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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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 이건 사기다!
하지만 유아는 감히 잔을 마주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다른 한 손으로 담요를 목까지 끌어올리고는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는지 담요 아래로 뽀얀 엉덩이가 그대로 형진의 시야에 드러나 있다는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안 마실 거야?”
“그, 그게… 저… 술은…”
“괜찮아. 내 앞에서는 마셔도 된다고 했을 텐데.”
“그랬… 나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기는 한데 정확히 언제 어떤 상황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을 더듬으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아의 모습에 형진은 피식 웃어버렸다.
“그랬지. 비록 네 녀석의 대답은 잠꼬대였지만.”
“…”
“약간만 마셔. 술 취해서 헤롱거리는 신부를 안고 싶은 생각은 없으니까.”
형진의 말에 유아는 당황했다. 신부라는 말을 통해 자신이 직면한 상황을 적나라하게 인식했기 때문이다.
자꾸만 권하는 형진의 말과 행동에 유아는 문자 그대로 살짝 입술만 축이고는 잔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형진은 빵을 자를 때 쓰는 칼로 테이블에 놓여진 케이크를 잘라 작은 접시에 올려 놓고는 디저트용 포크와 함께 유아에게 건네주었다.
“먹어.”
“이게… 뭐에요?”
“케이크. 내가 살던 곳에서는 무언가 기념할 만한 일이 있을 때 케이크를 함께 먹곤 했거든.”
“…”
“여신 때문에 일이 좀 급하게 돌아가는 상황이긴 해도, 그냥 무턱대고 너를 안아 버리는 건 뭔가 좀 아닌 것 같아서. 이건 오직 우리 둘만을 위한 음식이다. 그러니 먹어.”
유아는 그제서야 형진이 건네준 접시를 받아들었다.
“와아…”
예쁘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 입에 넣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로 예쁘다. 촉촉한 스펀지케이크, 부드러운 생크림, 그리고 향긋한 과일의 환상적인 하모니는 보는 것만으로도 감탄이 절로 나올 정도다.
잠시 주저하던 유아는 입 안에 흥건히 고이는 침을 주체하지 못하고 결국 모서리를 포크로 살짝 자른 다음 조심스럽게 입 안에 가져다 넣었다.
“으으음!”
부드럽게 감싸오는 크림의 촉감에 이어 촉촉한 케이크가 덮쳐오고, 뒤이어 아삭한 과일의 식감이 입 안을 지배한다. 단지 입 안에 넣었을 뿐인데도 사르르 녹아버리는 듯한 터무니없는 그 맛에 유아는 몸 전체가 그대로 흐물흐물 녹아버리는 착각마저 느껴야만 했다.
“어때, 나쁘지 않지?”
“너므 마시써여. 어떻게 이렇게 달콤할 수가 이쩌?”
“키득.”
재빠르게 다시 케이크 한 조각을 입 안에 넣고는 혀짧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유아의 모습에 형진은 키득대며 웃음을 터뜨렸다.
“칠칠맞기는.”
그러다가 입 언저리에 크림이 묻은 것도 모른 채 포크를 휘드르느라 여념이 없는 유아에게 손을 뻗어 그것을 닦아냈다. 케이크의 맛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유아는 그제서야 흠칫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무서워?”
은근한 형진의 말에 유아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조, 조금요.”
“그런 주제에 여신에게 나랑 맺어지게 해달라고 빌었어?”
“그건…”
“쿡.”
대답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얼굴이 새빨갛게 익은 채 고개를 푹 수그리는 모습에 다시 작게 웃음을 짓던 형진은, 유아의 입언저리에 묻었다가 자신의 손가락으로 옮겨간 크림을 가만히 핥아 없애고는 그녀의 턱을 가만히 들어올렸다.
“…”
유아는 감히 시선을 마주할 엄두를 내지 못한 채 눈을 꼭 감았다. 그런 주제에 입술을 얼른 뽀뽀해 달라는 듯이 쭉 내밀고 있으니 꼭 빨간 금붕어 같다.
“킥.”
형진은 그렇게 다시 웃고는 가만히 그녀의 입술에 살짝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그녀의 입술을 통해 달콤하고 은은한 생크림 냄새가 전해진다.
살짝 입술을 댔다가 떼자, 유아는 슬그머니 눈을 떴다. 하지만 다음 순간, 형진의 입술이 자신의 이마에 다시 와닿자 화들짝 놀라면서 얼른 눈을 감는다.
