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95)
풀라이딩은 사무실을 점점 확장해 이제는 20명이 쓰는 규모로 커졌고, 현재 OTK게이트에서 가장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난 오기 전 풀라이딩 앱을 깔아서 살펴보았다.
프로그램 자체는 별로 복잡할 게 없다. 차량을 가진 운전자와 필요로 하는 승객을 매칭 시켜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정도 프로그램은 어느 업체든 마음만 먹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똑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도 모두가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카풀시장은 락시와 투플러스 등의 선두업체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미 선두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풀라이딩은 이용자를 늘리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에는 수많은 승차공유 업체가 있지만 많은 사람들은 아이버를 사용한다. 그 이유는 아이버에 등록된 운전자가 가장 많아 차를 부르기가 가장 쉽기 때문이다. 새로 가입하는 운전자들도 마찬가지로 아이버를 선택한다. 아이버를 찾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나중에 더 나은 서비스를 출시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쉽게 옮겨가지 않는다. 가격이 엄청나게 싸다는 등의 메리트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이용자 숫자에서는 밀리지만, 풀라이딩은 사용자경험(UX)과 소비자 니즈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응하는 편이다. 지속적인 투자만 이뤄진다면, 앞으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안녕하세요.”
내가 예고도 없이 방문하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양두석은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대표님. 며칠 전, 다리 위에서의 활약 잘 봤습니다.”
그는 나랑은 같은 학교 같은 학번이다. 그리고 그 역시 창업을 하며 학업을 중단했다.
학교 다닐 때 동아리실에서 잠깐 만난 적이 있었는데, 이런 식으로 인연이 될 줄은 몰랐다.
이곳은 딱 업무공간만 있는 만큼 회의나 미팅을 하기에는 부적합한 관계로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공유오피스인 OTK게이트에는 회의실, 촬영이 가능한 스튜디오, 3D프린터와 고가의 장비들이 있는 제작실, 그리고 낮잠을 잘 수 있는 수면실과 샤워실이 따로 갖춰져 있다. 보통은 입주업체들의 예약을 받아 운영된다.
“다들 표정이 별로 좋지 않으시네요.”
이유는 짐작이 간다. 택시업계의 반발 때문이겠지.
양두석은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원래 KCG아시아에서 20억을 추가로 투자받기로 했었는데, 이번에 자유국민당에서 카풀 금지 법안을 발의하는 바람에 취소됐습니다.”
만약 법이 바뀌면 이제까지 합법이었던 카풀사업이 하루아침에 불법이 된다. 이 경우 사업을 완전히 접어야 한다.
그는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로 법안이 통과되지는 않겠죠?”
“글쎄요.”
일단 여야가 합의하지 않는 한 쉽게 법안을 통과시키지는 못할 거다.
그러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다른 당들 역시 택시업계의 표를 의식하고 있다. 국민들 대부분이 승차공유를 찬성하고 있음에도, 논의가 진척되지 못한 이유다.
난 이곳에 찾아온 목적을 말했다.
“그래서 말인데, 투자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내 말에 다들 눈을 번쩍 떴다.
“투자요?”
“정확히는 인수라고 해야겠네요. 골든게이트가 가진 지분을 포함해 K컴퍼니가 풀라이딩 지분 100퍼센트를 인수하고 싶습니다.”
“예?”
갑작스런 제안에 양두석은 당황했고, 공동창업자 조백현이 물었다.
“어차피 나중에 무인차를 출시하실 텐데, 어째서 카풀에 투자하시려는 건가요?”
“단지 카풀사업만이 아니라, 모빌리티 산업전반에 투자하려고 합니다. 그 사업을 풀라이딩이 이끌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거구요.”
서비스를 하며 얻을 수 있는 것은 가입자와 그들의 데이터다. 어디서, 언제, 누가, 어떻게 이용했느냐가 모여서 빅데이터가 된다.
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언제, 어디에, 몇 대의 차량을 배차할지를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무인차 시대가 열리더라도 빅데이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다른 승차공유 기업들이 열심히 데이터를 쌓고 있는 거고. 반면 한국은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김현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인수금액은 어떻게 되나요?”
난 고개를 끄덕였다.
“골든게이트 측과 협의해 기업의 총 가치를 150억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지분매각 동의도 받았구요.”
“헉! 150억!”
이 금액을 다 지불하는 것은 아니다. K컴퍼니가 일전에 10억을 투자하며 지분 32퍼센트를 확보했기 때문에,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만 지불하면 된다.
다들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스타트업은 월급이 적은 대신 일정한 지분을 받는 경우가 많다. 지분이라는 게 회사가 망하면 그냥 휴지조각이지만, 나중에 상장을 하거나 대기업에 인수되면 대박이 터지게 된다.
풀라이딩 역시 K컴퍼니와 골든게이트가 인수한 지분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분은 공동창업자와 직원들이 나눠 갖고 있다.
