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ors who see the future RAW novel - Chapter (296)
그동안의 투자성공으로 실탄은 차고도 넘쳤다. K컴퍼니가 가진 자금만으로도 택시업계를 통째로 장악하는 게 가능할 정도다.
기존이 풀라이딩이 쌓은 데이터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관건이다.택시수요가 몰리는 시간과 장소에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택시를 배차해 수익을 최대한 늘리기로 했다. 이는 이제까지 다른 택시회사들이 시도하지 않았던 방식이다.
또한 범죄를 걱정하는 승객들을 위해 앱에 특정 터치 동작으로 바로 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GPS 위치를 전송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처럼 의사결정구조가 빠르고 단순하다는 게 스타트업이 가진 강점 중 하나다. 그 외에도 K모빌리티는 서비스를 추가하거나, 반응이 안 좋은 서비스를 빼는 등 소비자의 요구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마침 로스트판타지M은 대대적인 업데이트를 실행했고, K모빌리티는 OTK게임즈로부터 광고를 유치해 택시에 로스트판타지M 광고판을 부착했다.
택규가 말했다.
“기왕 광고하는 거, 택시 이용자들에게 캐릭터카드를 나눠주는 거 어때? 매월 한 장씩 새로운 카드를 발매해서 일정 횟수 이상 타면 주는 거지. 그럼 그거 받으려고 자주 이용하지 않겠어?”
난 황당해서 물었다.
“세상에 그거 받으려고 택시 타는 사람이 있겠냐?”
“한 번 믿고 해봐.”
택규는 강하게 밀어붙였다.
뭐, 부대표가 하고 싶으면 해야지.
K모빌리티가 로스트판타지 캐릭터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를 벌이겠다고 하자, 게임사이트는 난리가 났다.
-오오! 역시 오타쿠컴퍼니! 오타쿠택시!
-나 게임하느라 집 밖으로 잘 안 나가서 택시 탈 일도 없는데.
-그러나 캐릭터카드 모으려면 타야 한다. 집에서 출발해서 집으로 돌아와 달라고 해야지.
-오늘부터 K택시만 탄다!
-일단 K모빌리티 가입해야 하나?
“…….”
세상에는 캐릭터카드를 받기 위해 택시 타는 사람도 있었다.
가입자수자 폭증하자 K모빌리티는 영세업체들을 계속 인수해 택시 대수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겠다고 밝혔다.
사실 한국시장의 크기를 생각했을 때, 투자대비 큰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다. 당장 올해 적자규모만 500억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할 가치는 충분하다. 당장의 수익보다 중요한 건 플랫폼 선점과 빅데이터 확보.
공유경제와 모빌리티 시장은 향후 10년 안에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 커질 것이다. 그러나 시장이 커진다 해도 모두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택시회사들은 여전히 반발했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치권은 조용했다. 로비명단이 공개된, 일명 택시게이트 이후, 여야할 것 없이 택시에 대한 언급을 최대한 피하는 모양새였다.
애초에 불법이나 편법이라면 모를까, 택시회사를 인수해 합법적으로 진입하는 것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소비자도 좋아하고, 택시기사도 반긴다. 반대하는 건 오직 기존 택시회사뿐.
그래도 변화의 움직임이 없지는 않았다. 기사와 고객을 빼앗기게 된 택시회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경영이 어려운 회사는 폐업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합병됐고, 규모가 좀 되는 회사들은 발 빠르게 부분 월급제로 전환해 떠나려는 기사들을 붙잡았다. 지역 택시회사들은 하나로 뭉쳐서 호출 앱을 만들거나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택시업계는 승차거부와 난폭운전을 없애는 자정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마음만 먹으면 이렇게 쉽게 할 수 있는 걸 그동안 왜 안 한 거야?”
“경쟁자가 없어서 놀고 있었던 거지.”
일이 완전히 깔끔하게 해결된 것은 아니고, 여전히 혼란이 이어졌지만, 그래도 승차공유 서비스의 물꼬를 텄다는 점은 다행이다.
* * *
난 출근해서 경영상황 전반을 보고 받았다.
몇 달 전 회의할 때와는 달리 한자리가 비어있었다. 업무적으로도 헨리의 빈자리는 꽤 컸다. 후임자를 물색 중이긴 한데,맞는 사람을 찾기가 쉽지 않다.
육아에 매진하고 있는 사람을 다시 데려올 수도 없고.
회의가 끝날 무렵 상엽 선배가 말했다.
“요즘 글로벌 경기가 좀 꺾이는 분위기던데.”
그 말에 다들 공감하는 표정이다. 실제로 경기가 안 좋은 것은 각종 지표로 나타나고 있었다.
“오늘은 이만 하죠.”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나는 눈앞이 핑 도는 것을 느꼈다. 난 넘어지지 않기 위해 테이블을 손으로 짚었다.
