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196)
〈 196화 〉 196. 광명승천도
196. 광명승천도
“성지곤 합격! 다음, 성유진! 비무장으로 올라오도록!”
비무의 심판을 보고 있는 삼장로(三長老) 석죽의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나는 비무장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는 성지곤과 눈이 마주쳤다. 성지곤은 내가 합격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주위에 무수히 많은 시선이 내게로 꽂힌다.
오늘 이뤄지는 입단식은 몇 년마다 한 번 있는 일인만큼 문주인 성고단을 비롯해 유성검문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석하는 행사다.
성고단은 가장 높은 곳에 앉았다. 그의 왼쪽에는 장로들이 앉아 있으며, 오른쪽에는 17명의 처첩들이 앉아 있다. 꽃들이 모여 있는 것 같다.
‘오우. 죄다 미모가 쩔어주는구만.’
성고단의 부인들은 신분이 낮지 않다. 옆 도시에 있는 유명한 문파의 딸이거나, 고관의 딸 등등이다.
그의 부인들과 다르게 첩들은 신분이 좀 낮은 편이었다. 첩들 중에는 하인 출신도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사람들에게 포권지례를 올렸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보다 직위가 높다. 인사를 하지 않으면 찍힐 수도 있다.
“유성단의 성소정! 비무장으로 올라오도록!”
유성제일미라 불리는 성소정이 사뿐히 걸어서 비무장 위로 올라왔다. 유성단의 복장이라 할 수 있는 하얀색 무복을 입고 있었다.
‘오우. 꽃이 걸어 다니는 구만.’
새하얀 피부에 청순한 이목구비를 가진 여자였다. 긴 흑단같은 머리카락을 뒤로 묶어 이마를 까고 있다.
키가 큰 편이고 무인답게 군살 하나 없는 슬림한 몸매다. 가슴은 B컵으로 아쉽지만 좀 작은 편이다.
‘깨끗한 피부만큼 보지도 깨끗한지 궁금하군.’
성소정은 나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포권으로 인사하고 난 뒤에 나와 포권으로 인사를 했다.
척!
“잘 부탁합니다. 누님.”
“나야말로 잘 부탁해.”
성소정이 날 보고 싱긋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내 상대라는 것을 며칠 전부터 들어 알고 있었다.
‘지금 나는 또래 중에서 가장 뛰어난 실력을 가진 기재라 알려져 있지. 그리고 성소정은 아름다운 외모뿐만이 아니라 문파내에 손꼽히는 젊은 천재!’
내가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판단한 상층부가 성소정을 불려 날 상대하게 한 것이다.
지더라도 상관없다. 중요한 건 승패가 아니라 실력을 보이는 것이니까.
나와 성소정을 검을 뽑고 자세를 취했다.
서로 다른 자세였다. 나는 은성검의 기본 자세였고, 그녀는 유성검법의 자세였다.
이 비무는 성소정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녀는 은성검에 대해 알고 있고, 나는 유성검법을 전혀 모른다.
무엇보다 성소정은 얼마 전에 출지(出志) 1단의 경지에 올랐다.
천재라 불리는 만큼 문파에서 적극적으로 그녀를 지원하기에 23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출지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다.
“이건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비무다. 그걸 명심하도록.”
삼장로 석죽이 우리에게 말했다. 요컨대 위험한 공격은 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네.”
“네.”
나와 성소정의 대답은 들은 석죽이 고개를 끄덕이고 손에 든 깃발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이겨야겠어.’
나는 현실에서 원작 ‘광명승천도’에 대해 대충이나마 조사하고 깊이 생각한 끝에 내 실력 일부를 드러내기로 했다.
‘문파의 지원을 받으려면 어느 정도 실력을 드러내야 해.’
무엇보다 약해 빠진 척을 하는 건 내 성미에 별로 맞지 않는다.
“비무 시작!”
석죽이 깃발을 내리며 선언했다.
성소정이 먼저 나를 향해 달려든다. 보통 내 또래의 무인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비무를 하는 건 처음이니 굳어있기 마련이다. 이건 성소정의 배려라 할 수 있다.
‘아니면 나 따위는 빨리 쓰러뜨리고 내려가려는 속셈이거나.’
파지직.
내가 쥔 검에서 푸른 뇌전이 튀겼다.
나는 검으로 성소정의 검을 쳐냈다. 뇌전이 성소정의 검을 타고 그녀의 몸으로 움직였다. 성소정이 놀란 표정을 짓더니 내게서 황급히 물러났다.
‘감전은 안 됐나. 뭐, 일부러 약하게 했지만.’
나는 진지한 척을 하며 주위를 둘러봤다.
나를 보는 사람들 모두가 놀라고 있다. 특히나 문주인 성고단과 장로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눈을 부릅뜨고 있다.
화(火) 수(水), 목(木), 금(金), 토(土).
뇌기는 기본 오기(五氣)에 속하지 않는 영기(靈氣)다. 무언가 특별한 무공, 영단 등을 이용하거나 천부적으로 타고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기운이다.
