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tant Kill RAW novel - Chapter 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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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종이라는 말에 놀란 것은 유저들만이 아니었다. 특히 이번 업데이트의 진정한 의미를 어느 정도 눈치채고 있던 각국 정상들의 놀라움은 다른 일반인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아… 아흔 여덟…”
“그렇게 많은 종족들이 존재한단 말인가.”
“확실히… 이런 내용이 그냥 막 공개되었다가는…”
“무엇보다도 종교계가 문제겠군.”
그렇지 않아도 죽음의 천사라든가 기타 다른 여러가지 사건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은 종교계, 특히 그 중에서도 유일신교 계통의 종교들에게는 그야말로 치명타라고 밖에는 할 수 없는 일이다. 성경에서 언급되는, 인간이야 말로 신이 창조한 유일무이한 지성체라는 내용이 완전히 뒤집어져 버리기 때문이다.
“하긴… 이 상황에서 종교계가 온전하길 바라는 것부터가 욕심인건지도 모르지.”
“이건 우리들이 어떻게 조치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데.”
그렇게 각국 정상들이 머리를 싸매고 고민에 젖어드는 순간에도 공지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에 추가된 종족들 가운데 일부는 바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을 만족해야만 선택이 가능합니다. 때문에 실제로 당장 선택 가능한 종족의 수는 전체 가운데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다 외우기조차 곤란할 정도로 많은 종족들의 이름이 주욱 나열되다가 마지막에 나온 것은 이런 말이었다. 유저들은 급히 선택 가능한 종족들과 그렇지 않은 종족들을 확인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흑요호, 산군, 나티…”
“특정한 조건이라는 건, 역시 퀘스트인 걸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일부러 잠궈 놓지는 않았을 테고, 그만큼 강력한 종족이라는 의미겠지?”
“아흔 여덟 개나 되는 상황이니 리뷰를 하기도 곤란하겠어.”
“일종의 히든 클래스가 되는 셈인가.”
“클래스와는 별개야. 그래서 더 사기스러운 거고.”
유저들은 물론이고 관련자들 모두가 대규모 업데이트로 인해 정신 없는 동안, 형진은 그렇게 시시각각 보고되는 상황을 받아보고 있었다.
“환수들도 업데이트에 포함시킨 건, 역시 아이들 때문인가요?”
“물론. 게다가… 환수들이나 크리스털, 누에 같은 종족이 제한 없이 선택 가능해지면 그것도 오히려 문제거든.”
게임 안에서 유저들은 성능이 좋은 종족이나 클래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현실에서라면 종족의 우열이 단순히 전투 능력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게임에서는 다르다. 환수들을 제한 없이 선택 가능할 경우, 자칫 다른 종족들은 소외되어 그저 장식 같은 느낌으로 변해 버릴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래서는 모처럼 업데이트를 통해서 거짓된 천국에 종족들을 추가한 의미가 없어져 버리고 만다.
그래서 형진은 몇몇 종족들의 경우엔 특정한 조건을 걸어서 그것을 만족한 이들에게만 풀어놓을 생각이다. 물론 환수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어서 사실상 준신에 버금가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는 해도, 인간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성장이 가능하다는 한계는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능력이야 그렇다 쳐도 성장 자체의 난이도 역시 상당한 수준이기 때문에 숙련된 유저가 아니면 육성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를 해야만 한다.
사실 가장 선택하기 어려운 종족은 환수가 아니라 바로 누에다. 이들의 특성은 종족이 습득한 모든 지식을 그것에 속한 개체들이 모두 공유하기 때문에 강력하기는 해도 단일 개체에 국한되는 환수들보다 성장 가능성 면에서는 더욱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들의 신체 또한 우주 공간에서 자유로운 행동이 가능할 정도이니, 따지고 보면 가장 사기적인 특성을 지닌 종족은 바로 누에라고 할 수 있다. 괜히 형진이 보호와 균형을 자신에게 속하게 만들어서 그들을 묶어두는게 아니다.
그 외의 다른 종족들은 가급적 인간과 비교해서 장점과 단점이 비슷하게 존재하는 쪽으로 설정이 되었다.
