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25)
〈 125화 〉 12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125. 백작가에 환생한 매화검수
나와 유리아, 루시는 잠자코 마차 안에서 기다렸다.
우리가 마차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이상하지 않다. 몬스터나 도적이 출몰하면 상대해야 하는 것은 기사와 병사들이다. 이런 일을 대비해서 그들을 데려 온 것이고, 그들의 업무 자체가 우리들의 호위다.
호위 임무를 맡은 기사들의 입장에선 우리가 가만히 있는 게 낫다.
우리는 정상이고 직접 전투에 나서려는 카일이 이상한 것이다.
‘먼저 나서서 전투를 벌이는 카일이니까. 귀족의 귀감이라며 좋아하는 기사나 병사들도 있겠지.’
사람 나름이다. 누군가에겐 카일이 우상이 될 수도 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카일을 눈꼴 시리게 볼 수도 있다.
‘플룬 기사단은 카일을 따르지 않을 거야. 이미 나한테 너무 익숙해졌거든.’
기사라고 해서 전투를 꼭 좋아하는 건 아니다. 전투를 위험성을 알기에 오히려 꺼려하는 자들도 있다.
‘결국 전투는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일이지.’
전쟁 중이었다면 전투가 빈번하게 일어났겠지만 지금은 평화로운 시기다. 평화로운 시기에 기사들이 실전을 치르는 일은 한 달에 ·1~2번 정도가 전부다. 나머지는 훈련이다.
‘평화로운 시기에 필요한 건 풍족함이지.’
나는 그들에게 풍족함을 선사 할 수 있다. 플룬 기사단은 이미 내가 제공하는 물건들에 길들여진지 오래다. 특히나 이제와서는 담배 없으면 못 사는 몸이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담배 안 펴서 다행이다. 진짜.’
난 성인이 되었을 때 담배를 피려다가 말았다. 어느 한 영화배우가 진짜 멋있게 담배를 피우는 모습에 반해버린 것이다.
‘담배를 피우면 정력이 떨어진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봐버렸지.’
담배! 발기부전의 원인!
나는 담배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 당시에는 딸딸이를 치는 게 내 인생의 낙이었다. 발기부전?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내가 당시에 헌터로 각성했더라면 또 모른다. 뛰어난 신체를 가진 헌터는 담배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니까.
‘지금은 담배 피우면 입 냄새 나니까 안 피우지.’
여자랑 키스 할 때 담배 냄새랑 맛이 난다고 생각하니 좆같아서 안 피운다.
“카, 카일 공자님….”
카일의 전속 메이드인 루시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카일이 걱정되는 모양이다.
나는 루시에게 뭐라 말할까 하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어차피 조금 뒤에 카일이 아무렇지 않게 돌아올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3분 뒤에 카일이 마차로 돌아왔다.
다만 카일 혼자가 아니었다.
나는 카일의 뒤를 따라온 남녀를 쳐다봤다. 입고 있는 옷들을 보면 화려하다. 평민이나 상인들이 입는 옷이 아니다. 귀족이 틀림없다.
“……그쪽 분들은 누구십니까?”
내 물음에 먼저 카일이 대답했다. 카일이 사람 좋아 보이는 웃음을 지었다.
“앞에서 가시던 분들인데 몬스터 무리의 습격 때문에 마차가 박살났어. 마침 목적지가 우리가 가는 방향이더라고. 곤란한 것 같으니 같이 가자고 제안했어. 유진, 괜찮지?”
우리가 타고 있는 마차는 두 명을 더 태워도 공간이 남을 정도로 충분히 넓으니 괜찮다. 그리고 내일 정오 쯤에 목적지에 도착 할 테니 오랫동안 함께 하는 것도 아니다.
“괜찮아. 근데 보통 분들은 아닌 것 같으신데…?”
내가 그들을 쳐다봤다.
하얀 피부와 백금발 머리카락의 남녀는 굉장히 닮아 있었다. 남매로 보였다. 남자 쪽은 말끔하게 생겼는데 눈 아래에 짙은 다크서클이 있었다.
“소개가 늦었습니다. 휴트리스 백작가의 후계자인 베인트 휴트리스라 합니다. 이번에 오우거와 트롤 무리의 습격을 받았는데… 카일 공자님의 도움으로 빠르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휴트리스 백작가. 우리의 목적지인 휴즈 설산은 휴트리스 백작령 바로 위에 있는 곳이다. 휴즈 설산은 휴트리스 백작령 소속이 아니다. 예전에 휴트리스 백작이 휴즈 설산에 대한 지배권을 포기했다. 휴트리스 백작가는 몬스터가 많은 휴즈 설산을 완전히 지배 할 정도로 가세가 뛰어나지 않다.
베인트는 예의바른 소년이었다. 그런데 어딘가 주눅들어 있는 것 같았다.
“유진 프루커스입니다. 크게 다치시진 않은 것 같으니 다행이군요. 옆에 여성분은?”
