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94)
강진후가 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사람을 구해내는 극적인 장면은 아래에 있던 카메라와 공중에 있던 드론에 의해 생방송됐다.
외국 언론에서도 이번 일을 주의 깊게 다뤘고, 한동안 큰 이슈가 됐다.
-이건 진짜 대단하네. 이번 일로 강진후 다시 봄.
-저기까지 올라가서 설득하는 재벌이 어디 있냐? 나라면 절대 못 올라감.
-애초에 강진후 때문에 시위가 벌어진 거 아님? 강진후가 올라가라고 등 떠민 거나 다름없음.
-등 떠민 건 택시회사 사장이지. 뭔 택시사업자연맹 집행위원이라며?
-한강에 투신 정도는 해야 임팩트를 줄 수 있드아!!!
-ㅋㅋㅋ그렇게 임팩트 주고 싶으면, 지가 뛰어내릴 것을.
-저걸 시킨 놈이나, 따르는 놈이나. 왜케 머가리가 없냐?
-그만큼 택시업계가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오죽하면 그랬겠습니까?
-네네. 얼마나 어려우시면 매일 승차거부하고 손님 골라 태우고, 신호 무시하며 난폭 운전하시겠어요? 국민들이 다 이해해드려야죠.
-이번 기회에 택시업계도 반성 좀 해야 함.
-이쯤 되면 CL그룹에서 올해의 의인상이라도 줘야하는 거 아니냐?
-어차피 노벨평화상 받잖아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진 사장은 경찰에 체포됐고,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현수막을 제작해준 것은 맞지만, 아치 위로 올라가라거나 뛰어내리라고 지시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내 직원이 받은 문자가 공개되며 거짓임이 드러났다.
사장은 술에 만취한 상태에서 장난삼아 보낸 것이지 업무지시가 아니었다며 말을 바꿨지만, 경찰은 자살관여죄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술 처마시면 곱게 주먹질이나 할 것이지, 직원에게 한강에 뛰어내리라는 문자를 보낸다는 게 말이나 되나?
-문득 술 처마시고 홧김에 선관위 디도스 공격을 지시했던 게 생각나네.
-이 나라는 뭔 문제만 생기면 술 마셨다고 변명이야?
-냅둬요. 그래야 감형된다잖아요.
-내가 장담하는데, 이제 좀 있으면 정신질환 있었다고 주장한다.
-ㅋㅋㅋ이거 100퍼임.
-그냥 깔끔하게 사형시킵시다.
택시업계는 관련이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경찰은 사장이 집행위원으로 소속되어있는 단체까지 조사를 확대했다.
경찰수사가 본격화되고, 여론이 극도로 악화되자 시위를 주도한 집행부는 국민들에게 사과하고, 강진후에게 감사를 표했다.
예고했던 2차 파업은 무기한 연기됐다.
* * *
어머니와 엘리에게 실컷 혼난 뒤, 나중에 현주 누나가 와서 또 혼났다. 우리는 앞으로 절대 위험한 일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혹시라도 한명이 위험한 행동을 하려고 할 경우 서로 말리겠다고 서약한 뒤에야 풀려날 수 있었다.
택규는 정신을 놓은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영혼까지 털린 것 같아. 우리 누나 성격 아직 안 죽었네.”
“우리 어머니의 폭풍 잔소리 실력도 안 죽었어.”
“엘리도 만만치 않던대. 너 괜찮겠어?”
“…….”
나 혹시 큰일 난 건가?
난 소파에 누운 채 자료를 읽었다.
“뭐 읽어?”
“한국 택시업계 분석자료.”
“재밌는 내용 있어?”
“응. 사납금이라고 들어봤지?”
“회사에 내는 돈?”
“맞아.”
한국의 택시회사는 기사들에게 월급을 주는 대신, 12시간 동안 차량을 빌려 주고 약 15만 원 정도의 돈을 받는다.
사납금을 내고 난 이후의 매출은 전부 기사들의 몫이다. 그런데 만약 손님이 적어 사납금 이하를 벌면? 이 경우 자기 돈을 보태서라도 부족분을 메워야 한다. 하루 종일 일하고도 돈을 벌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신기한 사실은 이 사납금이라는 게 법적근거가 전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회사가 직원을 고용했으면 월급을 줘야지, 매일 일정한 사용료를 받고 차량을 빌려준다는 게 말이 되나?
사실상 택시회사라기보다는 택시렌트회사라고 봐도 좋을 정도였다. 이를 월급제로 바꾸려는 시도도 여러 차례 있었지만, 택시회사들의 집단반발로 무산됐다.
