜨고 죽는 게 아니라, 사망하면 신경이 죽어서 그냥 그렇게 돼.”
“저희 아버지는 감고 돌아가셨는데···.”
“아, 그건 자다가 돌아가시면. 그게 자연스러운 거니까. 근데 관에 갇혀서 죽으면 그러지 못하지. 아마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손톱 다 나가고 몸도 살짝 뒤틀려있을걸. 저번에 어떤 놈은 뭘 했는지 발목이 부러져있더라.”
“······과장님은 많이 해보셨나요?”
“응? 뭐···종종 해. 일 년에 한 서너 번.”
“안 꺼림칙하세요?”
“처음에는 좀 그런데······. 그냥 일이지 뭐. 금세 익숙해져.”
그렇게 막내와 과장이 대화하는 사이, 셋은 주연을 생매장해놓은 장소에 도착했고, ‘무덤’의 상태가 이상한 것을 제일 먼저 발견한 뚱뚱한 직원이 나지막이 탄성을 질렀다.
“어!”
“왜 그래?”
“저기···.”
“저기 뭐···. 어! 저거 왜 저래?”
‘무덤’이 파헤쳐져 있다. 셋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가까이 가니 표면으로부터 1m쯤 아래에 소나무관 하나가 보인다.
“관은 있는데요.”
“나도 보여, 인마.”
뚱뚱한 직원의 말에 과장은 플래시의 빛을 주변에 비췄다.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누가 이래 놨지?”
“너희 확실하게 묻은 거 맞아?”
“확실하게 묻었습니다. 과장님이 확인하셨잖아요.”
확인했다. 과장은 다시 한번 주위를 둘러봤다. 누가 있어도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이 짙다.
“관은? 닫혔어?”
과장의 물음에 뚱뚱한 직원이 옆에 있던 삽을 들어 관뚜껑을 쳐본다.
퉁!
“닫혔는데요.”
“다시 확인해봐.”
퉁퉁!
“닫혀있습니다.”
과장은 세 번째로 주위를 둘러보고는,
“열어봐.”
명령했다.
“막내야, 열어봐.”
바로 옆에 있었지만, 뚱뚱한 직원은 과장의 지시를 막내에게 전달했다. 잠시 망설이던 막내 조직원은 삽 옆에 놓아둔 장도리를 집어 들고 관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끼익 끼익 끼이익 끼익!
그러고는 박힌 못을 하나씩 뺀다. 모서리에 박아둔 총 네 개의 대못을 빼고는 뚜껑을 열자,
“있는데요.”
다섯 시간 전, 넣어두었던 자가 그대로 누워있는 것이 보인다.
“있어? 휴우—. 죽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