“제 누이인 벨라 휴트리스입니다.”
백금발에 하얀 피부를 가진 무척이나 뛰어난 미색을 가진 젊은 여성이었다. 아직 다 성장하지 않은 것 같은데 풋풋함 보다는 어딘가 퇴폐적인 분위기가 느껴진다.
“처음 뵙겠습니다. 유진 공자님. 벨라라고 합니다. 마차가 박살나서 곤란하던 참이었는데 카일 님이 도와주신다고 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무척 감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풍만한 몸매를 몰래 훔쳐봤다. 다른 것도 엄청났지만 가슴이 뛰어났다. 그 크기가 G컵으로 보였다. 아직 성장 중인 몸을 감안하면 나중에 H컵도 무난하게 달성할 것 같다.
“…아.”
그녀의 이름을 듣고 뒤늦게 기억났다.
벨라 휴트리스.
원작에서 나오는 악당이다.
원작의 진짜 적이라 할 수 있는 악마회 ‘판테움’의 간부이자, 역병의 악마와 계약한 마녀. 그리고 판테움의 목적은 마왕을 대륙에 소환해 대륙을 지배하는 것.
현재 휴트리스 백작은 노쇠해 병상에 누워있으니 휴트리스 가문의 진짜 주인이라 할 수 있다. 베인트 휴트리스는 겉으로 보이는 꼭두각시에 불과하다.
“…휴트리스 가문의 자제분들 이셨군요. 확실히 우리는 휴즈 설산으로 향하니 휴트리스 백작가가 있는 도시를 오늘 저녁에 지나치긴 하네요.”
“도움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이 은혜는 휴트리스 백작가의 이름을 걸고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베인트가 결연하게 말했다.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별 기대는 하지 않는다. 휴트리스 백작가는 그리 뛰어난 힘을 가진 가문이 아니다. 무엇보다 벨라 휴트리스는 카일의 적이라 할 수 있었다.
‘설마 여기서 이 여자와 만나게 될 줄이야.’
원래 예정대로라면 휴트리스 백작가가 있는 도시에 들릴 예정이 없었다. 우리 목적은 휴즈 설산이니 도시 근처에서 지나친다.
“자. 들어오시죠.”
내가 웃으며 말했다. 뭐가 어찌되었든 간에 마주친 이상 소홀히 대할 수는 없다. 휴트리스 백작가가 프루커스 백작가보다 약하다고 해서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벨라 휴트리스가 적이 되면 귀찮은 수준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전부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가 다시 출발했다.
“휴즈 설산으로 여행을 하신다고요? 정말 좋은 선택이에요. 휴즈 설산은 보고 있기만 해도 마음이 차분해지지요. 또 여름에 가면 어찌나 시원한지…. 저희 가족도 예전에 아버지의 몸이 괜찮으실 때 휴즈 설산으로 자주 여행 갔답니다.”
“정말이에요?!”
벨라가 루시와 함께 재잘거렸다. 휴즈 설산의 장점, 모험가들이 많이 찾는 이유, 휴즈 설산 근처에 있는 마을 등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이 여자. 내숭이 엄청나군. 원작을 몰랐으면 나도 깜빡 속았을 거야.’
벨라는 본래 냉혹무비한 성격이다. 아무렇지 않게 사람을 죽이고 마을에 역병을 퍼뜨리는 마녀다.
‘지금 기회에 죽여 둘까? 역병은 나중에 너무 귀찮아 지는데.’
역병은 무섭다.
현대에서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떴을 때 난리도 아니었다. 이 세계에서 역병은 자연 재해 이상이다.
“그런데 베인트 공자님. 영지에서 어딜 갔다 오시는 길이었습니까?”
“아. 홀후드 자작이 개최한 무도회에 참석했었습니다. 돌아가는 길에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 이렇게 되었지요.”
“그거 참…. 호위 기사들은 괜찮으십니까?”
“예. 몇 명이 다치긴 했습니다만, 전사한 기사는 없습니다. 모두 프루커스 공자님들 덕분입니다.”
홀후드 자작. 우리 가문과는 친분이 없는 귀족가문이다. 이 세계는 귀족이 많다보니 같은 귀족이라 해서 반드시 연회에 참석해야 하는 건 아니다.
“카일 공자님. 궁금한 게 있어요. 질문을 해도 될까요?”
벨라가 카일에게 물었다.
“네. 제가 답할 수 있는 거라면 답해드리겠습니다.”
카일이 친절하게 말했다.
“이 여성분…. 평범한 메이드로 보이지 않는데… 혹시 중요한 비밀이라도 가지고 계신가요?”
“아…. 유리아는 제 동생의 전속 메이드입니다. 우리 가문의 집사장을 맡고 있는 하센트 남작의 먼 친척입니다.”
“그렇군요.”
벨라가 의미모를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유리아를 향해 인사했다. 굳이 카일에게 유리아에 대해 물어 본 것은 무슨 의미일까.