사납금 제도로 인해 택시회사의 수익은 회사가 올리는 총매출에 의해 결정되는 게 아니라, 얼마나 많은 택시를 얼마나 많은 기사들에게 빌려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즉, 택시회사가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당 매출이 아닌, 택시 숫자와 사납금을 낼 기사 숫자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택시회사들끼리 서비스 경쟁을 전혀 할 필요가 없다. 택시기사들 역시 사납금을 기준으로 정해지는 손해와 이익이 전부 자신의 몫인 만큼 돈을 더 벌기 위해 장거리손님 골라 태우기, 미터기 끄고 달리기, 추가요금 징수 등 온갖 불법적인 방법을 일삼는다.
자연히 모든 택시의 서비스 질이 하향평준화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승객들에게 돌아간다.
늦은 시간에 강남이나 홍대에서 택시가 안 잡혀서 고생한 경험은 누구나 한 번쯤 있다. 차라리 정말로 택시가 안 보여서 그러는 거라면 이해라도 하지, 정작 길에는 정차 중인 택시가 수두룩하다. 전부 승차거부를 하며 입맛에 맞는 승객을 골라 태우고 있을 뿐이다.
그 때문인지 이번 파업과 시위에 대한 여론은 별로 좋지 않았고, 승차공유와 카풀 찬성비율도 70퍼센트가 넘었다.
여전히 늦은 시간에는 택시잡기가 힘들고, 승차거부는 만연하며, 기사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최저임금도 못 버는 것이 한국 택시업계의 현실이다.
그렇다고 택시회사들이 엄청난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택시만 갖춰서 기사들에게 빌려주고 사납금을 걷으면 되다보니, 규모가 작고 영세한 업체들이 수두룩했다.
이런 상황에서 승차공유와 무인차라는 외부경쟁자가 나타난 것이다.
그럼 다른 나라들 사정은 어떨까?
많은 나라들에서 승차공유가 허용됐고, 그로 인해 택시업계는 어려움에 처했다. 그러나 가만히 당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각 나라의 택시업계는 자체적으로 호출 앱을 출시하고, 각종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어 택시의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일부 국가에서는 아이버와 택시가 공존하거나, 택시업계가 서비스 경쟁에서 이겨 아이버를 몰아내기도 했다.
반면, 한국 택시업계는 그동안 파업하고 반대만 외칠 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이런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됐음에도 아무도 손을 대지 못했다. 정치권은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해서 눈치만 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문제를 여기까지 끌고 왔다.
택규가 물었다.
“우리나라도 아이버가 들어왔으면 좀 달라졌겠네.”
“모를 일이지.”
어쩌면 우려했던 대로 택시업계가 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서비스는 크게 개선됐겠지.
“그런데 아이버는 왜 철수한 거야? 불법이라서?”
“그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돈이 별로 안 되기 때문이지.”
사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자가용 유상운송행위는 불법이다. 아이버는 일단 서비스를 시작한 다음 소비자 여론을 등에 업는 방식으로 법적문제를 해결해 나갔다
만약 시장규모가 크고 큰돈이 될 것 같았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계속 영업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택시비가 싼 편이고, 이미 과당경쟁이 이뤄지고 있다. 때문에 철수하고 다른 시장에 더 집중한 것이다.
택시업계는 내가 당장 무인택시를 한국에 들여올 것처럼 생각해 걱정하고 있지만, 무인택시는 아직 출시되지도 않았다.그리고 설사 출시한다 하더라도 한국에 들여오는 것은 한참 뒤의 일일 것이다.
일단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자율주행 관련법조차 제대로 정비되어 있지 않다. 현행법으로는 AD1과 AD2의 한국 출시도 불가능한데, 이런 상황에서 무인차 출시가 가능할 리 없다.
내가 무인차를 개발한 건 아니지만, 나로 인해 무인차 개발이 가속화된 것은 사실이다. 물론 내가 카로스에 투자하지 않았어도 몇 년 후에는 다른 회사에서 내놓았겠지만.
만약 몇 년의 시간을 벌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까?
천만에. 한국은 그때까지 또 아무것도 하고 있지 않고 있다가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것이다.
한국이 세계 11위의 경제대국이라지만, 한국보다 소득이 높고 큰 시장은 널려있다.
카로스는 미국과 유럽시장 공략에도 바빴다. 때문에 한국은 한참 후순위였다.
전 세계가 자율주행차와 무인차를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한국만 홀로 계속해서 반대할 수 있을까?
머리를 삶으면 귀는 자연히 익는 만큼, 굳이 지금 정치권이나 운수사업자들과 부딪치고, 사방에서 욕먹어 가면서까지 승차공유나 무인차를 하겠다고 밀어붙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생각이 좀 바뀌었다.
무인차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는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선진국들은 이미 전기차와 무인차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어차피 벌어질 일이라면, 차라리 빠르게 적응해 앞서 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또 욕먹을 걸 각오하고 뛰어들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모른 척 가만히 있어야 하나?
택규가 말했다.
“뭘 그런 걸 걱정해? 어차피 욕먹고 있잖아.”
“……그렇긴 하지.”
“그러고 보니, 우리 카풀업체에 투자한 거 있지 않아?”
