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ection RAW novel - chapter 142
띵동.
“누구 뜨- 세요?”
“경찰입니다. 노건형 씨 여기 있죠?”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의 용찬을 옆으로 밀치고 인아와 동석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고는 베란다에서 바다를 보고 있는 노건형을 발견했다.
“노건형, 당신을 지금 살인미수 및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지금부터 하는 발언은 법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으며, 진술을 거부하거나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방금 형소법에 따른 피의자의 권리를 들었습니다. 만약 체포에 불응하면, 그때는 도주의 위험이 있다고 간주하고 물리력을 행사하겠습니다.”
주연을 그렇게 만든 사람이라 그랬을까, 평소와 달리 인아는 긴장했다.
“괜찮아. 용찬아, 그 칼 내려놔.”
그제야 식칼을 들고 뒤에 서 있는 용찬을 발견한 인아와 동석.
여전히 영문을 알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지만, 그게 더 위협적이다.
“꼼짝 마.”
인아와 동석은 재빨리 전기총을 꺼내 들어 용찬에게 겨눴다.
“다들 진정들 하지. 내가 이제 와서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까. 찬아, 너는 가서 일 봐. 아- 가서 짜장면 시켜.”
“진짜요? 뜨으-.”
“시켜. 탕수육도 시키고.”
“네헤헤- 뜨으-.”
식칼을 들고 서 있던 남자는 아무일 없었던 다는 듯이 다시 주방으로 돌아갔다. 여전히 그를 경계하면 거실에 서 있는 둘에게 노건형이 자리에서 일어나면 물었다.
“나주연이 보낸 건가?”
“···.”
대답 대신 인아는 그를 죽일듯한 표정으로 노려봤다.
“흐허허. 가자고. 어디 한번 누구 운이 더 센가, 한번 재보자고.”
“당신 운은 끝났어.”
노건형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인아를 봤다.
“게임 시작도 안 했는데 그렇게 초를 치면 쓰나. 그놈 운이 좋긴 좋지. 근데, 내가 살면서 그런 놈들을 몇 번 봐왔지. 아, 그것도 그 녀석이 처음은 아니야. 두 번째지.”
“뭔 소리야?”
“땅속에 묻은 놈이 살아 돌아온 거.”
“뭐?”
“방금 본 용찬이가 전에 살아 돌아왔어. 그때도 한 다섯 시간쯤 되었던가? 흐허허- 허허허.”
야매검사 v 투명인간 (1)
서울남부교도소.
“5011번 황승준 나오세요.”
‘면회 올 사람이 없는데···’라고 고개를 기울이며 교도관을 따라간 곳에는 보고 싶지 않은 얼굴이 기다리고 있었다.
“얼굴 좋네. 여기가 편한가 봐?”
“흥. 죽을 뻔한 줄 알았더니 멀쩡하네.”
“소식 빠르네. 기사 한 줄 뜨지 않은 일을 이 안에서 벌써 알고 있고. 우리 조 회장님께서 꼬박꼬박 전서라도 날려주나 봐.”
황승준은 싸늘한 눈초리로 노려봤다. 그러나 주연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정 변호사 요새 연락 안 되지?”
“···.”
“바쁠 거야, 제 살길 찾느라.”
“원하는 게 뭐야? 안 바빠? 고작 그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오지는 않았을 거고.”
승준의 질문에 주연은 잠시동안 말없이 그를 쳐다보다가 휴대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사진 속에는 데이비드 창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 새끼 잡을 거야.”
거기까지 알고 있을 줄이야···. 순간 당황했지만, 황승준은 내색하지 않았다.
“조 회장한테는 주머니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법무법인 해달 정상록 변호사가 관리하고 다른 하나는 여기 데이비드 창이 관리하지. 자, 정상록이 관리하는 주머니는 이미 파악했고, 이제 이 데이비드 창이 관리하는 주머니를 털려고. 그럼, 끝이잖아. 의리로 똘똘 뭉친 조직도 아니고, 돈줄 털리면 끝인 거지.”
대신, 말없이 주연을 노려보다가,
“굿럭. 잘 해봐.”
라고 비아냥댄다.
황승준은 계산적인 인물이었다. 사이코패스적 성향이 있는 변영상과 달리, 황승준은 철저히 돈의 논리를 따르고 힘의 논리를 따랐다. 그의 눈에 나주연은 여전히 열세했다. 조필건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다.
“참나- 다 큰 어른이 세뇌라도 당했어? 그깟 노인네 하나가 그렇게 무서운 거야?”
그런 그에게 특유의 장난기 가득한 말투로 대꾸하고는 휴대폰 앨범 속 사진을 넘겼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황승준의 아내와 딸의 사진이 나온다.
이번만큼은 당황스러운 기색을 감출 수 없다.
“딸이 공부를 잘한다고 하던데. 의사가 꿈이라며? 조폭 아빠에 의사 딸이라···. 예전에 라고 자식 뒷바라지하는 조폭 아빠의 여한을 그린 수작이 있었는데. 혹시 봤어?”
“거참 계속 말을 참 돌려 하시네.”
“내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속에는 아저씨가 들어가 있어서.”
승준은 웃지 못한다. 주연의 다음 말이 대충 예상이 간다.
“아빠가 조폭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떠벌려지면 의사가 되고 싶어 하는 딸은 무슨 생각을 할까?”
“···.”
“아주 잘도 숨기셨던데. 이렇게 감옥에 있는 것도.”
“검찰도 순 양아치네. 이딴 식으로 죗값을 치르고 있는 사람 찾아와서 협박이나 하고. 원하는 게 뭐야?”
“고작 이 안에 3년 있는 걸로 죗값을 다 치르는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지.”
“당신 검사 아니야? 그게 판사가 내린 처벌이야.”