따라서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주주다. 만약 지분을 1퍼센트라도 받았다면, 1억5천만 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양두석은 더듬거리며 물었다.
“마, 만약 거절하면요?”
스타트업들이 나아가는 방향은 다양하다.
기존 대기업에 인수돼 각종 지원을 받으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고, 자신들의 힘으로 규모를 키워 상장하는 경우도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그건 본인 마음이다.
“상관없습니다. 다만 우리는 시장에 진입할 생각이라 다른 카풀회사를 인수하거나,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출시할 생각입니다.”
이는 인수협상을 할 때 흔히 쓰는 방법 중 하나다. 피인수기업 입장에서는 제안에 응하지 않을 경우 거대자본을 가진 경쟁자를 맞닥뜨려야 한다.
얘기를 끝마친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루 상의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결정되면 알려주세요.”
* * *
난 택규와 함께 회사로 출근했다.
택규가 물었다.
“승낙할 것 같아?”
“거절하면 마는 거지.”
돈만 있으면 사들일 수 있는 기업은 얼마든지 있다.
“아예 업계 1위인 락시를 인수하는 건 어때?”
“거긴 이미 레드스톤그룹에서 투자했어.”
국내 대기업들이 스타트업 투자와 인수에 소극적인 사이, 외국계 기업과 사모펀드들은 발 빠르게 거액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였다.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온갖 규제 속에서도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스타트업들이 한둘이 아니기도 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는데, 점심때쯤 양두석이 회사로 찾아왔다.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다른 분들도 동의했나요?”
“예.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라도 동의하지 않으면 거절하려고 했는데, 모두가 동의했습니다.”
택규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거절하기에는 너무 큰 금액이었겠지.”
난 골든게이트에 연락했고, 법무팀 변호사가 건너왔다.
“법적절차는 이쪽 분이랑 얘기하시면 됩니다.”
엘리는 손을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골든게이트 한국지사 법무1팀장 엘리 킴이에요.”
“아, 예. 안녕하세요.”
양두석은 조심스레 그 손을 잡았다. 얼굴이 붉어지고,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했다.
우리 법무1팀장님이 좀 예뻐야 말이지.
* * *
남산 실론호텔에서 K컴퍼니와 풀라이딩의 인수조인식이 열렸고, K컴퍼니 박상엽 대표, 풀라이딩 양두석 대표, 그리고 OTK컴퍼니 강진후 대표가 함께 참석했다.
박상엽 대표는 이 자리에서 향후 계획을 밝혔다.
“풀라이딩이 중심이 돼 출범하는 K모빌리티는 콜택시, 승차공유, 차량공유 등 각종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종합 모빌리티 서비스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수도권 택시회사를 인수해 택시업도 병행할 예정입니다.”
예상치 못한 발표에 현장에 모인 기자들은 깜짝 놀랐다.
승차공유 시장에만 진출하는 줄 알았는데, 택시시장에 직접 진출하다니!
“또한 외국인 관광객들을 겨냥해 외국어가 가능한 운전자를 채용해 외국인 전용 승차공유 서비스도 출시하겠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은 운전자알선 금지 예외에 해당된다. 따라서 가격과 서비스를 차별화한 상품을 출시하는 게 가능하다.
이어서 강진후 대표가 말했다.
“긴말하지 않고 딱 두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사납금 폐지합니다. 둘째, 승차거부하지 않겠습니다. 이상입니다.”
* * *
[K컴퍼니 자회사로 K모빌리티를 출범!] [카풀업체 풀라이딩 150억 원에 인수!] [K모빌리티, 수도권 택시회사 인수합병. 택시업계에 직접 진출하나?] [강진후, 승차공유 시장 진출!]K컴퍼니는 발표했던 대로 서울과 수도권의 영세한 택시회사 몇 곳을 인수해 합병시켰다.
“K택시는 택시가 부족한 시간대에 집중 배차해 기존 택시와의 경쟁을 피하고, 호출을 중심으로 영업을 할 예정입니다.”
외국에서는 호출을 받아 운행하는 경우가 많은 반면, 한국에서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다가 손님을 태우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러다 보니, 정작 한쪽에서는 택시를 잡지 못하는데, 다른 쪽에서는 택시가 놀고 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늘어서거나 배회하는 택시로 인해 도로도 많이 막히고.
그렇다면 어째서 택시회사들은 그동안 이런 상황을 개선할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그 이유는 당연히 사납금 때문. 택시회사의 고객은 택시를 타는 승객이 아닌, 택시를 빌려 운행하는 기사다. 그러니 호출앱 개발에 투자할 이유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직원 기본급을 200만 원으로 책정하고, 매출에 따라 성과금을 지급하겠습니다. 정해진 업무시간 외에는 개인 자동차,또는 회사차를 이용해 카풀이나 다른 승차공유 영업도 허용합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택시업계는 발칵 뒤집혔다.