“반가워요. 유리아. 벨라 휴트리스에요. 평범한 메이드로 보이지 않아서 깜짝 놀랐어요.”
“……유진 프루커스 님의 전속 메이드인 유리아 그레이스입니다. 전 일개 메이드에 불과하니 제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 유리아에게 관심이 많아요. 정말 흥미가 가네요.”
“벨라 님에 비하면 천한 신분입니다. 부디 저에 대한 관심을 물려주십시오.”
유리아는 평소처럼 부드럽게 웃으며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전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을 봐왔어요. 여러 사람들을 만나보았죠 유리아는 웬만한 귀족 영애들 보다 기품이 있어요. 품격을 가지고 있죠. 전 유리아와 친구가 되고 싶어요.”
“과분한 말씀입니다.”
뭐지.
나는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벨라가 이렇게 까지 유리아에게 관심을 드러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설마.’
벨라는 레즈비언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지.’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유리아는 싫어하는 음식이 있으신가요? 전 새큼한 음식을 잘 먹지 못하겠더라고요.”
“딱히 가리는 음식은 없습니다.”
유리아가 싫어하는 기색 하나 없이 대답했다. 난 유리아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저런 쓰잘데기 없는 질문에도 친절하게 대답하다니….
유리아를 향한 벨라의 관심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저 마녀가 왜 유리아에게 관심을 가지는 거지?’
짚이는 건 없었다.
‘아무 이유 없이 저럴 여자가 아니야. 주의해야겠어.’
•••
저녁.
마차가 멈췄다.
날이 어두워졌으니 길에서 야영을 하기로 한다. 이 세계에서 밤에는 잘 이동하지 않는다. 밤은 몬스터가 활발하게 움직이기에 위험하니까.
저녁 식사는 하인들이 움직였다. 하인들도 마차를 타고 왔는데 우리가 탔던 마차와 비교하면 상당히 급이 떨어지는 마차다. 짐도 같이 실어야 했기에 넓지도 않고 불편하다.
‘흐흐. 역시 태우고 있군.’
플룬 기사단의 기사들은 식사가 끝난 뒤에 옹기종기 모여서 담배를 태우고 있었다. 휴트리스 가문의 기사들에게 담배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나는 흐뭇하게 기사들을 지켜봤다.
‘그렇게 담배를 권하는 거다. 그럼 담배가 더 유명해지고 불티나게 팔리겠지.’
담배가 더 유명해질수록 내 주머니는 더 두둑해진다.
‘다음 달에 본격적으로 코리아 상단을 이용할테니… 왕국 전체에 담배가 퍼지는 것도 머지않았군!’
걱정되는 건 마탑이 벌써부터 궐련 담배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다행이 마탑은 아직 담배를 시험하는 단계야. 시범적으로 판매한 담배도 현대의 담배에 비하면 조잡했지.’
마탑을 얕보면 안 된다. 마법사 놈들은 이런저런 실험을 통해 담배의 품질을 높일게 분명하다. 나는 마탑이 본격적으로 담배를 판매하기 전에 확고한 자리를 잡아야 한다.
‘담배하면 마탑이 아니라 나와 코리아 상단이 떠오르게 만들어야 돼.’
그 정도가 된다면 마탑이 담배를 판매한다고 해도 두렵지 않았다.
나는 기사들이 담배를 피우는 걸 지켜보다가 텐트로 들어갔다. 나와 유리아 둘이서 사용 할 텐트다.
‘카일은 혼자서 텐트를 쓴다지?’
남녀 관계에 있어 고지식한 편이 있는 카일이 루시와 함께 잘 리가 없었다. 이게 옳다. 괜한 소문도 나지 않으니까.
‘나는 심장병 때문에 어쩔 수 없지. 크크크.’
심장병을 가지고 있어서 전속 메이드의 관리가 필요하다. 딱 좋은 변명이었다.
‘오늘 밤도 즐거운 잠자리를 즐겨 보실까.’
텐트 안으로 들어가자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유리아가 보였다. 유리아는 나를 보자마자 웃음을 지었다. 평소의 청초한 미소가 아니다. 남자의 마음을 흔드는 색기가 담겨 있었다.
내가 옷을 벗을 준비를 하며 침대로 다가가는 순간이었다.
“유진 공자님. 아직 일어나 계신가요?”
벨라의 목소리에 내 몸이 우뚝 멈췄다. 나는 반쯤 내려간 바지춤을 다시 올려 입으며 대답했다.
“예. 아직 잠들지 않았습니다. 휴트리스 영애께선 이 늦은 밤에 무슨 일로 제 텐트에…?”
설마. 그 커다란 가슴으로 날 유혹하려고 찾아온 건가. 그 가슴으로 유혹한다면 난 견딜 자신이 없다.
내 마음속에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유리아와 잠깐 둘이서 대화를 하고 싶어요. 괜찮을까요?”
기대감은 금방 꺼졌다.
그럼 그렇지. 오늘 마차 안에서부터 유리아에 대한 관심이 심상치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