“응. 검사 아니야. 야매지.”
시종일관 장난스러운 말투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다.
“조필건이 잡았어. 당신이 증인 좀 서줘.”
“흥. 애초에 숨어있지도 않았던 사람이야. 잡았다고? 잡혀준 거겠지.”
“그래서 거절하겠다?”
“여우 무섭다고 호랑이 굴에 들어갈 순 없잖아?”
“가족한테 사실을 들키는 것보다 가족을 살리는 게 낫다? 그렇지, 그게 현명하지. 그런데 내가 오늘 여기 다녀왔다는 사실을 알면, 당신 회장이 무슨 생각을 할까?”
“!”
“평소 같으면야 우리 황승준 씨의 로열티를 믿겠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믿어줄까?”
황승준은 밖의 상황이 어떤지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조직에 매수된 교도관을 통해 소식을 조금씩 듣기는 했지만, 무슨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는 모른다.
사실, 주연의 말대로 정상록 변호사가 뜸한 것도 수상하고, 그가 (자신도 몇 번 만나보지 못한) 데이비드 창을 알고 있는 건 더 의외다.
“대한민국 검찰을 너무 우습게 보지 마. 다 김길주 같은 놈만 있는 곳은 아니니까. 상황 파악되면 연락해.”
—*—
[회장님 조금 전 서초서 형사들에게 연행되셨답니다.] [그 여주지청 검사가 생각보다 많이 알고 있는 듯합니다.] [검찰에서 계좌추적 들어갔습니다.]서울고등법원, 검사장실.
정상록으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김길주는 쓴웃음을 지었다.
나름대로 생각하고 짜놓은 비상 ‘프로토콜’인데, 다 헛수고가 될 판국이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십니까요, 회장님···.”
김길주가 원망스러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하지만, 아직 안 끝났다. 끝나기는커녕 이제야말로 진짜 시작이다.
징징- 징징-
경기남부경찰청 청장 허정태다.
“예, 청장님.”
– 소식 들으셨나요?
“들었습니다.”
– 이제 어쩌죠?
긴장한 목소리. 상대적으로 조필건을 안 지가 김길주보다 짧은 허정태는 변수에 불안해했다.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그대로 진행하면 됩니다.”
– 근데 그게···.
경기남부청 광역수사대로 수사권을 가지고 오려던 계획이 틀어졌다.
– 본청에서 그냥 서초서 강력팀에서 수사 진행하는 걸로 결정이 났습니다.
서초서 형사들이 현장에 나타났다고는 하나, 경기남부청 관할인 용인에서 벌어진 일이고 일차적으로 서초경찰서와 관련이 없는 일인데도 그리 결정이 났다는 것은 누군가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걸 의미했다.
“알겠습니다.”
– 괜히 푸쉬했다가 의심만 살 수 있을 것 같아서···.
“제가 알아서 할게요.”
– 어떻게···하시려고···.
“대한민국 검찰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죠.”
주연이 했던 말과 비슷한 말. 그러나, 의미가 전혀 다르다.
“청장님은 일단 가만히 계십시오.”
– 아, 알겠습니다.
딸깍.
통화를 끊은 김길주는 곧바로 다른 휴대폰을 꺼내 서울지청에 있는 후배 검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띠리링- 띠리링-
– 네, 검사장님.
“어, 윤 프로, 지금 잠깐 좀 들어와 줄 테야. 그때 말한 그 이세윤 청장의 장모랑 처남 파일 가지고.”
– 네, 알겠습니다.
딸깍.
후배 검사와 통화를 짧게 마친 김길주는 이제 경찰청장 이세윤 치안총감에 전화를 건다.
“안녕하십니까, 청장님. 서울고검의 김길주입니다. 하하.”
—*—
서초경찰서, 단방향 투시 거울로 취조실과 붙은 방.
“저 영감이 조필건이야?”
오성돈 형사과장이 묻자,
“노건형이라는데요.”
옆에 있는 추민욱 계장이 대답했다.
“노건형은 또 누구야?”
“조필건이라는데요.”
지난 며칠, 서초경찰서를 시끌벅적하게 한 장본인이었다. 열혈 후배의 헛발질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연행해오고 나니 어안이 벙벙하다.
“근데 왜 조사 시작 안 해? 저 영감 변호사라도 기다려?”
취조실 안의 주인아 형사가 아무 말 없이 노건형을 노려보고만 있자, 오성돈이 다시 물었다.
“아닙니다. 검사 기다립니다.”
“검사?”
“예.”
“누구? 아, 혹시 저 영감이 땅에 파묻었다는 그 검사?”
“예.”
“그 사람이 여길 왜?”
“저 영감에게 말해줄 게 있다고 하는데요.”
“말해줄게? 혹시 뭐 사적인 복수라도 하려고 오는 거 아니야? 그럼 곤란해.”
“주 형사 말이 그런 거 아니라는데···.”
확신이 없다. 그저 인아가 그렇게 말했기에 그대로 전했을 뿐.
“혐의가 사실이라면 저 영감이 그 검사를 죽이려고 했다는 건데, 검찰이 바보도 아니고 그 검사를 수사팀에 넣지는 않았겠지. 그런데 그 사람이 여길 왜 와? 괜히 문제 생길지도 모르니까···.”
“어.”
오성돈의 주의를 듣고 있던 추민욱의 입에서 짧은 탄성이 흘러나왔다.
“이미 왔는데 어쩌죠?”
투시 거울 반대편으로 나주연이 들어와서는
– 안녕하십니까, 어르신. 제가 그날 서재에서 말씀드렸죠, 일주일 안으로 이렇게 다시 만날 거라고. 하하.
장난스러운 말투로 인사를 건넨다.
“문제가 생길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데···요.”
—*—
서초경찰서, 취조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