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75)
〈 175화 〉 175. 신의 아틀란티스
175. 신의 아틀란티스
촌장의 집밖으로 나온 나는 강명진이 돌아오기를 기다릴 겸 낙일촌을 둘러보았다.
시시했다. 볼 것도 별로 없었다. 인구수도 200명뿐이라 15분 정도를 걸으면 마을 전부를 볼 수 있었다.
‘낙일산. 저 꼭대기에는 태양의 대적자가 있지.’
정확하게는 태양의 대적자(僞)다. 제 406 구역, 낙일의 산은 태양의 대적자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공략이 완료된다. 태양의 대적자(僞)만 쓰러뜨리면 이 구역을 지배할 수 있는 것이다.
태양의 대적자(僞)를 쓰러뜨리면 SS 랭크의 물건 하나와 영약 하나를 얻을 수 있다.
‘내겐 이지스 부적이 있어. 이거랑 찰나를 이용하면… 가능할지도 몰라.’
나는 낙일촌의 뒤에 있는 높은 산, 낙일산을 쳐다봤다. 특이하게도 정상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저 길은 일직선으로 되어 있어서 1시간을 쉬지 않고 달리면 정상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인은 몇 시간은 걸리겠지만 지금 내 몸의 스펙은 현실의 내 몸보다 더 뛰어나니까.’
1시간이 안 걸릴 수도 있다.
‘……한 번 해볼까? 다른 건 몰라도 영약은 갖고 싶어.’
나는 내 재능이 얼마나 밑바닥인지 알고 있다. 내게는 재능이 없다. 던전 서바이벌에서 이겼던 것은 ‘뇌전’과 ‘가속’ 덕분이다. 또 운도 좋았다.
지금은 내가 강명진과 주서현보다 강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추월당할 것이 틀림없다.
‘걔들보다 약하면 내가 걔들 눈치를 봐야 된다는 말이잖아.’
나는 곰곰이 생각해봤다.
강명진은 후에 태양의 대적자의 위신(僞神)을 쓰러뜨리고 무기를 획득한다. 그 무기는 제법 중요한 순간에 쓰인다.
그러나 그것도 지금부터 몇 년 후에 이야기.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는 내가 있어. 미래는 어느 순간부터 원작과 달라 질 거야.’
히로인인 주서현이 내 것이 되었다. 원작의 내용은 이미 삐걱거리고 있다.
‘미래에 바뀔 미래라면 어차피 지금 내가 바꿔버려도 상관없지.’
내가 태양의 대적자(僞)를 쓰러뜨린다고 해도 원작의 초반 내용은 크게 비틀리지 않을 것이다. ‘신의 아틀란티스’의 설정을 꿰뚫어보고 있는 강명진이라면 영약을 가로채이더라도 큰 문제없이 성장할 것이다.
‘내가 언제부터 원작을 신경 썼다고. 어차피 여긴 유희 세계. 내가 꼴리는 대로 할 거야. 나도 먼치킨 좀 되어보자!’
이 세계에서 먼치킨이 되기로 정했다.
굳은 결심을 한 나는 낙일산으로 향했다.
마을 밖으로 나와 낙일산으로 향하는 길에 들어서자마자 알림창이 떠올랐다.
「태양의 대적자(僞)가 당신을 쳐다봅니다.」
「마천의 왕이 기대합니다.」
「천공의 주인이 턱수염을 쓰다듬습니다.」
「황금 수집가가 눈을 가늘게 뜹니다.」
「떨어진 별이 태양의 대적자(僞)를 응원합니다.」
「태양의 대적자가 당신을 쳐다봅니다.」
마나를 이용해 시력을 강화하자 산꼭대기에 서있는 남자가 보였다.
검은 머리는 상투를 틀고, 상의는 벗은 채로 탄탄한 근육을 과시하고 있다. 손에는 붉은색의 활이 들려 있으며 허리춤에는 검을 장비하고 있다.
태양의 대적자(僞)는 중국 신화에 나오는 영웅이다.
10개의 태양 중 9개를 활로 쏘아 떨어뜨렸다는 영웅.
예(羿).
비록 진짜가 아닌 위신(僞神)이라 하더라도 여포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신좌다.
예는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추방자여, 물러가라. 낙일산의 출입은 허락하지 않겠다.”
그의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멀리 떨어져 있는데도 바로 내 곁에서 말하는 것 같았다.
“오늘부터 낙일산은 내가 지배한다.”
호기롭게 말하며 낙일산의 정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어리석구나. 태양이 보인다고 해서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다.”
예가 나를 향해 활을 겨누고 시위를 당겼다. 그러자 그 시위에 화살이 나타났다. 나는 그의 화살을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태양을 떨어뜨린 화살. 비록 위신(僞神)이더라도 무시할 수 없어.’
