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Creation (Yu hee app life, a simulation and hunter novel) RAW - chapter (74)
〈 74화 〉 074. E급 헌터
074. E급 헌터
[성유진레벨: 29
근력: 21 체력: 21 민첩: 17 지능: 10 정력: 24] [사용가능 포인트: 117]
117포인트나 있으니 도리어 어디에 투자할지 망설여진다.
‘17 포인트는 랜덤 뽑기에 투자한다.’
내가 랜덤 뽑기를 좋아하는 것도 이유지만, 간혹 랜덤 뽑기에서 나오는 특별한 물건과 스킬이 주된 목적이었다.
‘유희 생활 어플의 스킬은 해킹이나 완전 회복만 봐도 엄청나지. 어쩌면 최면술 같은 스킬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최근에 얻은 스킬인 아가미 호흡도 상황에 따라 비장의 기술이 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랜덤 뽑기에서 나오는 물건들. 이것들은 다른 세계에서 효과가 떨어진다는 패널티가 없다.
‘그리고 현실의 물건도 유희 세계에서 문제없이 사용할 수 있어.’
혹시나 싶어서 얼마 전에 실험해봤다. 헌터샵에서 구입한 파이어볼 스크롤을 ‘뱀파이어 형사’세계에 사용한 것이다. 위력은 현실과 똑같았다.
‘랜덤 뽑기 상점에 감정 제어기가 등록됐어. 어쩌면 랜덤 뽑기를 통해 감정 제어기를 뽑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랜덤 뽑기에서 비교적 높은 확률로 나오는 잠재력 물약.
이건 잠재력이 없는 나한테나 쓸모없는 물건이다.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겐 천금과도 같은 물약이다.
‘헌터샵에서 구입한 감정 스크롤로 잠재력 물약을 확인해봤어. 결과는 제대로 감정되었지.’
잠재력 물약을 알리고 제대로 판매하면 최소 수십억의 이득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럴 생각은 없어. 돈이 궁한것도 아니니까. 갑자기 돈이 궁해져 잠재력 물약을 판다고 하더라도… 그건 나중에.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을 때다.’
나는 랜덤 뽑기를 시작하기 전에 스마트폰을 바닥에 내려두고 경건한 마음가짐으로 무릎을 꿇었다. 양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천천히 눈을 감았다.
“랜덤 뽑기의 신이시여! 부디 날 가엽게 여기어 당신의 가호를 내려주시옵소서.”
3번의 기도를 끝마치고 총 17번의 랜덤 뽑기를 시작했다.
스킬이나 특성은 없었다. 그러나 신기한 물건들이 제법 나왔다. 그 와중에 잠재력 물약 1개가 나왔다는 게 좀 짜증났다.
나는 물건을 뽑으면 바로 랜덤 뽑기 상점에 들어가 정보를 확인했다. 그게 정확하기 때문이다.
사람에게 필요한 영양소가 알약 1개에 전부 들어있는 슈퍼 비타민입니다.
통 안에는 총 100개가 들어있습니다.
24시간에 1개씩 먹으면 됩니다.
가격: 5 포인트.
※주의
중복해서 복용하더라도 추가 효과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복용 후 다시 24시간이 지난 후에 먹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장난감 목검
어린아이가 가지고 놀기 좋은 장난감 목검이다.
가격: 1 포인트] [정령옥
순수한 자연의 힘이 서린 보석이다.
정령에게 주면 무척 좋아 할 것이다.
가격: 20 포인트.
※주의
오직 정령에게만 효과가 있다.] [고통의 채찍
실제 상처는 입히지 않고 오직 고통만 전해주는 저주받은 채찍이다.
가격: 15 포인트
※주의
한 대상에게 너무 자주 사용 시, 대상의 정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코뻥
막힌 코를 확 뚫어줍니다!
가격: 1 포인트]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번부터 느낀 거지만 아이템 설명글은 반말을 할 거면 반말을 할 것이지, 일부는 존댓말을 사용하고 있다.
혹시 뭔가 비밀이라도 싶어서 확인해봤는데 반말과 존댓말의 비율은 비슷비슷했다.
신경 쓰이는 건 정령옥이다. 현실에도 정령이 존재한다. 다만 정령사가 아니면 정령을 보는 것도 힘들다.
이것도 잠재력 물약과 비슷한 경우다. 나한테 정령과의 인연이 있을 리가 없으니까.
“이, 이건…!”
미약 200ml가 들어있습니다.
대상을 발정케 합니다.
대상에게 먹이거나, 성기에 바르는 것으로 효과가 나타납니다.
효과는 2시간 동안 유지됩니다. 1회 권장 사용량은 10ml입니다.
가격: 400 포인트
※주의
10ml 이상 섭취 시 정신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습니다.
미약은 대상에 따라 개인차가 있습니다.]
미약은 고급스런 투명한 유리병에 들어있는 액체였다.
‘지, 진짜 그거지? 한 번 먹으면 여자가 미친 듯이 발정 나서 남자에게 달려드는 그 약!’
나는 손이 덜덜 떨리는 걸 느꼈다.
