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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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살려줘!
끄륵.
등으로 파고든 단검은 허파를 찢어놓고 다시 심장을 관통했다. 하지만 그 치명적인 일격보다도, 지금 이 순간 놈에게 가장 큰 충격으로 다가온 것은 바로 형진의 말 한 마디였다.
집행자라니.
놈은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도 영혼에 공포와 죽음이 각인되리라는 형진의 말을 몇 번이나 마음 속으로 되뇌이다가, 그렇게 숨이 멎고 말았다.
[인스턴트 킬! ‘캐슨’이 죽었습니다.]어제는 기껏 인스턴트 킬을 터뜨렸는데도 룻이 안 나와서 김 새게 만들더니 오늘은 아주 죽이는 족족 잘만 떨어진다.
진작 이랬어야지.
“캐슨!”
형진이 방금 전 죽인 자의 친구였을까. 한 놈이 그렇게 이름을 외치며 칼을 달려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머리 반쪽이 사라지며 그대로 털푸덕 바닥에 쓰러져 버린다.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니, 망토 자락을 펄럭이며 하늘에 떠있는 미엘이 마치 빛의 창과도 같은 무언가를 자신의 주위에 둥글게 늘어놓고는 마치 리볼버를 쏘듯 날려보내고 있었다.
퍽!
퍼퍽!
“크아악!”
“켁!”
방금 전 형진에게 달려들던 자는 그나마 나았다. 단숨에 머리가 날아가 버리면서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죽었으니까. 하지만 이후로 미엘의 마법에 맞은 자들은 팔이나 다리는 물론이고, 하복부 반이 날아간다든가 가슴 반쪽이 날아가는 식으로 구멍이 뻥뻥 뚫리고 있었다. 빠른 발사 속도와 강력한 위력을 가진 대신 정확도는 아무래도 떨어지는 모양이다.
지켜보는 형진이 혹시 뭔가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전과는 달리 아주 살기가 풀풀 넘치는 모습이다.
혹시 그 날인가.
“힉!”
“도, 도망쳐!”
뭘 어떻게 해볼 사이도 없이 문자 그대로 눈 깜짝할 사이에 대여섯명의 패거리가 학살당하자 몇 놈이 말을 타고 도망치려 했다. 하지만 녀석들이 탄 말이 채 속도를 내기도 전에 검은 그림자가 허공에서 스윽 지나가는가 싶더니, 모조리 말 위에서 우르르 떨어지며 그대로 움직임이 멎어 버린다. 바로 크루그였다.
크루그는 슬쩍 뒤를 돌아보며 살아 있는 자가 있는지 살피고는 다시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놈들은 비로소 깨달았다. 자신들이 마주하고 있는 이들은 처음부터 그들을 전혀 살려둘 생각이 없었다는 사실을.
“사, 살려 주세요!”
형진이 쓰윽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웬 헐벗은 여자 하나가 공포에 질린 모습으로 손발이 묶인 채 그를 향해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손발은 노끈으로 묶여 있고, 머리는 마구 헝클어져 있으며, 얼굴은 흙먼지를 뒤집어 써서 지저분했다. 얼핏 보기엔 노예상인들이 상품으로 끌고 가던 노예 같은 모습.
여자는 형진이 바라보자 흠칫 놀라는 표정을 짓더니,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그의 모습에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크게 놀란 눈으로 어느 틈엔가 자신의 심장에 틀어박힌 단검을 보아야만 했다.
“어, 어째서…”
형진은 그런 여자에게 코웃음을 치며 대답했다.
“어째서긴. 그런 어설픈 연극이 공포와 죽음께 통할 거라 생각했나?”
“헉!”
여자는 형진의 입으로부터 언급된 공포와 죽음이라는 말에 크게 헛숨을 들이켰으나, 다시 그 숨을 내뱉지 못하고 그대로 절명했다.
[인스턴트 킬! ‘린시’가 죽었습니다.]풍년이로구나.
미엘이 미친 듯이 학살을 시작한 바람에 형진이 손을 쓸 틈도 없었지만, 그래도 죽이는 족족 룻이 떨어지니 기분은 나쁘지 않다.
방금 전 그 여자는 아마도 자신의 연기력이나 복장으로 충분히 형진을 속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지만, 아쉽게도 공포와 죽음께서는 의뢰 현장에서 죽일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친절하게도 머리 위의 화살표로 나타내 주신다. 놀라우신 공포와 죽음의 권능에 경의를!
결국 노예 상인들은 채 몇 분도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몰살당해 버리고 말았다. 숫자가 많기는 해도 이 정도면 사실 형진 혼자만으로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느낌이다. 이동기 두 개와 라이언하트, 이렇게 스킬 세 개를 얻었을 뿐인데도 이미 더 이상 보통 사람들은 상대가 아니게 되어 버린 것이다.
머리 위에 화살표가 떠 있는 줄도 모르고 죽은 척 하고 있는 놈에게 다가가 심장에 집행자의 단검을 찔러 넣자, 마침내 의뢰 완료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축하합니다!] -‘수배자 처단’ 퀘스트를 무사히 완수하였습니다.-퀘스트 보상으로 ‘이넬 은화’ 2개가 분배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팩션 공헌도’가 13 분배 되었습니다.