“왜 그래?”
“아니, 잠깐 현기증이 나서.”
정기홍 팀장이 말했다.
“그러고 보니 아까부터 땀을 좀 흘리시는 것 같던데.”
난 이마를 만져보았다. 왠지 좀 뜨거운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왜 이러지?
택규는 내 어깨를 붙잡으며 소리쳤다.
“친우여! 죽으면 안 돼!”
* * *
“가벼운 감기입니다.”
“……예.”
환절기다 보니 감기 환자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심한 건 아니니, 주시 맞고 약 먹고 하루 정도 쉬면 나을 겁니다.”
지금 내가 누워있는 곳은 서성병원 VIP 병실. 주로 재벌회장님들이 입원하시는 곳이라 내부에 샤워실과 응접실까지 따로 갖춰져 있다.
바로 근처에 전담 의료진들이 대기 중이고, 병실 밖에는 경호원들이 지키고 서있었다.
고작 감기임에도 이렇게 입원한 것은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이번 기회에 정밀검진을 받기로 했기 때문.
[(속보)OTK컴퍼니 CEO, 서성병원에 입원!] [예전 미국 공항에 쓰러져 입원한 적 있어…….] [(단독)주변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평소 기침을 자주하고 피곤한 모습을 보여] [뇌에 이상이 있을 가능성은?] [서성병원 의료진들, 강진후 상태에 대해 완전히 침묵!]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20대 사망환자 늘어…….]단지 병원에 입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렇게 기사를 만들어 내다니.
“대한민국 기레기 클래스 어디 안 가는구나.”
택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광고 좀 주지 그랬어?”
난 보수언론과는 적대관계고, 진보언론과도 딱히 친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어느 쪽에도 광고를 주지 않기 때문이지.
보통 재벌들은 언론사에 엄청난 광고비를 집행한다. 소금 먹은 놈이 물켠다고, 광고 받은 언론사는 좋은 기사를 써주기 마련.
그래서 한국 언론들은 웬만큼 사회적 이슈를 일으키지 않은 이상 재벌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는 잘 쓰지 않는다.
그럼 광고를 주면 될 거 아니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광고를 하려고 해도 딱히 할 게 없다. 우리가 투자금이 모자라서 개인투자자들 모집할 것도 아니고.
이건 국내최대 사모펀드인 RCK브로스 역시 마찬가지. 테마섹, ABP, GPFG 등의 기관투자자가 줄 서 있는 상황에서 굳이 이름을 알릴 필요가 없다.
펀드는 수익만 좋으면 투자자들이 돈 싸들고 찾아오기 마련이지.
택규와 상엽 선배는 병실을 둘러보며 감탄했다.
“병실 진짜 좋네.”
“고 임일권 회장도 여기에 입원했었대요.”
“하루 병실비는 얼마나 하나?”
난 상엽 선배를 보며 물었다.
“왜 온 거예요?”
“대표님 입원하셨는데, 당연히 와봐야지. 주스도 사왔으니, 좀 마셔. 다른 거 타지 않고 순수하게 과일만 짜서 만든 착즙주스래.”
주사 맞고 약을 먹었더니 머리가 좀 몽롱하다.
얼마 전, 기홍 선배에게서 들은 얘기가 떠올랐다.
“요즘 호주 모델이랑 만난다면서요?”
내 말에 상엽 선배는 손을 내저었다.
“그냥 서로 알아가는 사이야.”
과연 그쪽도 그렇게 생각할까?
“어떻게 만나게 된 거예요?”
“광고촬영 보러 갔다가 우연히 만났어. 멜버른에서 왔다는데, 알다시피 내가 어렸을 때 호주에서 살았잖아.”
난 어이가 없어서 말했다.
“선배는 시드니였잖아요.”
참고로 두 도시는 1천 킬로 정도 떨어져 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같은 섬 안에 있었다는 게 중요한 거지.”
“…….”
호주는 대륙 아니었어?
“호주 애들도 강진후하면 다 알더라고. 소개시켜달라는 모델들이 한둘이 아니야.”
“전 됐으니, 택규한테나 좀 소개시켜줘요.”
“우리 부대표님이면 모델들이 줄을 서지. 관심 있으면 한 번 만나볼래?”
택규는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아요.”
난 택규에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민하영이랑은 어떻게 됐어?”
“뭘 어떻게 돼?”
택규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그녀는 한때 코인다단계라는 잘못된 길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택규의 도움 덕분에 무사히 탈출했고, 현재는 로스트판타지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웹툰을 그리는 중이다.
요즘도 가끔씩 만나는 모양이다.
“잘될 것 같아?”
“응. 그림은 잘 그리니까, 스토리만 좀 봐주면 될 것 같아.”
“…….”
아니, 웹툰 말고.