미약은 내 꿈의 아이템이다. 판타지 소설이나 만화에서 미약이 나올 때마다 내 손에 미약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지 상상하곤 했다.
‘어쩌면 미약이 진짜 존재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
인터넷이나 헌터샵 등등 미약에 대해 조사해본 적 있었다. 던전에는 특수한 효과를 가진 열매나 물약들이 종종 나오니까.
‘근데 없었어. 기껏해야 가축용 흥분제가 전부였지.’
나는 유리병의 뚜껑을 살짝 열었다.
이게 내 손에 들어왔는데 시험을 안 해볼 수가 없었다.
새끼손가락으로 핑크색 액체를 콕 찍고 입안에 넣었다. 미약은 달짝지근한 맛이었다.
“오. 오… 오오!”
미약이 혀에 닿는 순간 곧바로 반응이 왔다. 바지속의 하물이 순식간에 발기한 것이다. 양이 적어서 그런지 풀발기는 아니었다.
‘쩐다. 10ml를 먹으면 도대체 어떻게 발정하는 거야?’
샘솟는 호기심을 억눌렀다. 뱀파이어 형사 세계로 가서 실험하기엔 좀 아까웠다.
‘일단 보관해두고 나중에 천천히 실험해봐도 늦지 않아.’
[사용가능 포인트: 100]‘…음.’
[80포인트를 사용해 영천류(影天流) Lv.5의 레벨을 상승시키겠습니까?] [영천류(影天流) Lv.6영천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내가 영천류를 올린 것은 백상기 때문이었다.
최근의 난 백상기를 이상하게 자주 떠올리고 있다. 일부러 잊으려고 해도 소용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난 슬슬 영천류의 다음 단계, 고급기로 넘어가고 싶었다.
‘그때 영천류의 레벨이 6이었으면 내가 이겼을 거야.’
나는 애써 백상기에 대한 생각을 지웠다.
이미 지난 일이다. 백상기를 떠올리고 싶지 않았다.
레벨: 29
근력: 21 체력: 21 민첩: 22 지능: 12 정력: 24]
20 포인트로 민첩과 지능을 올렸다.
민첩 20을 만드는데 6포인트. 능력치 20에서 2를 올리는데 10포인트가 들었다.
‘이러면 능력치 30대에선 도대체 얼마의 포인트가 필요한 거야?’
나는 작게 투덜거렸다.
내가 민첩에 능력치를 투자한 것은 영천류 때문이다. 쾌와 은이 중점인 영천류에선 힘보다 속도가 더 중요했다.
‘빨리 레벨 30되고 싶다. 그럼 좀 재밌는 창작물을 선택할 수 있을지도.’
•••
손님 없는 한적한 카페.
나는 한 남자와 사이에 테이블을 두고 마주앉아있었다. 캐주얼한 복장을 입은 남자는 40대 초중반으로 보였다.
“정말. 정말 500만원을 주시는 겁니까?”
남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거듭 물었다.
“제가 뭐하러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테이블 위로 하얀 돈 봉투를 올렸다. 5만 원권 100장이 들어 있다.
남자는 처음엔 약간 주저하듯 손을 뻗더니, 이내 돈 봉투를 확 낚아채 봉투 입구를 열어 돈을 확인했다.
“……진짜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 못하겠습니다. 굳이 이런 걸 왜 사려고 합니까? 혹시 다른 방송국의 직원이십니까? …아니. 그래도 말이 안 되는 건 똑같은데.”
“하하. 미리 말했지 않습니까. 팬이라니까요. 그런데 물건은요?”
“여기 있습니다.”
그가 USB를 건넸다. 나는 내 앞에 있는 노트북에 USB를 꽂았다.
“감사합니다. 신PD 님.”
내 앞에 앉은 사람은 방송국의 드라마 담당 PD다.
이름은 신주홍. 드라마 뱀파이어 형사를 제작한 PD다.
사실 나는 신주홍과 뱀파이어 형사의 드라마 작가에게 연락을 했다.
드라마 작가는 바쁜 일이 있어서 나오지 못했다고 한다. 뭐, 나를 의심하고 있는 것 같다. 하기야 500만 원을 줄 테니 이미 끝난 드라마의 설정집을 달라는 사람이다. 수상할 수밖에 없다.
그나마 다행인건 신주홍이 거래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었다.
“…정말 인터넷에 공개하실 생각은 없으신 거죠?”
신주홍 PD가 물어왔다.
“없습니다. 팬심이라니까요? 제가 뱀파이어 형사를 좋아해서요. 설정집을 개인 소장하고 싶었습니다. 정 불안하시다면 계약서도 써드립니다.”
“아니. 계약서까지는 괜찮습니다. 그래도 겨우 설정집 하나에 500만 원이나 씁니까?”
“제가 좀 충동적이라서요. 500만 원 정도면 빨리 얻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덕분에 이렇게 2시간 만에 얻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저 헌터라 돈 많습니다.”
이번에 생명의 구슬 4개를 얻으며 느낀 게 있었다.
바로 알려지지 않은 설정이다.
