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65)
자기 발로 다시 던전 오브 더 다단계(?)에 입장한 택규는 홍창수와 민하영에게 말했다.
“그날 설명 듣고 딱 이거라는 감이 왔어요. 혹시 10억보다 더 살 수도 있나요?”
홍창수가 물었다.
“얼마나 말입니까?”
“이 정도요.”
택규는 스마트폰으로 계좌잔고를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민하영과 홍창수는 놀라 입을 쩍 벌렸다. 그도 그럴 것이 저번보다 0이 하나 더 늘었기 때문이다.
홍창수는 헛바람을 들이켰다.
“배, 백억!”
민하영은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택규를 보았다.
“이게 대체……?”
이건 로또 당첨 가지고는 불가능한 금액이다.
택규는 팔짱을 끼며 말했다.
“사실은 작년에 로또당첨금으로 반트코인을 샀었는데, 그게 10배가 올랐어요. 그래서 한 번 더 코인에 투자해보려구요.”
한창 암호화폐 열풍이 불고 반트코인이 거의 3천만 원까지 치솟았을 때 언론에는 수십억, 수백억 벌었다는 사람들이 여럿 등장했다. 설마 그들 중 한 명이 여기 있을 줄이야!
한참 후, 정신을 차린 홍창수가 말했다.
“자, 잘 생각 하셨습니다. 투자는 역시 코인이죠. 100억 다 투자하실 겁니까?”
“그건 힘들 것 같고, 일단 절반인 50억만 투자할게요.”
“오, 오십억!”
그것만 해도 이제까지 판매액 중에 사상최대다.
민하영은 혼란스러워하는 표정으로 택규를 보았다.
“너 진심이야?”
“그럼. 제일골드코인은 새로운 꿈과 희망이잖아.”
“…….”
택규는 다시 홍창수에게 말했다.
“투자하기 전 설명을 좀 더 듣고 싶은데, 대표이사님과 만날 수 있나요?”
“그럼요. 센터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다른 곳에서 강연을 하던 최남우는 연락을 받고 헐레벌떡 달려왔다.
둘은 서로 악수를 하고 회의실에서 마주앉았다.
최남우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분명히 어디서 봤던 것 같은데.’
택규는 그가 말하기 전에 먼저 선수를 쳤다.
“왠지 낯이 좀 익은데, 혹시 전에 헬스장에서 마주친 적 있지 않나요?”
그 말에 최남우는 깜짝 놀랐다.
“아! 그랬군요. 어쩐지 저도 낯이 익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일 때문에 여러 헬스장을 돌아다녔거든요. 아마 그때 만났었나 보네요. 하하, 그런데 이런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택규는 웃었다.
“정말 신기하네요. 이런 게 인연인가 봐요.”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밝아졌다.
최남우는 각종 자료를 보여주며 열과 성을 다해 제일골드코인과 베네수엘라 유전사업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택규는 감탄을 하며 말했다.
“엄청나네요. 암호화폐면서도 실물화폐라니.”
“바로 그겁니다. 반트코인은 단지 희소성이 있다 뿐이지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지만, 제일골드코인은 다릅니다.”
택규는 주의 깊게 듣는 척하며 말했다.
“혹시 제일그룹 대표님도 한 번 만날 수 있을까요?”
“함순표 회장님을요?”
“예. 아무래도 큰돈 투자하는 것인 만큼 만나서 베네수엘라 유전사업에 대한 얘기를 좀 들어보고 싶어서요.”
최남우는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회장님께서는 일 때문에 많이 바쁘십니다. 베네수엘라와 싱가포르에 출장도 잦으시구요.”
택규는 아쉽다는 듯 말했다.
“그래요? 그럼 조금 더 생각해보고 나중에 말씀드릴게요. 사실 요즘 반트코인이 많이 떨어진 것 같아서 반트코인을 살지 제일골드코인을 살지 고민 중이었거든요. 유전만 확실하다면 제일골드코인에 투자하고 싶은데.”
