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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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노크합시다!
지금까지 둘의 관계에 있어 유아는 상당히 수동적인 입장에 있었다. 하긴 따지고 보면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식이었다. 얼마 전 선을 넘으면서 언제나 같이 밤을 보내는 사이가 되었지만, 그런 일련의 과정에 있어서도 언제나 유아는 수동적인 입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형진이 요구하면 못 이긴 척 받아들이는 정도가 유아의 반응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유아는 이전의 그런 모습과는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스스로 먼저 몸이 달아 그와의 결합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너무나 적극적으로.
형진은 갑작스런 유아의 태도 변화에 살짝 당황해 버렸지만, 그렇다고 모처럼의 유혹을 거부할 생각은 처음부터 없었다. 결국 둘은 허겁지겁 서로의 입술을 탐하며 그 자리에서 옷을 벗고 곧바로 결합에 들어갔고, 방안의 공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만들고서야 비로소 땀에 흠뻑 젖은 채로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차.”
“왜요?”
“방음결계.”
“아…”
다른 이들은 일층에 있고 위치도 제법 떨어져 있는 상황이라 그나마 낫지만 같은 층에 있는 크루그는 아무래도 또다시 한 소리 할 것 같다. 카트린이 기도중이니 그나마 다행인가.
“이거 또 미안한 짓을 해버렸군.”
“그러게요.”
둘은 잠시 그렇게 서로를 안은 채 키득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자라나는 청소년에게 이 집의 환경은 꽤 유해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잠시만요.”
유아는 몸을 일으키더니 욕실에서 수건을 가져와서 흠뻑 젖은 형진의 몸을 정성스럽게 닦았다.
확실히 뭔가 변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변했냐고 묻는다면 콕 집어 말하기는 어렵지만, 유아의 내면에서 어떤 부분이 바뀐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고 형진은 생각했다.
“그, 그만…”
“어머.”
탐스러운 여체가 눈앞에 아른거리고 다시 정성스럽게 몸을 닦아주기까지 하니 다시금 형진의 몸이 성을 내기 시작한다. 유아는 눈앞에서 불끈 솟아오른 형진의 실체를 보자 놀란 강아지처럼 눈이 동그래지고 말았다.
“크흠…”
뭔가 엄청 민망하다. 그래서 슬그머니 고개를 돌리려했지만, 유아가 그것을 수건으로 정성스럽게 닦아내기 시작하자 그 민망함은 곱절로 커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아의 움직임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수건으로 닦아내는 일이 끝나자, 이내 두 손으로 그것을 움켜쥐고는 조심스럽게 쓰다듬기 시작한 것이다.
“끙… 그렇게 자꾸 자극하면…”
난감해 하는 표정으로 형진이 말하자, 유아는 이렇게 대답했다.
“이걸로는 역시 부족할까요?”
오늘의 유아는 무척이나 적극적이고 개방적이다. 어쩐지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 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럼… 입으로 부탁해도 될까?”
“입으로요?”
미처 생각해본 적도 없다는 듯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손에 쥔 무언가를 입으로 가져간다.
“으음…”
무척이나 서툰 솜씨였지만, 촉촉하게 젖은 그녀의 입술과 혀가 실체를 감싸기 시작하자 형진은 평범한 관계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강렬한 쾌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유아의 손길에 그의 몸 어딘가에 숨겨진 스위치를 잘못 누르기라도 한 것처럼 극도의 쾌감에 전율하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채 몇 분 지나지도 않아 형진은 허리까지 들썩거리며 그녀의 입안에 정을 쏟아내고 말았다.
“읍!”
갑자기 입 안으로 뜨거운 정이 쏟아져 나오자 유아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짓더니 가만히 분출이 끝날 때까지 그것을 다 받아내고서야 수건에 그것을 뱉어냈다.
“크흠. 미안.”
“좋았어요?”
“응. 무척이나.”
“다행이네요.”
배시시 웃는 유아의 모습에 조금 쑥스러운 웃음을 지어보이던 형진은 문득 한 가지 생각을 떠올렸다.
“유아.”
“네.”
“부탁 한 가지만 더 들어줄래?”
“뭔데요?”
역시나 오늘의 유아는 뭔가 이상하다. 아주 바람직한 방향으로.
“드레스룸에 있는 옷들 입어봐.”
“옷이요? 그건 왜요?”
