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2422)
EP.2422 2422. 이터널 에덴
쿠데타의 사령관이었던 진수학은 대통령이 되고, 나는 비선 실세가 되어 진수학을 뒤에서 조종했다.
우선으로 한 것은 당연히 숙청이었다. 새로운 왕이 탄생했으니 응당 숙청의 칼날이 뒤따라야 하지 않겠는가.
정우현을 따르는 놈들, 뇌물로 요직을 차지해 무능함을 알리고 있는 놈들을 모조리 해임하고 재판부에 넘겼다. 증거를 비롯한 자료는 모두 이연희가 제공했다. 이연희는 오늘만을 벼르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국을 좀먹는 자들이죠. 그들이 없었다면 한국의 사정은 조금 더 나았을 겁니다.”
“뭐, 무능한 놈들은 나도 원하지 않으니 괜찮겠지. 뇌물받은 놈들은 교도소 직행이다. 거기서 사형수를 비롯한 중범죄자 놈들을 빼돌려 인체 실험을 진행한다.”
물론 대놓고 인체 실험을 할 수는 없었다. 남들처럼 몰래몰래 해야 한다.
다행이라고 할까. 범죄자는 차고 넘쳤다. 전 세계가 개판 난 상황. 한국이라고 해서 멀쩡할 리 없었다. 약탈자란 놈들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다음으로 진행한 것은 보상이다. 쿠데타에 참가한 진수학과 장교들에게 젊음을 내렸다. 장성과 고위 장교들은 모두 중년이었다. 그들은 노화역전을 받고 젊어졌다. 젊어진 그들의 반응은 두 가지였다. 울거나, 웃거나.
“오오! 젊음이라니! 20대의 몸으로 돌아오니 굉장히 가볍군요. 그런가. 이게 나의 20대의 몸이었던가…!”
“감사합니다! 성님을 따르기를 결정한 건 제 최고의 결정이었습니다! 하하! 저도 성진교의 신도입니다!”
“하하. 새로운 삶을 얻었군요.”
쿠데타에 참가한 정성과 장교가 젊어졌다. 숨기지 않았다. 숨길 수도 없는 일이다. 이제 사람들은 현 쿠데타 정부와 내가 관련이 있다는 걸 알게 되겠지.
‘아니, 그게 아니어도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지. 나와 정우현의 갈등은 꽤 유명했으니까.’
젊어진 장성과 장교들을 본 다른 군 간부들은 어떠할까. 당연히 그들 또한 내게 앞다투어 맹세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젊음 따윈 필요 없다고?
어느 한 고고한 장성이 그리 말했으나, 그건 허세일 뿐이었다. 동료는 젊어지는데 자신은 하루하루 늙어간다. 이걸 어떻게 참나. 해군과 공군의 장성들이 앞다투어 나를 찾아와 충성을 맹세했다.
나는 그 대가로 저들에게 젊음을 내려주었다.
솔직히 매우 귀찮은 일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군대를 장악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었다.
‘왕이 신하에게 충성의 보상을 하사하는 거지. 그렇게 생각하자.’
영원히 젊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젊음을 유지하고 싶으면 내게 계속해서 충성을 맹세해야 한다.
거기다 한번 젊어진 몸은 피할 수 없는 낙인이기도 했다. 나를 따른다는 증거 말이다. 본인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지 몰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리 여길 것이다.
‘나는 날 조금이라도 적대한 놈들에게 능력을 안 써주거든.’
일례로 일우 그룹이 있다. 일우 그룹은 얼굴에 철판을 깔고 나를 찾아왔다. 일본에 있는 회장이 직접 온 건 아니고 그 아래 급인 이사였다.
“성유진 님. 그간 저희 회사와 성유진 님은 소홀한 관계였던 걸로 압니다. 이번 기회에 과거를 털고 성유진 님과 함께 발전하고 싶습니다. 이건 성유진 님에게 드리는 선물입니다.”
집, 자동차, 식량, 골드바.
나는 번쩍이는 골드바를 매만졌다. 전 세계 경제가 박살 나며 화폐의 가치는 폭락했다. 달러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나마 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건 황금 정도가 전부다. 그 황금마저도 하락세이긴 하지만.
“그렇군. 일우 그룹의 뜻은 잘 알았다. 생각해 보지. 선물은 잘 받겠다.”