형진은 천천히 그녀의 이마와 코와 눈썹과 눈꺼풀과 볼에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얼굴 전체에 빠짐없이 입을 맞추고 나서야 비로소 키스 세례가 멈추었고, 유아는 가만히 그 모든 행동을 받아들이고 있다가, 형진의 움직임이 멈추고 나서야 비로소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아직도 무서워?”
“…”
유아는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형진은 손을 뻗어 잘했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천천히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조금은 투박하고 거친 형진의 손이 자신의 얼굴을 쓰다듬기 시작하자, 유아는 가만히 눈을 감고 얼굴을 기대듯 그 감촉을 즐겼다. 그러다가, 그의 손가락이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자, 유아는 그곳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추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그리고 조금 익숙해지자, 그녀의 입술을 집요하게 형진의 손가락을 농락하기 시작했다.
형진은 손가락을 간질이는 그녀의 입술과 혀의 감촉을 잠시 즐기다가, 이내 그녀의 얼굴을 끌어당기며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앞서의 조금 장난스러웠던 키스와는 전혀 다른 깊고 농후한 키스를 나누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입술을 서로 겹치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이 고작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의 혀는 마구 뒤엉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격렬한 키스가 끝났을 때, 유아는 어느새 살짝 풀린 눈으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지금은?”
“모, 몰라요.”
형진은 유아를 그대로 눕히고는 그녀의 몸을 가리고 있던 담요를 치워 버리고는 한 번 더 격렬한 키스를 이어갔다.
“헉… 헉…”
유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담요가 치워지고 자신의 흔들리는 촛불 아래 드러났다는 것을 머리로 인식하고는 있었지만, 그것에 대한 반응을 할 여유 같은 건 이미 그녀에게 남아 있지 않았다. 그리고 형진의 손이 자신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하자, 그녀는 짜릿하게 등골을 타고 전해지는 어떤 감각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터뜨렸다.
향기로운 술과 달콤한 케이크의 향기는 이런 순간에도 후각을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었고, 때문에 유아는 마치 전신으로 그 모든 것의 맛을 즐기는 듯한 착각마저 느끼고 있었다. 몸 안 깊숙한 곳에서 알 수 없는 열기가 뻗어 나와 전신의 말초 신경을 간질이자, 유아는 안타까움 가득한 목소리로 애원하듯 흐느끼며 형진의 등을 꽉 끌어안았다.
형진은 비로소 유아의 몸이 준비되었음을 깨달았다.
“조금 아플 거야. 참아.”
“네…”
유아는 가쁜 숨을 헐떡이면서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형진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그것을 확인한 순간 형진은 조심스럽게 유아와 한 몸이 되었다.
“윽!”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의 고통이 하복부로부터 번져 온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찰나의 순간이었고, 잠시 시간이 지나자 유아 스스로도 의아할 정도로 통증은 빠르게 사라져 버렸다.
미처 스스로 깨닫지는 못하고 있었으나, 유아는 신녀의 자격을 획득하면서 신뢰와 헌신의 수호자들도 한 수 접어줄 정도의 회복능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사실 이것은 처음 체력 증진용 매크로 수련을 한 뒤에 이미 얻은 능력이었지만, 워낙 둔탱이다 보니 자신에게 그런 능력이 생겼다는 사실 자체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프면 회복이라도 써봐.”
형진의 말에 유아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요. 처음엔 좀 아팠는데, 금방 괜찮아졌어요.”
“아픈 거 참는 게 제일 미련한 짓이야. 괜히 곰탱이짓 하지 말고 회복부터 해.”
“정말인데.”
유아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선선히 형진의 말대로 하복부에 회복을 구현했다. 형진은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난어린 표정으로 말했다.
“여신에게 들었지?”
“네? 뭘요?”
“맺어지면 맺어질수록 네 가슴도 커질 거라는 얘기.”
“…”
“각오해. 하마란도 울고 갈 정도의 거유로 만들어 줄 테니!”
“네? 하윽!”
무슨 소린가 하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던 유아는 갑자기 확 밀어붙이는 형진의 움직임에 자신도 모르게 커다란 교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하지만 당황할 틈도 없었다, 연이어 머리속에서 갑자기 폭죽이 펑펑 터지는 것 같은 감각이 밀려들기 시작한 탓이다.
“오오! 효과가 있다!”