다행인 점은 내가 태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내가 태양의 성질을 가지고 있었으면 화살을 피하지도 못할 것이다.
화살이 쏘아진다. 나는 그에 맞춰 찰나를 사용했다.
시야 속에 보이는 광경이 느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향해 쏘아진 화살은 빠른 속도로 날아오고 있었다. 깊게 고민하고 있을 여유는 없었다. 나는 화살이 닿기 전에 오른쪽으로 뛰었다.
화살이 내 옆을 지나가며 땅바닥에 꽂혔다.
콰앙!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마냥 크레이터가 만들어졌다. 나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손등으로 닦았다.
‘시발. 갑자기 후회되네. 그냥 지금이라도 튈까?’
아니다.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수는 없다.
나는 다시 앞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만용을 부릴 만큼의 최소한의 실력은 있다는 건가….”
예가 다시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다행인 점은 처음과 다르게 2번째 화살부터 만들어지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원작대로 화살을 연달아 쏘지는 못하는군.’
대신 화살의 위력은 화살을 쏠 때 마다 점점 더 강해진다. 예는 화살을 최대 10번을 쏠 수 있다.
‘예는 10번째 화살을 쏘지 못해. 그건 예도 1번 밖에 쏘지 못하니까. 예는 10번째 화살을 쏠 곳을 이미 정해놨어.’
다시 말해 예는 9개의 화살 밖에 쏘지 못한다. 그 이후에는 활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예의 근접 전투 능력은 뛰어나지 않아. 9발의 화살을 버티거나, 그 이전에 도착하면 내가 이겨.’
이지스의 부적으로 화살 3개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찰나 5번을 이용하면 어찌어찌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면 문제가 한 가지 남는다.
‘나머지 1개의 화살은 피할 수밖에 없어. 되도록 초반에 쏘는 화살을 피해야 해.’
첫 번째 화살은 찰나로 피해야 했다. 어느 정도의 속도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피할 만 해.’
두 번째 화살이 날아온다.
나는 타이밍에 맞춰 왼쪽으로 피하려다가 멈칫했다. 화살이 생각보다 빨랐다. 내 움직임으론 화살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찰나!’
[찰나(刹那)를 사용합니다. 남은 스택: 3]찰나를 이용해 피했다.
어절 수 없었다. 찰나를 이용하지 않았다면 100% 맞았을 것이다. 이지스 부적의 횟수를 고작 두 번째 화살에 날릴 수 없다.
세 번째 화살이 날아온다.
이번에야말로 찰나를 사용하지 않고 피하려던 나는 아까보다 빨라진 화살의 속도에 기겁하며 찰나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이지스 부적을 인벤토리에 넣고 스치듯이 피하는 것도 불가능했다. 저 위력을 보면 스치는 순간 죽을 게 분명하다. 비장의 수단인 완전 회복도 살아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젠장. 이렇게 된 이상 작전을 바꾼다. 아홉 번째 화살을 쏘기 전에 도달하는 거야.’
나는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했다.
네 번째, 다섯 번째 화살을 찰나로 피해냈다.
더 이상 찰나를 사용할 수 없었다.
예는 시위를 당겨 여섯 번째 화살을 메기기 시작했다. 여섯 번째 화살은 이제까지와 다르다. 화살이 새하얀 빛이 내기 시작한 것이다.
“인정하마. 넌 평범한 인간이 아니군.”
하얗게 빛나는 화살이 날아온다. 번쩍거린다고 느낀 순간 화살은 내 앞에 있었다.
반투명한 육각형 방패가 나타나 빛나는 화살을 막았다. 공간이 찢기는 듯한 거대한 소리와 함께 부러진 화살이 바닥에 떨어졌다.
「이지스 부적의 남은 횟수는 2번입니다.」
이를 악물고 달렸다.
예는 일곱 번째 화살을 준비한다.
나는 예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이 정도 거리라면 닿을 수 있다.
‘만뢰(卍雷)!’
천둥소리와 함께 시퍼런 번개가 예를 향해 쇄도한다.
예는 위로 뛰어 번개를 피했다. 5M가 넘는 높이를 뛰어오른 그는 공중에서 흐트러짐 없는 자세로 일곱 번째 화살을 쏘았다.
내 앞에 육각형 방패가 나타나 화살을 막아냈다. 그 여파만으로 주변에 있는 나무들이 모조리 날아갔다.
‘저 새끼 저거…! 쉬지도 않고 또 활시위를 당기잖아!’
여덟 번째 화살은 10분 이상의 준비 시간이 걸렸다. 그 만큼 위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혹시 이지스 부적도 뚫리는 거 아니야?’
내 걱정과 다르게 이지스 부적은 여덟 번째 화살을 막아줬다.