택시회사들은 OTK컴퍼니 본사와 국회로 몰려가 반대시위를 벌였다.
“OTK컴퍼니 같은 대기업이 택시에 진출하면, 우리 같은 중소 택시회사들은 다 죽으라는 거냐?”
“대기업이 이런 골목상권에 들어오는 게 말이나 됩니까?”
“OTK컴퍼니는 택시업계 생존권을 보장하라!”
“정부는 즉시 택시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택시업계 진출을 금지시켜라!
“우리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전면파업과 함께 대정부투쟁을 끝까지 이어나가겠다!”
그러나 저번 일로 인해 택시회사에 대한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만큼, 네티즌들은 코웃음을 쳤다.
-임팩트가 좀 약하네요.
-사장님 한 분이 한강으로 뛰어내리시는 건 어떤가요?
-택시회사까지 인수해서 합법적으로 서비스 한다는데, 이게 문제 될 게 있나?
-승차공유한다고 하면 자가용 승객 유상운송은 불법이라고 지랄. 그래서 택시로 하겠다고 하면 골목상권 침해라고 지랄.
-ㅋㅋㅋ그냥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거지.
택시회사는 극렬하게 반대했지만,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월급제를 실행해 기본급을 보장하고, 근무여건을 개선해주겠다는데, 싫어할 택시기사는 없다.
사실 이는 진작부터 나온 얘기였다. 하지만 택시회사들의 반발과 복잡한 이해관계 때문에 논의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K컴퍼니가 바로 실행한 것이다.
택시기사들은 모이기만 하면 K택시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요즘 손님도 별로 없어서 사납금 채우기도 빠듯한데.”
“이러면 K택시에 월급 받고 들어가는 편이 낫지 않나?
“기본 근무시간만 채우면, 나머지는 자유롭게 영업해도 된다며?”
“그럼 월 300만 원도 벌 수 있겠는데.”
“더 늦기 전에 K택시로 옮겨야하는 거 아니야?”
* * *
자유국민당 진백경 의원은 국회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택시를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지정해 대기업 진출을 금지시켜야 합니다! 국회가 나서서 골목상권과 중소기업 생존권을 보호합시다!”
이는 택시회사들의 주장을 그대로 옮긴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노조위원 출신으로 택시회사 대표들과 긴밀한 관계로 알려져 있다.
자유국민당은 카풀 금지 법안은 당론으로까지 정하면서 적극적으로 택시업계를 옹호했지만, 이번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택시회사들이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긴 해도, 정작 표는 택시기사들이 가지고 있다. 택시기사들이 K컴퍼니의 진출을 반기고 있는 상황에서 택시회사들 편을 들기가 마땅치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 시점에서 또 다른 악재가 터졌다.
다리 위 농성과 투신을 지시했던 사장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택시단체가 진백경 의원에게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기자들은 즉시 국회로 몰려갔다.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일이 있습니까?”
“이번 폭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래서 그동안 택시업계의 입장을 대변하신 겁니까?”
진백경 의원은 단호하게 부인했다.
“제가 만약 단 한 푼이라도 불법정치자금을 받았다면, 서울역 앞에서 할복하겠습니다!”
-ㅋㅋㅋ지가 사무라이야, 뭐야? 할복을 왜해?
-아버지가 친일파였나?
-아니, 그런데 왜 남의 지역구에서 할복함?
-할복하려면 고통을 덜기 위해 뒤에서 누가 목을 쳐줘야 하지 않나? 설마 이정혜 의원님이 하시려나?
-쯧쯧, 사람이 죽겠다고 하는데, 이딴 소리나 하고 있고.
-말로는 착한 척 다해도 이게 바로 좌빨들 본성이지. 진짜 더럽다.
-죽긴 왜 죽어?ㅋㅋ 돈 안 받았으면 할복할 일도 없는데. 설마 수꼴들 진백경 의원 못 믿음?
진백경 의원은 검찰소환에 불응한 채 끝까지 결백을 주장했다. 하지만 돈을 전달해줬다는 전달책이 등장하고, 정치권 로비명단이 공개되며 완전히 궁지에 몰렸다.
명단에는 자유국민당뿐 아니라, 새정치당 의원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었다. 이는 택시업계가 정치권에 전방위적으로 로비를 펼쳤다는 것을 의미했다.
명단에 올라간 국회의원들은 언론을 피해 다니기 바빴다. 카풀을 금지하는 법안은 법사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막혔고, 택시회사들은 ‘그동안 우리가 뿌린 돈이 얼만데!’라며 울분을 토했다.
풀라이딩이 K모빌리티로 이름을 바꿔 앱을 재출시하자, 가입자가 폭증하며 한동안 서버가 다운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