“그림으로 남겨두려고. 이런 식으로 인형을 만들 때 참고 자료로 삼기 위해서.”
“…”
그러자 유아는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
“그거… 꼭 만들어야 해요?”
“아, 이게 뭔지 설명을 안 해줬구나. 잠시만.”
“…”
형진은 그렇게 말하고는 조각도와 사포를 손에 쥔 채 미완성 상태의 인형을 완성시켰다. 그러자 희미하게 윤곽만 닮아 있던 인형은 그녀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처럼 섬세한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와아…”
처음에는 단순히 아이들 장난감 정도로만 여겼던 인형이 마치 생명을 얻어가는 것처럼 생동감 넘치는 모습으로 변해가는 그 광경은, 유아의 눈에 마치 마법과도 같아 보였다. 형진은 집중한 채 그렇게 작업에 열중하다가, 어느 순간이 되자 움직임을 멈추고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
“휴우… 이거 꽤 힘드네.”
“이거, 단순한 인형이 아닌가 봐요?”
“맞아. 일단은 시험작이라서 작게 만드는 거야. 원래는 실물 크기로 만들 생각이었거든.”
“헉. 실물 크기요?”
작은 인형이라면 몰라도 자신과 똑같은 크기로 알몸 상태의 인형이 만들어질 거라는 사실을 깨닫자 유아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 물론 실물 크기의 인형은 옷을 입혀놔야지. 그래서 드레스룸의 옷을 입어봐 달라고 그런 거야. 그림으로 남겨두든 기억을 하든 간에 일단 실물을 봐둬야 제대로 만들 수 있으니까.”
“아하.”
그런 얘기를 하며 형진은 마지막 작업을 위해 인형과 구슬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솔직히 제대로 될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자칫 엉뚱한 물건이 만들어지기라도 하면 그것도 곤란한 일이라, 여차하면 바로 파괴할 수 있게끔 마음의 준비도 해두었다.
“후우… 이거 좀 떨리네.”
형진은 그렇게 말하며 심호흡을 하고는, 인형에 구슬을 장착시켰다. 하지만 이것은 인챈트처럼 장비에 특별한 옵션을 부여하는 식의 작업이 아닌, 구슬과 인형을 하나로 합쳐 그 안에 깃든 사념으로 하여금 인형을 움직이도록 만드는 작업이다.
삐걱.
“조심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네.”
유아는 얼른 형진의 등 뒤에 숨은 채 탁자에 놓인 자신의 인형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삐걱. 삐걱.
처음에는 별 반응이 없는가 싶더니, 형진이 정신력을 주입하자 이내 삐걱거리며 움직이기 시작한다. 관절이 제멋대로 꺾이는 상태로 비틀거리며 일어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괴기스러워서 유아는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형진 또한 별로 표정이 좋지 않다. 어째 생각했던 것과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시 사념을 끌어내어 인형을 움직이는 건 무리였던 건가 싶은 생각에 정신력의 공급을 끊으려는데, 문득 시야에 이런 메시지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축하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창조했습니다. 스킬의 이름을 작성해 주십시오.] “헉!”뜬금없는 메시지에 형진은 크게 놀랐다. 그럴 수밖에 없다. 인형을 움직이는 것에만 성공해도 다행이다 싶었는데, 아예 새로운 스킬이 창조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왜요? 뭔가 잘못 되었어요?”
“아니. 그건 아니고…”
유아에게 스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기는 무척이나 번거로운 일이라 대충 그렇게 얼버무리고는 바로 이름을 부여했다.
[새로운 스킬의 이름이 ‘인형술’로 작성되었습니다.] -새롭게 창조된 ‘인형술’ 스킬의 현재 수준이 레벨 1로 지정됩니다.-새롭게 창조된 스킬을 타인에게 전수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레벨에 도달해야 합니다.
-새롭게 창조된 스킬을 스킬마스터를 통해 등록하기 위해서는 최소 30레벨에 도달해야 합니다.
-자신이 창조한 스킬을 스킬마스터에게 등록하면 공포와 죽음께서 합당한 보상을 내리실 것입니다.
“캬.”
이게 이렇게 되는 거였구나. 형진은 메시지를 읽자 집행자들이 지닌 방대한 규모의 스킬들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확실히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전에도 이렇지 않을까 싶긴 했지만 추측하는 것과 확인한 것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메시지는 끝난 것이 아니었다.