-축하합니다! 업적 보상으로 공헌도 13를 추가로 획득합니다!
하나의 의뢰 보상을 셋이서 나눠가지는 것이라 생각보다 액수가 좀 적은 느낌이긴 하지만, 걸린 시간에 비하면 제법 짭짤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미엘이 천천히 공중에서 내려오자, 크루그 역시 그림자 속에서 스르르 모습을 드러낸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소년, 다음 의뢰는?”
형진의 말에 크루그는 바로 대답했다.
“잠시만요.”
크루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새로운 의뢰를 수락했다는 메시지가 나타난다. 어디쯤인가 바라보니, 수도 반대쪽으로 난 길에서 화살표 하나가 천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알아서 오네.”
목표의 위치를 확인한 형진이 그렇게 말하자, 크루그가 다시 이렇게 말했다.
“이번 의뢰는 한 명짜리니까 형이 처리하세요.”
조금이라도 더 경험을 쌓게 해주려는 녀석 나름의 배려인 모양이다. 형진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그럼 잠시만 좀 쉬자. 나 정신력이 떨어져서.”
“편하신대로.”
형진은 곧바로 인벤토리에서 다시 요리 하나를 꺼내들었다.
“헉!”
이래저래 치밀어 올랐던 스트레스를 의뢰 목표들에게 신나게 푸는 것으로 해소한 덕분에 다소나마 개운한 기분을 느끼고 있던 미엘은 다시금 형진이 음식을 꺼내자 기겁하며 물러섰다.
“아, 죄송합니다. 깜박했네요.”
“…”
냄새만으로도 이성을 마비시키는 미칠 듯한 향기가 아닌 걸 보니, 다행히 이번엔 특제 요리가 아닌 것 같았다. 그러나 과일즙의 일을 떠올리면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일이다.
큰일이다. 이제 겨우 첫날인데.
보나마나 이 남자는 앞으로 한 달 동안 계속 열심히 의뢰를 수행하려 들 것이다. 물론 중간에 어전 토너먼트도 있고, 내일이나 모레부터는 기사단의 훈련 상황도 간간히 지켜봐야 하니까 한 달 내내 함께 다닌다거나 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함께 의뢰를 수행해야 할 시간이 한 달이나 남았다는 사실에 미엘은 눈앞이 아득해지는 기분을 느껴야만 했다.
형진이 정신력 회복 속도 증가의 효과를 지닌 음식을 먹고 잠시 기다리자, 말 한 마리가 끄는 작은 마차 하나가 터덜터덜 길을 따라 올라온다.
마차를 모는 것도 여자, 위에 쳐진 천막 때문에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충 냄새로만 느껴봐도 안에 바글바글하게 타고 있는 자들 역시 전부 여자인 듯 했다. 이 험한 세상에 여자들끼리 마차를 타고 여행이라니. 이게 뭔가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자, 미엘이 넌지시 일러주었다.
“창부들이에요.”
“아…”
기사들이 명예로운 자들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군인이고 한창 때의 남자들이다. 아리따운 귀족 아가씨들의 환심을 얻어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이들도 있을 것이고, 그런 행운과는 거리가 먼 종자들이나 하인들까지 감안하면 이들로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대목인 셈이리라.
본래는 아예 기사단이나 군대들이 이동할 때 그 뒤를 따라다니는 것이 보통이지만, 아마도 뭔가 중간에 문제가 생겨서 뒤떨어진 것이리라.
“뭐야, 도적이야?”
길을 막고 선 세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마부석에 탄 여자가 그렇게 말하며 석궁을 들이밀자, 천막으로 둘러친 마차 안에서 들려오던 수다 소리가 딱 멈추더니 역시나 몇 개의 석궁이 앞선 형진을 향해 겨누어진다. 여자들만이긴 해도 나름대로의 자위책은 지니고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마부석에 앉은 여자는 이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얼굴이 구겨졌다. 앞을 가로막은 인물들의 면면부터가 범상치 않은데다, 길가에 수풀 속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는 시체들과 길 위에 남은 핏자국들을 그제서야 알아본 것이다.
“안 보이는데?”
모습이 드러난 여자 중에는 머리 위에 화살표를 달고 있는 이가 없어서 형진이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크루그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엘을 향해 말했다.
“안쪽에 있나 보네요. 누나가 힘 좀 써주세요.”
“할 수 없지.”
미엘이 한 손을 마치 부채질 하듯 휘저어 보이자, 갑자기 강한 돌풍이 여자들의 마차를 휩쓰는가 싶더니, 마차 위에 쳐진 천막이 훌떡 뒤집혀 버린다.
“꺅!”
“마, 마법사?”
놀란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순간, 다시 미엘의 손이 무언가를 떠받치듯 들려졌다.
“아악! 안 돼! 살려줘요!”