알마네아 같은 종족은 비행이 가능하고 매력이 매우 높은 특징이 있지만, 몸이 가볍고 뼈가 약한 만큼 근력이나 방어력이 떨어지는 면이 있다. 보닉 같은 파충류 종족의 경우는 강인한 신체를 가지고 있지만 기온과 같은 환경에 따라 컨디션이 좌우되는 경향이 있으며, 클로리스의 경우에는 식물과 소통이 가능하다는 특성이 있지만, 장시간 햇빛을 접하지 못하거나 하면 신체 능력이 점차 쇠약해진다.
물론 단점이 있는 만큼 장점을 부각시키는 플레이를 한다면 이런 문제를 최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연구하고 선택하는 건 엄연히 유저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무슨 꿍꿍이야.”
“또 왜?”
“네가 단순히 인간과 다른 종족의 화합만을 위해서 이런 귀찮은 일을 할 이유가 없지 않겠어?”
“리페. 넌 나를 너무 속이 검은 인물로 보는 경향이 있어.”
“그럼, 아니야?”
“크흠.”
하지만 사실 리페의 말대로다. 이번 업데이트는 단순히 여러 종족들의 화합만을 목표로 한 것이 아니다.
이번 업데이트의 숨은 목적. 그것은 바로 수많은 종족들 사이에 벌어질 수 있는 우열 논쟁을 종식시키기 위한 밸런스 조정에 있었다.
앞서 형진은 다른 우주에서의 모습을 통해 이른바 열두 종족과 그 외의 소수 종족이라는 형태로 각 종족들 사이에 일종의 계급이 형성된 것을 확인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것은 신으로부터 은총을 받았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이미 빛의 신에 의한 체계가 무너진 지금에도 그러한 계급이 암묵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각 종족들이 원하는 대로 무작정 은총을 내려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은총을 내리는 것 자체는 이미 네아를 통해 시험했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한번 그런 식으로 변화를 일으키고 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더구나 어느 한 종족부터 시작하는 건 형평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킬 수도 있는 일. 그래서 형진은 거짓된 천국과 그 안에 존재하는 유저들을 대상으로, 이를테면 테스트 서버와 비슷한 형태로 각 종족의 밸런스 조정을 시도하려는 것이다.
물론 밸런스를 조절한다고 해서 다른 종족들이 모조리 환수나 누에 같은 능력을 가지게 될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어찌 보면 모든 종족들을 신으로 올리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는, 비현실적이고 터무니 없는 일이다. 물론 언젠가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면 각 종족들 역시 저마다 발전을 이루어 신까지는 아니더라도 각자 그에 걸맞는 능력을 얻게 되겠지만, 그 모든 것을 단기간에 신의 힘으로 이루어버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이번에 치르게 될 밸런스 조정은, 차라리 그러한 발전의 토대를 이루기 위한 밑작업 정도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하지만… 괜찮을지 모르겠어요. 아무리 거짓된 천국이 안전한 장소라고는 해도, 그런 곳에 아이들을 막 보내는 건 좀 위험하지 않을까요.”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아란이 그렇게 말을 꺼낸다. 차라리 미엘의 아이들은 흑요호니까 그렇다 쳐도, 니샤나 니야는 다른 특별한 능력이 없는 인간이기 때문에 걱정이 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걱정이 되는 거야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언제까지고 품안에만 안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
물론 부모 마음이야 언제까지고 품안에서 소중하게 보호하고 싶지만, 결국 시간이 지나면 그 아이들도 왕성이라는 한정된 공간이 아닌 더 넓은 세계를 볼 필요가 있다. 굳이 밸런스니 뭐니 하는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흑요호를 비롯한 환수들을 이번 업데이트들에 끼워 넣은 건 그런 목적도 있었다.