“그건 확실합니다.”
“그건 아는데, 직접 얘기를 들어보면 좀 더 확신이 설 것 같아서요.”
함순표 회장은 유전채굴에 자금이 더 필요하다며, 최대한 빠른 시간에 코인을 판매하라고 재촉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50억이라는 금액은 놓칠 수 없었다.
생각을 끝마친 최남우가 말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약속을 잡아보겠습니다.”
* *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안성남 지검장은 맞은편에 앉은 20대 청년을 보았다.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쓴 청년은 회색 츄리닝을 입고 있고,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다는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었다.
검찰청에 방문한 손님치고는 너무 프리하지 않나? 검사나 직원들뿐 아니라, 이 안에서 조사받는 범죄자들까지 포함해도 가장 편한 복장이 아닐까 싶다.
청년의 이름은 오택규. 다름 아닌 OTK컴퍼니 부대표다.
대한민국에서 강진후는 다 알아도 오택규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안성남 지검장은 오택규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재작년에 서울중앙지검은 오택규를 OTK컴퍼니 CEO로 착각하고, 구속수사한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죄명은 외환관리법위반, 금융관리법위반, 내부자거래, 불법거래 등등.
그런데 징역 수십 년도 받을 수 있는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오택규는 태연했다. 어찌나 잘 먹고, 잘 자는지 구속수사 받는 게 아니라, 검찰청에 캠핑 온 것 같은 모습이었다.
수사에는 이상한 형태로 비협조적이었다. OTK컴퍼니 설립과 거래과정에 대해 묻는데, 뜬금없이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대해 얘기를 하질 않나, 피곤하다며 꾸벅꾸벅 졸지를 않나, 실실 웃질 않나.
담당 검사가 형량이 가중될 수 있다고 윽박 질러보고, 협조만 잘해주면 집행유예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달래도 보았지만, 뉘집 개가 짖느냐는 표정으로 귓구멍이나 콧구멍을 후비며 사람 복장을 뒤집어 놓았다.
그렇다고 강압적으로 취조할 수도 없었다.
돈 없는 개털이나 잡범은 험하게 다룰 수 있을지 몰라도, 돈 많은 경제사범은 얘기가 다르다.(게다가 누나가 골든게이트 지사장인 데다가 골든게이트 법무팀에서 나서서 변호를 하고 있었다)
어차피 잡아둔 채 시간 끌 목적이었으니, 검찰 입장에서도 큰 상관은 없었다. 그런데 나중에 잘못된 사람을 잡아넣은 것이 밝혀지자, 검찰은 발칵 뒤집혔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기획수사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그 일로 인해 홍만호 검찰총장이 옷을 벗었고, 서울지검장, 그리고 그 라인에 있던 검사들도 줄줄이 사표를 내거나 좌천됐다.(지금은 전부 대통령의 명령에 의해 이뤄진 기획수사였다는 게 밝혀졌다)
이후 호성저축은행 사태, 은성차 에어백 리콜 사태, PAS 파산, 박시형 전 대통령 구속 등의 일들이 터지며, 검사들 사이에서 OTK컴퍼니와 얽히면 좋은 꼴 못 본다는 얘기가 돌았다.
안성남 지검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온 겁니까?”
택규는 츄리닝 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 내밀었다.
“만나 뵙고 인사 좀 드리고, 이것도 드리려구요. 검사님을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니, 열어보시면 충분히 흡족하실 겁니다.가방에 더 가져왔으니, 일단 그것부터 열어서 확인해보세요.”
그는 속으로 깜짝 놀랐다.
‘이건 뭐지? 날 테스트하는 건가? 설마 홍만호처럼 내 목도 날리려고?’
안성남 지검장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어허! 대체 대한민국 검사를 뭐라고 생각하는 건가? 뭘 얼마나 넣었는지 모르겠지만, 뇌물죄로 기소당하고 싶지 않으면 당장 내 눈앞에서 치워!”