가뜩이나 작은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바로 누운 탓에 형태를 알아보기도 어려웠던 유아의빈약한 가슴은, 형진의 움직임에 맞춰 그녀의 몸 안에서 감각이 치밀어 오를수록 마치 튜브에 펌프로 바람을 불어넣는 것처럼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너, 너무… 세요… 하윽… 살살…”
유아는 계속해서 몰아치는 감각의 폭풍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몸을 비틀어대다가, 생전 처음 겪어 보는 어떤 거대한 감각이 밀려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해서 그렇게 애원했지만, 형진은 눈앞에서 부풀어 오르기 시작한 가슴의 모습에 열중해 그녀의 애원을 가볍게 무시해 버렸다.
아니, 오히려 한 술 더 떠서 라이언하트를 발동해 버렸다. 그리고 시시각각 전해지는 정보를 통해 그녀의 약점을 파악하고 여체를 어떻게 공략해야할 지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 갔다.
“아… 안 돼… 흐아아아…”
유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마치 극상의 맛을 지닌 형진의 음식을 온 몸으로 빨아들이는 듯한 그 말도 안 되는 감각이라니! 라이언하트라는 사기 스킬까지 써가며 공략해 오는 형진의 압도적인 공세에 대응할 능력 따위 그녀에게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전신의 세포 하나 하나가, 그것과 연결된 신경 한올 한올이 마치 도화선처럼 타오른다. 그렇게 신경의 말단으로부터 점차로 피어오른 불꽃은 이내 서서히 그녀의 몸 속 깊은 곳에 숨겨진 쾌락이라는 이름의 폭탄으로 옮겨갔다.
천천히 타오르는 그것을 느끼는 순간 한편으로는 기대를, 그리고 또 한 편으로는 두려움을 느꼈다. 지금껏 경험해 본 적이 없는 미지의 것에 대한 궁금증과 기대감 저편에는, 지금 저것이 몸 안에서 폭발해 버리면 그대로 자신이라는 인격을 구성하고 있는 이성 자체가 날아가 버릴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었다.
하지만 도화선처럼 당겨진 쾌락의 불꽃은 그녀가 도망갈 틈도 주지 않은 채 거침없이 달려가 마침내 몸속 깊은 곳에서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큭!”
야수와도 같은 기세로 거침없이 유아를 밀어붙이고 있던 형진은 어느 순간 그녀의 몸이 활처럼 휘며 자신의 몸을 강하게 죄어오자, 그 격렬한 감각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분출을 일으키고 말았다.
“헉… 헉…”
하복부로부터 치밀어 오르는 강렬한 쾌락의 폭발에 잠시 눈을 감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그 여운을 즐기던 형진은 눈을 뜬 순간 믿을 수 없는 현상을 목격하고 말았다.
“헉!”
한껏 부풀어 올라 탐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던 유아의 가슴이 마치 구멍 난 튜브처럼 다시 서서히 작아지고 있었다. 거머쥐면 탱글탱글하게 흔들리던 아름다운 가슴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시 작아지고 있는 것이다!
“미, 미친! 계속 유지 되는 게 아니었어?”
사기다. 이건 사기다! 이런 게 어딨어! 기껏 크게 키워 놨더만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쪼그라드는 게 어딨냐고!
호구신은 분명히 말했다. 맺어질수록 유아의 가슴은 커질 것이라고. 그것은 한 번의 맺어짐이 아닌 꾸준한 맺어짐을 통해 원하는 결실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 그것에 대해서는 이미 형진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차라리 커진 모습을 보여주지 말던가. 남의 여자 가슴 가지고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뭐냔 말이다.
형진의 처절한 외침에도 불구하고 유아의 가슴은 결국 다시 원래의 빈약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어떻게 보면 조금 커진 것 같기도 하지만, 방금 전까지의 모습을 생각하면 유의미한 변화라고는 인식하기 힘들 정도다.
“유아!”
“네?”
여전히 멍한 눈을 한 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유아는 눈에서 불길과도 같은 시선을 뿜어내고 있는 형진의 모습에 화들짝 놀랐다.
“나는 이대로 만족할 수 없다. 너도 그렇지?”
꼴딱.
유아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무래도 뭔가 일이 잘못 되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마른 침을 삼켰지만, 다시 뭐라 답할 틈도 없이 용맹한 사자의 기운을 뿜어내며 거대한 야수처럼 덮쳐오는 형진의 실체를 감당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