따지고 보면 거짓된 천국이야 말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가지 위험을 최대한 낮춘 상태로 신분을 숨기고 이른바 사회라는 것을 경험시키기에 가장 좋은 장소인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회합장이나 다른 공간보다 더 다채로운 이들과 더 다양한 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왕성에서 행할 수 있는 교육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형진이 아이들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지는 이제 굳이 따질 필요도 없는 일. 게다가 왕성 안에서만 화초처럼 애지중지하며 기르는 것과 직접 사회를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이들의 미래에 얼마나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도 두말 할 필요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걱정스러운 기분이 되는 건 역시 부모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걱정마.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도록 충분히 안전 조치를 취할 테니까. 아이들 역시 아바타를 써서 접속하도록 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겠지.”
“아, 그러면 되겠네요.”
거짓된 천국은 엘리시온을 흉내내 만든, 그래서 또다른 현실이라는 말이 그냥 빈말이 아닌 장소이기에 유저들과는 달리 신들이나 왕성의 식구들은 보통 황혼의 성물등을 통해 직접 그곳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다른 일반적인 유저들과 마찬가지로 아바타를 사용하도록 만드는 방법도 있다. 솔직히 그 정도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하지만, 아이 엄마들의 걱정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면 딱히 엄청나게 불편한 일도 아니다.
더구나, 이 방법은 또다른 장점 역시 가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다른 종족이 되어 생활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서 서로 다른 수많은 종족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말… 해도 괜찮아요?”
“물론. 엄마들한테는 허락을 다 받았다.”
“와아!”
사실 탁스 두겐과 힐 데 마그의 집으로 집들이를 다녀온 뒤로, 아이들은 왕성 바깥의 공간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늘어난 상태다. 그럴 수만 있다면 몰래 빠져 나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고 싶지만, 아직 성인이 되지 않은 아이들이 그런 일을 하도록 놔둘 부모들이 아닌 관계로 지금까지 그냥 속으로 꾹 눌러 참고 있던 참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깥 세상에 대한 동경이 무르익고 있던 와중에, 거짓된 천국을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좋다는 허락이 떨어지니 아이들은 환호할 수밖에 없었다.
“단, 아빠랑 한 가지 약속을 해야한다.”
“그게 뭔데요?”
“거짓된 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어도 좋지만, 엄마들이 정해놓은 일과는 완전히 마쳐야만 한다. 수업이라든가, 다른 여러가지가 되겠지.”
“윽…”
미엘이나 하엘의 경우엔 어지간해서는 아이들에게 강제로 수업을 듣게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극성을 피우거나 하지 않았다. 흑요호 자체가 그런 면에서는 아무래도 자유로운 종족이기도 하고, 자신들이 극성을 떨지 않아도 형진과 유아의 선에서 기본적인 교육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희가 폭풍의 여신으로 내정되면서 사정이 조금 달라졌다. 그냥 자유로운 흑요호로서의 삶이 아니라, 다른 여러 종족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신으로 내정된 이상 그만큼 필요로 하는 지식이나 역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실 다희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까지 그런 식의 강도높은 교육을 받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미 선례가 생긴 마당에 그들에게도 같은 길이 펼쳐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관계로,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조금씩 교육을 시키고 있는 중이다.
“어쩔 수 없다. 이 조건으로 허락을 받은 거니까. 아빠도 너희들이 할 일을 내팽개치고 거짓된 천국 안에서의 일에만 매달리는 건 원하지 않는다. 내 귀여운 아이들이 그곳의 일에 빠져서 얼굴조차 볼 수 없게 된다면, 나는 단연코 그 모든 일을 없었던 일로 되돌려 버릴 거다.”
조금 진지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지만, 아이들은 까르르 웃으며 대답했다.
“에이, 빠아도 참.”
“그게 걱정이 되셨던 거에요?”
“그럼 같이 다니면 되지 않겠어요?”
“맞아! 그럼 되겠다.”
모처럼의 자유로운 시간을 아빠랑 같이 다니는 것이 귀찮을 법도 하건만, 그렇게 한 목소리로 얘기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형진은 작은 감동마저 느끼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크윽. 역시 내 아이들이야. 자아, 이리 오렴. 아빠가 꽉 껴안아 주마! 마음껏 부비부비를 해주마!”
“꺄하하하! 간지러워요!”
“부비부비 대마왕이다! 도망쳐!”
========== 작품 후기 ==========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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