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07)
〈 107화 〉 107. 신의 아틀란티스
107. 신의 아틀란티스
「마천의 왕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당신을 주시합니다.」
「황금 수집가가 당신을 주시합니다.」
어느새 나를 지켜보고 있던 신좌가 늘어났다. 황금 수집가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천공의 주인은 안다.
‘천공의 주인같은 거물이 날 지켜볼 줄이야.’
어쩌면 저 셋뿐만이 아니라 존재감을 숨기고 나를 보고 있을 신좌가 더 있을 지도 모른다.
지금 당장 그들을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주시하고 있을 뿐이란 것은 내게 살짝 흥미를 느끼는 수준에 불과하다.
흥미가 떨어지면 신좌들은 알아서 내게 시선을 떼고 떠날 것이다.
나는 굳이 나를 보는 신좌를 잡아 두기 위해 그들에게 알랑방귀를 뀔 생각이 전혀 없다.
‘그것보다 이 여자.’
무리에서 앞장서서 나온 여자. 보니까 이 무리에 리더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다른 사람들 모두가 그녀를 존중하는 게 느껴진다.
‘유서희 이상의 미모잖아.’
그녀는 헌터들이 주로 입는 몸에 착 달라붙는 검은색의 가죽 옷을 입고 있고 허리춤에 검집을 착용하고 있다. 복장과 검을 장비했다는 것을 보면 헌터 출신이 틀림없다.
정도로 그녀는 여성 치고는 키가 컸다. 하이힐 같은 걸 신지도 않았는데 키가 175cm는 되어 보인다. 검은색의 매끈한 머리카락은 허벅지까지 내려온다. 무척이나 긴 편이다.
다리가 길어서 그런지 각선미가 뛰어나며 복부에도 한 점 없다. 키가 큰 만큼 가슴도 크다. 검은 가죽 옷에 가슴이 꽉 조여 있지만 내 눈을 속일 순 없다.
‘유서희 보다 더 크잖아. 저 정도면 F컵은 되겠어.’
그녀의 하얀 얼굴은 냉담했다. 눈매는 날카롭고 눈동자는 서늘하다. 입매는 입자로 다물어져 있다. 얼굴만으로도 장난 아니게 도도해보였다.
그녀는 내 첫사랑인 한하린을 떠올리게 한다. 그 때문인지 살짝 발기해버렸다.
요컨대 내 취향이었다.
‘반드시 따먹는다. 무슨 짓을 해서라도.’
나는 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며 맹세했다.
“세 명? 셋이서 용케도 살아남았어.”
장신의 여자가 우리를 살펴본다. 반말이었지만 예쁘니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말투 정도야 나중에 교정시키면 된다.
나는 허리춤에 착용한 화련비도를 살짝 건드려 칼집에서 꺼내 칼날을 보였다.
“제가 이래보여도 지구에서 헌터였습니다. 여기 몬스터 정도는 어려움 없이 사냥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 딱히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도 않고 잘 지낸 것 같네. 돌아가. 여긴 우리 구역이고 외부인을 환영하지 않아.”
그녀의 목소리엔 짙은 경계가 서려있다.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마천의 왕이 당신에게 미션을 제안합니다.」
「미션 조건 1. 전부 죽여라.」
「미션 제한 시간: 3시간」
「미션 성공 보상: 죽인 사람 한 명당 3,000 AP」
「미션 실패 패널티: 없음」
「미션을 수락하시겠습니까?」
나는 빠르게 저들 무리를 훑어봤다. 여자를 포함해 총 21명이다. 몰살한다면 총 6만 3천 AP를 얻을 수 있다.
‘이런 쉬운 미션을 건다고? 마천의 왕. 이 새끼 AP 존나 많나 보네.’
좀 끌린다.
지금 내 능력치는 저들 보다 2배 이상이 뛰어나다. 마나를 이용할 줄 알고 유희 생활 어플 스킬도 사용할 수 있다. 몰살 정도야 간단하다.
여자를 죽이지 않더라도 전부 죽이면 6만 AP를 얻을 수 있다.
‘이건 흔히 말하는 혜자 미션이야.’
하지만 그냥 다 죽이고 범하는 건 재미없다. 그런 건 언제든지 할 수 있다.
나는 마음속으로 강하게 아틀란티스 시스템을 생각했다.
‘미션을 수락한다. 단, 미션 제한 시간을 이틀로 바꿔.’
「마천의 왕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입니다.」
「미션 제한 시간이 3시간에서 48시간으로 변경됩니다.」
「마천의 왕의 미션을 수락했습니다.」
“가만히 서서 뭐하는 거야?”
그녀가 눈살을 찌푸리며 허리춤의 검으로 손을 가져다대며 물었다.
나는 그녀에게 양손을 들어 싸울 생각이 없음을 내보이며 말했다.