“풀라이딩이라고, K컴퍼니가 투자했지.”
수학과 양두석, 컴퓨터공학과 김현규, 시각디자인과 조백현, 이렇게 한국대생 세 명이서 공동창업했다.
양두석이 상엽 선배 과후배라 전에 한 번 만나봤다. 참고로 공유오피스 OTK게이트 첫 입주기업이기도 하다.
이게 크게 이슈가 되지 않은 건 아직 풀라이딩의 규모가 작아 택시업계의 타깃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승차공유나 카풀을 허용하면, 왜 택시가 망한다는 거야?”
“말했잖아. 이미 공급과잉과 수익저하인 상태에서 경쟁자가 생기면 못 버틴다고.”
“그건 택시회사들 입장이고. 택시기사들은 일도 하고 카풀도 하면 되는 거 아니야? 아니면, 택시기사가 직접 승차공유에 뛰어들거나.”
“음…….”
무인택시가 등장하면 어차피 운수업 일자리는 다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물류트럭과는 달리 택시는 아직 시간이 있다.
나중에 외국기업에 시장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를 해야 한다.
난 팔짱을 낀 채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택규의 말대로 택시회사와 택시기사를 분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개인택시기사, 법인택시회사, 회사택시기사, 택시노조단체. 택시업계가 한 목소리로 반대하고 있는 것 같지만, 이해관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다.
난 상엽 선배를 CEO실로 불렀다.
“우리가 풀라이딩에 얼마 투자했죠?”
“10억 원. 나중에 골든게이트에서도 10억 더 투자했고. 지금 사업확장을 위해 열심히 하고 있는 모양이야.”
“그렇군요.”
난 이어서 홍보팀장을 불렀다.
“한국 승차공유업체와 카풀업체들에 대해 자료 좀 뽑아줘요.”
그러자 정기홍 팀장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설마 그쪽에 진출하시게요?”
지금 승차공유 때문에 이 난리가 난 상황. 만약 내가 본격적으로 승차공유나 카풀에 진출한다고 하면, 택시업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다.
난 옅은 미소를 지었다.
“지금부터 고민 좀 해보게요.”
* * *
난 차를 타고 OTK게이트로 향했다. 어차피 강남인지라 출발한 지 5분 만에 도착했다.
골든게이트 소유 빌딩에 여섯 개 층을 빌려 시작한 공유오피스는 이제 열한 개 층으로 늘어났다.
지금도 이 빌딩에 입주한 업체들의 계약이 만료돼 나갈 때마다 공유오피스로 바꿔 확장하는 중이다. 위층으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먼저 1층 로비의 출입구를 통과해야 했다.
난 주차를 하고 로비로 올라갔다.
직원은 친절하게 인사하며 물었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나요?”
“풀라이딩 대표님을 만나보려구요.”
“약속 잡으셨나요?”
“아니요. 그냥 온 거라서 한 번 문의해주시겠어요?”
“알겠습니다.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강진후라고 전해주세요.”
“예. 강진후 님…… 예? 누구요?”
내 얼굴을 확인한 직원들은 깜짝 놀라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헉! 대표님! 어,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말했잖아요. 풀라이딩 대표님 만나러 왔다고.”
“아, 예. 알겠습니다. 절 따라 오시겠습니까?”
난 직원과 함께 먼저 라운지로 올라갔다.
23층에 위치한 라운지는 마치 카페처럼 되어 있고, 탁 트인 유리벽을 통해 강남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개장하기 전에 와본 적은 있지만, 스타트업들이 입주한 이후 와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하는 사람들은 무료로 제공되는 커피와 맥주를 마시며 얘기를 나눴다. 몇몇은 좁은 사무실이 답답한지 노트북과 태블릿을 펼쳐놓고 창가에서 일했다. 외국인들 모습도 간간히 보였다.
몇몇 사람들이 내 얼굴을 알아봤다.
“어! 저 사람 강진후랑 좀 닮은 것 같은데.”
“일 얘기하다 말고 갑자기 뭔 소리야? 강진후 대표가 여기 왜 와?”
“자, 잠깐. 맞는 것 같은데.”
“에이, 설마?”
“뭐? 진짜야?”
다들 쭈뼛거리는데, 한 사람이 슬쩍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강진후 대표님 맞으시죠?”
“예. 안녕하세요.”
그러자 순식간에 라운지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난 그들과 악수를 하고 같이 사진을 찍어주었다.
“덕분에 비용을 아껴 창업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번에 새롭게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이런 말을 들으니, 뿌듯한 마음이 든다.
난 커피를 한 잔 뽑아 들고 업무공간인 아래층으로 향했다.
모듈형 유리벽으로 된 사무실에는 내 또래의 청년들이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이중에서 구블이나 카로스 같은 기업이 탄생하지 말라는 법도 없겠지.
그전에 예지가 보여서 내가 투자할 수 있으면 더 좋을 테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