당황한 목소리와 함께 허름하지만 두툼한 외투를 입은 여자 하나가 휙 하고 하늘로 딸려 올라오더니, 형진 앞에 툭 하고 떨어진다.
멋지다. 역시 고렙이랑 사냥하면 이래서 편하다니까.
“오, 고맙습니다.”
갑자기 허공을 날아 바닥에 처박힌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던 여자는, 얼굴을 눈가리개와 목토시로 가리고 검은 두건과 망토를 두른 형진이 보기에도 섬뜩한 느낌을 풍기는 단검을 들고 다가서자 기겁을 했다.
“사, 살려줘요! 언니! 그냥 볼 거에요?”
그녀는 뒤돌아보며 마부석에 탄 여자를 향해 외쳤지만, 막상 언니라고 불린 여자는 석궁을 겨눌 생각도 하지 못한 채 굳은 표정으로 형진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창백하게 질린 그 표정은 아마도 지금 상황이 무엇인지 깨달은 듯한 모양새다.
형진은 다급하게 몸을 일으키려는 여자에게 환영의 반딧불로 접근해 단숨에 목을 갈라버렸다.
끄륵!
여자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피거품을 뿜으며 그대로 쓰러졌고 역시나 메시지와 함께 룻이 떨어졌다. 형진이 룻을 집어 들자, 지켜보던 마부석의 여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서, 설마… 집행자?”
단숨에 자신들의 일행이 죽는 모습에 비명을 지를 엄두도 내지 못하던 다른 여자들은 집행자라는 말을 듣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지고 머리털이 곤두서는 느낌을 받았다.
“알고 있다면,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알겠지?”
“무, 물론입니다.”
이번에 형진이 처형한 여자는 창부 노릇을 하며 손님을 받으면서 상대에게 약을 먹여 잠을 재운 뒤 심장을 뽑아내는 걸로 악명이 높았던 일명 심장수집가였다. 뭔가의 제물로 쓸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일전의 밴시 때처럼 뭔가에 홀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역시나 공포와 죽음의 눈은 피해가지 못했다.
감히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여자들이 스쳐지나가는 모습을 보며 형진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는 암살자라길래 돈만 받으면 이것 저것 안 따지고 다 죽이는 그런 살인마 같은 것을 생각했었다. 실제로 함께 전직 퀘스트를 수행했던 가트 놈만 봐도 그런 생각으로 성도가 되기를 원했을 정도니까.
하지만 이제와 돌이켜 보면, 공포와 죽음께서는 인간의 법이 미치지 않는 영역에서 나름의 정의구현을 실천하는 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기야 그 정도 정당성이 있으니 집행자 자체가 합법 단체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
의뢰 완료 보상을 수령한 형진은 다시 크루그에게 물었다.
“다음은?”
“다음은 좀 거리가 있네요. 잠시 뛰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곧바로 새로운 의뢰가 수락되었다는 메시지가 나타나자, 그들은 다시 빠른 속도로 숲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작가: 아무래도 주인공 네가 귀여운 악당으로서의 자신을 망각하고 있는 듯 하여, 내 친히 너 자신을 일깨울 수 있도록 여기 노래를 맹그노니, 항상 이것을 기억하며 그에 걸맞은 귀여운 악당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라.
주인공: 무슨…
형진츄, 아란츄, 미나리, 기젤기, 오귀플, 제랄란, 미엘투, 크루스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공죽 (맞아)
산에서 들에서 때리고 뒹굴고 사막에서 정글에서 울다가 웃다가
서로 만나기까지 힘들었어도 우리는 모두 공죽 (집행집행)
울랄랄라 내가 원하는 걸 너도 원하고 마주 잡은 두 손에 맹세해 (헤이)
힘을 내 봐 그래 힘을 내 봐 (우!) 용기를 내 봐 그래 용기를 내 봐
집행몬 집행몬
공죽공죽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아름다운 우리 추억 기억해
공죽공죽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우리 모두 KILL을 위해! (위해)
공죽공죽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따뜻한 햇살 밝은 세상
공죽공죽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우리 모두 KILL을 위해
공죽신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형진츄, 아란츄, 미나리, 기젤기, 오귀플, 제랄란, 미엘투, 크루스
서로 생긴 모습은 달라도 우리는 모두 공죽 (맞아)
재밌는 가공도 신나는 요리도 짜증나고 싫증나고 울고 싶은 일도
서로 나누어 주고 위로해 주는 우리는 모두 공죽 (집행집행)
울랄랄라 내가 원하는 걸 너도 원하고 마주 잡은 두 손에 맹세해 (헤이)
힘을 내 봐 그래 힘을 내 봐 (우!) 용기를 내 봐 그래 용기를 내 봐
집행몬 집행몬
공죽공죽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서롤 위한 예쁜 마음 기억해
공죽공죽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너와 나 KILL을 위해 (위해)
공죽공죽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신나는 여행 멋진 친구들
공죽공죽 공죽신 집행집행 집행몬 우리 모두 KILL을 위해
집행몬!
주인공: 컥… 게슈탈트 붕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