“잠시 생각에 잠겼습니다. 여러분과 싸울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수적으로 상대도 되지 않고요.”
주위를 둘러봤다. 사람들의 몰골을 보면 나름 잘 생활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역시 좀 야위어있다.
“저희들도 셋이서 생활하느라 많이 지쳤습니다. 여러분과 함께 하고 싶은데…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부탁 드려요. 우리 셋이서 너무 힘들어요.”
유서희가 적절하게 끼어들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유인하는 눈치를 발휘해 고개까지 숙이며 말했다.
그녀는 나뿐만이 아니라 유서희와 유인하까지 살펴봤다. 그녀의 찌푸려진 표정을 펴지지 않는다.
“힘든 것 치고는 신색이 좋아 보이는데?”
현재 우리의 몰골은 저들의 비해 무척이나 좋았다.
내가 샴푸나 비누, 물티슈, 옷 등 생필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굳이 제대로 씻지 못해 더러워진 상태에서 유서희를 안고 싶지 않았다. 참고로 유서희는 오피스룩을 입고 있다. 별 이유는 없다. 처음 입고 있던 옷이 오피스룩이었고, 그게 제법 잘 어울렸다.
“아. 음식을 굶는 일은 별로 없었습니다. 제가 가진 고유 특성이 S랭크의 등가 교환이거든요.”
“등가교환?”
“AP를 사용해 물건을 가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유인하를 쳐다봤다.
유인하는 등에 커다란 배낭을 지고 있었다. 오른 손에는 텐트 가방을 들고 있다. 그는 잡일 담당이자 짐꾼이었다.
유인하의 배낭을 받아서 지퍼를 열었다. 라면을 비롯한 인스턴트식품과 과자들이 들어 있다. 지구에선 쉽게 구할 수 있더라도, 지금 이곳에선 어느 것 하나 구할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다.
주변의 공기가 바뀐다.
우리를 배척하고 경계하던 그들은 슬그머니 우리들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그들의 얼굴을 보면 무언가에 홀린 것 같다.
“라, 라면이야!”
“콜라랑 과자도 있어!”
“라면이라니! 다시는 먹을 수 없을 줄 알았는데….”
내 앞에 여자도 놀란 듯 배낭 안을 쳐다보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빠르게 정신을 차리고는 사람들에게 주의를 주었다.
“멈춰! 다가가지 마.”
그녀는 이 무리의 리더로서 완벽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 몇몇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하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AP로 이런 물건들로 바꿀 수 있다고?”
“예. 옷도 가능합니다. 샴푸나 휴지, 칫솔 같은 생필품도 당연히요. 다만 좀 비쌉니다. 라면 한 봉지에 10AP가 필요합니다.”
싸게 부르면 뭔가를 해달라는 요구로 날 귀찮게할 게 분명하니 처음부터 비싸게 불렸다. 튜토리얼에선 AP를 양도하는 게 불가능한 이상 함부로 내게 무언가를 요구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배낭 안에 있는 음식들은 드리겠습니다. 대신 저희를 동료로 받아 주십시오.”
“…….”
그녀가 고민하는 눈치였다.
허세다.
나는 그녀가 배낭 안의 라면을 보고 군침을 삼키는 걸 보았다. 거기다 리더라면 자신을 따르는 사람들의 반응도 생각해야 한다. 저들은 우리가 가진 식품에 이미 반쯤 홀려 있다.
“좋아. 너희를 우리 동료로 받아 줄게. 대신 넌 적극적으로 능력을 사용해줘야겠어.”
“감사합니다. 근데 가진 AP가 부족합니다. 제가 가진 AP가 딱 1,000AP입니다. 입장권을 구매해야 하니 이건 쓸 수 없습니다.”
“AP를 모으도록 우리가 도와줄게.”
“그렇다면야 뭐…. 제가 거절할 이유가 없군요.”
나는 웃었다. 상황을 보다가 눈앞에 있는 여자를 제외하고 모조리 죽이면 된다. 음식에 독을 타는 것도 몰살하는 방법 중에 하나다.
나는 그녀를 향해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요청했다.
“전 성유진이라 합니다. 지구에선 F등급 헌터였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주서현이야. 나도 F등급 헌터였어. 헌터가 된지 얼마되진 않았었지만…. 잘 부탁해.”
주서현.
그 이름에 내 눈동자가 커졌다.
원작에서 나오는 히로인 중 한 명의 이름이었기 때문이다. 원작 소설은 삽화가 없었기에 바로 알아보지 못했다.
다시금 그녀를 살펴본다. 큰 키와 거유, 그리고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검은색의 긴 머리카락.
‘진짜 주서현이다.’
나는 벅차오르는 기쁨을 숨기며 그녀와 악수를 나누었다.
주서현.