민하영은 택규가 OTK컴퍼니 부대표라는 사실은 모른다. 그러나 높은 위치에 있다는 것 정도는 짐작하고 있겠지.
상엽 선배는 회사로 돌아갔고, 택규는 밥 먹고 오겠다며 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엘리가 병실로 찾아왔다.
“괜찮은 거예요?”
“그냥 가벼운 감기예요.”
엘리는 핀잔을 주듯 말했다.
“아프면 참지 말고 진작 병원에 갔어야죠.”
“좀 쉬면 나을 줄 알았죠.”
원래 내 나이 때는적당히 버티다 보면 낫기 마련이다.
엘리는 옆에 앉아 내 이마를 손으로 만져보았다.
“아직 열이 남아있네요.”
“회사에는 언제까지 돌아가야 돼요?”
“간호해주려고 반차 냈어요.”
“간호도 할 줄 알아요?”
엘리는 자신 있게 말했다.
“음, 일단 간호사복부터 입어볼까요?”
“앗!”
대단히 괜찮은 생각인데.
내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자, 엘리는 눈을 흘겼다.
“농담이었어요. 아플 땐딴짓하지 말고 쉬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요.”
“……네.”
회사에서 바로 왔는지라, 평소처럼 검은색 정장에 머리를 질끈 묶은 모습이다. 가볍게 기초화장만 했을 뿐인데도, 미모가 빛이 났다.
“잠깐만 안아주면 금방 나을 것 같은데.”
엘리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요.”
“아플 때는 안아주면 금방 낫는대요.”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요.”
“진짜예요.그래서 아기가 아플 때 엄마가 안고 다독여주는 거잖아요. 사람 체온이 심리적 안정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어디서 그런 연구를 했어요?”
난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말했다.
“아마 존스홉킨스의대였던 것 같아요.”
나름 논리적이었는지, 엘리는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쉽게 반박하지 못했다.
“그럼 잠깐만이에요. 허튼짓하면 안 돼요.”
엘리는 겉옷을 벗고 옆에 누웠다. 향수를 뿌리지 않았음에도 좋은 향기가 났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를 끌어안은 채 가만히 있었다.
“무슨 생각해요?”
“예전에 아팠을 때요. 그때 진후가 호텔까지 데려다줬었잖아요.”
생각해보면 그날 첫키스를 했지. 그 뒤로도 정말이지 많은 일들이 있었다. 우리는 예전 일들을 얘기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을 그칠 때쯤 엘리가 말했다.
“키스할래요?”
“감기 옮을 수도 있는데.”
“그땐 진후가 간호해주면 되죠.”
“그럼 뭐…….”
나야 고맙지.
끌어안은 채 키스를 하려는데, 갑자기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친우여! 내가 돌아왔다. 손님들도 같이 왔어.”
뒤를 이어 현주 누나와 헨리, 그리고 임진용 회장과 임수미 사장이 우르르 들어왔다.
현주 누나는 우리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프다더니, 할 건 다 하네.”
엘리는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아, 아니에요. 이건 진후가 잠깐 안아달라고 해서.”
택규는 눈을 크게 떴다.
“뭐라구요? 안아달라고 했다구요?”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자자, 다들 나갑시다. 하던 일 계속할 수 있도록 30분 동안 자리를 비켜줍시다.”
그러면서 우리를 향해 눈을 찡긋했다. ‘나 잘했지?’ 라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사람들이 다시 나가고 병실문이 닫혔다.
잠시 손을 부들부들 떨며 날 노려보던 엘리는 화난 표정으로 베개를 집어 들었다.
“자, 잠깐. 저 환자예요.”
“고작 감기잖아요!”
* * *
입원해 있는 사이 여러 사람들이 다녀갔고, 여기저기서 전화가 걸려왔다. 심지어는 백악관에서까지 전화가 걸려왔다.
[노벨상 받을 때까지는 컨디션을 잘 유지해야 하네. 알았나?]“……예.”
그놈의 노벨상.
[젊다고 방심해서는 안 되네. 건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식습관이지. 그래서 난 콜라도 다이어트콜라만 마시네.]“…….”
건강 생각하면, 그냥 물을 마시는 게 낫지 않나? 워렌 보트도 그렇고, 로날드도 그렇고, 미국인들은 왜 이렇게 콜라를 좋아해?
종합검진을 받아본 결과 몸은 더할 나위 없이 건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직은 팔팔한 20대니까. 검찰에 출두하는 회장님들처럼 휠체어 신세를 지려면, 몇 십 년은 더 있어야겠지.
감기는 이틀 만에 완전히 나았고, 난 퇴원해서 바로 회사로 향했다.
직원들은 박수를 치며 나를 반겨주었다. 이러니까 무슨 불치병 치료하고 돌아온 것 같다.