여기 있는 선물 중 진짜는 없었다. 바로 기술. 대마도에서 몰래 인체 실험까지 하던 놈들이다. 생명공학 기술을 어느 정도 쌓았을 게 분명함에도 말이다.
내 입가에 걸린 차가운 미소를 본 일우 그룹의 이사는 표정을 딱딱하게 굳혔다.
“…현명한 선택을 바랍니다. 회장님과 아들과 손자를 잃었음에도 성유진 님에게 화해의 손을 내미는 것입니다.”
“말은 바로 하지. 너희 회장은 그저 젊음이 탐날 뿐이잖아? 가서 너희 늙은 회장에게 전해라. 너희는 절대로 젊음을 얻을 수 없을 거라고. 아, 한 가지 방법이 있군. 일우 그룹의 모든 것을 내게 넘긴다면 기꺼이 자비를 내려주겠다.”
“…오늘 있었던 일은 빠짐없이 회장님에게 전하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척 유감스럽군요.”
“난 별로 유감스럽지도 않군. 아, 조만간 일우 그룹 관련 기업들에 세무조사가 들어갈 예정이니 그렇게 알고 있도록.”
“…….”
그는 얼굴을 구기며 밖으로 나갔다.
세무 조사에 대한 대비? 하려면 하던가.
‘중요한 건 세무 조사 따위가 아니지. 세무 조사는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메시지다. 일우 그룹은 현 정부에 완전히 찍혔다는 메시지.’
한국의 다른 기업들은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일우 그룹과 거리를 둘 것이다. 일우 그룹은 서서히 고립될 것이고.
‘적당한 명분만 생기면 곧바로 철컹 철컹이다. 크크. 일우 그룹 놈들이 교도소에 들어가면 바로 인체 실험하는 거지. 크크크.’
그때,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성하. 진수학입니다.”
“들어와.”
20대 후반의 젊은 진수학이 들어왔다. 20대 초반으로 만들어 줄 수 있었으나, 본인이 거절했다. 너무 젊으면 위엄이 서지 않는다나.
“방금 미국, 러시아, 북한, 중국, 일본과 비공식 회담을 하고 왔습니다.”
“반응은 어떻지?”
“모두 하나 같이 제 젊음을 부러워하더군요. 그러면서 성하와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주선해 달라 부탁했습니다.”
“한국에 와서 정당한 대가만 치른다면 젊음은 내려주도록 하지.”
노화역전이란 능력을 이용해 먹기 위해서는 너무 아껴선 안 된다. 돈과 권력을 가진 놈들에겐 비교적 쉽게 젊음을 줬다. 그래야 그들이 내 방패가 될 테니까.
“네. 미리 정해둔 대로 그리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입장에선 쉽지 않은 결정일 겁니다. 이미 세상은 예전과 달라졌으니 말입니다.”
안 그래도 위험한 바닷길은 더욱 위험해지고 있다. 바다생물의 변이는 육지 생물보다 훨씬 빠르다. 변종 또한 많다. 인간이 바다에서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었다. 변종에 잘못 걸려 박살 나는 전함까지 속출하고 있다. 최근 해군은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하늘도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다. 조류 변이체와 변종들이 나타나 하늘길을 방해한다. 이젠 비행기를 이용해 무역하는 것조차 힘들어진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에는 사망 선고가 떨어진 거나 다를 바 없지.’
당장 석유 같은 지하자원이 없는 곳이 한국 아닌가.
“일본의 반응은 어떻지?”
“대통령이 된 걸 축하한다. 고 웃는 낯짝으로 이야기하더군요. 정우현에 관한 일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말입니다. 그리고 성하를 일본으로 초대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미쳐도 일본에는 안 가지. 놈들이 한국에서 데려간 바이오닉스는?”
“까를로. 그의 선택이었을 뿐이라고 못 박았습니다. 까를로를 돌려보낼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북한은? 북한의 반응은 어떻지?”
“축하해줬습니다. 조만간 공식 정상 회담을 통해 만나고 싶다더군요. 그리고 성하를 언급했습니다.”
“젊음이 탐났나 보군.”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세계 지도를 바라봤다.
넓은 지도에서 한국은 엄지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 러시아, 북한, 일본에 감싸여 고립되어 있다.
‘일본 열도가 한반도에 붙는 순간 전쟁은 확정이다.’
일본은 그날만을 기다리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을 거다. 그게 일본의 마지막 희망이다.