‘성고단이나 장로들은 내가 뇌령(雷靈)을 타고났다고 생각하겠지. 크크.’
이 세계에는 특정한 기운을 타고난 자들이 아주 가끔씩 존재했고, 그런 자들을 령을 가졌다고 한다.
불의 기운을 타고났다면 화령(火靈), 얼음의 기운을 타고났다면 빙령(氷靈). 이런 식으로 말이다.
“누님. 오시지 않는 겁니까?”
“……뇌기는 어떻게 사용하는 거니?”
“하다 보니 되던데요.”
나는 뇌기에 대해 모호하게 말할 것이다. 그들이 나를 천재로 생각하도록.
“안 오신다면 제가 가겠습니다.”
나는 검에 뇌전을 휘감고 그녀를 향해 달려들었다.
‘뇌전을 너무 강하게 발휘해선 안 돼. 그럼 날 천재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의심을 할 테니까.’
성소정은 내 검을 쳐내는 것보다 피하는 것에 집중했다. 뇌전이 검을 타고 흐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영원히 피할 수 없다. 그녀는 점점 내 검을 쳐내기 시작했다.
성소정이 내 검을 꺼리는 게 눈에 보였다.
나는 은성검의 보법을 밟으며 성소정에게 다가갔다. 그녀가 놀라서 검을 휘두를 때, 나는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끄읍?!”
주먹은 정확하게 성소정의 복부를 타격했다. 성소정이 이를 악물고 나를 향해 휘두르는 검을 쳐냈다.
카앙!
성소정의 팔이 움찔거렸다. 뇌전이 약간이지만 통해서 감전 효과를 보였다. 아까의 공격으로 성소정의 집중력이 흐트러진 것이다.
‘상대가 은성검을 뻔히 알고 있는데 굳이 은성검을 고집할 이유가 없지.’
성소정이 천재라고 불리고 있지만 아직 23살이다. 현실의 헌터와 다르게 문파 안에서 금지옥엽취급을 받으며 영약을 받아먹고 수련만 주구장창 했으니 실전 경험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누님 오른쪽입니다.”
내가 성소정에게 작게 말했다. 성소정의 시선이 오른쪽으로 향했다.
‘크큭. 순진한 년.’
나는 그녀의 왼쪽에 오른발을 날렸다. 성소정은 피하지 못하고 맞았다.
“제 기준으로 오른쪽 말입니다.”
“너! 그런 방식은 어디서 배운 거야?! 그건 마치….”
“사파같다고요? 누님이 제게 뭐라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전 무슨 수를 써서라도 누님을 이길 생각이니까요.”
“……!”
성소정이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그리고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그녀의 분노가 검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검의 속도가 빨라졌지만 검술의 섬세함이 사라졌다.
‘정정당당하게만 싸워본 년이군.’
나는 정정당당하게 싸우지 않았다. 공격하는 척하면서 도망치거나, 허언을 내뱉어 그녀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렇게 10분. 성소정이 검을 놓쳤다.
“…성유진 합격!”
심판을 봤던 석죽이 선언했다. 그는 내가 비겁하게 싸우는 걸 알면서도 묵인했다. 나를 노려보는 것을 보면 성소정이 이 기회에 더 성장하기를 원하는 모양이다.
나는 검을 내리고 주위를 향해 포권했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경악하며 웅성거리고 있다. 나는 비무장으로 내려가기 전, 멍하니 날 보고 있는 성소정을 보았다.
‘이걸로 사람들에게 날 제대로 각인시켰군.’
•••
“뇌기는 언제부터 다룰 수 있었느냐?”
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 성고단이 내게 질문을 던졌다. 그의 주위에는 다섯 장로들이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왜 문파에 알리지 않았느냐?”
“비장의 한수로서 성소정 누님에게 이기고 싶었습니다.”
“…….”
나는 아직 약관도 되지 않았다. 그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해할 것이다.
“뇌기를 어디까지 다룰 수 있느냐?”
“아까 비무에서 보여드린 게 제 전력입니다.”
“한 번 보여 보거라.”
“네.”
오른손을 들었다. 내 오른손에 뇌전이 파직거리며 나타났다. 성고단과 장로들은 유심히 뇌기를 쳐다봤다.
“……특별한 심법을 익힌 게 아니오. 내기가 움직이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소. 저 뇌전은 심법이나 법구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오.”
일장로 성담이 말했다.
“그 말은….”
“문주. 성유진은 타고난 것이오. 뇌령(雷靈)이 확실하오.”
“……그렇군.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적극적으로 지원해야하오. 뇌령을 가졌으니 출진의 경지에서부터 남들보다 뛰어난 힘을 발휘할 것이오.”
“…….”
성고단은 복잡한 눈으로 날 쳐다봤다.
나는 그가 왜 그런지 쉽게 짐작했다.
‘내가 부러운 거겠지.’