[축하합니다!] -축하합니다! 공포와 죽음께서 당신의 업적을 인정하였습니다.-축하합니다! 업적 보너스로 한 달간 의뢰 달성시 팩션 공헌도를 두 배로 습득 가능합니다.
-이미 업적 보너스가 적용 중이므로, 잔여 시간에 한 달이 추가 됩니다.
-축하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창조한’ 칭호가 부여되었습니다.
-‘새로운 스킬을 창조한’ 칭호 효과: 스킬 경험치 획득량 증가. [업적알림] 그리칸 지부의 진 성도가 새로운 스킬을 창조했습니다! 공포와 죽음께서 그의 업적에 매우 기뻐하십니다!
“헐.”
업적 보너스야 당장 의뢰가 부족해서 못할 지경이니 그렇다 쳐도 칭호 효과는 당장의 형진에게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이었다. 당장 스킬 숙련도가 부족해서 상급 성도로 진급을 못하고 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또다시 업적알림이 뜨고 말았다. 벌써 세 번째. 미친놈의 강림을 막은 것에 이어 토너먼트에서의 승리, 그리고 이번에 새로운 스킬 창조에 이르기까지 성도가 된지 채 일 년이 되기도 전에 남들은 한 번 이루기도 어렵다는 업적을 무려 세 개나 이룩한 것이다.
“저기… 쟤 뭔가 이상하지 않아요?”
“응? 뭐가?”
“뭐랄까. 분위기가 뭔가…”
“아…”
유아의 말에 형진은 피식 웃고 말았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다. 인형에 부착한 구슬이 바로 도살자 가트의 살의였기 때문이다. 가트의 인격까지 완전히 되살아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녀석의 살의가 은연중에 인형으로부터 은은하게 뿜어나오고 있으니 가뜩이나 기가 약한 유아로서는 질겁할 수밖에 없는 것이리라.
좋게 말하면 유아의 얀데레 버전이고, 나쁘게 말하면 사X의 인형 같은 느낌이다. 생각을 떠올리고 보니 둘 다 딱히 좋은 느낌은 아닌 것 같지만, 걸핏하면 겁먹은 토끼 같은 얼굴이 되곤 하는 유아의 모습을 한 인형이 저렇게 살벌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으니 어쩐지 좀 웃기다.
그래. 네 녀석은 얀데레 유아라고 불러주마.
하지만 한편으로는 좀 웃프다. 불쌍한 가트. 그렇게 죽은 것도 모자라서 나중에까지 이런 식으로 능욕을 당하게 되다니. 뭐, 자업자득이긴 하다만.
완전히 자율적인 움직임을 가진 인형까지는 아니라 조금 아쉽긴 하다. 그러나 스킬이 창조되었고, 덕분에 스킬 레벨을 올리는 것 역시 가능해졌으니 앞으로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혹시 아나. 한 40레벨쯤 되면 정말로 얀데레 유아의 인격을 가진 인형이 만들어질지.
그런 생각을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우당탕거리는 소리와 함께 복도를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안으로 뛰쳐 들어왔다.
“방금 그게 무슨…”
“…”
“…”
무례하게도 노크도 없이 문을 박차고 들어왔던 인물은 다름아닌 미엘이었다. 아래층의 아틀리에에서 룬을 각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터져 나온 업적알림에 화들짝 놀라 일도 집어던지고 급히 달려 올라온 것이다.
하지만 막상 문을 열고 들어서자, 그녀의 눈에 비친 것은 의자에 앉아 있는 형진과 그의 등에 기댄 채 서있는 유아의 모습이었다. 물론, 둘 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 게다가 방 안에는 두 사람의 체향과 땀 냄새와 짙은 밤꽃 냄새가 어우러져 있기까지 하다.
문을 열고 들어온 당사자도, 방 안에 있던 두 사람도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굳어 있었다. 너무나도 갑작스런 상황에 잠시 사고가 멈춰버린 것이다.
그나마 먼저 정신을 차린 것은 형진이었다.
“크흠… 앞으로는 노크를 좀 해주시지 않으시겠습니까?”
그제서야 정신이 돌아온 미엘은 얼른 뒤로 후다닥 돌아섰다.
“죄, 죄송합니다!”
그리고 사과와 동시에 쏜살같이 그 자리에서 도망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