한국은 어떨까.
한국이 살려면… 북한과 통일해야 한다. 그래야 대륙 쪽으로 뻗어나갈 수 있다. 북한의 위쪽 시베리아에 석유와 가스가 있다. 일단 통일만 되면 석유 걱정은 덜어도 된다는 거다. 러시아와 중국이 문제긴 해도.
“핵무기가 문제군. 한국이 핵무기를 만들려면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하지?”
“핵무기라면 이미 있습니다. 재앙이 시작되고 정우현은 핵무장을 명령했습니다. 현재 40발의 핵무기가 있습니다. 기존부터 한국은 핵무기를 만들 기술이 있었습니다. 단지, 세계의 눈치를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세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핵무기를 만들었군.”
김재지에게 받은 핵무기 기술이 아까워졌다.
“일본도 핵무기를 가지고 있겠지?”
“당연합니다. 일본의 기술력은 한국보다 크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한국보다 많으면 많지, 적지는 않을 겁니다.”
“핵미사일 방어 체계가 가장 시급하군. 나 박사에게 그쪽방향으로 부탁해야겠어.”
“그럼 원래대로 서울 요새화를 진행하실 겁니까?”
“일반인들은 모르게 천천히 진행한다.”
서울은 내가 기거할 곳인 만큼 가장 안전해야 한다.
“핵 방어 체계가 어느 정도 완성되면 북한을 친다. 정상 회담에서 김재지를 암살하고 북한을 점령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지 않나?”
“북한이 어떻게 나오냐에 따라 다를 겁니다. 운이 좋다면… 평화롭게 통일 할 수 있겠지요.”
“좋아. 나가 봐.”
진수학이 떠났다.
나는 진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해야 하면서도 할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 머리가 아파 왔다.
‘이번에는 여기까지 할까.’
[유희를 종료합니다.] [경험치 정산을 시작합니다.] [나채영의 인연 레벨은 7입니다.] [최혜진의 인연 레벨은 6입니다.] [이리나의 인연 레벨은 5입니다.] [이연희의 인연 레벨은 5입니다.] [유서정의 인연 레벨은 3입니다.] [김지희의 인연 레벨은 4입니다.] [진수학의 인연 레벨은 2입니다.] [정우현의 인연 레벨은 1입니다.]…….
• • •
현실로 돌아온 나는 유희 생활 어플에 쌓인 인연 레벨 로그를 스윽 확인했다.
유서정보다 김지희의 인연 레벨이 높은 건 좀 의외였다. 아직 일이 높아서 모녀 덮밥 계획을 짜지도 못했는데.
‘그래서 포인트는 얼마나 쌓였지?’
[성유진레벨: 94
근력: 140 체력: 140 민첩: 140 지능: 140 정력: 150 마나: 140] [사용 가능 포인트: 19,705]
유희 세계에 들어가 있던 기간에 비해 포인트가 제법 많이 쌓였다.
‘이터널 에덴의 경우 페널티가 덕지덕지 붙어 있으니까.’
그리고 레벨이 높아질수록 얻는 포인트의 양도 많아지는 기분이었다. 이건 확신할 수 없는 내 뇌피셜이지만.
나는 레벨을 빤히 바라봤다. 레벨 90이 되고부터 레벨이 영 올라가지 않는다. 필요한 경험치가 어마어마하게 많아진 느낌이랄까.
‘지금까지 별생각 없었는데… 레벨 100이 만렙인가?’
솔직히 레벨이 올라간다고 해서 얻는 이득은 별로 없었기에 관심이 없었다.
‘레벨이 10의 배수를 달성할 때마다 보상이 주어졌지. 레벨 100을 달성하면 보상이 주어질 거야.’
방법은 있었다.
[레벨 업 티켓레벨을 올릴 수 있습니다!
가격: 10,000 포인트
※주의
레벨 99 이하만 사용 가능합니다.]
나는 레벨 업 티켓을 두 눈 가늘게 뜨며 쳐다봤다.
10,000 포인트. 막상 구매하려고 하니 아까웠다.
‘보류다. 라고 하기에는 95가 되면 뭔가 있을지도 몰라. 10의 배수가 아니긴 해도… 이상할 정도로 레벨업이 느리단 말이지.’
레벨 업 티켓을 구매하자마자 사용했다.
[레벨 95달성으로 펫 케이지를 획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