성고단은 가진 힘에 비해 마음은 소인배같은 놈이다. 탐욕은 많고 질투심도 있다. 내가 그의 아들이 아니었다면 죽이려 들지도 모른다.
유성검문은 정파를 표방하고 있으나, 문주인 성고단은 대인인 척하는 위군자에 불과하다.
“……회의가 필요할 것 같군. 성유진. 너는 돌아가거라.”
“네!”
나는 그들에게 인사를 한 뒤에 밖으로 나갔다.
내가 나가자마자 성고단과 장로들이 회의를 시작했다.
일단 내가 지원받는 건 확실하다. 나같은 인재를 내버려둘 리가 없다. 그들이 하는 회의는 나를 어디까지 지원하느냐 일 것이다.
‘흐흐. 영약이랑 무기도 좋은 걸 내놓으라고.’
•••
입단식이 있고 며칠 뒤.
드디어 화련비도의 강화가 끝났다.
나는 광명승천도에서 꺼낸 화련비도를 쳐다봤다.
겉모습은 딱히 달라진 게 없다. 붉은 색의 칼날과 검은색 칼자루는 여전하다.
나는 화련비도를 휘두르며 성능을 확인했다. 칼날은 더 날카로워지고 내구도는 더 강해졌다. 또한 특수한 능력까지 갖추게 되었다.
파지지지직!
화련비도에 뇌전을 일으키자 푸른색이 아니라 붉은색의 뇌전이 일어난 것이다. 적뢰(赤雷)는 내가 일으킨 뇌전보다 훨씬 더 파괴적이다.
“캬. 간지가 넘치는 구나!”
나는 화련비도를 몇 번 휘둘러본 뒤에 광명승천도에 영약을 넣었다.
유성검문에서 내게 지원해준 영약이 뇌청단(雷淸丹)이다. 뇌청단은 하급의 영약이지만 뇌기를 띄고 있어서 쉽게 구할 수 없는 희귀한 영약이다.
“준 거라곤 이 영약뿐이지만 말이지.”
성소정 수준의 지원은 아니었다. 그러나 앞으로 내가 더 잘한다면 유성검문은 나를 더 지원해줄 것이다.
나는 아쉬워하지 않았다. 내 계획 중 하나는 유성검문에 있는 약초와 영약들을 훔치는 것이니까.
“모조리 훔쳐 주지.”
•••
비약원(祕藥苑).
유성검문에서 약초를 기르고 영약을 연단하는 곳이다.
비약원은 유성검문 내에서도 깊은 곳에 존재한다. 유성검문에서 가장 엄중한 곳으로 출입을 하려면 비약원주 성도춘 혹은 문주인 성고단의 허락이 필요하다.
성도춘은 유성검문의 2인자다. 오기(五氣) 1단으로 성고단 다음으로 강하다. 또한 그는 성고단의 조카이기도 했다.
나는 현대의 물건으로 비약원을 감시했다. 작은 드론에 카메라를 달아서 비약원 안에 넣어서 촬영하는 방법을 이용했다.
‘비약원에 몰래 들어가는 건 불가능해.’
진법이 쳐져 있어서 사람이나 동물이 비약원에 들어가면 바로 걸린다. 드론은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로 보아 무생물에겐 진법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비약원에 있는 8명은 모두 유성검문에서 손꼽히는 고수들이다. 정면으로 싸웠다간 내가 죽는다.
‘위장해서 들어가는 것도 힘들지.’
비약원도 사람이 사는 곳이다 보니 하인들이 정기적으로 비약원에 생필품을 가져다준다. 물론 비약원의 무인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하인들의 행동을 감시한다.
‘성도춘. 이놈은 아예 나오지를 않아.’
비약원주 성도춘은 입단식 때도 참석하지 않았다. 비약원에 틀어 박혀서 움직이지를 않는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훔칠 수 없어.’
나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하며 일상을 보냈다.
내 일상은 별거 없었다.
성지곤과 함께 하인들을 희롱하고 가끔씩 도시에 내려가 여자들을 따먹었다.
유성검법을 배우고 한 번씩 성소정을 만나서 대련을 했다.
성소정은 나한테 진 것이 큰 충격이었는지 직접 내게 다가와 대련을 신청했다. 나는 입을 털면서 그녀와 부쩍 가까워졌다.
문파에서 지원받은 뇌청단은 이주 만에 강화되어 복용했다.
‘한 발자국. 딱 한 발자국이면 되는데….’
아쉽게도 입식 6단에는 오르지 못 했다.
‘이번에 비약원을 털어서 영약을 먹으면 확실하게 입식 6단이 될 수 있어.’
『특별 임무 제한 시간: 21일 2시간 35분 11초』
남은 제한 시간을 확인한 나는 초조함을 느꼈다. 이 임무를 실패하면 강체단 3개를 받지 못한다.
‘……어쩔 수 없다. 그 방법 밖에 없어.’
아무리 생각해봐도 내가 안정적으로 비약원의 약초와 영약을 훔치려면 한 가지 방법 밖에 없다.
‘우물에 독을 푸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