택규는 눈을 껌뻑거리며 말했다.
“이거 고소장인데요.”
“……응?”
봉투를 열어보니, 정말로 두 번 접은 고소장이 들어있었다.
‘이런 건 보통 서류봉투에 넣어오지 않나?’
그리고 고소장은 민원실에 접수해야지, 지검장에게 직접 주는 건 무슨 경우야?
괜히 무안해진 안성남 지검장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물었다.
“웬 고소장입니까?”
택규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제가 며칠 전 큰 사기를 당해서요.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이렇게 직접 고소하러 찾아왔습니다.”
‘그러니까 그런 건 민원실로 가라고. 그런데 OTK컴퍼니 부대표가 이렇게 말할 정도면, 대체 얼마나 엄청난 사기를 당한 거야?’
안성남 지검장은 당황하면서도 일단 고소장을 훑어보았다.
“이거 피해액이……?”
“예. 거기 적힌 대로에요. 2만5천 원도, 25만 원도 아닌 무려 252만 원입니다.”
“…….”
장난하나? 자산이 수십조인 놈이 왜 이래?
“계속 읽어보세요. 그놈들 보통 놈들이 아니에요.”
고소장에는 사기사건의 전말이 알기 쉽게 정리되어 있었다.
‘JG블록체인에서는 아무 가치가 없는 코인을 불법다단계로 판매하고, 그 대금이 제일그룹으로 흘러들어갔다는 건가?제일그룹은 베네수엘라에서 유전채굴을 하는데 그것도 사기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최남우 대표이사가 강진후 이름 팔아서 회원들을 끌어 모으고 있어요.”
“친척인 건 맞지 않습니까?
“그렇긴 한데, 아예 연을 끊었거든요. 그런데 마치 강진후가 투자하거나, 반썸에 상장될 것처럼 얘기를 한단 말이죠. 뭐,그건 그렇다 치고, 아무튼 이놈들이 사기를 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죠.”
“입증자료는 있습니까?”
“그럼요.”
택규는 메고 온 가방에서 주섬주섬 자료를 꺼내 건네주었다.
안성남 지검장이 자료를 넘겨보는 동안 택규는 계속해서 말했다.
“제 고등학교 동창도 속아서 대출까지 받아 돈을 넣었대요. 피해자만 수천 명에, 피해금액은 적어도 수백억이에요. 저는 지금 252만 원 날리고 피눈물을 흘리며 잠도 제대로 못 자는데, 이놈들은 배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살 거 아니에요? 법치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습니까?”
자료의 양은 거의 책 한 권 분량이었다.
코인의 소스코드 등을 분석한 반썸의 자료가 약 100장, 자금흐름을 추적한 골든게이트의 자료가 또 150장, 여기에 국유유전을 매각한 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베네수엘라 정부의 공문서까지 첨부되어 있었다.
“이건 어디서 난 겁니까?”
“베네수엘라에 유전이 있다고 해서, 제 252만 원이 정말 안전한지 아닌지 확인해 보라고 저희 쪽 직원을 카라카스로 보내봤죠. 그런데 그쪽 정부 관계자가 사실무근이래요. 거기 공문서가 그 내용인데, 스페인어라 못 읽으실 테니 뒷장 보시면 번역 첨부되어 있어요.”
“…….”
베네수엘라까지 갔다 오는 비행기값이 더 들었겠는데.
택규는 당당하게 말했다.
“반드시 이 사기꾼 놈들을 붙잡아서 제 피 같은 252만 원을 되찾아야 합니다. 중요하고 긴급한 상황이에요. 당장 수사해서 체포할 수 있죠?”
안성남 지검장은 들고 있던 자료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일단 내부적으로 검토해보겠습니다.”
“그럴 시간이 없어요. 그 사이 눈치 채고 외국으로 튀거나, 계좌에 있는 돈을 다른 곳으로 빼돌리면 어떡해요?”