나는 드라마를 통해 생명의 구슬이 1개만 맺히는 줄 알았다. 드라마에선 생명의 구슬이 1개 밖에 맺히지 않은 상태로 문지혁이 가져갔으니까.
그러나 실제론 4개가 맺혔다.
‘백상기도 마찬가지야. 그런 실력을 가진 놈일 줄 어떻게 알았겠어.’
나는 노트북을 딸칵딸칵 거리며 문서 내용을 살펴봤다.
인물 설정에 백상기를 검색했다.
백상기는 원작 시점에서 300년 전에 외국에서 찾아온 뱀파이어들을 죽이고 생명의 구슬을 먹고 불로를 얻었다. 백상기는 조선의 뱀파이어 사냥꾼 집단이라 할 수 있는 검계에 속했던 적이 있으며, 성리검이란 검술을 익혔다.
“……백상기의 원래 비중은 뭡니까? 설정을 보면 그냥 엑스트라는 아닌 것 같네요.”
내 질문에 신주홍PD가 의외라는 듯 나를 쳐다봤다.
“백상기는 주인공의 조력자 역할을 할 예정이었습니다. 근데 스토리 상의 문제로….”
“백상기 역을 맡은 배우가 지지리도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고요?”
“……이건 비밀입니다만, 그 말이 맞습니다. 그 친구는 오디션 때는 괜찮게 연기했는데… 실전에 들어가니 영 아니더군요. NG만 50번이 넘게 났는데도 나아질 기미가 안보였습니다. 어휴. 그때만 생각하면….”
“백상기는 원래 자살하려고 했습니까?”
“예. 삶의 염증을 느끼는 상태였죠. 원래는 마지막에 칸트라에 속한 뱀파이어 수 십 명과 전투를 벌여 죽을 예정이었습니다. 배역도 이미 정해진 상태였고, 예산도 빠듯했는지라… 그냥 스토리를 일부 바꿨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로 드라마는 시청자의 반응에 따라 내용을 바꾼다고 들었다. 시청자의 반응이 좋으면 죽음이 예정된 캐릭터가 살아나기도 하고, 반대로 반응이 좋지 않으면 빠르게 하차할 수도 있다.
인물 설정을 주르륵 훑어봤다.
제법 많았다. 자세히 쓰여 있는 인물은 40명 정도다. 나머지는 스쳐지나가듯 짧게 간단한 설정이 적혀 있다.
문서를 바꿔 스토리 플롯을 살펴봤다. 양이 상당히 많아서 대충 훑어볼 수밖에 없었다.
“드라마에서 나오지 않았던 스토리들이 다수 있네요.”
“폐기된 것들입니다. 재미가 없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에피소드들이죠.”
“김춘석 편은 재밌을 것 같은데요?”
“일개 형사가 대한민국의 권력을 주름잡는 국회의원을 어떻게 할 수 있을리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죠.”
나는 폐기된 에피소드들을 살폈다. 이것들은 ‘뱀파이어 형사’ 유희 세계에서도 일어나지 않았다.
“역시 뱀파이어 형사. 설정집도 재밌네요.”
“저희 드라마를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신주홍 PD는 호의가 담긴 눈으로 날 쳐다봤다. 좀 수상하긴 해도 개인 사비까지 사용해 설정집을 구입하는 팬이다. 싫어할 수가 없을 것이다.
“설정을 보면 생명의 구슬은 총 4개가 맺히는군요. 근데 드라마에선 하나 밖에 안 나오던데….”
“아. 그건 예산 때문입니다. CG 작업이란 게 예산이 좀 많이 들어서요. 아낄 수 있는 건 최대한 아꼈습니다. 생명의 구슬은 1개면 충분한 상황이었으니까요.”
“과연.”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CG작업은 상당히 비싸다고 들었다. 굳이 설정에 맞추겠답시고 불필요한 CG를 넣을 수 없는 것이다.
“근데 혹시 여자 뱀파이어는 없습니까?”
“있었죠. 음. 생각해보니 여자 뱀파이어는 드라마에서 잘 안 나왔군요.”
“예. 그 점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폐기된 에피소드 중에 뱀파이어 일가가 운영하는 대기업에 관한 내용이 있을 겁니다. 그 에피소드에 나오죠.”
“그 여자 뱀파이어의 이름이?”
“…어. 기억이 잘 안 나는군요. 인물 설정집에 있을 겁니다.”
있었다.
대천 그룹 일가의 장녀. 인천 고급 호텔의 젊은 오너. 나이는 20대 후반. 천지민. 대기업 그룹인 그들은 정부를 통해 안전을 보장받고 있다.
“이름이 천지민이군요.”
“사실 김수영 배우를 캐스팅할 생각이었죠.”
“호오. 그렇군요.”
내가 웃었다.
조금 있다가 뱀파이어 형사 세계에 들어가 천지민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생각이다. 드라마에 나오지 않더라도 그녀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캐스팅 예정이었던 김수영과 똑같이 생겼는지 확인해야지. 크크크.’
그 후는 뭐. 늘 하던 대로지.
‘이참에 재벌 사위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