검제(劍帝)라고 불리는 아틀란티스의 최강자 중 한 사람이 바로 그녀다. 물론 지금이 아니라 나중에.
그녀가 가진 고유 특성은 별명과 똑같은 검제(S)로 검술에 보정이 붙고, 검의 능력을 증가시키거나, 검과 관련된 스킬을 제한 없이 익힐 수 있는 등 검과 관련된 효과를 발휘하는 사기적인 고유 특성이다.
참고로 주서현은 클래스, 고유특성, 별명까지 전부 검제였다.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 네가 가진 물건들을 사람들에게 나눠줬으면 해. 이 빚은 반드시 갚을게.”
“예. 물론 나눠드려야죠. 우린 이제 동료가 아닙니까. 하하하.”
이후에 점심을 먹고 헤이더 사냥에 나섰다.
나는 전투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헤이더를 어렵지 않게 사냥하고 있었다. 수적인 우위를 활용하고 각각이 지닌 고유 특성도 시기적절하게 사용한다.
‘정찰에 특화된 고유 특성을 가진 사람도 있어서 사냥이 무척이나 빠르군.’
듣자하니 처음에는 희생자도 몇몇 있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3일째가 되는 날부터 사냥에 익숙해져 희생자가 전혀 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 중심에는 주서현이 있었다. 혼자서도 헤이더를 사냥할 수 있는 주서현이 무리를 진두지휘하며 이끌었다.
그들은 능숙하게 헤이더를 제압했고 마무리를 내게 시켰다. AP를 몰아주기 위해서다. 그들은 1,000AP를 이미 예전에 모은 모양이다.
‘하루에 100마리 이상 잡으니 AP가 모아지는 건 당연하지.’
유서희와 유인하도 이번 기회에 1,000AP를 모았다. 원래 800 AP 정도 가지고 있어서 그들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오늘 내에 모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해가 저물기 시작할 때. 주서현은 단호하게 귀환을 명령했다.
“돌아가자. 밤에 몬스터를 사냥하는 건 위험해.”
반발은 없었다.
절벽 아래로 돌아와서 저녁을 준비했다. 저녁 메뉴는 부대찌개. 내가 적극적으로 음식들을 퍼주었다. 음식에 독을 넣을까 하다가 관뒀다. 독을 해독할 수 있는 고유 특성을 가진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 주서현이 중독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밤.
자정 무렵.
나는 절벽 구석, 벽에 기대어 앉아있다. 옆에 텐트가 있어 몸을 가리기 딱 좋았다. 내 옆에는 유서희가 앉아 잠에 들어 있다. 방금까지 내 하물을 입에 물고 있었다. 유인하는 텐트안에서 자고 있다.
내가 텐트에서 자지 않고 여기에 앉아 있는 건 두 가지 이유였다.
하나는 손님이다. 나를 찾아오는 밤손님 들이 있었다. 그 목적은 내가 가진 물건들이다. 컵라면이나 과자, 면도기, 물통 등등 물건들을 내게 요구한다.
나는 주서현의 핑계를 대며 거절했다. 주서현에게 허락을 맡고 온 거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사정을 하다가 결국 돌아간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는 놈들이 있었긴 한데 내가 슬쩍 칼을 꺼내 보이면 쫄아서 도망간다. 저들은 낮에 내 실력을 조금이나마 봤다.
‘밤 손님이 더 찾아올 것 같지도 않고… 텐트 안에 들어가서 잘까.’
뚜벅뚜벅.
누군가 찾아왔다.
운동화와 청바지, 하얀 셔츠를 입은 단발머리의 여자다. 대학생 같은데 제법 뛰어난 미색을 가지고 있다. 손에는 가방을 들고 있다. 아쉬운 점은 가슴이 작다는 거다.
나는 그녀의 이름을 알고 있다. 저녁에 짧은 대화를 나눴었다.
“윤영미 씨. 이 늦은 밤에 어쩐 일입니까?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있습니까?”
“원하는 물건이 있어요.”
“원하는 물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비상식량으로 가지고 있을 라면이나 통조림이요. 그리고 물티슈나 생리대같은 것도 있으면 좋겠어요.”
“혹시 지금 생리 중 이십니까?”
“아뇨. 미리 준비해두면 좋잖아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습니다. 제가 가진 AP는 여러분 모두의 도움으로 얻었으니까요. 그러니 주서현 씨의 허락이 필요합니다. 주서현 씨의 허락은 받았습니까?”
“말도 붙이지 못했어요. 어차피 그 여자가 허락해줄 리 없으니까요.”
“그럼 저도 줄 수 없습니다.”
내가 호구도 아니고 예쁜 여자라고 퍼줄 생각 따윈 전혀 없었다.
“입으로 한 발 빼드릴게요. 어때요?”
“……네?”
내가 되물었다. 방금 내가 잘못 들었나?
“그쪽 자지 한 번 빨아주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