“검찰이 그렇게 한가한 조직이 아닙니다. 이미 수사 중인 수많은 사건들이 있고, 나중에 수사청탁이니 뭐니 얘기가 나오지 않으려면, 정해진 절차와 규정에 따라 사안의 중대성 및 기소가능 여부에 대해 면밀하게 확인해봐야 합니다.”
“그러다가 조희팔도 놓친 거 아니에요? 아니, 그놈은 검사들이 뇌물 먹어서 일부러 안 잡은 건가?”
그 말에 안성남 지검장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뭐, 몇몇 검사들이 조희팔 일당에게 뇌물을 받은 것은 사실이긴 하다만.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습니다.”
검사도 어디까지나 공무원이다. 규정과 절차를 내세우면 답이 없다.
택규는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럼 어쩔 수 없겠네요. 알겠습니다.”
“이건에 대해서는 추후에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택규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괜찮아요. 좀 이따 박용석 서울지방경찰청장님과 만나기로 했으니, 그쪽이랑 얘기해 볼게요.”
순간, 안성남 지검장은 멈칫했다.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왜……?”
“왜긴요? 검찰에서 시간이 걸린다고 하니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하려구요. 바쁜 검찰이 피해자가 고작 수천 명에, 피해액이 고작 수백억밖에 안 되는 이런 사소한 범죄까지 일일이 신경 쓰기는 힘들잖아요. 다단계 일당을 일망타진하는 건 경찰에게 맡기겠습니다. 이 사건 취재하는 기자에게 들으니, 요즘 경찰들이 금융범죄 수사에 관심이 크다고 하던데요.아! 그러고 보니 언론에는 검찰에서 거절해서, 경찰에 사건 접수한다고 얘기해야겠네요.”
“언론사?”
“예. 추적PD 팀에서 전부터 캐고 있었데요. 강진후 친척까지 관련된 사건이잖아요. 터트리기만 하면 백퍼 특종이라고 자신하던데. 아무튼 그럼 전 이만.”
택규가 고소장을 도로 가져가려고 하자, 안성남 지검장은 그것을 황급히 붙잡았다.
“자, 잠깐.”
“예? 왜 그러세요?”
지금 정치권에서는 검경 수사권조정이 한창 논의 중이다. 그 핵심은 검찰이 가진 수사지휘권을 경찰에게 넘기는 것이다.검찰의 권한이 축소되는 것인 만큼 검찰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논의였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수사를 거절한 사건을 경찰이 해결하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폭력이나 살인사건도 아닌, 다단계 금융범죄사건을.
경찰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와 국민들의 박수를 받게 되겠지만, 검찰은 비난을 피하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경찰은 신나서 검찰이 수사지휘권을 포기해야 한다며 큰소리치겠지.(그동안 검찰은 복잡 금융범죄나 지능범죄 사건들은 경찰이 직접 해결하기 힘드니, 검찰이 수사지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건 안 된다.
안성남 지검장은 확실하냐는 눈빛으로 택규를 쳐다보았다.
“못 믿겠으면 민중의 지팡이이자 포돌이와 포순이가 다정하게 반겨주는 경찰서로 가볼게요. 안녕히 계세요.”
그러자 그는 재빨리 택규의 손에서 고소장을 빼앗아 들었다.
“고소장 접수했습니다.”
그러고는 바로 책상 위에 있는 수화기를 들려다가 멈칫하며, 택규를 보았다.
“이거 확실한 거 아니면 책임져야 할 겁니다.”
택규는 씨익 웃었다.
“물론이죠. 사건해결하고 매스컴 타게 되면, 저한테 밥이나 사세요.”
“…….”
검사가 된 뒤로 밥 사겠다는 기업인들은 많이 만나봤어도, 밥 사라고 하는 기업인은 처음이다.
‘뭐가 이렇게 신선해?’
안성남 지검장은 바로 지시를 내렸다.
“당장 차영호 부장검사하고 금융범죄수사팀 내 방으로 오라고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