“대단하군. 설마 내가 단 한명에게 아홉 개의 낙일시(落日矢)를 쓰게 될 줄이야.”
나는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지금까지의 패턴으로 보자면 아홉 번째 화살은 아마 13분의 준비 시간이 걸릴 것이다.
‘남은 거리를 13분 만에 주파할 수 없어. 시간이 부족해!’
번개를 아무렇지 않게 피하는 놈이다. 총을 꺼내 원거리 공격을 해봤자 의미 없을 가능성이 컸다.
‘잘못 했다고 빌어 볼까? 아니, 안 통할 게 분명해. 뭔가 방법이 있을 거야. 방법이…!’
하나 떠오르는 방법이 있다.
‘신의 아틀란티스’의 설정집에는 태양의 대적자(僞), 예에 관한 내용 자세히 나온다. 나는 그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그 방법을 쓰면 가능성은 있지만….’
신경 쓰이는 건 나를 지켜보고 있는 신좌들이다. 내 생각으로는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 같지만, 떨어진 별이 수작을 부리려 할 수도 있다.
‘에라 모르겠다. 지금 내가 사는 게 중요하지. 신좌들 신경 쓸 필요 없어.’
미래를 생각하면 잘된 일일 수도 있다.
‘내 뒤에는 천공의 주인과 마천의 왕이 있어. 믿음은 별로 안가지만 떨어진 별이 수작 부리게 내버려두지 않겠지.’
결심을 한 나는 예를 향해 외쳤다.
“예(羿)! 나는 당신의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습니다!”
예의 자세는 변함이 없다. 그러나 나를 보는 눈에는 호기심이 깃들었다.
“내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고? 나는 그 누구에게도 내 목적을 말한 적이 없다.”
「태양의 대적자가 미간을 좁히며 당신을 쳐다보고 있습니다.」
진짜 태양의 대적자까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눈앞에 있는 예가 가짜라고 해도 진짜로 바탕으로 한 가짜이기 때문이다.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위신(僞神)은 진짜 신좌와 비슷한 성격과 가치관, 목적을 가지게 된다.
“전 회귀자입니다!”
예는 활시위를 당기다 말았다. 그는 행동을 멈춘 상태로 나를 지긋이 쳐다보고 있다.
“회귀자라면… 미래에서 돌아왔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태양의 대적자가 두 눈을 부릅뜹니다.」
「떨어진 별이 믿을 수 없어 자신의 귀를 후빕니다.」
「천공의 주인이 턱을 굅니다.」
회귀자.
아틀란티스에선 특별해도 엄청난 존재는 아니다.
설정집을 보면 회귀자는 제 2회와 5회의 아틀란티스에 존재했다. 인간이 과거로 돌아가봤자 결국은 인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미래의 지식을 안다고 해서 전부 이용하는 건 힘들다. 미래는 절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제 2회와 5회의 회귀자들은 뛰어난 추방자가 되긴 했어도, 최고가 되진 못했다.
“……그것만으로는 믿을 수 없다. 내 목적이 무엇인지 말해봐라.”
“예님은 몇 년 후에 일어나는 일식의 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맞다. 하지만 부족하다. 내가 왜 그날을 기다리고 있는지 알고 있나?”
“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날. 태양과 달이 일지석이 되는 날입니다. 예님은 10번째 화살로 달에 있는 망할 년을 죽이기 위해 일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예의 화살은 태양을 향해 쏘아질 때야 말로 제대로 된 위력을 발휘한다. 일식 때 태양을 향해 화살을 쏘면 달을 향해 쏜 것이나 다름없다.
예의 목적은 10번째 화살의 힘을 완전히 발휘해 달에 있는 여자, 항아(姮娥)를 죽이기 위해서다.
“전부 알고 있군. 정말로 회귀자인가….”
예가 활을 내렸다.
내 거짓말이 통한 이유 중 하나는 내 고유특성인 ‘기만(SS)’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 온 자여, 묻겠다. 나는 그 여자를 죽였나?”
“실패했습니다.”
사실 원작에서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일식이 일어나기 전에 강명진의 손에 죽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의 의도대로 일식 때 열 번째 화살을 쏘았다고 해도 실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항아가 가만히 화살을 맞아줄 리가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항아는 이미 예를 주시하고 있다.
“……그런가.”
예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도 실패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대는 무엇을 위해 내게 온 건가?”
“406 구역을 지배하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로선 도저히 예님을 이길 것 같지 않군요. 그래서 제안합니다.”
“제안?”
“달에 있는 빌어먹을 샹년을 제 육변기로 만들 것을 맹세하겠습니다! 그러니 제게 낙일의 산의 지배권을 주십시오!”
「태양의 대적자가 입을 벌립니다.」
「마천의 왕이 낄낄 웃습니다.」
「천공의 주인이 감탄의 박수를 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